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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북스의 책/사회과학

『플라스틱 바다』- 지구의 바다를 점령한 인간의 창조물

 

플라스틱 바다

지구의 바다를 점령한 인간의 창조물

찰스 무어, 커샌드라 필립스 지음 | 이지연 옮김 | 미지북스 | 2013년 | 46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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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물고기들이 플라스틱을 먹기 시작하다!

플라스틱 전염병을 최초로 파헤친 21세기판 『침묵의 봄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의 최초 발견자 찰스 무어 선장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플라스틱 해양 오염의 실상을 파헤치다

 

북태평양 한가운데, 고기압의 영향 아래 바람과 파도가 잔잔한 곳. 배들도 기피하는 이 외딴 바다에 수십 톤의 플라스틱 조각이 수프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1997년 북태평양을 항해하던 찰스 무어 선장은 우연히 아름다운 수면 아래 플라스틱 조각이 흩뿌려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무어 선장에 의해 이제 곧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 이름 붙여질, 지구 상에서 가장 큰 쓰레기장을 발견한 것이다. 이곳에 존재하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은 무게로 따질 때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는 동물성 플랑크톤보다 여섯 배나 많았다.

 

『플라스틱 바다』에서 무어 선장은 자신이 발견한 불길한 내용에 관해, 플라스틱의 숨겨진 속성과 위험한 결말에 관해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유 통에서 병뚜껑, 인간의 피부에 침투할 수 있는 미세 분자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은 오늘날 단지 환경을 더럽히는 물질에 그치지 않고 해양 생물과 그 서식지를 위협하고 있다. 무어 선장의 연구 결과 플라스틱이 바다에 녹아 있는 독성 물질을 흡수하고 있으며 바닷속 물고기들이 플라스틱을 먹잇감으로 오인하여 섭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어 선장은 바다가 처한 곤경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과학적 신뢰성을 획득하려고 분투했던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바다를 사랑한 한 평범한 시민이 해양 과학자이자 환경 운동가가 되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까지의 여정이 이 책에 생생히 담겨 있다.

 

▲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는 거대한 태평양 순환 해류로 둘러싸인 영속적인 고기압권(아열대 무풍대)에 자리하고 있으며, 북태평양에만 두 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에 위치한 큰 것이 찰스 무어 선장이 1997년 발견한 것이다.


 

 

“찰스 무어는 영웅이다. 그는 쓰레기 지대를 직접 조사함으로써 중요한 과학적 연구를 추진한 첫 번째 인물이다.” 

- 『뉴욕 타임스』

 

“오직 인간만이 자연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만들어낸다.”

- 찰스 무어, 2009년 테드(TED) 강연에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를 최초로 발견하다

 

1997년, 찰스 무어 선장은 북태평양을 항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하와이의 호놀룰루 항구를 출발해 미국 서해안으로 향하던 도중 우연히 항로를 바꾸다가 바람 한 점 없는 무풍지대에 오랜 시간 갇히게 됩니다. 바로 북태평양 고기압, 옛 항해자들이 배의 무게를 줄여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축을 내던지곤 했던 아열대 무풍지대로 진입한 것입니다.

 

그는 이 잔잔한 바다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수면 위로 여기저기 이상한 덩어리와 부스러기들이, “아무래도 플라스틱 같은 것”들이 널려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그곳이 로스앤젤레스 같은 연안 지역이었다면 이런 모습은 다소 정상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하와이의 캘리포니아의 중간 지점, 육지로부터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본 광경을 “큰 고형 쓰레기들이 만두처럼 둥둥 떠있고, 미세한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담요처럼 바다표면을 덮고 있는 플라스틱 수프”같은 모습이었다고 회상합니다.

 

그가 발견한 것이 훗날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 불리게 될, 한반도의 7배 크기에 달하는 지구 상에서 가장 큰 쓰레기장이었던 것입니다.

 

▲ 찰스 무어 선장의 탐사선 알갈리타호. 플라스틱 쓰레기 연구로 지금까지 북태평양 4만 마일을 항해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과학적으로 수량화하다

 

이후 찰스 무어 선장은 미국 각지의 환경 운동가, 학자들을 찾아다니며 북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를 수량화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2년이 지난 1999년 8월, 무어 선장의 공식 탐사로 역사상 최초로 바다 한가운데의 플라스틱 쓰레기양이 과학적으로 수량화되었습니다. 북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무작위로 표본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플라스틱의 양이 무게로 따졌을 때 플랑크톤보다 여섯 배나 많았으며 11개의 표본 중 1개 표본에서는 플라스틱의 수가 플랑크톤보다 더 많기까지 했습니다. 플라스틱 조각의 개수로는 1제곱킬로미터당 평균 33만 4271개였습니다. 놀랍게도 이 수치는 큰 플라스틱, 예를 들어 그물이나 신발, 칫솔 같은 것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탐사 후 10년 뒤인 2008년과 2009년 무어 선장은 다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사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두 배나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999년 탐사에서 건진 플라스틱의 건량 무게는 424그램이었는데 2008년은 669그램, 2009년에는 881그램으로 늘어났습니다. 플라스틱 대 플랑크톤의 비율 역시 크게 증가했습니다. 1999년 조사에서 플라스틱과 플랑크톤의 건조 중량 비율은 6대 1이었지만, 2008년에는 46대 1로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플랑크톤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 색색의 플라스틱 입자들이 바다에 가득 떠다니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창조한 물질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드는 합성 중합체입니다. 폴리머(polymer)라고도 하죠. 중합체란 분자들의 사슬로 구성된 물질을 뜻합니다. 자연에 있는 천연 중합체로는 뼈, 뿔, 머리카락, 단백질, DNA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최초의 인공 중합체는 합성 고무입니다. 2차 산업혁명과 함께 고무는 중요한 산업 원료이자 전략물자로 떠올랐지만 남아메리카의 천연 고무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했으므로, 과학자들은 고무의 탄성과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녹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 합성 고무를 만들려고 했습니다.(고무를 향한 도전과 잔혹사는 『아마존』에도 상세히 나와 있지요). 이어 순전히 화학 물질로만 만든 합성수지가 20세기에 등장합니다. 20세기 초 미국의 화학자 리오 베이클랜드가 최초의 합성수지 “베이클라이트”를 발명한 것입니다.

 

인간은 천연 물질을 대체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만들었습니다. 최초의 합성 고무 발명가들이 그랬고, 베이클랜드 역시 전선의 절연재로 쓰이던 값비싼 천연 셸락(랙깍지진디의 암컷에서 나오는 수지성 분비물)을 대체할 수 있는 합성 물질을 만들기 위해 실험을 거듭하다가 베이클라이트를 발명했습니다. 당연히 플라스틱은 처음에는 모두에게 좋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코끼리를 사냥해 상아를 얻지 않고도 값싼 합성수지로 당구공을 만들 수 있었고, 주부들은 일회용품을 사용하면서 가사 노동에 들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 본격적인 '플라스틱 시대'를 연 베이클라이트와 그 발명자인 베이클랜드. 19세기 당구 열풍은 당구공의 원자재인 상아를 얻기 위한 코끼리 살상을 부추겼다. 상아가 점점 희귀해지자 미국 최대의 당구 장비 회사였던 펠런앤콜렌더는 합성 물질로 당구공을 만드는 사람에게 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걸었을 정도였다. 이처럼 플라스틱은 처음에는 천연 물질을 대체하여 자연을 보존하는 역할을 한 신소재였지만, 지금은 도리어 자연을 광범위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플라스틱 시대의 개막

 

그러나 공장에서 톤 단위로 합성수지를 생산할 때까지도 중합체의 화학 구조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1920년 독일의 화학자 헤르만 슈타우딩거가 중합체의 구조를 규명함으로써 고분자 화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 결과 수만 가지의 플라스틱이 탄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동안 유리나 고무, 금속을 대신할 수 있는 물질이 필요해지면서 새로운 플라스틱 물질들이 연이어 발명되었습니다.

 

주로 비닐봉지 등의 포장재로 쓰이는 폴리에틸렌이 1933년에 발명되었습니다.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 물건이 폴리에틸렌 필름인데 폴리에틸렌은 오늘날 연간 8천만 톤이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대부분은 포장 부문에 쓰입니다. 1939년에 다우케미컬에서 발명한 폴리스티렌, 듀폰 사에서 발명한 나일론이 이어서 등장했습니다. 폴리스틸렌은 CD케이스나 칫솔 같은 딱딱한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의 원료입니다. “강철만큼 튼튼하고 거미줄만큼 가느다란” 나일론은 전시에 낙하산, 비행복, 로프 등에 사용되는 전략물자였다가 전후 스타킹으로 대박을 쳤죠.

 

▲ 왼쪽부터 폴리에틸렌 필름, 결정 폴리스티렌, 발포 폴리스티렌('스티로폼')

 

플라스틱은 전쟁의 아들이었습니다. 전략 물자로 대량 생산되던 플라스틱이 종전 후 일상에 침투함으로써 ‘플라스틱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됩니다. 1950년대까지 플라스틱은 오랫동안 사용하는 물건, 즉 주로 내구재로 쓰였습니다. 가장 많이 활용된 품목은 장난감이었다. 1958년 출시된 훌라후프는 그해 4백만 개가 팔렸고 이어서 2년 동안 2500만 개가 팔려나갔죠. 이어 본격적인 일회용 시대가 열리면서 플라스틱은 금속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자재를 제치고 황제의 자리에 등극합니다.

 

 

플라스틱을 좋아하는 앨버트로스와 바다거북

 

해양 플라스틱 오염 실태에서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바로 플라스틱이 해양 먹이사슬을 교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플라스틱 섭식 문제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례는 일회용 라이터와 병뚜껑을 좋아하는 앨버트로스입니다. 오늘날 플라스틱 병뚜껑과 마개는 매년 1조 개씩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 큐어 환초의 레이산앨버트로스. 바다의 하늘을 지배하는 앨버트로스는 플라스틱 병뚜껑과 일회용 라이터를 먹이로 착각해서 먹고는 소화관이 막혀 죽을 뿐만 아니라, 상업용 주낙에 수많은 개체가 걸려들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하와이 제도에 있는 미드웨이 섬은 새들의 낙원이라 불리는데, 이곳에서 매년 4만 마리의 레이산앨버트로스 새끼가 플라스틱 섭식 때문에 죽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부분의 성체 앨버트로스는 플라스틱을 먹어도 토해낼 수 있지만 새끼 앨버트로스들은 생후 5개월이 되어 첫 역류를 시작하기 전에 너무 많은 플라스틱을 먹은 경우 소화관이 막혀서 죽게 됩니다. 1997년의 연구에 따르면 죽은 레이산앨버트로스 새끼의 97.6퍼센트가 뱃속에 플라스틱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그 밖에 많은 바닷새들이 플라스틱을 좋아합니다. 2002년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바다오리의 95퍼센트, 푸른바다제비의 93퍼센트, 북방풀머갈매기의 80퍼센트가 플라스틱을 삼켰다고 합니다.

 

 

▲ 죽은 앨버트로스의 복강에 커다란 병뚜껑들이 소화되지 않은채로 가득차 있다.

 

 

바다거북도 플라스틱을 즐겨 먹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지중해에서 실시된 연구 결과, 바다거북의 80퍼센트가 해양 쓰레기, 주로 플라스틱을 삼켰다고 합니다. 바다거북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해파리인데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오인해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1970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었던 비닐봉지는 2011년 한 해 동안 5000억 개가 사용되었습니다. 또 바다거북은 풍선도 좋아해서 어떤 색상의 풍선 조각이든 가리지 않고 먹으려 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해파리의 주요 천적인 바다거북은 비닐 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하여 먹는다. 1988년의 한 연구는 뉴욕에서 회수되어 부검된 전설적인 바다거북 한 마리를 인용했는데, 그 거북의 위와 식도에서는 540미터의 낚싯줄이 나왔다.

 

 

바닷속 물고기들이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무어 선장은 눈에 보일 정도로 큰 쓰레기들이 아닌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에 주목했습니다. 먹이사슬의 아랫부분을 차지하는 작은 물고기들이 플라스틱 조각을 플랑크톤으로 오인해 먹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해파리를 닮은 여과 섭식 동물 살파(salpa)가 플라스틱을 삼키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뒤였습니다.

 

 

▲ 살파는 기본적으로 투명한 젤리로 만들어진 소화 기관에 불과하다. 살파는 줄을 이루거나 평면을 만들어 서식하기 때문에 군집규모가 클 때는 수 제곱킬로미터까지 이어져 바다 표면을 마치 젤리로 된, 어른거리는 평원처럼 만들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들은 탄소순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무어 선장은 해양 어류들의 주 먹이인 샛비늘치가 플라스틱을 먹는지 조사해보기로 했습니다. 샛비늘치는 심해 어류 생물량의 65퍼센트를 차지하는 물고기로 참치나 고래 같은 어류의 주요 먹이입니다. 낮 동안에는 해저에 머무르고 있다가 밤이 되면 수표면으로 수직 이동하여 플랑크톤을 먹습니다. 무어 선장이 2008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표본으로 수집한 샛비늘치 670마리 중 35퍼센트인 234마리가 평균 1밀리미터의 플라스틱 조각을 삼킨 상태였습니다.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삼킨 샛비늘치는 무려 83개의 파편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타고 이동한다는 사실이 최초로 밝혀진 것입니다.

 

▲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서 채집한 샛비늘치와 플라스틱 알갱이들. 걸쭉하게 보이는 것은 플랑크톤이다. 

▲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삼킨 샛비늘치 한 마리에서 나온 플라스틱과 건조한 플랑크톤.

 

 

해양 독성 오염 물질의 매개체,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 해양 생물의 먹이사슬에 침투할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보다 더 유독한 오염 물질의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2001년 도쿄농공대학의 연구 결과 플라스틱이 해양 오염 물질을 빨아들인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 연구 팀은 연안 해역의 플라스틱 표류물이 해양에 녹아 있는 유독한 화학 물질을 대량으로 흡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연구 팀은 폴리프로필렌으로 된 너들(nurdle), 즉 알갱이 형태로 된 플라스틱 제조 원료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는데, 바다에서 수집한 너들과 갓 생산된 너들을 오염된 해안 및 비교적 깨끗한 해안에 담근 다음 오염도를 측정했습니다. 오염된 해안에 더 오래 방치될수록 너들은 더 오염되었습니다. 하지만 충격적인 사실은 가장 많이 오염된 사용 전 너들조차도 애초 바다에서 수거한 너들보다는 덜 유독했다는 점입니다. 공업 지대 해안에 담가두었던 너들은 일반 해안에 담근 너들보다 독성 함량이 백만 배 이상 높았습니다.

 

무어 선장이 북태평양 환류에서 가져온 플라스틱 표류물은 DDT나 PCB 같은 유독 화학 물질에서는 가장 깨끗한 편에 속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다른 화학 물질에 가장 심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플라스틱 제품의 가소제나 산화 방지제로 쓰이는 노닐페놀과 'BED209'라는 물질이었습니다. 노닐페놀은 생물체를 여성화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비스페놀A와 유사한 물질이며, 'BED209'는 갑상선 기능을 저하하는 브롬화 난연제의 신제품입니다. 특히 이 물질은 산모의 갑상선에 영향을 미칠 경우 태아의 지능 발달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학 물질에 중독된 이누이트족

 

극지방에서 살아가는 이누이트족의 사례는 플라스틱과 해양 오염 물질이 인간에게 미치는 잠재적 피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현재 이누이트 부족민들에게서 독성 물질 오염으로 인한 각종 증상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북서부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성별 출생 비율이 남아 1명 당 여아 2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아기가 저체중으로 조산되는 경향도 발견되었는데 이는 발달 이상과 신경학적 이상의 대표적인 전조입니다.

 

플라스틱 문명과는 가장 멀리 떨어진 가장 청정한 자연에서 사는 그들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이누이트 부족민들은 플랑크톤으로 시작하는 해양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바다표범, 고래, 물고기 및 소량의 육지 동물을 먹고 삽니다. 이들이 ‘해양 생물’과 거의 똑같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죠. 이누이트족에서 발견되는 각종 증상은 그들이 먹는 해양 먹이사슬의 정점 포식자들이 해양에 녹아든 오염 물질 및 플라스틱 관련 물질에 중독되어 있고, 오염 물질이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 단계에서부터 축적되고 증폭된 결과입니다.

 

▲ 해양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를 먹는 것이 인간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얼마나 많은 화학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지는 샤워커튼의 예에서 충분히 드러납니다. 2008년 캐나다 연구 팀이 새로 산 폴리염화비닐(PVC) 샤워커튼 다섯 종을 증기에 쬐어 배출되는 성분을 수량화했습니다. 그 결과 28일 동안 108종의 화학 물질이 검출되었습니다. 벤젠이나 톨루엔 같은 유독한 휘발성 유기 화합물과 프탈산이 주요 성분이었습니다. 일부 물질은 며칠 동안 안전 기준을 초과한 후에야 농도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사실상 플라스틱과 플라스틱이 매개하는 각종 유독 물질에 포위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 좋은가

 

무어 선장의 연구는 플라스틱이 비활성 물질이라는 믿음에 관한 전 세계적인 재평가를 촉발했습니다. ‘비활성’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안정적이어서 환경과 우리의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플라스틱에 대한 그러한 믿음은 이미 깨지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단지 보기 흉한 쓰레기에 그치지 않고 해양 먹이사슬, 나아가 인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저자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바다에 도달한 플라스틱은 쉽게 썩지 않습니다. 생분해 가능한 플라스틱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바다의 특성상 분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기가 힘듭니다. 육지의 유기 물질은 퇴비 더미 속에서 다양한 균류, 박테리아와 함께 높은 온도에서 분해됩니다. 그러나 바다에는 곤충이 극히 드물고 균류도 그나마 해안에서 드물게 발견될 뿐이죠.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여서 활동량도 적습니다.

 

게다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힘든 물질입니다. 유리나 금속과 달리 플라스틱의 녹는점이 낮기 때문이죠. 유리나 금속은 용광로에서 녹는 과정에서 수천 도씨의 온도에 도달하고 그 속에 오염 물질이 모두 증발해버립니다. 종이는 화학적으로 그리고 기계적으로 펄프가 됩니다. 반면 대부분의 열가소성 수지는 녹는점에 도달하기 전에 녹거나 물러지고, 모든 플라스틱이 석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친유성이 있어 충분히 깨끗하게 씻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늘날 플라스틱은 연간 3억 톤이 생산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전 세계의 연간 육류 소비량보다 1500만 톤이나 많은 양이죠. 육류는 우리가 모두 먹어치우기라도 하지만, 그 많은 플라스틱은 모두 어디로 갈까요?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갑니다. 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포장재로 전체 합성수지 생산량의 3분의 1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분야는 건축 자재입니다. 플라스틱 제품과 포장재의 양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회용품 소비와 과대포장 습관이 바다를 지구의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무어 선장은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모두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늘날 대기업들은 플라스틱 오염의 책임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무어 선장은 플라스틱 포장재를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생산자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하고 사용한 물건을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경제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라스틱이 지구에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 그 결과가 무엇일지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뿐이다." _ 본문에서

 

올 가을 지구와 바다를 걱정하는 독자 여러분께 찰스 무어 선장의 모험과 진실이 찾아갑니다!

 

*      *      *

 

지은이 찰스 무어 선장 (Capt. Charles Moore)

플라스틱 해양 오염 문제를 세계적으로 환기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의 최초 발견자이다. 태평양 한가운데의 플라스틱 양이 무게로 따졌을 때 동물성 플랑크톤보다 6배나 많다는 사실을 발견해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으며, 바닷속 플라스틱이 독성 화학 물질을 흡수하여 해양 먹이사슬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본래 바다를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이었던 저자는 이 발견을 계기로 국제적인 해양 환경 연구자이자 환경오염 전문가, 환경운동가가 되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를 소재로 하여 바다의 ‘플라스틱 전염병’ 문제를 다룬 『LA 타임스』의 기사는 2007년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2009년 세계적인 지식 나눔 프로그램인 테드(TED)에서 플라스틱 해양 오염에 대해 강연했으며, 2011년 KBS ‘환경스페셜’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바다를 점령하다》에 실제 출연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에 살고 있다.

 

지은이 커샌드라 필립스 (Cassandra Phillips)

신문 기자 및 독립 영화사의 시나리오 편집자로 활동했다. 현재 하와이에 살고 있다.

 

옮긴이 이지연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일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거짓말을 간파하는 기술』,『똑똑한 바보들』, 『행복의 신화』, 『킬 더 컴퍼니』, 『마담 투소: 프랑스 혁명에 관한 이야기』, 『2012 경제대전망』(공역) 등이 있다.

 

『플라스틱 바다』추천사

 

『플라스틱 바다』에서 독자들은 실험실과 먼바다를 오가며 찰스 무어 선장이 겪어온 일들을 통해 그의 여정에 동참한다. 매혹적이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사실들이 밝혀진다. 멋진 탐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오늘날 점점 가중되고 있는 환경 문제에 태클을 걸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 애니 레너드Annie Leonard,『물건 이야기』저자

 

이 책은 21세기판 『침묵의 봄』이다.

- 존 코스터John Koster, 미국 해안경비대장

 

찰스 무어는 영웅이다. 그는 쓰레기 지대를 직접 조사함으로써 중요한 과학적 연구를 추진한 첫 번째 인물이다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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