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知 - 세상 읽기2013.10.22 11:48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캡틴 필립스>는 2009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었던 미국 상선 머스크앨라배마 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소말리아 해적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들은 정말로 자포자기한 어부 무리일 뿐인 걸까요? 아니면 조직적인 범죄 집단일까요? 그들과 소말리아를 사로잡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알 샤바브)와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소말리아 해적을 본격 해부하는 글 두 편을 미지북스가 준비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어떻게 배를 납치하는가?

 

소말리아 해적들은 작은 모터 보트에 소수의 인원이 타고 아덴 만을 지나는 선박을 상대로 해적 행위를 한다. 이때 모터 보트는 육지가 아니라 규모가 훨씬 큰 모선에서 출발하는데, 모선은 보통 해적 행위로 빼앗은 대형 트롤 어선인 경우가 많으며 해적들의 움직이는 해상 기지 역할을 한다.

 

AK-47, 기관총, 로켓포와 같은 소형화기로 무장한 해적들은 모터 보트를 타고 목표물로 삼은 배가 다가가 위협 사격을 하여 배를 멈추게 한다. 목표가 되는 배는 화물선, 유람선, 유조선 등 다양하다. 대형 선박이 멈추지 않으면 해적들의 작은 보트가 충돌하거나 물살에 휩쓸려 침몰할 위험도 있다. 대개 총이나 로켓포로 위협 사격을 하면 비무장 상태인 대형 선박들은 엔진을 멈춘다.

 

배가 멈추면 해적들은 사다리를 놓고 올라타서 배를 장악한다. 아덴 만을 오가는 선박들은 대개 많은 화물을 싣고 있어서 선체가 수면에서 높지 않은 상태로 항해하므로, 해적들이 쉽게 배에 오를 수 있다. 매년 약 3만 척의 선박이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소비될 많은 양의 상품을 싣고 소말리아 해역을 지나간다. 아덴만은 폭이 워낙 좁아서 대형 선박들에게 일종의 병목 구간이기 때문에 해적들의 입장에서는 납치하기가 식은 죽 먹기처럼 쉽다.  

 

영화 속 소말리아 해적. 실제 해적들은 사다리가 짧아서 배에 오르지 못하는 웃지못할 상황을 마주하기도 하고 모터보트 엔진이 고장나 대형선박이 쉴새없이 오가는 바다에서 며칠씩 위험천만하게 표류하기도 한다.

 

배를 장악한 후에는 모선으로 끌고 가서 모선에 있는 해적 무리와 합류한 후 미리 정해놓은 주변의 항구나 해변 마을로 가서 정박한다. 그러면 이제 몇 개월이 걸릴지도 모를 협상(주로 선주나 해운사와의 몸값 협상) 단계로 들어간다.

 

이 단계는 수많은 관계자들의 협업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거대한 비즈니스이다. 우선 납치한 배를 안전이 보장되는 항구에 정박시키고, 인질과 해적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사람들이 붙는다. 외국어 능력을 갖춘 협상가, 지방 관료, 심지어 부족 공동체의 장로, 정치적인 보호막을 제공할 정부의 고위 관료, 몸값을 합법적인 은행 계좌로 넣어줄 돈 세탁 전문가 등이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자금을 댈 자본가를 물색하는 것이다!

 

협상이 타결되면 몸값은 납치된 선박의 갑판 위에 떨어뜨려 주는 것이 상례다. 배에 타고 있던 해적들은 그 자리에서 돈을 나누고 헤어진다. 납치범들은 통상 30퍼센트를 갖는다. 납치범들끼리는 전체 금액을 균등하게 배분한다. 다만 처음에 오른 사람, 즉 '점퍼'는 두 배 혹은 별도의 보너스를 받는다.

 

해적 비즈니스의 투자 수익률은 얼마 정도일까?

 

해적 일을 하려면 당연히 장비가 필요하다. 우선 모선으로 사용할 트롤선이 필요하다. GPS, 레이더, 수중 음파 탐지기 같은 고가의 기기가 구비된 트롤선은 한 척당 5만 달러에 이른다. 그다음 800달러짜리 위성 전화가 있어야 한다. 물론 사용한만큼 통화료가 나온다. 해적 한 명이 AK-47소총으로 무장하는데 200달러 정도 들고, 권총은 100달러 정도이다. 기관총과 로켓포는 더 비싸다.

 

▲ 실제 소말리아 해적 사진. 해적들은 몇년 동안 고기잡이로 번 돈을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는데 탕진하곤 한다.

 

일반적인 해적 작전에는 최소 10~12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해적과 인질들을 먹이고 재우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지역 상인들은 해적들에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식량이며 물건들을 판다. 담배 한 갑에 25달러, 염소 한 마리에 250달러, 콜라 한 캔에 10달러. 부르는 게 값이다.

 

사실 한 편의 납치극에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 투자자들은 하루 비용을 대략 5000달러로 추정한다. 5000달러면 해적들에게 필요한 장비를 대주고, 먹이고 입히고, 납치한 배와 인질을 관리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즉 한 달에 15만 달러가 든다. 여기에 지역 공동체와 부족 지도자들에게 납치한 배를 정박하게 해주는 대가로 10만 달러 이상을 줘야 한다. 지역 상인들의 바가지가 더해져서 협상이 두세 달씩 지연되면 비용이 심각할 정도로 늘어나 이익을 갉아먹게 된다.  

 

납치 한 건에 지불되는 몸값은 어느정도일까? 통상적인 액수는 200만 달러이다. 현장의 해적들이 그중 30퍼센트를 갖는다. 그리고 배를 정박시킨 사람들이 10퍼센트, 지역 사회 협력자들(부족 장로, 지방 관료, 주민들)이 10퍼센트, 돈을 댄 자본가가 20퍼센트를 가진다. 그 외 나머지 조력자들이 30퍼센트를 갖는다.

 

유엔은 소말리아 해적들이 2009년에 대략 8200만 달러를 몸값으로 벌어들였다고 추정한다. 그해 해적 행위에 들어간 총비용은 대략 2500만 달러로 추산되는데, 비용을 제해도 5700만 달러의 이익이 남는다.

 

해적 행위의 수익과 비용을 나타낸 그래프(좌)와 수익 분배 구조(우) 

 

이것은 자본이 움직이는 거대한 사업이다. 자본가들은 아덴 만이라는 무대에서 인형들을 이리저리 조종하는 인형극 공연자와 같다. 몸값으로 흘러들어온 돈은 케냐와 같은 주변 국가의 부동산에 투자되어 건설 붐을 일으킬 정도이다.

 

그렇다면 실제 납치 작전에 나서는 해적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2편에서는 보다 무거운 주제인 소말리아 해적의 역사적 사회적 기원과 해적들의 멘텔리티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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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국가

소말리아 어부들은 어떻게 해적이 되었나

피터 아이흐스테드 지음 | 강혜정 옮김 | 미지북스 | 2011년 | 16,000원

 

소말리아 해적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동아프리카를 종횡으로 누비며 취재한 본격 르포르타주. 해적과 납치된 선원, 고향을 등진 난민, 비밀스러운 해적 후원자들, 테러리스트, 유럽연합 해군 장성 등 소말리아 해적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만나 해적 문제의 본질에 접근한 책.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적인 해운 회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해적들은 정말로 자포자기한 어부 무리일 뿐일까? 아니면 조직적인 범죄 집단일까? 해적 행위는 소말리아를 사로잡고 있는 극단주의라는 광기와 연계되어 있는 걸까?

 

지은이 피터 아이흐스테드

오랜 경력의 베테랑 기자이자 작가로,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분쟁 및 인권과 관련된 사건들을 취재하고 있다. 특히 <우간다 라디오 네트워크> 선임 편집자와 <전쟁과 평화 보도 연구소> 아프리카 담당 편집자로 활약하며 아프리카의 여러 문제들을 심층 보도해왔다. 우간다 내전을 다룬 책 『먼저 네 가족을 죽여라: 우간다 소년병과 신의 저항군』으로 2010년 ‘콜로라도 도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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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