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美知 - 책 읽기

세계 체계 분석의 시야에서 전지구적 자본주의 속의 중국의 미래를 질문하기

백승욱 교수님(중앙대학교 사회학과)이 <동아시아 브리프>(2012년 8월호. 통권 25호)에 기고하신 『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 서평입니다.

 


 

계 체계 분석의 시야에서 전지구적 자본주의 속의 중국의 미래를 질문하기

 

- 백승욱, <동아시아 브리프>(2012년 8월호. 통권 25호)

 

 

세계 전체의 급속한 변화가 진행되면서 중국의 세계 속의 위상에 대한 질문도 대폭 늘어나고 있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와 ‘G2’라는 전략적 지위의 부상은 중국에 대한 질문을 중국에만 한정되지 않는 세계적 쟁점으로 던지고 있다.

 

이런 질문의 폭과 깊이 때문에 중국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더욱 그 대답을 위한 시간의 축과 공간의 축을 확장할 필요성이 커진다. 시간의 축을 확장하는 것은 중국을 단지 긴 시간 속에서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서로 중첩되는 상이한 길이의 시간대들의 특성 속에서 포괄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공간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전 지구적으로 시간대를 넓히는 것뿐 아니라, 그것이 근대 세계 체계(Modern World-System)에서 고유하게 중심부-주변부의 기축적 분할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하는 동시에 ‘국가 간 체계’의 특성을 잘 포착하는 것을 의미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 체계 분석’의 시야는 중국을 이해하는 여러 시각 중의 하나가 아니라 중국을 전지구적 맥락 속에 두고 이해하려 할 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본 요건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훙호펑이 주도한 『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는 중국을 이해하는데 세계 체계 분석의 시야가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시도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세계 체계 분석의 흐름 중에서도 조반니 아리기가 주도해 온 작업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아리기는 『장기 20세기』에서 시작해 『동아시아의 재부상』과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로 이어지는 맥락 속에서 기존의 체계적 축적 순환과 국가 간 체계의 위기 이후 근대 세계 체계가 어디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는지를 탐색해 보려 하였다. 이 책은 그 질문들을 현 시기 중국의 여러 측면에 맞추어 시험적으로 대답을 모색해 보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조반니 아리기(우)와 비버리 실버(좌). 비버리 실버 교수는 이 책『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에서 오늘날 중국의 노동 운동이 전 세계에 노동운동과 자본주의에 미치는 파급력에 대해 썼다. 사진 출처: Rhodes University

 

 

아리기의 세계 체제 분석의 시각이 중국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그의 홍콩 출신 두 제자가 중요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며, 이들은 아리기와 중요한 글들을 함께 남기기도 했다. 한 명은 현재 홍콩에 자리를 잡은 후이포킁이고 다른 한 명은 이 책을 편집한 훙호펑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은 아리기의 사망 이후 아리기의 주장을 계승하는 그의 후학들의 작업이 어느 방향으로 이어질 것인지를 보여주는 계기로 이해될 수도 있다.

 

세계 체계 분석의 시작에서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질문하는 이 책의 관심은 두 분야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현 세계 체계 질서 내에서 중국이 어떤 위상을 차지하며 그것이 세계 체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묻는 것으로, 그것은 훙호펑의 정리처럼 지경학, 지정학, 노동의 동학을 중심으로 이야기된다. 두 번째로 이와 무관하지 않지만 첫 번째 질문으로 한정되지 않는 것으로, 근대 세계 체계의 한계를 넘어서 그 미래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두 번째 질문은 아리기가 그의 생애 마지막 시기에 집중적으로 던져 보려 한 질문이었던 만큼 이 책에 실린 아리기의 글에서도 그간의 그의 주장들이 정리된 형태로 제기되고 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군사주의, 산업주의, 자본주의간의 공동 상승 작용”(57쪽)으로 정리될 수 있는 유럽적 발전 경로와 다른 동아시아적 길이 가지는 함의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그런 아리기의 질문은 이 책의 4장과 5장에서 제기되는 ‘지경학’의 변화와 연결시켜 생각해보면 새로운 중요한 관심거리로 이어질 수 있다. 지구적 생산과 교역 및 분배 체계에 발생하고 있는 변화의 함의를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그것이 20세기의 지배적 형태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점점 더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로부터 우리는 이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제기되는 질문들, 유라시아적 지평에서의 새로운 지정학의 형성과 노동자 운동의 새로운 동학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의 내용만으로 완결된 대답을 얻을 수는 없는 질문들이지만, 몇몇 중요한 쟁점들을 발견해 내서 전진의 가능한 방향을 찾아내는 지표로 삼는다면 흥미로운 논의들이 가능할 것이다.

 

 

 

 

알라딘 바로가기

예스24 바로가기

교보문고 바로가기

인터파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