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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知 -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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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의 「소나기」를 어떻게 읽으셨나요? 황순원의 「소나기」란 작품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애초에 이런 질문을 감당할 만한 작품조차 거의 없다는 점에서 「소나기」의 인지도는 그만큼 독보적입니다. 앞의 질문은 「소나기」가 그만큼 널리 알려져 있고 또 사랑받는 작품이기에 나올 수 있는 물음일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는 「소나기」의 내용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도시 출신의 한 소녀와 시골 소년이 만나 짧은 시간 동안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그럼 「소나기」와 관련해서 다른 질문을 하나 내볼까 합니다. 「소나기」는 언제 발표된 작품일까요? 난이도가 높은 질문으로 생각되는데, 이에 관해서는 아마 대다수가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건 우리가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데 시대적 배경 또는 작가가 언제 글을 썼는지 알 필요가 거..
반지성주의에 대하여 반지성주의에 대하여 반지성주의는 민중의 언어가 될 수 없다. 민중은 이성을 거부해서 얻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중이 이성을 거부하게끔 함으로써 권력자들이 모든 것을 얻는다. 민중이 반지성주의를 자신들의 언어로 받아들이면 다음과 같은 일이 생긴다. 첫째, 중요한 문제와 사소한 문제를 구분하지 못한다. 둘째, 세속적인 문제의 근거로 종교적이거나 영적인 느낌을 제시한다. 셋째, 합의된 목적을 이루는 데 있어 전혀 엉뚱하고 부적절한 수단을 채택하는데도 그것이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넷째, 갈등의 당사자 중 약자에게 비난을 퍼붓는다. 다섯째, 고통과 곤경을 낳는 구조적인 부정의가 자연의 질서처럼 불변의 것으로 여긴다. 여섯째, 무비판적인 복종과 무조건적인 근본주의 중 어느 하나에 가까워진다. 결국 이성의 ..
정치적 책임을 이행하는 일이 즐거울 수 있을까? 정치적 책임을 이행하는 일이 즐거울 수 있을까? 정치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사회의 질서를 개선하는 일은 가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정치적 책임을 수행하는 일을 저어하곤 한다. 우리가 주저하고 저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타당한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우리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책임을 수행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반대와 비난에 부닥친다는 것이다. 타인의 반대와 비난은 우리를 힘들게 한다. 세계의 불의를 교정하는 일이 아무런 장애 없이 매끄럽게 이루어지는 세계는 정말 멋진 세계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일 뿐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러한 세계가 아니다. 현실의 장애를 이유로 정치적 책임을 수행하지 않는 것은 실존을 부정하는 자기 탐닉이다. 세계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
패권대국과 도전대국의 체스판, 우리의 다음 수는? 연세대 손열 국제대학원 원장님이 조선일보에 기고한『외교의 시대』서평입니다. 국내 정치에 흔들리고 구호만 요란한 우리 외교 현실을 우려하는 모든 분들께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패권대국과 도전대국의 체스판, 우리의 다음 手는? 前 외교부 장관 윤영관 교수, 현장과 이론 넘나든 시도 美·中 양국 선도하는 다극세계… 입체적으로 '삼축외교' 펼쳐야 외교의 시대, 한반도의 길 제시 『외교의 시대 - 한반도의 길을 묻다』. 무엇보다 제목이 눈길을 끈다. 한반도와 그 주변은 제국주의 함포(艦砲)외교와 전쟁, 식민지 지배, 냉전 대결에 따른 분단 고착화 속에서 무력을 기초로 한 강대국 관계의 종속변수로서 외교의 영역이 대단히 제한된 국제정치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오늘의 세상은 탈냉전과 2008년 세계금융 ..
『생각하는 사회』 출간에 부쳐 『생각하는 사회』 앞 날개에는 다음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저자 장의관 선생님이 약력에 넣을 내용과 함께 편집자에게 보낸 글입니다. 본래 머릿말에 들어갈 법한 내용이지만, 따로 머릿말로 쓴 글과 분위기가 달라서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어요. 편집자로서 이 짧은 글이 저자의 마음을 강하게 전하고 있는 것 같아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장정일 선생님의 책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2011년 초판본 뒷 표지에 실린 글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책 뒷표지에 글을 실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책 앞 날개에 글을 싣는 것으로 결정했지요. 독자 여러분께도 저자의 마음이 전해진다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비판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정작 두려워할 것은 자신의 주장이 비판할 가치도 없다..
명량의 재해석 - 해전 패러다임의 세계사적 전환 영화 이 역대 최고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상 전투는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해전을 실사로 본다는 건 꽤나 짜릿한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전투가 가능했을까? 이 글은 조선 수군과 왜군 사이의 전투를 좀 더 세계사적으로 음미해보려는 것으로, 비슷한 시기의 중국과 서양의 해전까지 시야를 확장하게 될 것입니다. 개개 장비와 전술에 대한 치밀한 군사적 분석보다는 세계적으로 일어나던 기술사적 흐름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 이를 통해 조선 수군이 당시로서도 상당히 높은 기술적 진보와 그에 따른 전술적 우위를 누렸으며, 혁신의 성과 역시 독보적이었음을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16세기 말 조선 바다의 화포와 판옥선 - 해전에서의 기술 격차와 해상 패러다임의 세계사적..
침팬지가 인간보다 똑똑하다고? 침팬지가 인간보다 더 똑똑하다고? 인간처럼 똑똑해진 유인원들의 반란을 그린 영화 ≪혹성 탈출≫이 요즘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유인원들이 인간보다 더 똑똑하다고요? 정말? 정말?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인간보다 침팬지가 더 똑똑하다는 것을 보여준 재미있는 실험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 실험에서 어린 침팬지는 아이들보다 핵심을 더 잘 간파하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편집자도 이 실험 영상을 보면서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아래 동영상을 함께 보시죠. ▲ 이 동영상은 의 Chimpanzee vs Human Child Learning 2-2 영상입니다. 오리지널 실험이라 할 수 있는 1-2는 저작권 요청으로 아래 링크로 대신합니다. Chimpanzee vs Human child learn..
크루거 전투 -사자에게 붙잡힌 새끼 물소를 구하라! 크루거 전투 Battle at Kruger -사자에게 붙잡힌 새끼 물소를 구하라! 프란스 드 발이 『착한 인류』 에서 소개한 이 비디오는 ‘크루거 전투Battle at Kruger’라고 불리는 8분짜리 영상으로 남아프리카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물소 떼가 사자들에게 잡힌 새끼를 극적으로 구하는 장면입니다. 마지막에 붙잡혔던 아기 물소가 일어서서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또렷하게 보이네요. (유튜브가 선정한 2007년 최고의 동영상이라고 합니다.) 프란스 드 발은 『착한 인류』에서 동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남을 돕는 수많은 영웅적 사례를 알려줍니다. 수백만 명이 유튜브에서 '크루거 전투'를 시청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물소 떼는 사자에게 붙잡힌 새끼를 구출해냈다. 또 칠레 산티아고의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