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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知 - 책 읽기

『생각하는 사회』 출간에 부쳐


『생각하는 사회』 앞 날개에는 다음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저자 장의관 선생님이 약력에 넣을 내용과 함께 편집자에게 보낸 글입니다. 본래 머릿말에 들어갈 법한 내용이지만, 따로 머릿말로 쓴 글과 분위기가 달라서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어요. 편집자로서 이 짧은 글이 저자의 마음을 강하게 전하고 있는 것 같아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장정일 선생님의 책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2011년 초판본 뒷 표지에 실린 글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책 뒷표지에 글을 실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책 앞 날개에 글을 싣는 것으로 결정했지요. 독자 여러분께도 저자의 마음이 전해진다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비판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정작 두려워할 것은 자신의 주장이 비판할 가치도 없다고 무시되는 것이다.” 나의 박사 논문 지도 교수 중 한 명인 리처드 엡스타인(Richard Epstein) 교수가 나를 격려할 때 늘상 하던 말이다. 그는 자유지상주의자로서 나와는 너무나 상이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었고, 내가 박사 논문을 쓰던 시절 가장 혹독하게 내 주장을 비판하며 나를 힘들게 했던 교수였다. 그 밖에 자신을 공화주의자로 규정한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 교수나, 공리주의자인 러셀 하딘(Russell Hardin) 교수, 마르크스주의자인 아담 쉐보르스키(Adam Prezworski) 교수는 모두 상이한 입장을 지닌 자기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들이었다. 돌이켜 보건대 너무도 상이한 학문적 입장을 가진 교수들을 한데 모아서 지도 교수진을 구성한 것은 젊은 시절의 무모한 만용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시카고의 추운 겨울을 열두 번이나 넘겨야 했다.


내가 오래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 사이에도 건설적인 이해와 합의의 여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이해와 합의가 쉽게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견해를 적당히 타협함을 의미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이해와 합의의 출발점은 합리적 논의이며, 합리적 논의는 자신과 상대의 견해에 대한 진중한 비판과 성찰을 요구한다. 나는 합리적 논의가 자신의 선입관과 편견을 배제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선입관과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선입관과 편견은 비판할 가치조차 없는 억지스러운 주장들과, 이 주장들 사이에서 해소하기 힘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뿐이다. 선입관과 편견은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사회에서 만개한다. 우리는 생각하는 사회를 필요로 한다. _출간에 부쳐





생각하는 사회

저자
장의관 지음
출판사
미지북스 | 2014-10-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안락사, 낙태, 마약, 동성결혼, 사형, 매춘, 부유세, 과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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