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을 며칠 앞두고 점심을 먹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명절 때 집안 어른들에게 선물할 만한 책은 어떤 책일까? 미지북스에도 그런 책이 있을까? (저의 회의적인 추측이 나름대로 일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래서 출간 목록을 가만 살펴보았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아 저의 추측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지북스의 스테디셀러, 『한국 가요사』한국 가요의 탄생부터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쳐 해방 정국과 군사 정권에 이르기까지, 한국 가요 100년의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 근현대 문화사의 역작이랍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 대중가요계를 풍미하며 민중의 삶을 어루만져온 수많은 노래들, 그리고 작곡가, 작사가, 가수, 연주자 들의 생애와 음악 세계, 나아가 우리 민족과 그들의 노래가 함께 겪어온 정치사회적 격동이 버무러져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지난 100년을 가만 돌이켜보면 여러분도 수긍하실 거예요. 개화기와 갑오농민전쟁, 일제강점과 식민지시대, 해방과 분단, 4·19혁명과 5·16쿠데타, 산업화와 민주화운동까지...  대중가요는 민중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을 반영하는 한 시대의 증언과도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가요사』는 대중가요라는 버스를 타고 우리의 근현대사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매력적인 여행이고요. 이 시기를 직접 겪었던 한국인이라면 매력적인 동시에 옛노래와 함께 과거를 되돌아보는 추억 여행이기도 하겠고요. 


저자 박찬호 선생님은 나고야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입니다. 식당에 딸린 창고방에서 한국 가요 100년의 역사를 30년에 걸쳐 집대성하셨어요. 자료를 모으기 위해 해방 전 가요 해설서, 옛 LP 음반을 번역하고 오래전 신문에 실린 광고를 확인하며 곡의 발표연도를 추적했습니다. 해방 전 가요사의 대표곡 '목포의 눈물' 발표연도를 최초로 확인한 것도 박찬호 선생님이었습니다. 


― 책에는 '목포의 눈물'을 조선 가요사가 낳은 불후의 명작이라고 쓰셨더군요.

"반도 서남단에 있는 항구도시 목포를 일약 낭만과 추억의 고장으로 만든 이 유행가는 사실 일제에 대한 한이 집약된 저항의 노래입니다. 항구란 우리가 일제에게 소중한 양식을 빼앗기는 곳이었고, 토지를 빼앗긴 육친이 타향으로 유랑의 길을 떠나는 민족적 비애가 서려 있는 이별의 무대였지요. 2절 첫 가사를 아십니까. '삼백 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라고 시작해요. 그게 임진왜란을 가리키는 겁니다. 실제로 작곡자인 손목인이 이 음반을 발매하기 전 총독부 검열에 걸려 소환당했는데 '원한'과 '원앙'의 발음이 비슷한 데서 온 오해라고 설명한 뒤 빠져나왔다는 일화가 있어요."

_ 조선일보, 2011년 10월 1일 '[김윤덕의 사람人] 목포의 눈물·번지없는 주막… 유행가에서 찾은 母國'


30년에 걸친 연구의 결과로, 해방 이전 시기를 다룬 『한국 가요사』 1권이 1988년 일본 현지에서 먼저 출간되었습니다. 이후 1992년 영문학자 안동림 선생님의 번역으로 국내 번역 출간되었고, 당시 근현대 한국 대중가요 연구의 폭발적인 부흥에 큰 기여를 했답니다. 


그리고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2009년. 1권의 대대적인 수정 증보판과 더불어 해방 이후 시기를 다룬 『한국 가요사』 2권이 미지북스에서 새롭게 나왔습니다. 이로써 민요, 악극, 창가, 창극, 가곡, 오페라, 재즈, 트로트, 록, 소울, 포크, 발라드 등 지난 20세기 우리 노래의 거의 모든 장르를 다루며 그 노래들을 짓고 불렀던 수많은 음악인들의 방대한 역사가 처음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한국 가요사』 1, 2권의 전체 분량은 무려 1400쪽(200자 원고지 약 6000매)이 넘으며, 언급된 노래는 2366곡, 가사가 수록된 곡은 879곡, 음악인은 2084명에 이릅니다. 오늘날 찾아보기 힘든 SP음반들과 당시의 공연 현장의 사진들도 함께 실려 있고요. 사료적 가치로는 더할 나위 없겠죠. 현재 박찬호 선생님은 인세의 일부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데 기부하고 계시답니다. 



2010년 『한국 가요사』1, 2권 출간기념 행사 모습입니다. 왼쪽부터 저자 박찬호 선생님, 『노름마치』의 저자 진옥섭 선생님, 『한국 가요사』1권을 번역한 안동림 선생님입니다. 



 

마이크를 잡고 계신 박찬호 선생님. 왼쪽에 앉은 이는 2권 편집을 맡은 이준희 선생님입니다. 이준희 선생님은 현재 ㅣ일제 식민지 시기 조선인 대중음악 연주 집단 <조선 악극단>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계십니다.

 


국내의 가요사 책으로는 이영미 선생의 『한국 대중가요사』가 있는데요. 이영미 선생은 『한국 가요사』의 초판을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추천사의 일부를 잠깐 소개할게요. 


『한국 가요사』는 식민지 시대 전체를 충실하게 포괄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주요 작품과 인물에 대한 정보가 그 이전의 어떤 글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사료적 충실성을 획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분단을 통해 왜곡된 사실을 최대한 바로잡으려는 태도를 지니고 있어, 여태껏 남한 내에서는 거론하지 않았거나 잘못 거론되었던 사실에 대해 사실 그대로 언급한 최초의 기록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이영미(『한국 대중가요사』 저자)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품은 50-60대 이상의 한국인에게 『한국 가요사』는 노래에 얽힌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멋진 책입니다.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위한 좋은 명절 선물용 책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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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