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북스의 책/인문2012. 12. 27. 14:10







세속적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

: 모든 인간적 가치에 대한 옹호 

 


폴 커츠 지음 | 이지열 옮김 | 88쪽 | 6,000원 | 

2012년 12월 28일 |  ISBN 978-89-94142-26-5 03100

- 철학>철학 일반

- 인문학>교양 인문학











“어떤 신도 우리를 구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구해야 한다.”

- 폴 커츠, 『휴머니스트 선언 Ⅱ』(본문 65쪽)

 


현대 지성계에 만연한 비관과 상대주의에 대한 단호한 비판

이성과 비판적 지성, 과학에 대한 확신

 

2012년 타계한 “이성의 옹호자” 철학자 폴 커츠

『세속적 휴머니즘 Secular Humanism 이란 무엇인가?』 한국어판 출간



저자 소개 | 폴 커츠 Paul Kurtz, "이성의 옹호자" 


저자 폴 커츠는 지난 10월 뉴욕에서 타계했습니다. 당시 여러 국내 언론이 부고 소식을 전했는데, 안타깝게도 저자의 이름을 폴 쿠르츠로 표기하고 말았습니다. 쿠르츠 아니고, 커츠 입니다. 

그의 부모는 유대인이면서 자유 사상가 free-thinkers 였습니다. 폴 커츠는 17살의 나이에 2차 대전에 참전합니다. 그의 삶을 되짚던 중 인상적인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부헨발트와 다하우의 강제수용소가 연합군에게 발견된 직후, 그곳에 주둔하며 생존자들을 돌본 부대 구성원에 폴 커츠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그가 느꼈을 충격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나치 강제수용소 유대인 생존자들의 이야기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프리모 레비, 빅터 프랑클, 장 아메리 등이 있지요.) 종전 이후 폴 커츠는 언론사 기자로 일하기도 하고, 언론사와 시민 단체를 만들고, 출판사(PROMETHEUS BOOKS)를 설립하고, 철학자로서 수십 종의 책을 썼습니다. 그의 평생을 지배한 화두는 "종교로부터 독립적인 윤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 윤리적 가치나 원칙을 필요로 할까? 많은 사람들이 내세를 약속하는 종교를 저버리는 시대에, 인간의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인생의 의의가 무엇일까? 세속적 휴머니즘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인간적 열망과 과학적 발견으로 충만한 방식으로 대답하려는 시도이다. (서문)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끔찍한 장면을 마주한 뒤 그는 종교, 신, 초자연적인 것, 초월적인 힘으로부터 독립적인 윤리를 고민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단지 책과 글에만 파묻히지 않고 단체를 만들고 사람을 만나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인간적 열망과 과학적 발견. 


“어떤 신도 우리를 구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구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운명에 대해 책임이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 바깥에서 구원을 기대할 수 없다. (본문 65쪽)


폴 커츠는 현대 지성계가 냉소했던 이성과 비판적 지성, 과학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지 않아 “이성의 옹호자”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습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낙관을 잃지 않았고, 그 낙관은 곧 인류에 대한 책임감이었을 것입니다. 한 철학자의 평생에 걸친 고민이 이 한 권의 작은 책 안에 담겨 있습니다. 



책 소개 | 


세속적 휴머니즘(secular humanism)의 역사와 특징을 간결하게 정리해 놓았습니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로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들이 세속적 휴머니즘의 정신을 계승해 왔습니다. 종교인들이 삶의 의미와 윤리적 원칙을 계시와 경전에서 찾을 때,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은 그 자리를 ‘인간적 열망’과 ‘과학적 발견’으로 대체합니다. 또한 이성과 과학에 대한 비관주의를 단호히 거절하고 인간 스스로 좋은 삶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속 Secular 과 휴머니즘 Humanism 의 결합


세속적 휴머니즘은 다른 여러 휴머니즘, 특히 종교적 휴머니즘과 선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일반적으로 휴머니즘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여기에 세속적 혹은 종교적이라는 용어가 추가되는 순간 인간과 신, 자연의 관계는 정반대로 달라지게 됩니다. 종교적 휴머니즘이 초자연적인 존재로부터 도덕과 인간의 존엄성을 이끌어내고 세계의 기원과 의의를 설명한다면, 세속적 휴머니즘은 인간이 발 딛고 선 세계만이 유일한 실재이며 인간이 겪고 부딪히는 문제는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은 세계를 자연과 초자연의 두 영역으로 나누려는 모든 시도를 의심스러워합니다. 여러 종교의 경전에 대한 문헌학적 비평을 통해 우리는 경전의 판본이 여러 종류라는 점, 그것이 인간의 손에 의해 쓰인 필사 증언들이고 믿을 만한 목격자에 의해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은 우주의 초월적인 기원에 대한 이론이 명백히 확증되거나 거부되기 전까지는 판단을 보류하는 회의주의적 태도를 최선으로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은 비(非)신론자이며 그중 다수가 무신론자를 자처합니다. 


따라서 세속적 휴머니즘은 공공연히 비종교적입니다. 오늘날 지구상 많은 국가가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사회 영역의 많은 부분이 세속화된 세계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도덕이 종교적 권위로부터 자유롭다는 것, 다양한 사회 제도에 대한 교회의 영향력은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 세속적 휴머니즘은 우리 삶의 기본 원칙과 윤리적 가치를 종교가 아닌 과학과 윤리학, 철학에서 이끌어내려 합니다. 



이성과 과학에 대한 정당한 신뢰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은 인간이 이성을 통해 세계를 이해할 수 있으며, 자연적인 원인을 들어 세계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이성과 과학에 대한 허무주의는 오늘날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은 이성이 인간의 보편적인 능력이며 과학이 객관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거부했지요.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은 인간의 보편적 능력으로서 이성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습니다. 현대 과학은 점점 더 많은 새로운 개념을 포괄하고 있고 단순히 물질적인 구성 요소들로 환원될 수 없는 현상들에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창발 현상, 체계 이론, 과학의 분과를 가로지르고 미시적 차원과 거시적 차원을 망라하는 전도(conduction)의 방법론이 그것입니다.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은 가설-연역적 방법을 기본으로 삼고 과학철학자 칼 포퍼의 반증가능성 원리를 수용함으로써 인간이 유의미한 지식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의 믿음은 과학과 기술의 주의 깊은 적용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나아갑니다. 


“인간은 스스로 좋은 삶을 이루어낼 수 있다.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여건들을 발견해내는 것이 이성의 과업이다.”(본문 57~58쪽)


세속적 휴머니즘은 윤리적 원칙과 가치의 토대가 인간 경험에 관한 것이지, 신학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윤리는 자율적인 탐구의 영역이며 실질적인 규범 판단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인간의 구체적인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은 윤리학에서 초자연적인 도덕을 거부하지만, 윤리적 판단이 객관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른 한편 반성적 물음과 상황 윤리의 필요성을 인정함으로써 도덕 절대주의 역시 지양합니다. 


세속적 휴머니즘은 별개로 존재했던 여러 사상과 윤리를 통합함으로써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합니다. 폴 커츠는 세속적 휴머니즘의 특징으로 여섯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과학적 연구 방법, 자연주의적 우주관, 비신론, 휴머니스트 윤리, 민주주의적 전망, 지구적 공존. 궁극적으로 세속적 휴머니즘은 모더니즘 의제들의 완전한 이행을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이후의 새로운 계몽주의입니다. 



세속적 휴머니즘, 수천 년에 이르는 역사


세속적 휴머니즘의 역사는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세계에 대한 초자연적인 설명을 거부하고 인간의 힘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상가와 철학자들이 바로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이었습니다. 탈레스, 프로타고라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고대 그리스-로마의 철학자들은 호메로스식 신화를 거부하고 이성적인 질문에 기초한 앎과 윤리를 추구했고, 중세 르네상스의 토대를 닦은 이슬람 철학자 이븐 루슈드, 르네상스인 에라스무스와 몽테뉴 역시 세속적 휴머니즘의 정신을 고수했습니다. 


교회 권력과 정치 권력의 검열에 대항하며 사상의 자유를 옹호한 많은 이들이 세속적 휴머니즘의 정신을 계승했습니다. 이 때문에 사상의 자유와 세속적 휴머니즘은 현대 세계에서 거의 동일시되고 있습니다. 성서적 계시를 거부한 스피노자, 과학적 방법을 탐구한 데카르트, 베이컨, 로크, 흄, 인간 이성에 대한 믿음을 표현한 콩도르세, 볼테르, 디드로, 사상의 자유를 논증한 벤덤, 제임스 밀과 존 스튜어트 밀이 그 대표적인 인물들입니다. 


세속적 휴머니즘은 역사적 시기마다 다양한 사회정치적 전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근대 이후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은 정치적 민주주의를 핵심적인 전망으로 여깁니다. 20세기 동안 자유민주주의 휴머니스트와 마르크스-레닌주의자 사이의 논쟁, 노예제 반대와 여성 참정권 운동에 대한 동참, 종교를 공적 영역에 포함하려는 시도에 대한 저항, 프라이버시 권리에 대한 옹호 등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려는 역사적 현장마다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이 활약해 왔습니다. 


폴 커츠는 2000년을 맞이해 발표한 『휴머니스트 선언 2000』의 다음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역사와 철학을 넘나드는 여정을 매듭짓습니다. 


 “『휴머니스트 선언 2000』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낙관주의적 기조를 갖고 있다. 그것은 자연 바깥에서 구원을 기다리는 절망의 신학이나 이데올로기를 거부한다. 우리는 인류가 자신의 운명에 대해 기꺼이 책임을 받아들이고자 하며,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성취하기 위해 선의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려는 노력을 기꺼이 시작한다면, 지구라는 행성에서의 삶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고양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본문 82쪽)


창조론에 대한 지속적인 옹호, 수그러들지 않는 근본주의의 흐름, 끊임없는 전쟁과 군비 증강,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세속적 휴머니즘은 현대 세계의 암울한 풍경 앞에 선 인간이 자신의 문제로부터 도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새로운 세계관입니다. (끝)


Posted by 미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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