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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북스의 책/인문

『생각하는 사회』 - 안락사에서 부유세까지, 사회를 만나는 철학 강의



『생각하는 사회』

사회를 만나는 철학 강의

장의관 지음 | 미지북스 | 2014년 | 316쪽 | 15,000원



무엇이 옳은 걸까? 

왜 옳은 걸까?

안락사, 낙태, 마약, 동성결혼, 사형, 매춘, 부유세, 과시적 소비

철학의 눈으로 사회를 보는 법




우리의 삶은 우리 자신의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책임지며 살아가야 한다. 행복을 원한다면 자의든 타의든 삶에 대해서 고민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여기서 우리는 자신의 개인적인 삶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원리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사회 속에 속해서 살아가는 이상 사회의 결정에 참여해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자신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고대 그리스와 현대의 정치철학이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도덕 문제들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전 철학의 철학적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은 안락사, 낙태, 마약, 동성 결혼, 사형 제도, 매춘, 부유세, 과시적 소비까지, 현대사회에서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여덟 가지 사회 문제를 철학자의 시선으로 꼼꼼히 따져본다. 각 장마다 앞부분에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한 다음, 세계 각국의 제도적인 실태와 역사적인 배경을 요약함으로써 문제를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 여기에 더해서 풍부한 이론적인 배경과 명쾌하고 논리적인 설명을 통해서 단순히 찬성과 반대의 수준을 넘어서 철학과 현실이 만나는 지적인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독자들은 철학이 공허한 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에 천착할 수 있는지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다. 


오늘날 가장 논쟁적인 주제에 현대 정치철학이 어떤 대답을 내놓고 있는지, 그리고 현대 정치철학의 최신 트렌드는 무엇인지를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강점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개인의 취향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옳고 그름에 관해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선택이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때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국가가 정의를 상실하면 대규모 도적단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국회에서 소득세법을 바꾸면 사람들은 소득 상황에 따라 경제적인 혜택을 보거나 손해를 본다. 경제적인 영역만이 아니라 문화적, 도덕적 영역도 마찬가지다. 결혼법의 경우, 우리 사회의 현행 결혼법은 특정 연령 이상, 동시에 여러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 남자와 여자의 결합만 법적인 결혼으로 인정한다. 이런 조건을 지킨 사람들에게 부부라는 법적 지위와 경제적, 사회적 혜택을 부여하지만 동성 간의 사랑은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국가의 이런 결정은 개인이 이성애자로 살지 동성애자로 살지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개인은 국가가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할까? 미국의 정치철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를 '사회적 제(諸)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권위적(authoritative) 배분과 권위주의적(authoritarian) 배분은 다르다. 권위주의적 배분이란 통치자가 자의적이고 강압적으로 결정한 배분 방식을 의미한다. 반면 권위적 배분은 배분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이 사회의 기본적 동의의 원칙과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만약 사회의 여러 가치들이 소수의 횡포, 관습이나 전통의 답습, 종교적 편견에 따라 배분된다면 권위적 배분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하는 주체는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들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모여서 정치의 결정이 되고 사회의 가치 배분을 결정한다. 안락사, 매춘, 사형, 동성애 등 이 책에 소개되는 도덕 문제들은 '선'에 관한 관념들이 서로 달라서 생기는 사회적 긴장의 산물이다. 자유주의,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등 '선'에 관한 서로 다른 관념들이 도덕적 가치의 배분을 둘러싸고 사회적인 인정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정치 공간에서 경쟁한다. 따라서 정치가 합리적인 상호 논의의 과정 없이 어느 한쪽의 도덕적 입장만 수용하거나 지지할 때 정의는 추락한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도덕적 가치를 수용하고 배분할 것인지 숙고해야만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


부유세, 매춘, 동성 결혼 등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8가지 도덕 문제


이 책에는 도덕적 가치의 배분을 둘러싼 여덟 가지 논쟁이 소개된다. 


1장 '안락사는 금지되어야 하는가?'는 불치병 환자의 삶을 두고 개인의 자기 결정권과 국가의 생명 보호 의무가 충돌한다. 2장 '낙태의 자유는 제한되어야 하는가?'는 태아의 생명권과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의 충돌을 다룬다. 3장 '마리화나의 규제는 정당한가?'는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와 도덕적 국가 후견주의가 주된 쟁점이며, 4장 '동성 결혼은 잘못된 것인가?'는 동성 결혼의 반대 근거가 경험적으로 타당한지, 성적 취향의 프라이버시 권리에 사회가 개입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따진다.

5장 '부유세는 부당한 것인가?'는 개인의 배타적 소유권을 따지기 위해 로크, 홉스 등 사회계약론자부터 사회 협상 이론, 한계 생산 이론 등 경제학 이론까지 심층적으로 살핀다. 특히 5장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사회적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부유세의 도덕적 근거에 대해 천착하는 내용으로 이 책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6장 '사형 제도는 유지되어야 하는가?'는 인간의 생명권 같은 철학적 문제뿐만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오심 가능성 등 현실의 경험적인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된다. 7장 '매춘은 처벌받아야 하는가?'에서는 성은 거래될 수 없다는 주장과 성적 자기 결정권이 충돌하며, 마지막 8장 '과시적 소비는 비난받아야 하는가?'는 과시적 소비를 사회가 관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도덕적인 근거를 들어 개입해야 하는지를 따진다.

독자들은 책을 다 읽고 나면 정의란 한곳에 고정되어 있는 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지성이 성장할 때만 드러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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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장의관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와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뒤이어 재산권과 재분배적 조세를 주제로 정치이론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아태민주지도자회의 사무국장, 통일교육원 교수 등을 역임한 후,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에서 정치 및 정책 분야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근년에는 실천적 정의와 윤리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논문으로는 「시민덕성, 정체, 그리고 마키아벨리」(2014년), 「좋은 사람과 좋은 시민의 긴장: 아리스토텔레스 정치공동체의 가능성과 한계」(2014년), 「미국 신보수주의의 이론적 구성과 한계」(2013년), 「아담 스미스와 규제 없는 시장의 덕성」(2012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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