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땅, 팔레스타인

70여 년 동안 이어진 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왜 끝나지 않는가

김재명 지음 | 미지북스 | 548쪽 | 22,000원


국내 최고의 국제분쟁 전문가가 현장에서 분석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분쟁의 진실


1차 대전을 폭발시켰고, 1990년대 내내 내전으로 몸살을 앓았던 발칸반도가 ‘20세기의 화약고’였다면, 중동은 ‘21세기의 화약고’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중동 지역은 물론이고 지구촌의 평화를 흔들어대는 뇌관이나 다름없다. 지금도 그곳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강공책, 그에 맞선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를 비롯한 무장 대원과 일반 시민들의 죽음을 무릅쓴 격렬한 저항으로 폭력의 악순환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 책『눈물의 땅, 팔레스타인』은 수십 년간 이어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현실을 소개하고, 중동의 역사와 정치를 개괄함으로써 뿌리 깊은 분쟁의 원인을 분석한다.

지은이 김재명 박사는 20년 가까이 세계 각지의 분쟁 현장을 취재한 독보적인 국제분쟁 전문가로, 2000년 이래 지금까지 10여 차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다녀왔다. 지은이는 특히 서방 언론인들도 취재하기 어려웠던 전설적인 팔레스타인 지도자들, 아라파트(PLO)나 야신(하마스)과도 여러 차례 인터뷰했다. 이번 개정 증보판에서는 100여 장의 생생한 현장 사진과 함께, 미국 트럼프 행정부 이후 달라진 중동 정세의 내용이 추가되었다.


눈물과 통곡의 땅, 팔레스타인

포연이 가시지 않은 처참하게 무너진 집과 사원, 이전의 자유조차 박탈해버린 8미터 높이의 분리 장벽, 집도 없이 난민촌을 떠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앞에 호화롭게 지어진 유대인 정착촌,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부모를 잃고 아이를 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눈물, 가족의 생계를 위한 희망이 잿더미로 변한 올리브 밭 앞에서 무릎 꿇은 농부, 2등 시민으로 온갖 불평등을 감수하며 희망 없이 살아가는 아랍계 청년들…….

이것이 10여 차례 팔레스타인 현장을 찾은 지은이의 눈에 비친 이른바 ‘테러’와 그에 대한 ‘보복’의 현장, 팔레스타인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테러’라고 몰아붙여왔다. 왜 그들은 테러를 일으키는가? 7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일어나는 피의 분쟁은 왜 끝나지 않는가? 지은이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분석하기 위한 이런 물음에 앞서 우리가 먼저 보아야 할 것은, 잔인한 파괴의 폐허에 흐르는 눈물과 통곡, 이곳 팔레스타인의 대지라고 말한다.

 

분쟁의 뿌리, 시오니즘

2000년 전 로마제국에 의해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유대인들이 1948년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이 신생국가는 19세기 말 유대인 민족주의 운동(시오니즘)의 결실이었다. 시온은 팔레스타인에 있는 고대 예루살렘의 한 언덕 이름이다. 시오니즘이란 그 옛날 예루살렘에 있던 그 언덕을 상징적인 목표지로 삼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 독립국가를 세우자는 것이다. 시오니즘 운동의 창시자인 테오도어 헤르츨은 19세기 오스트리아 언론인으로, 그는 유대인 랍비처럼 종교적으로 엄격하기는커녕 매우 세속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헤르츨은 1894년 드레퓌스 사건(유대인 프랑스 장교를 증거도 없이 독일 스파이로 몰아세운 사건)으로 반유대 정서가 퍼지는 것을 보고 유대인 독립국가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헤르츨이 시작한 국가 건설 운동은 1897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1차 시오니스트 대회로 이어졌고, 거기서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한다는 선언문이 발표되었다.

▲ 유럽에서 배를 타고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는 유대인 이주자들 


팔레스타인은 무인지대가 아니었다

시오니스트들이 가고자 했던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은 무인지대가 아니었다. 1차 대전이 끝날 무렵 팔레스타인에는 70~80만 명의 아랍인들과 5~6만 명의 토착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다. 만약 유대인들이 대규모로 이주해온다면 땅을 두고 필연적으로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1차 대전 당시 영국은 시오니즘 운동을 재정적으로 돕던 금융계 거물인 로스차일드에게 전비 지원을 대가로 유대인 국가 건설을 약속했다. 이것이 영국 외무부 장관 아서 제임스 벨푸어의 이름을 딴 벨푸어 선언(1917년)이다. 그러나 영국은 또 한편으로 오스만제국과 싸우기 위해 아랍인들의 지원을 필요로 했고, 그들에게도 독립국가를 약속했다. 이것이 영국 고위 관리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프 간에 맺어진 맥마흔-후세인 협정(1915년)이다. 이 두 약속은 서로 충돌했다. 결과적으로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던 다른 아랍 국가들은 독립했지만, 유대인 국가가 들어선 곳의 아랍인들만은 집과 땅을 잃고 강제로 내쫓겼다.

 

하나의 땅, 두 개의 국가

유대인 이주의 물결이 지속되면서, 1940년 팔레스타인의 유대인 수는 45만 명에 이르렀다. 아랍인들은 유대인에 편향적인 영국의 정책에 대항해 무장투쟁을 벌였다. 그 무렵 유대인들은 아랍 원주민들과 총격전을 벌이곤 했는데, 유대인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장에 나서자 영국은 이를 지원해줬다. 이때 형성된 유대인 민병대 조직들이 ‘하가나’와 ‘이르군’이다. 1944년 무렵 하가나 대원은 거의 10만 명에 이르렀고, 몇 년 뒤 벌어진 이스라엘 독립 전쟁에서 주력군이 된다. 그들은 원주민들을 쫓아내려고 빈집에다 수류탄을 던져넣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테러를 가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영국군을 상대로 테러를 감행하기도 했다. 하나의 땅을 놓고 폭력이 오가는 혼란한 상황에서, 유엔은 팔레스타인 영토를 6 대 4의 비율로 분할해 유대인 국가와 아랍인 국가를 각각 세우기로 결정했다(1947년 유엔 총회 결의안 181호). 예루살렘은 어느 쪽에도 완전히 편입되지 않는 개방된 도시로 남겨두고 신탁통치하기로 했다.

▲ 유대인 무장조직 하가나 대원들 


이스라엘 건국과 4차례의 중동전쟁

그러나 이스라엘 무장 조직인 하가나와 이르군은 그 무렵 팔레스타인 땅의 4분의 3을 이미 점령한 상태였다. 그리고 1948년 5월에 이스라엘이 건국되자 무려 87만 명의 아랍인들이 그 땅에서 쫓겨났다. 이에 아랍 연합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1차 중동전쟁이 벌어졌지만, 이스라엘이 승리하여 유엔에서 결정되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땅을 차지하게 된다. 뒤이은 3번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더 많은 점령지를 갖게 되었고, 팔레스타인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로 국한된 왜소화된 영토에서 반자치 상태로 남겨졌다. 그리하여 오늘날 식민 통치나 다를 바 없는 이스라엘의 압제하에서 양측이 폭력을 상호 교환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20세기 전반기만 해도 세계 지도에 없었던 이스라엘이란 나라가 중동에 생겨남으로써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엄청난 희생을 치렀고, 지금껏 눈물 속에서 지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팔레스타인(짙은색)과 이스라엘(흰색)의 영토변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 인티파다

이스라엘의 압제 아래 슬픔과 좌절의 세월을 보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해묵은 분노가 터져나온 것이 두 번에 걸친 ‘인티파다’다. 인티파다는 번역하면 봉기 또는 저항이라는 뜻이다. 1987년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지프차에 치여 팔레스타인인 4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1차 항쟁은 6년 넘게 이어졌고, 그 결과 1,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고, 90명의 유대인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고, 미국과 유럽의 적극적인 중재하에 제한적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세우는 것을 뼈대로 하는 오슬로 평화협정(1993년)이 맺어지면서 유혈 사태는 일시적으로 진정되었다.

그러나 2000년에 이스라엘 극우파 정치인 아리엘 샤론이 이슬람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사원에 난입하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돌을 던지며 항의했고, 이스라엘 군대가 유혈 진압하면서 2차 인티파다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7년 동안 팔레스타인인 5,000여 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인도 1,000여 명 사망했다. 2차 인티파다에서 사상자가 더 많이 발생한 것은 팔레스타인 측이 본격적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2000~2018년의 기간 동안 팔레스타인 희생자는 1만 명이 넘고 이스라엘 희생자는 1,000명을 약간 웃돈다. 사망자 비율로 따지면 유대인 1명당 아랍인 10명꼴이다. 이러한 극심한 비대칭으로 인해 이스라엘이 단순히 분쟁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반인간적인 전쟁범죄와 학살을 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가자 침공과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번갈아가며 일시적 점령, 퇴각을 되풀이하고 있다. 오슬로 협정 이후 아라파트가 이끄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온건화되면서, 팔레스타인 정치에서 가자지구를 근거지로 하는 이슬람주의 세력인 하마스가 부상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벌이는 테러를 빌미로 2009년, 2012년, 2014년 3번에 걸쳐 가자지구를 침공했다. 2009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침공 당시 11세 팔레스타인 소년을 인간 방패로 활용했고, 여성과 어린이가 있는 집을 불도저로 밀어버렸으며, 민간인을 몰아넣은 주택에 포격을 가했다. 이스라엘군은 탁 트인 시계를 확보한답시고 그곳 농민들의 생업인 올리브 밭을 불도저로 갈아엎고, 이집트로 통하는 무기 밀수 지하 터널을 찾는다는 구실로 수많은 민가에 폭격을 가했다.

지은이가 방문한 가자지구의 한 가정에서는 집 옥상에서 빨래를 널던 15세 소녀 아스마, 바로 곁에서 비둘기 모이를 주던 11세 동생 아흐메드가 대낮에 이스라엘 저격수의 총에 맞아 죽었다. 그 저격수는 무슨 까닭에 이들 자매를 죽였을까? 팔레스타인 어린이 3명 중 1명은 나중에 자라서 순교자가 되겠다고 말한다. 저항이 과격해지는 것은 그들의 좌절과 분노가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의 소년  

거대한 분리 장벽

2002년부터 이스라엘은 총 길이 710킬로미터의 분리 장벽 건설을 밀어붙였다. 2014년 말까지 500킬로미터쯤 완성된 상태이다. 장벽을 세우는 명목상의 이유는 ‘보안’이지만, 실제로는 1967년 6일전쟁(3차 중동전쟁) 이후 불법 점령해온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에 합치고, 언젠가 세워질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영토를 더욱 비좁게 만들겠다는 목적이다. 분리 장벽은 6일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19년 동안 국경선으로 삼았던 그린 라인보다 더 팔레스타인 영토까지 나아가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갇힌 팔레스타인 주민 24만 명은 오도 가도 못한 신세가 된다.

방벽 안에 갇혀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인간이라면 최소한 누려야 할 거주 이전의 자유도 없고, 가족이나 친지를 방문할 자유 또한 없다. 일자리나 생필품을 구할 수도 없고, 수로가 막혀 농사도 지을 수 없으며, 먹을 물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유대인 정착민이나 이스라엘 군인들로부터 날마다 크고 작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게 장벽 안에 사는 갇힌 팔레스타인들은 과거 나치 히틀러 시절의 유대인들처럼 거주 제한을 받는 21세기 게토에서 지내고 있다. 이스라엘의 목적은 팔레스타인을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로 분리하고 다시 장벽 건설로 도시와 마을을 고립시키려는 것이다.

▲ 8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분리장벽

분리 장벽에 더해 이스라엘이 펼치는 가혹한 경제봉쇄 정책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극심한 가난에 고통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 5,000달러 정도이나 팔레스타인의 1인당 소득은 겨우 3,000달러에 불과하다. 팔레스타인 사람 2명 중 1명이 절대 빈곤 상태이다.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은 팔레스타인 경제를 마비시켜 항복을 받아내려는 경제 전쟁이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비난 때문에 군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을 파괴하지는 못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말려죽이는 것은 가능하다는 셈법이다. 19세기 미국의 백인들이 인디언들에게 자행했던 잔혹한 강제 이주와 학살, 20세기 남아공 백인 정권의 악명 높았던 흑백 인종차별(아파르트헤이트)은 이제 아득한 전설이 되었지만, 중동 땅에서는 21세기 이스라엘판 인종 청소와 차별이 벌어지는 중이다.

 

식민화의 첨병, 유대인 정착촌

60만 명의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영토 내 정착촌에 살고 있다. 정착촌은 이스라엘의 영토를 확장하려는 우파들의 정치적 기획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건설사와 입주자들에 대한 금융 지원으로 점령지의 정착촌 건설과 이주를 독려했다. 정착촌이 세워진 곳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영토이기 때문에, 정착촌 아파트들은 마치 전쟁터의 요새와 같은 모습으로 건설된다.

또 정착촌 주변에서는 자동소총을 멘 가장이 가족과 함께 산책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유대인 정착민들은 합법적으로 총을 지니고 다닌다. 팔레스타인 테러분자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킨다는 명분에서다. 6일전쟁 뒤 정착촌이 세워지면서 현지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마찰이 잦아지자 1973년 이스라엘 국방부는 정착민들의 무장을 허용했다. 1981년에는 유대인 정착민들에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검문하고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이스라엘 군사명령 898호). 2000년 인티파다가 일어나자 유대인 정착민들의 권한은 더욱 커져,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쏠 수 있게 했다!

▲ 베들레헴에서 바라본 유대인 정착촌(사진 왼쪽 위). 이스라엘의 제한 급수 탓에 팔레스타인 마을엔 집집마다 저수 탱크들이 있지만, 물이 넉넉한 유대인 정착촌엔 그런 탱크가 필요 없다. 

▲ 바깥 나들이에 나선 유대인 정착민 가족. 이들은 합법적으로 총을 들고 다닌다. 

이스라엘 강경파 정치인들의 중동 지배 전략은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하는 현상 유지로 요약된다. 팔레스타인을 군사적으로 강제 점령한 기존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능한 한 시일을 끌며 팔레스타인 지역에 더 많은 유대인 정착촌을 세워 이스라엘 영토를 넓혀간다는 것이다. 지금도 유대인 정착민들은 주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일상적으로 괴롭히고 위협하는 방식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원주민들이 떠나도록 종용하고 있다.


예루살렘은 누구의 땅인가?

2018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간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아왔다. 1947년 유엔 총회 결의안 181호를 통해 예루살렘을 유엔 신탁통치 아래 두는 국제도시로 선포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라들도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강경파 정치인들은 “예루살렘은 결코 분할되거나 공유될 수 없는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라고 주장한다(반면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수도라고 주장한다).

예루살렘의 인구는 90만 명이다. 서예루살렘은 유대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동예루살렘은 아랍인 6, 유대인 4의 비율로 살고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 정부가 동예루살렘의 아랍인 비율을 줄이기 위해 아랍인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여러 정책, 이를테면 강제 철거, 주택 신축 금지 등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해를 거듭할수록 아랍인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동예루살렘 주변을 둘러싸고 세워지는 대규모 유대인 정착촌은 사실상 팔레스타인 영토 안에 파고든 이스라엘의 식민지나 다름없다. 서안지구의 지도를 보면, 유대인 정착촌이 무수한 점처럼 곳곳에 터를 잡은 모습이다. 예루살렘 전체를 이스라엘 영토로 삼겠다는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사관 이전 결정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정식 수도로 인정하고, 나아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군사적으로 점령 지배하는 지금의 상황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두 개의 국가 해법 카드를 내팽개쳤다는 것을 뜻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개의 독립국가를 중동 땅에 세우는 대신 한 개의 국가 해법, 다시 말해 이스라엘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 예루살렘의 이슬람 사원과 그에 잇닿은 유대교 성지인 '통곡의 벽'은 오랜 갈등과 폭력의 역사를 지녔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와 이란의 핵무기

4차례에 걸친 전쟁 이후 중동의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간의 군사적 균형추는 점점 이스라엘 쪽으로 넘어갔다. 이스라엘은 현재 중동에서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독립국가 건설을 막고 이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군사적 불균형이 초래된 이유는, 우선 1979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중재 아래 이집트와 맺은 평화협정으로 이스라엘 남서부 전선의 방어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1994년 요르단 후세인 국왕과 맺은 평화협정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특히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이미 여러 차례 전쟁을 벌인 바 있는 아랍 최대의 국가이므로 이집트로부터의 위협이 사라진 것은 이스라엘 입장에서 큰 이익이다. 평화협정을 대가로 이집트와 요르단은 해마다 엄청난 경제·군사 원조를 미국으로부터 받았다.

이와 더불어 1980년대에 8년 동안 치러졌던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아랍권이 분열된 것도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뒤이어 1990년대 걸프전으로 이라크 군사력이 약해지고, 아랍권에 군사원조를 하던 소련이 붕괴하자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사이의 군사적 균형은 깨졌다.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하자 40만 이라크군이 해체되었고, 그 후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는 공고해졌다.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이제 양적인 측면에서 주변 국가들과 균형을 이루고 질적으로는 우세를 지키고 있다. 이제 이스라엘이 신경 써야 하는 국가는 핵을 개발하고 있는 이란뿐이다. 만약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불시에 공격한다면 전쟁의 불길이 중동 전체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곳

지난 2000년 이후 10여 차례 중동 취재를 다녀온 지은이는 지금이야말로, ‘우리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는 중동에서 총소리가 들릴 때 단순히 일부 극단적인 테리리스트들의 일이라고 치부해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는 국제 유가를 걱정해서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평화유지군이란 명목의 군대를 파병해야 하는 국제 외교의 복잡한 문제들이 뒤엉켜 있어서도 아니다. 오히려 팔레스타인 문제가 우리에게 평화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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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재명 

지구촌 분쟁 현장을 두루 취재 보도해온 국제분쟁 전문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과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미국 뉴욕시립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과정을 마친 후 국민대학교에서 <정의의 전쟁 이론에 대한 비판적 연구>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국제분쟁 전문가로 지구촌의 여러 분쟁 지역을 찾아다녔다. 유럽의 화약고인 발칸반도(보스니아, 코소보), 중동 지역(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이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카슈미르, 동티모르, 캄보디아, 베트남,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쿠바, 볼리비아, 페루 등지의 유혈 분쟁을 취재 보도해왔다. 특히 지난 2000년부터 거듭된 중동 현지 취재를 통해 유혈 분쟁으로 몸과 마음을 다친 어린이와 여성, 집과 농토를 잃은 난민, 중동 평화의 암초로 꼽히는 유대인 정착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 군사 지도자와 지식인 등 분쟁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생각을 글로 담아내는 데 집중해왔다. 현재 <프레시안>의 기획위원, 성공회대학 겸임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오늘의 세계 분쟁』(2015년, 개정판), 『시리아 전쟁』(2018년), 『군대 없는 나라, 전쟁 없는 세상』(2016년), 『석유, 욕망의 샘』(2007년), 『20세기 전쟁영화가 남긴 메시지』(2006년), 『한국 현대사의 비극, 중간파의 이상과 좌절』(2003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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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설계자

생체공학이 열어젖힌 매혹적인 비밀의 문

애덤 피오리 지음 | 유강은 옮김 | 미지북스 | 444쪽 | 18,000원


로봇 다리를 단 과학자, 귀로 보는 여자,

다시 자라는 팔다리, 한계를 모르는 기억력

 

연구실과 병원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혁명

한계를 넘어서는 생체공학의 도전 


오늘날 인간 잠재력과 회복력의 승리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이고 흥미로운 사례들이 의학과 과학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다. 애덤 피오리는 ‘생체공학’이라고 불리는 분야를 다룬 이 책에서 과학 기술의 도움으로 절망적인 장애를 딛고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준 사람들을 소개한다. 로봇 다리를 단 과학자, 눈을 잃었지만 귀로 보는 여자, 허벅지가 다시 자라는 퇴역 군인, 가족과 다시 대화할 수 있게 된 루게릭병 환자……. 마치 SF영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인간의 신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기술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것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고장 난 신체와 정신을 고칠 수 있다면 우리 자신을 증강하려는 유혹에 빠지지는 않을까? 우리는 생체공학 기술이 가져올지도 모를 디스토피아를 막연히 두려워해야만 할까? 애덤 피오리는 첨단 기술이 우리의 인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가치가 있다는 낙관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애덤 피오리의 유튜브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어 자막 지원).


이제 새로운 프런티어는 인간 신체다

지난 세기에 인류는 대규모 공학의 전환점에 도달했다. 발명 재능이 폭발적으로 발휘되면서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적 쾌거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건설, 비행기 발명, 달 착륙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늘날 공학자들은 신체 내부를 탐구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프런티어는 인간 신체다. 부상당한 사람의 잃어버린 신체 기능을 복원하고, 우리 모두의 잠재력을 해방시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또다른 종착지는 인체의 개량과 증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애덤 피오리가 오늘날 생체공학의 첨단 분야들을 취재하여 쓴 <신체 설계자>는 우리에게 곧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동작’ 파트는 인간의 팔다리를 대체할 로봇공학, 신체 증강과 재생의학을 다룬다. 전도유망했던 등반가가 두 다리를 잃고 스스로 과학자가 되어 로봇 다리를 개발해 걷고 달린다. 포탄에 오른쪽 허벅지 근육의 90%를 잃은 이라크 참전 군인이 재생의학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선다. 잘린 손가락이 도마뱀 꼬리처럼 다시 자라난 베트남 참전 용사의 스토리도 소개한다.

2부 ‘감각’ 파트는 사고나 질병으로 감각기관을 잃은 사람들이 다시 듣고 보게 되는 사례를 다룬다. 폭발 사고로 눈을 잃은 여성이 이미지를 음파로 변환하는 장치를 통해 시각을 되찾는다.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어 신체에 감금된 상태가 된 루게릭병 환자가 뇌와 연결된 컴퓨터로 말을 한다. 또한 금지된 뇌의학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자신의 뇌에 전극을 삽입한 의사의 이야기도 만나게 될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해답을 찾는 인간 뇌의 경이로운 회복력에 관한 수많은 사례들이 소개되는데, 감각 활동은 필연적으로 ‘뇌의 가소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3부 ‘사고’ 파트는 인간의 뇌가 가진 잠재력을 더욱 끌어올리고자 하는 연구들을 다룬다. 뉴런의 활동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면 그것을 직접 지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울증 환자가 생체공학을 통해 다시 삶을 되찾고, 파킨슨병이 정복된다. 기억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을 파헤쳐 기억력을 극대화하는 약을 개발한다. 어쩌면 우리 속의 창의력을 폭발적으로 해방하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바이오닉 팔다리

1982년 전도유망한 등반가 휴 허는 뉴햄프셔주 워싱턴산의 빙벽을 등반하다가 조난당했다. 그는 극적으로 구조되었으나 동상으로 두 다리의 무릎 아래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 후 그가 착용한 의족은 19세기 남북전쟁 당시 부상병들이 하던 나무 의족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허는 불편함을 참다못해 스스로 의족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 다리 모양과는 전혀 상관없는 방식으로 의족을 만들어 암벽등반을 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의족을 개량시키려고 시도하다보니, MIT에서 로봇공학까지 배우게 된다. 공학박사가 된 허는 동물과 인간의 동작을 연구하면서, 발목이 다리의 제1 모터라는 것을 밝혀냈다. 발목이 반발력을 만들어내면서 인간의 걸음걸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알루미늄, 실리콘, 카본으로 이루어진 다리를 착용하며 걷고 뛴다. 자신이 만든 로봇 다리로 말이다. 그의 다리에는 각종 모터와 모션 캡쳐 시스템, 유도 미사일에 들어가는 관성 측정 기술,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휴 허의 테드 강연 영상 (한국어 자막 지원) 

 

아이언맨 슈트

로봇공학은 아이언맨 슈트와 같은 외골격 시스템 개발로 나아가고 있다. 일본의 공학자 고바야시 히로시는 노인을 돌보는 사람들이 허리에 부담을 받지 않고 노인을 일으켜 세우도록 도와주는 상반신용 근력 증강 기구를 개발했다. 이 머슬 슈트를 착용하면 40킬로그램의 쌀 포대도 종이 한 장처럼 가볍게 들어올릴 수 있다. 인체의 힘을 증강하는 외골격 기구들은 현재 경량화와 효율화의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인간의 근육보다 큰 힘을 출력하는 바이오닉 팔을 만드는 것은 쉽지만, 인간의 팔만큼 작고 가볍게 만드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불도저 같은 힘을 가진 팔을 쓰려면 불도저 모터 크기의 동력원이 필요하다. 인간의 팔은 제 질량의 20배에 달하는 힘을 발생시킬 수 있지만, 기계 팔이 그만한 동력을 끌어오려면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친구를 만나러 자동차를 타는 것이 아니라 외골격 슈트를 입고 달려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잘린 팔다리를 재생시키다

2004년 이라크에서 돌아온 에르난데스 병장은 포격 부상자였다. 그는 오른쪽 허벅지 근육의 90퍼센트가 찢어졌고 다리 근력의 절반을 잃었다.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고 재생의학의 도움을 받았다. 허벅지를 절개하고 돼지 방광 조직을 삽입한 것이다. 고통스러운 재활 과정을 거친 후 그의 근력은 수술 전 수준의 100퍼센트 이상으로 회복했다. 이제는 자전거를 탈 수도 있고 계단을 오를 수도 있다.

이 수술 기법은 1980년대에 스티븐 배딜락이 창안했다. 배딜락은 개의 대동맥을 다른 신체 조직으로 대체하는 실험을 했다. 처음에는 동일한 개의 소장 조직을 떼어 대동맥에 붙였다. 개는 하루를 못 버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살아남았다. 6개월 후 개를 다시 절개했을 때 소장 조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곳에 대동맥이 자라나 있었다. 배딜락은 다른 개, 고양이, 돼지 등의 소장으로도 실험했는데, 그때마다 개는 성공적으로 생존했다.

이러한 조직 재생의 비밀에는 줄기세포의 존재가 있다. 줄기세포는 어떤 조직으로도 자랄 수 있는 미분화된 단세포이다. 2005년 컬럼비아대학의 분야크-노바코비치는 줄기세포로 심장 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예일대학의 로라 니클러슨은 인공 폐를 배양하려고 하고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단순히 뼈와 근육을 재생하는 것을 넘어서 복잡한 구조를 모두 갖춘 장기 전체를 공학적으로 만드는 것에 도전하고 있다. 인체의 장기를 외부에서 배양해서 환자에게 이식하는 원대한 계획이다. 터프츠대학의 데이비드 캐플런은 바이오돔을 연구한다. 절단된 팔 부위에 끼우면 팔이 완전히 재생되는 장치이다. 그는 이미 개구리의 잘린 다리에서 뼈와 기타 조직이 다시 자라게 했다. 지금은 쥐와 같은 온혈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다.

 

눈이 아니라 뇌로 본다

팻 플래처는 화학 공장 폭발로 눈을 잃은 여성이다. 25년이 지난 후 그녀는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음성 변환 장치로 인터넷을 했다), 네덜란드 엔지니어가 만든 시각 장애인용 프로그램을 다운받았다. 그것은 이미지를 음성 신호로 바꾸어서 시각 장애인이 볼 수 있게 해준다는 프로그램이었다. 플래처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놀랍게도 프로그램이 내는 소리를 통해 보는 경험을 했다. 그녀는 이 프로그램과 카메라를 연결해 이제 세상을 볼 수 있다. 각 음의 고저가 화소의 밝기를 나타내고 음들이 연합해서 풍경을 교향곡처럼 연주하면, 그녀의 시각 담당 영역이 활성화되어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신경과학자 폴 바크-이-리타가 한 유명한 말의 증거다. “우리는 눈이 아니라 뇌로 본다. 우리가 망막을 잃어도 뇌가 손상되지 않는 한, 보는 능력을 잃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감각기관을 잃더라도 망가진 기관을 반드시 고치거나 대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시각이나 청각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감각 정보를 일관된 신호로 변환하여 뇌에 전달해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뇌가 온전한 이상 우리는 귀가 없어도 들을 수 있고, 눈이 없어도 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놀라운 가소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뇌의 가소성을 이용하다

캘리포니아대학의 마이클 머제닉과 로빈 미켈슨은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인공달팽이관을 만들었다. 인공달팽이관은 전통적인 보청기처럼 소리를 증폭시키지 않고, 청각 신경에 직접 자극을 가했다. 그러나 그 장치는 인간의 귀를 조잡하게 모사하는 수준이었고 팔뚝으로 피아노를 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엉망으로 뒤섞여서 하나도 알아들 수 없다며, 인공달팽이관을 ‘형편없는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엄청난 돈과 노력이 들었기 때문에 장치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몇 달 후 기적이 일어났다. 환자들이 소리가 전부 다 들리기 시작했다며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장치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변한 것은 환자들의 뇌였다. 환자들의 뇌가 가소성을 발휘하며 인공달팽이관에 적응했고, 이 장치가 전달하는 조잡한 소리에서 진정한 소리를 해석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성인이 되면 “뇌의 가소성이 사라진다”(어린 시절에는 뉴런들이 자유롭게 연결되고 끊어지지만 어른이 되면 뉴런들의 연결이 굳어진다)는 통념을 깨는 사례이다. 만약 신경세포의 가소성이 발휘된다면 뇌졸중 환자나 척추가 끊어진 환자도 치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하버드대학의 타카오 헨쉬와 이탈리아의 생물학자 람베르토 마페이는 뇌의 가소성을 막는 뉴런 연결 억제 인자(브레이크)를 발견했다. CSPG라고 알려진 단백질은 뉴런의 연결망을 코팅해서 새로운 연결이 형성되는 것을 막는다. 마페이는 쥐 실험에서 이러한 억제 인자를 파괴하는 물질을 시각피질에 주입하여 쥐의 손상된 시력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조만간 과학자들은 인위적으로 뉴런의 연결을 가속화하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생각 헬멧

데이비드 제인은 장신의 운동선수였으나 20대 중반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뇌에서 사지로 신호를 전달하는 운동 뉴런들이 죽으면서 전신이 마비되는 병이다. 루게릭병 환자들은 의식과 지각은 온전하지만 몸을 움직이거나 말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를 ‘감금’이라고 말한다.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고 산 채로 땅에 묻히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다.

조지아공대의 신경학자 필 케네디는 이 감금된 환자들의 뇌에 외부 장치와 연결된 전극을 삽입해서 그들을 세상과 연결시키려고 노력한다. 케네디는 환자들의 두개골을 열고 운동피질에 전극을 삽입하여 생각만으로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움직이거나 컴퓨터의 인공 목소리로 발성할 수 있게 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뇌로 보듯, 뇌의 운동영역이 살아 있다면 운동신경이 죽어도 뇌의 신호를 받아 외부 장치를 통해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학자인 거윈 샤크는 누워서만 지내는 10대 뇌전증 환자들에게 생각만으로 비디오게임 <둠>을 하는 법이나 이메일을 보내는 법을 가르친다. 2012년 피츠버그대학의 연구자들은 환자의 뇌와 바로 연결된 로봇 팔을 이용해 환자가 생각만으로 초코바를 집어 한 입 베어물게 했다. 샤크는 환자들이 특정 음악을 들으면서 반응하는 뇌의 신호를 포착해 그 음악이 무엇인지 알 정도로 다시 음파로 재현해냈다. 우리가 말을 하기 위해서는 청각 부위가 먼저 활성화된다. 그 말이 어떻게 들릴지 뇌가 미리 예상하는 것이다. 뇌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면 그것을 말로 번역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연구가 성과를 거둔다면 감금된 환자들은 생각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필 케네디는 환자들에게 전극을 삽입하는 것이 금지되자 2014년 자신의 뇌에 전극을 삽입하고 실험하기에 이른다. 몇 주만에 감염이 발생하여 전극을 제거해야 했지만 그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을 ‘침투형’이라고 하는데 거윈 샤크와 군사과학자 엘머 슈마이서 대령은 뇌에 전극을 삽입하지 않고도 생각을 파악하고 이를 외부 장치와 연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완전한 비침투형 생각 헬멧’이라는 궁극의 아이디어다. 현재 이 텔레파시 장비는 일차적으로 전장에서 빠른 통신을 위한 군사적 용도로 연구되고 있다.

 

인간 정신의 증강: 무제한의 기억력과 창의력

노벨상 수상자인 신경생물학자 에릭 캔델은 해양 생물인 군소 연구를 통해 장기 기억을 형성하는 특정 단백질인 CREB를 발견했다. CREB가 활성화될수록 기억력이 증강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기억하기보다 생존에 중요한 것(정서적으로 강력한 의미를 지닌 것)을 더 오래 기억하도록 진화해왔다. 그러나 CREB를 의도적으로 활성화하는 약이 개발된다면 무제한의 기억 능력도 현실이 될 수 있다.

현대 과학이 뇌의 구조를 점점 파악하게 되면서 뉴런들의 교향곡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그렇게 되면 우울증, 파킨슨병, 강박장애 등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뇌의 창의성과 혁신, 상상력의 증강도 가능해진다. 외상으로 인한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에 대한 연구는 그러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서번트 증후군이란 정신장애를 갖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39세의 비즈니스맨이었던 데릭 아마토는 뇌진탕 사고 이후 청력 손실과 기억상실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음악적 재능이 폭발했다. 측두엽의 뇌출혈로 언어 능력의 장애를 겪은 40대 회계사는 갑자기 안 그리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언어 능력이 회복되자 미술 능력도 사라졌다.

과학자들은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능력은 서로 대립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드니대학의 신경과학자 앨런 스나이더는 우리가 세상을 파악할 때 사용하는 사고틀이 예술적 창조 능력을 제한한다고 본다. 평소 뇌의 특정 영역이 잠재적 예술 능력을 억제하는데,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 환자들의 경우에는, 억제 역할을 하는 뇌의 영역이 병이나 사고에 유린되면서 서번트 기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영역은 측두엽과 전두엽의 일부로 논리, 언어, 이해, 사회적 판단을 수행하는 뇌 부위이다. 이 부위의 역할은 생존에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는 뇌 속의 유연한 정보 흐름을 차단하고 효율을 추구하기 때문에 창조성을 제약한다. 만약 우리가 뇌 구조를 더욱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의 창조성을 해방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기술은 인간성을 향상시킬 것이다

바야흐로 생명공학 혁명 덕분에 놀라운 일이 가능해졌지만, 어떤 면에서 이 신기술들은 아직 원시적이다. 과학소설 같은 진보를 이루긴 했어도 여러 면에서 우리는 아직 초창기에 머물러 있다. 마치 포드자동차의 첫 번째 T모델이 조립라인에서 처음 나오거나 플로피디스크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와 같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제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연구실과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이 조용한 혁명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기술은 신체와 정신 면에서 완전히 초월적인 인간을 탄생시키고, 세상은 근원적인 불평등으로 한발 더 나아가게 될까? 증강의 욕망이 집단적인 칩 이식을 부추기고 대규모 해킹이라는 재난으로 가게 될까?

이 책은 기술을 지나치게 두려운 눈길로 바라보지 말자고 조언한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우리가 인간임을 표현하고 삶을 끌어안을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오늘날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움직이고, 느끼고, 생각하는 일을 회복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포

기하지 않는 의지가 살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인간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      *      *

 

지은이 애덤 피오리 Adam Piore

뉴욕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언론인. 『뉴스위크』,『보스턴글로브』, 『리더스다이제스트』에서 오랫동안 편집자 및 특파원으로 일했다. 현재는 『디스커버』와 『포퓰러사이언스』 객원 편집자로 일하면서 과학 전문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맹활약 중이다. 9/11 사태 당시 그라운드제로 현장 보도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이라크, 쿠웨이트, 독일, 터키 등에서 보도한 기사로 여러 차례 ‘내셔널매거진어워드’를 수상했다. 『GQ』, 『노틸러스』, 『마더존스』, 『사이언티픽아메리칸』, 『콘데나스트트래블러』 등 유수의 잡지에 특집 기사를 기고했다. 1994년 컬럼비아대학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이 유강은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 『빚의 만리장성』, 『도덕의 기원』, 『신이 된 시장』, 『자기 땅의 이방인들』, 『기지 국가』, 『서양의 부활』, 『데드핸드』, 『의혹을 팝니다』 등이 있으며, 『미국의 반지성주의』 번역으로 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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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revodixpump.tistory.com BlogIcon Revodix marketing 2020.06.02 14:36 신고

    공감가는 글 잘 보았습니다^^
    연구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도움이 되고싶네요
    구독하고 갑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법칙

카를로 M. 치폴라 지음 | 미지북스 | 128쪽 | 9,000원




우리는 언제나 어리석은 사람들의
파괴적 힘을 과소평가한다!

 

기발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유머로 통찰하는

치폴라식 인간학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 역사학자 카를로 M. 치폴라가 학술과 유머를 이상적으로 배합하여 어리석음으로 가득한 인간 세계를 통찰하는 책. ‘후추로 보는 중세사’와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짧은 글 두 편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법칙』은 역사와 경제, 인간학과 유머가 어우러진 지적 향연을 선사한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 후추, 포도주, 정조대 같은 물건들을 주인공 삼아 ‘욕망과 경제가 교차하는 중세 유럽의 역사’를 펼쳐 보인 치폴라는, 후반부에서 일군의 어리석은 사람들에 대한 웃지 못할 이론을 소개한다. 인류에게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손실을 초래한 어리석은 인간들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왜 우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파괴적 힘을 과소평가할까? 어리석은 사람들은 어떻게 활기찬 문명을 파멸로 이끄는가? 기발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유머로 통찰하는 ‘치폴라식 인간학’의 정수.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부조리와 불의가 판치는 현실을 버텨내는 긍정의 주문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Allegro Ma Non Troppo). 이 낯선 이탈리아어는 ‘빠르지만 너무 지나치지는 않게’ 또는 ‘즐겁지만 너무 지나치지는 않게’라는 의미의 음악 용어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저명한 경제사가 카를로 M. 치폴라에게는 유머와 익살로 가득한, ‘농담 같지만 농담은 아닌’ 치폴라식 인간학의 기저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법칙』은 치폴라가 영어로 쓴 두 편의 짧은 글을 모은 책으로, 그가 자신의 친구들을 위해 한정판으로 출간했다 생각지 못한 인기를 얻자 이탈이아에서 정식으로 출판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 소개되었는데, 이번에 이탈리어판을 저본으로 삼아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치폴라는 전작인 『스페인 은의 세계사』에서 스페인 침략자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은을 약탈하면서 촉발한 근대 유럽 세계를 다루었듯, 이 책의 첫 번째 글 「중세 경제 발전에서 향료(특히 후추)의 역할」에서 로마제국이 몰락하면서 시작된 중세 시대의 방대한 유럽사를 ‘후추’라는 소재로 단숨에 요약해버린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역사를 풀어나가는 치폴라의 방식은 짓궂기 짝이 없다. 치폴라식 농담과 익살이 군데군데 개입하면서 독자들은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치폴라의 농담인지 헷갈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세판 시트콤처럼 웃음과 유머가 가득한 역사의 장면 장면들을 속도감 있게 지나다보면, 어느새 역사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가설에 대한 치폴라의 유쾌한 비판을 만나게 된다.

 

후추에 탐닉한 은자 피에르, 십자군을 일으키다

치폴라는 자본주의 탄생에 대한 북유럽 중심의 서사를 경쾌하게 비판하며 자본주의 기원을 중세로 당겨온다. 그가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은 무대는, 로마제국의 멸망과 바이킹의 침략으로 황폐화되었던 중세 유럽이 기운을 차리고 새롭게 팽창한 두 번째 밀레니엄의 초입이다.

폭력이 난무하고 동방과의 무역은 쇠퇴 일로를 걷던 중세 암흑기, 은자 피에르가 프랑스에 살고 있었다. 후추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마음껏 먹을 수 없다는 좌절감을 견디다 못한 그는 성지를 이슬람교도들의 억압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동방과의 교통로를 다시 열어 새로이 후추를 유럽에 공급하고자 십자군 운동을 일으킨다.


십자군의 고달픈 원정의 끝에는 다행히(?) 이슬람교도들의 패배가 기다리고 있었고, 서양인들 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상업에 특출한 재능을 지닌 이탈리아인들 덕분에 후추 무역은 팽창 일로를 걸었다. 후추 소비 증가로 성적 활력이 늘어난 남성들은 아름다운 여성들과 어울렸으나 십자군 원정을 떠날 때 남편들이 채워놓은 정조대가 문제였다. 그들이 정조대를 풀 열쇠, 그리니까 철 제작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유럽의 야금업’이 발전했다. 서유럽에서 갑자기 대장장이를 뜻하는 성씨(스미스, 슈미트, 페라리, 페레로, 파브르, 르페브르 등등)가 늘어났고, 야금업에 지속 가능한 팽창 국면이 도래했다. 후추가 이끈 이 기상천외한 역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역사 이야기

후추는 그 자체가 화폐처럼 거래되었고 금융업을 발전시켰다. 상인들은 고리대금업으로 돈은 많이 벌었지만 양심에 가책을 느껴 교회와 수도원에 막대한 헌금을 냈다. 이 돈은 즉시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 주교와 수도원장들은 엄청난 현금을 대성당과 수도원을 짓는 데 사용함으로써 유럽 경제에 ‘승수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인구가 증가했고 1인당 소득은 더 빨리 증가했다. 후추와 포도주와 정조대의 연쇄 작용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영국의 양모 산업에, 정복왕 윌리엄의 영국 침공에, 흑사병과 백년전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후추’의 동력이 이끌었던 한 시대가 한순간 종언을 고한다. 백년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돈을 피렌체 상인들에게 빌렸던 에드워드 3세가 파산을 선언한 것이다. “피렌체인들에게 이 손실은 엄청난 재앙이었다. 사업 세계에서 영국 신사를 믿을 수 없다면 젠장, 누구를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영국 왕의 파산으로 피렌체인들이 상업과 은행업을 포기하고 회화와 시에 관심을 돌려 르네상스가 시작되었고, 중세가 끝났다는 치폴라의 익살스러운 재담에 진지한 독자들은 아연실색할 법하다. 하지만 그 행간에는 막스 베버가 정식화한 “근대 자본주의의 프로테스탄트적 기원”이라는 북유럽 중심의 역사 해석에 대한 치폴라식 태클이 숨어 있다. 프로테스탄트가 나타나기도 전에 이미 중세 이탈리아에서 자본주의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어리석음으로 가득한 인간 세계를 통찰하다

치폴라의 독창적이고 위트가 번득이는 아이디어는 두 번째 글인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법칙」에서 작정한 듯 분출된다. 치폴라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변치 않는 진리, 즉 어리석은 인간들이 세상에 끼치는 해악에 대한 언설로 포문을 연다.

“어리석은 인간”들이란, 다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치면서 자기 자신도 손해를 입는 사람들을 말한다. 치폴라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언제나 어느 사회나 일정한 비율로 존재하며(심지어 엘리트나 교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리석지 않은 사람들은 언제나 어리석은 인간들의 잠재적 파괴력을 과소평가한다고 일갈한다. 

치폴라는 어리석지 않은 사람도 크게 세 부류로 나눈다. 첫째, 현명한 사람은 자신과 타인에게 모두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다. 둘째, 순진한 사람은 자신은 손해를 보지만 타인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다. 셋째, 영악한 사람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만 자신은 이익을 보는 사람이다. 윤리적인 가치 판단을 떠나서 본다면, 순진한 사람과 영악한 사람은 사회 전체의 이익과 손실의 증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에게서 타인으로, 타인에게서 자신으로 이익을 이전시킬 뿐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사회의 이익을 전체적으로 파괴하는 사람으로, 치폴라식으로 말하자면, “지상에서 가장 위험한 유형의 개인”이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특유의 비합리성 때문에 예측이 불가하여 대처가 어려우며, 그들과 거래하거나 관계를 맺는 것은 틀림없이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고 불쑥 나타나 기습 공격을 감행하며, 프리드리히 실러가 말했듯이 “어리석음 앞에서는 신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다”.

 

어리석은 인간들에 의해 나라가 파멸된다 “농담 아닌 농담”

이런 어리석은 자들은 교육과 사회 환경에 상관없이 어느 집단에서든 일정한 비율로 나타나며, 고대와 중세, 근대 혹은 현대 등 시대를 가리지도 않는다. 여기서 치폴라의 역사학자로서의 드라이브가 결론을 향해 나아간다. 번영하는 사회나 쇠퇴하는 사회 모두 어리석은 자의 비율은 똑같다. 보통 번영하는 나라는 현명한 사람들이 어리석은 무리를 통제하는 동시에, 진보를 보증할 만큼의 충분한 이익을 자신과 타인들에게 창출해낸다. 그러나 어떤 계기에 의해 순진한 사람과 영악한 사람들이 어리석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어리석은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특히 엘리트들이 그렇게 변질되면) 그 사회는 쇠퇴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가진 파괴적 힘이 불가항력적으로 강화되고 나라는 파멸로 치닫는 것이다. 치폴라가 유머라는 형식을 빌려 우리에게 전하는,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닌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뼈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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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카를로 M. 치폴라

런던정경대학(LSE)과 소르본대학교에서 유럽의 경제와 역사를 연구한 대표적인 이탈리아 경제사학자이다. “자신의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경제사가”였고, 1995년에는 “동료 학자들에게 혁신 정신의 귀감이 된 역사학자”로서 발잔상(Balzan Prize)을 받았다.

그는 ‘서구의 발흥’, 특히 고대에서 근대로의 이행 과정으로서 중세에 대해 연구하면서, 유럽 문명의 연속성과 근대 유럽의 경제성장을 인구, 상업, 지식 등 장기적인 역사적 전환의 복합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했다. 1959년부터 1980년대 초까지 미국 버클리대학교 교수로 재직했고, 1991년 정년 퇴임할 때까지 이탈리아 피에졸레의 유럽대학교와 피사고등사범학교에서 가르쳤다. 경제사 분야에서 국제적 명성을 얻으면서 영국 왕립역사학회, 이탈리아 린체이아카데미,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등의 회원이 되었다. 『스페인 은의 세계사』(1996년), 『대포, 범선, 제국』(1965년), 『시계와 문명』(1967년), 『중세 유럽의 상인들』(1994년) 등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옮긴이 장문석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 토리노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이탈리아 근현대사를 전공하고 있다. 현재 영남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자본주의 길


들이기』(2016년), 『국부의 조건』(2012년, 공저), 『근대정신은 어떻게 탄생했을까』(2011년), 『민족주의』(2011년), 『파시즘』(2010년), 『피아트와 파시즘』(2009년), 『민족주의 길들이기』(2007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파시즘의 서곡, 단눈치오』(2019년), 『현대 유럽의 역사』(2017년), 『스페인 은의 세계사』(2015년), 『래디컬 스페이스』(2013년), 『제국의 지배』(2012년), 『만들어진 전통』(2004년, 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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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빅픽처

이재운 지음 | 미지biz | 144쪽 | 9,000원

 

 

삼성전자, 어디로 가는가?
IT 전문 기자가 본 삼성전자의 미래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꼽으라면 당연스레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막상 삼성전자의 ‘전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갤럭시, 반도체 등을 떠올릴 뿐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져나오지만 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세기만에 세계 1위 반도체 회사, 세계 3위의 이익을 창출하는 전자 ‘제국’ 삼성전자의 저력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에 삼성전자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 삼성전자는 과연 거대 공룡 노키아처럼 멸종할 것인가, 아니면 오늘의 난관과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삼성전자라는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을 큰 시야에서 개괄할 뿐만 아니라, IT 업계 전반의 흐름과 중국 업체 등 경쟁 기업에 관한 정보도 풍부하게 담고 있다.


구 회장! 우리도 앞으로 전자산업을 할라카네!

1938년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가 문을 열었다. 이후 이 회사는 삼성물산이 되고 재계 1위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다. 삼성전자의 모태는 1969년 창업한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다. 삼성전자는 산요와 합작 법인을 만들어 흑백 TV 생산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자산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시작 직전인 1968년 삼성의 호암 이병철 회장이 사돈지간인 구인회 금성사(현 LG전자) 회장과 안양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 “구 회장! 우리도 앞으로 전자산업을 할라카네!”라고 말했다가 이후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81년 컬러 TV의 등장을 기점으로, 3년 뒤인 1984년 삼성 브랜드는 컬러 T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다. 1등 삼성의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삼성상회가 문을 연 지 80년이 지난 2018년 삼성은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이자 스마트폰 제조사, 그리고 고급형 주방 가전 브랜드와 최신 기술 기반의 TV에 이르기까지 전자 세계의 ‘제국’이 되었다.

 

초격차와 수직계열화

1993년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100여 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근본적인 변화를 외친 이 철학은 이후 1등 삼성을 만드는 근간이 된다. 이건희 체제에서 삼성전자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1993~2018년 24년 새 삼성전자의 매출은 31배, 영업이익은 50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 브랜드 가치도 세계 6위. 이러한 삼성의 저력은 그동안 철두철미함, 과감성 그리고 ‘초격차’라는, 시장을 주도하는 능력에서 나왔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삼성전자의 주도 방식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다시 도전받고 있다.

흔히 삼성전자의 강점은 반도체에 있다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반도체부터 디스플레이 패널, 각종 완제품, 그리고 서비스망까지 아우르는 완벽한 수직계열화에서 나온다. 공급망 관리의 대가라 불리는 애플이 경이적인 이익률을 내기 위해 폭스콘과 같은 하청업체를 쪼아대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삼성전자의 능력은 반도체 호황을 넘어, AI와 자율주행차 시대에도 새로운 가능성들을 타진하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기반을 이룬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중국의 도전

2017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전 세계의 메모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서버 수요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 사물 인터넷, 모바일과 스트리밍의 발달은 서버에 대한 수요를 증폭시켰고, 이는 서버용 SSD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삼성전자가 가장 확실하게 올라탄 셈이다.

과거에는 서버 수요가 제한적이었지만, 모바일과 사물 인터넷의 확산은 데이터 증가 속도를 배가시켰다. 서버는 PC나 모바일 기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리 용량이 크고 더 높은 성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만큼 단가도 한층 비싸다. 반도체 시장이 서버 중심 시장으로 재편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3차원 수직 적층 낸드 분야에서 압도적 1위를 고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D램 시장도 쥐락펴락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삼성전자가 나머지 두 업체(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를 ‘살려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들을 살려두는 이유는 첫째로 어느 정도 경쟁이 있어야 산업 생태계가 유지되기 때문이고, 둘째로 미국의 강력한 독과점 금지 법률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메모리 시장에 뛰어들려고 하고 있다. 시장의 호황은 계속될 것이기에 당장은 기술 난이도가 낮은 구형 제품부터 시작하면 초기 손실을 최소화하며 시장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는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치킨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의 낸드 생산라인을 D램용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이런 흐름에 동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장의 움직임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 1~2년 정도는 중국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기술력의 격차를 쫓아가기 위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데다 새로운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스템 반도체의 라이징 스타

파운드리는 한국어로 표현하면 반도체 위탁 생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만든 곳이 바로 현재 시스템 반도체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이다.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챙은 미국 유학 중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대만으로 돌아가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며 대만을 먹여 살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TSMC가 주목한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원래 반도체 산업은 크게 칩을 설계하고 이를 생산하는 두 가지 업무로 나눌 수 있는데, 설계는 고도의 기술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력이 필요한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하고, 생산은 대규모 설비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자본집약적 성격이 강하다.

챙은 이러한 시스템 반도체 생산 설비가 너무 비싸다는 점에 착안했다. 전용 공장에서 설계 도면대로 생산을 대행해주는 사업 구조를 고안한 것이다. ‘위탁 생산’이라는 말이 마치 단순한 작업만 수행하는 것 같지만,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한 공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TSMC는 이를 가장 먼저 시작해 대만을 필두로 미국, 한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세계 각지의 팹리스(공장이 없는 설계 전문 업체)를 상대로 영업을 해 대박을 쳤다.

 

그러나 변수로 등장한 것이 바로 삼성전자와 인텔 같은 종합 반도체 제조사들이다. 이들 업체는 미세 공정에서 고난이도 기술을 보유한 동시에 설비도 상당 부분 갖추고 있었다. 유휴 설비에 약간의 조정 작업만 가하면 파운드리 사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미 엑시노스와 같은 AP 자체 생산에서 자신감을 얻은 상황이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2016년 매출 기준)은 TSMC가 50.6%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글로벌파운드리, UMC에 이어 삼성전자가 점유율 7.9%로 4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5월 조직 개편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 부서로 만들었다. 2018년 추가 고객사 확보로 점유율 두 자릿수를 달성하면서 2019년에는 2위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의 새로운 ‘라이징 스타’가 된 것이다.

때때로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이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삼성전자의 2018년 4분기 실적 감소에 따른 어닝쇼크는 이런 위기론을 더욱 부추긴다. 하지만 더 큰 시장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IoT 시장은 계속 커지고, 5G 확산과 4차 산업혁명의 융․복합은 반도체 수요를 계속 늘려갈 것이다. 슈퍼 사이클은 결코 쉽게 끝나지 않는다.

 

갤럭시의 운명

스마트폰 사업에 있어 중국 업체의 입지와 위상은 이제 함부로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 시장은 물론이고, 인도나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도와 동남아에서는 중국산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고, 유럽 등지에서는 흔히 말하는 가성비 좋은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즉 중국 업체의 주요 공략 대상은 중저가 시장이다. 하지만 화웨이 등 일부 업체의 노력에도 프리미엄 시장에선 아직 부족한 감이 있다. 다만 이제 스마트폰 시장의 중심축이 점차 중저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주목해야 할 필요는 있다. 여기서 갤럭시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제기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하이엔드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수직계열화 능력을 바탕으로 중국 업체들의 도전에 대응하고자 한다. 특히 수직계열화로 발생하는 시너지는 수익성 측면에서 다른 제조사를 상대로 벌이는 치킨게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알다시피 삼성전자는 D램,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모바일 프로세서(MP)까지 자체 개발, 생산이 가능하다. 더욱이 그 모두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이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제조사는 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며, 여기에 더해 완제품 마케팅 능력까지 갖췄다. 다른 경쟁자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5G 시대에 맞는 두 가지 사업군을 IM 부문에 두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 단말기 제조와 기지국 등 네트워크 장비 사업이다. 이는 향후 사물 인터넷 시대를 주도할 중요한 강점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시대를 대비하라

스마트씽스는 2014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사물 인터넷 플랫폼 업체로, 클라우드 기반의 스마트홈 종합 제어 허브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씽스는 삼성에 인수될 당시 이미 많은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역량을 갖춘 상태였다. 비교적 조용했던 스마트씽스라는 이름은 CES 2018에서 다시 화려하게 부상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서, 소형 가전부터 TV, 스마트폰, 냉장고, 자동차까지 포괄하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후 4년여 만에 삼성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삼성은 이제 스마트홈 플랫폼을 놓고 구글과 나란히 경쟁하고 있다. 2020년까지 사물 인터넷 연결은 물론, 인공지능 연결까지 모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IBM, 구글, 애플 등 세계 IT 공룡들이 모두 AI에 뛰어드는 이때, 삼성전자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 물로 과거 전략적 판단의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있지만 그래도 재빠르게 시장에 진입하여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빅스비는 스마트폰과 스마트TV에 이어 냉장고와 에어컨, 세탁기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폭넓은 제품군 라인업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빅스비는 결국 AI 전면 경쟁 시대에 삼성전자를 이끌 구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1,000명 규모의 AI 전문 R&D 인력을 활용해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탈중앙화의 시대, 삼성전자는 어디로 갈 것인가?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다른 계열사들이 지원사격하는 방식으로 커왔다. 철저히 중앙화된 방식이다. 분산 대신 집중을 선택한 결과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탈중앙화된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삼성전자 체제가 이대로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될 것이다. 나아가 지주사 체제하에서의 삼성전자는 또다시 변화에 직면할 것이고, 만만치 않은 수많은 과제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삼성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중국의 거대한 도전에는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금도 중국 전역에서 활동 중인 중국삼성 임직원과 지역 전문가 과정을 밟는 이들의 현장 보고서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반도체는 쫓아오려 하고, 스마트폰은 도통 팔리지 않는 난관을 헤쳐가야 하는, 결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의 정경 유착 관련 이슈로 옥살이를 경험한 리더는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를 헤쳐나가야 한다. 동양사학을 전공한 젊은 오너의 결정이 어디로 향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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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재운

IT에 관심이 많은 경영학도 출신으로, 2013년 IT 전문 매체인 지디넷코리아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현재 경제지 이데일리에서 근무하고 있다. 기자 생활 내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전자․IT 산업에 대해 취재해왔다. 기술 개발부터 마케팅과 홍보, 지배 구조 등 삼성전자가 중심이 되는 삼성그룹 행보에서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데 초점을 맞춘 기사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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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왕은 없다

심의민주주의로 가는 길 

이한 지음 | 미지북스 | 252쪽 | 13,800원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다
권한이 위임된 엘리트의 통치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숙고된

공적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이다

 

『철인왕은 없다』는 변호사이자 정치철학을 연구해온 이한 박사가 심의민주주의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물이다. 정치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당면한 고통을 해결하고 번영을 추구할 것인가에 관한 의사 결정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의제 민주주의로 표상되는 우리의 정치 현실은 그러한 고통을 해결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의제가 가진 엘리트주의적 속성을 비판하며 직접민주주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주장하는 관점이 있다. 그러나 엘리트주의냐 직접민주주의냐 하는 질문은 인적 속성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으로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성취기 위한 올바른 접근 방식이 아니다.

저자는 대의제의 한계와 직접민주주의의 본질적 취약성을 모두 검토하면서, 우리가 인적 속성이 아닌 의사소통의 문제로 접근할 때 보다 나은 정치 시스템, 즉 심의민주주의를 설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의민주주의에서는 시민들이 의제에 관해 충분한 정보와 근거를 갖고 검토하고 숙고한 결정이 공동체의 정치에 반영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기준인 ‘계몽된 이해(理解)’와 ‘온전한 대의(代議)’를 확보할 수 있으며, 대의제를 보완하여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목적을 온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촛불 시위 이후 한국 사회에서 대의제 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라는 두 방향으로의 뚜렷한 분화를 아우르고, 조화시키려 시도했다는 점에서 중요하고도 큰 문제를 제기한다.

-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엘리트주의 vs 대중민주주의, 어느 쪽이 맞을까?

엘리트주의는 소수의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배타적으로 또는 거의 대부분의 의사 결정권을 주자는 이념이다. 그에 반해 대중민주주의는 대중의 여론에 그러한 권한을 주자는 이념이다. 두 이념은 나름의 호소력이 있고, 상대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논박할 수 있는 논거들이 있다.

엘리트주의자들은 일군의 매우 능력 있는 사람들만이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이들이 대중에게 종속되지 않고 통치해야만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그 사회를 수호하는 수호자들이 있고, 이들이 통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찍이 플라톤은 <국가>에서 철인왕(哲人王)이 지배하는 사회상을 제안한 바 있다.

엘리트주의자들은, 대중은 먹고사는 데 바빠 정치에서 다룰 의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도 없고, 전문성을 가질 수도 없으며, 대중의 피상적인 견해들은 비일관적인 결과에 이르기 일쑤라고 말한다. 엘리트주의에 따르면,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는 분명한 능력 차이가 있으며, 이 때문에 통치의 권한을 엘리트에 위임하는 것이 정당하다. 민주주의에서는 “계몽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인데, 바로 이것이 엘리트주의가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가장 날카로운 지점이다.

또한 엘리트주의는 독재로 귀결되며 실패하기 마련이라는 민주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 8세기나 존속하고 번영한 베네치아공화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엘리트의 지배가 시민들에게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반박한다.

 

반면 민주주의자들은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한 능력 차이가 있지만, 통치에서 대중을 배제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엘리트 지배하에서는 각 사회의 집단이 가진 이해와 요구가 온전히 드러나고 고려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엘리트의 편향되고 자의적인 결정에 의해 일부 집단의 요구가 무시될 수도 있고, 대부분의 엘리트들은 특권을 지닌 지위를 강화하고 지속하고자 하는 욕망에 취약하다. 다시 말해, 엘리트 지배하에서는 “온전한 대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엘리트주의에 대한 민주주의자들의 가장 강력한 공박이 된다.

또한 역사적으로도 베네치아나 피렌체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엘리트주의 체제는 비참한 결과를 맞이했다. 게다가 그 성공 사례라는 것도 더 척박한 환경의 작은 나라임에도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안정뿐만 아니라 개별 시민의 권리 보장도 더 체계적으로 이뤄냈던 네덜란드나 덴마크의 사례에 비하면 그 빛이 바래진다고 반박한다.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절충안

현대의 대의제 민주주의는 이러한 엘리트주의와 대중민주주의의 어중간한 타협이다. 즉 공식적인 제도적 권한은 대중의 선거를 통해 대표자로 선출된 공직자들이 갖고, 대중은 공직자에게 결정 권한을 위임한다. 대신 대중은 투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결정권을 행사한다. 이런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틀에 깔린 생각은 대중은 의제를 직접 다룰 수 없지만 누가 적합한 엘리트인지 알아볼 능력은 있으며, 그들의 역할은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가끔 여론조사를 통해 대중의 의견을 알아보기도 하지만, 여론조사는 제도적 지위를 얻지 못한다.

정당정치는 원래 ‘계몽된 이해’와 ‘온전한 대의’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유권자의 의사가 정당을 매개로 표현되면 의제에 대한 이해가 더욱 계몽될 수 있고, 여러 정당이 각기 유권자를 얻기 위해 애를 쓰면 보다 온전한 대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본래 취지는 정보의 불완전성 문제로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지 못하다. 정치 성향의 차별화 경향으로 인해 정보가 단순화되거나 왜곡되는 오류가 발생하고, 심지어 정치적 위장과 조작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날 정당정치는 의원을 중심으로 한 엘리트 중심부와, 선거에 대응하고 매체를 상대하는 전문가들로 형해화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리하여 현대 정치는 피상적으로 형성된 대중의 의견과 엘리트가 밀고 나가고자 하는 정책 사이를 불안정하게 오가며, 서로 상호작용하는 주체도 목적도 없는 여정이 되어버렸다. 그 결과 시민들은 공민성을 발휘해서 정말로 중요한 문제들을 의제에 올리고, 그것을 타당하게 다룰 수 있는 통로를 잃어버렸다.

저자에 따르면 정치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고통을 해결하고 어떻게 번영을 추구할 것인가에 관한 의사 결정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의제 민주주의로 표상되는 우리의 정치 현실은 그러한 고통을 해결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사람들은 법과 정책이 이성적 토론과는 상관없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거대한 사물처럼 느낀다. 그 결과 정치 혐오와 무기력증이 만연해 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정치적 효능감을 상실한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절망과 좌절의 본질이다.

 

정책 전환 - 무엇이 진정한 ‘인민의 의사’인가?

대의제의 딜레마와 결함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정책 전환(Policy Switch)이다. 정책 전환이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약속했던 정책들을 공직자가 당선 후에 180도로 뒤집어서 추진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 엘리트가 선거와 정책을 전혀 별개의 사안으로 본다는 것을 뜻한다. 선거는 유권자들이 좋아하는 말로 치러서 일단 당선된다. 그리고 당선된 엘리트는 자신이 내세운 공약과 정반대 정책을 실행한다. 그 정책 효과가 잘 나타나면 유권자들도 결국 그 엘리트가 옳았다는 것을 깨닫고 다음 선거에서도 뽑아줄 것이다.

정책 전환의 예는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두드러지게 발견된다. 아르헨티나의 메넴, 페루의 후지모리, 볼리비아의 모랄레스는 대통령 선거 때 대단히 좌파적인 복지 중심 공약을 내걸었지만 당선된 뒤에는 곧 신자유주의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한마디로 극에서 극으로의 전환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경제 정책의 결과가 성공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재선되거나 정권을 잃었다.

정책 전환은 ‘인민의 의사’를 인민의 ‘즉각적인 선호’가 아니라 ‘추정적 선호’라고 보는 관점이다. 추정적 선호는 여론조사로 대표되는 즉각적인 ‘예’, ‘아니요’보다 ‘인민이 숙고했더라면 자신들을 위해서 원했을 것에 대한 의사’라고 보는 태도가 깔려 있다. 정치 엘리트는 인민의 추정적 선호를 잘 파악해서 현명하게 정치를 펼치는 지도자로 그려진다.

물론 인민은 즉각적 선호와 관련해 모순된 요구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재정이 소요되는 정책을 실시하길 바라면서 동시에 세금 감면을 원할 수 있다. 또는 어떤 법안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나서는 그 법률이 실제로 실행되자 크나큰 후회를 하며 저주를 퍼부을 수 있다. 그래서 현대의 대의정치는 인민의 즉각적 의사와 추정적 의사 사이에서 비논리적인 타협을 하려고 한다. 정책 결정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가 우선 정책을 시행하고, 그다음 선거에서 인민이 정책 시행 결과를 회고적으로 평가하여 드러난 투표 결과가 민주주의에서 말하는 인민의 의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국민은 의제 제기와 정책 형성, 시행과 평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못하고, 오로지 엘리트가 관철하는 모든 일을 겪고 나서 회고적으로 짧은 반응만을 보이는 존재로 전락해도 되는가? 그렇게 되면 시민은 통치에 참여하는 민주적 존재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권위주의적 통치를 겪고 나서 다음 권위주의적 통치를 예비하는 의례를 수행하는 수동적 신민이 되어버리고 만다.

궁극적으로 이런 식의 정책 전환을 국민적 합의 없이 허용하는 것은 선거 캠페인 자체를 사기극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사후 평가 시스템은 지배 정치집단이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을 크게 확대시킨다. 정책 전환 현상은 현대 정치 체제가 인민의 계몽된 의사에 의한 통치도, 인민의 의사의 온전한 대변도, 인민에 의한 최종적인 통제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보통선거권과 경쟁적인 정당 시스템,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후 대의제에서 진정한 혁신은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선거 때마다 한 표를 던지고 나면 다음 선거까지 모든 것을 지켜만 봐야 한다. 대의제의 고질적인 딜레마인 본인-대리인의 문제도 해결되지 못했다. 이러한 대의제의 한계는 지금의 정치 체계로는 이 사회가 처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이 대단히 힘들며, 새로운 정치적 의사 결정 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대의제의 대안이 직접민주주의?

한편 대의제의 한계 때문에 직접민주주의가 최종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의견이 있다. 그들은 직접민주주의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시공간의 제약, 즉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직접민주주의의 약점은 시공간의 한계에 있지 않다. 고대 아테네에서도 결코 적지 않은 수라 할 수 있는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다. 참석한 사람들이 한마디씩만 말을 해도 하루가 다 갈 것이다. 누구나 알듯이 최근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한마디씩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아테네 민주주의가 현대 국가에서 실현될 수 없는 이유는 직접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취약성 때문이다.

실제로 고대 아테네에서 이루어진 직접민주주의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이상형과는 많이 달랐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헬드에 따르면, 아네테에서 대중은 무사심하게 개인으로 참석하여 토론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지도자들이 이끄는 무리가 있었으며, 이들은 종종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이들 집단은 민회에서 어떻게 발언하고 어떻게 선동할지 음모를 짜고 면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현란한 변론 기술을 동원한 이들의 선동에 민회는 순간적인 격정에 빠져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일쑤였다. 군대의 지휘관을 억울하게 처형시키고, 그 뒤 선동에 넘어간 것을 크게 후회하며, 이번에는 선동한 사람들을 잡아 처형시킨다. 이것은 공동의 목적을 가진 시민들이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합의를 통해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아테네의 사례에서 보듯 숙고되지 않은 직접민주주의는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협의의 메커니즘이라기보다는 무분별한 대중의 열정이 분출되고 여론 조작이 횡행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

 

직접민주주의가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 참여에 필요한 정보의 불평등 때문이다. 정보가 평등하게 주어진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정보를 가려내고 해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은 평등하지 않다. 만약 우리 사회가 완전 정보사회에 매우 가깝다면 유권자는 모든 것을 직접 알아보고 결정할 수 있으므로, 직접민주주의 방식에 따라 투표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반대다. 특히 인터넷은 고도로 불평등한 공간이다. 아무리 좋은 근거로 뒷받침되는 주장을 담고 있어도 소외된 공간은 더욱 소외되고 그릇된 주장을 해도 인기가 높은 곳은 관심이 더욱 집중된다. 이러한 양극화는 되먹임 고리를 통해 강화되는 경향을 갖는다.

둘째, 심의 과정이 부족하다. 적어도 대의제에서는 의원들에게 제도적으로 독회와 토론의 의무를 부과한다. 그러나 직접민주주의는 의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도 투표에 참여한다. 그러다보니 대의제에서는 정책 실패에 정당 교체라는 결과가 따르는 반면, 직접민주주의에서는 어떤 제도적 반성 메커니즘도 없다. 이는 정책 방향이 잘못될 때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대중매체를 소유하거나 매체 영향력이 큰 세력이 의사 결정 과정을 지배할 가능성도 크다.

셋째, 직접민주주의에서는 의사 결정에 참여한 소수가 모든 시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역설이 발생하며 이는 심각한 정당성 문제를 야기한다. 인터넷 여론조사 수준으로 대표성이 붕괴하고 계속되는 대중 동원의 힘겨루기가 사회를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조직되지 않았거나 자원이 부족해 조직력이 낮은 사람들은 대의제 사회보다 의제에 대한 통제력을 훨씬 더 잃게 된다. 적어도 대의제에서는 그들의 목소리가 정당을 통해 대표될 수 있다.

넷째, 직접민주주의는 정치에 대한 그릇된 관념을 심어준다. 정치는 갈등하고 상충하는 이익과 의견을 합당하고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문제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그러나 직접민주주의에서는 다수가 원하는 목적을 그저 다수가 원하는 방법으로 실행하는 문제로 정치가 환원된다. 이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이상과 배치된다.

다섯째, 본인-대리인의 문제가 대의제보다 더 악화된다. 얼핏 보면 직접민주주의에서는 대리인이 없는 것 같지만, 특정 시기에 실질적인 운영에 참여하는 소수가 일종의 대리인이다. 그러나 이 대리인들은 전혀 명시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만약 실패가 발생하면 그 실패에 대한 책임이 사회 전체 구성원에 분산되어 부담될 뿐이다. 책임지는 주체가 없는 것이다. 대의제에서는 적어도 정당이 대리인으로서 책임을 진다.

 

관건은 심의와 토론 과정!

이렇게 심의와 토론 과정이 없는 직접민주주의는 만병통치약이기는커녕, 오히려 대의제가 가진 약점이 극대화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과거 미국 헌법의 제정자들(Founding Fathers)은 직접민주주의가 가진 이러한 약점에 대해 올바르게 파악했다. 그들은 온전한 대의를 어떤 식으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들은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이 공정한 심의를 거칠 수 있도록 몇 가지 제도적 장치를 고안했다. 우선 직접민주주의보다 대의제를 옹호했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들보다 그 대표들이 격정이 아닌 이성에 기반해 토론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짧은 임기에 비해 긴 임기가 더 낫다고 보았다. 매 정책 결정 때마다 유권자가 즉각 지지를 철회할 수 없을 때 대표들이 당파의 이익이 아닌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더 잘 살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하원은 다수의 이익을, 행정부와 상원, 사법부는 소수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권력을 분할했다. 이는 그들이 심의를 강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결과적으로 엘리트주의적 수단을 택했음을 보여준다.

https://www.flickr.com/photos/donkeyhotey/

 

 

그렇다면 직접민주주의는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이상향일 뿐일까? 그렇지는 않다. 직접민주주의의 성공적인 사례들도 현실에서 꽤 발견할 수 있다. 미국 각 도시의 타운미팅, 시카고 지역통치위원회, 미국 거주 동물 보호 계획,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참여예산제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부분적 성공 사례들에서 우리는 토론을 필수 절차로 하는 직접민주주의의 기제를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시민들이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숙고된 의견을 창출하는 과정 말이다. 이런 심의 과정이 있을 경우 직접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가 목표로 했지만 홀로 온전히 달성하지 못했던 이상, 민주적 정당성, 책임성, 반응성, 광범위하고 사려 깊은 토론, 온전한 대표성을 더 잘 달성하게 해주는 보완제가 될 수 있다.

대의제와 직접민주주의를 검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길은 누가 통치하느냐, 즉 인적 속성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계몽된 이해’와 ‘온전한 대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의사소통적 과정이 있느냐의 문제, 즉 심의 과정의 존재 여부이다. 그리고 공중의 숙고된 의견으로 정치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아이디어가 바로 심의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심의민주주의 - 민주주의의 고도화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계몽된 이해’를 지닌 시민이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참여할 통로가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이 통로를 통해 형성되는 숙고된 의사는 그 자체로 법적 지위를 가져 ‘온전한 대의’를 구현해야 한다. 학계에서는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춘 민주주의를 심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라고 칭하며 오랜 기간 논의를 해왔다.

‘심의’란 함께 토론하고 숙고하여 어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활동을 말한다. 정의상 심의민주주의는 이미 주어진 선호를 집계하는 민주주의와 대비된다. 심의민주주의에서는 다수의 의견이라 할지라도 숙고하지 않고 개개인이 표출한 선호를 단순 집계한 것을 민주적인 결정에 따른 결과로 인정하지 않는다. 국가의 이런저런 결정들은 공적 심의라는 수문을 거쳐야만 민주적 결정이라고 불릴 수 있다. 따라서 심의민주주의에서는 공적 심의 기구인 ‘심의회’에 공식적인 입법 권한을 부여한다. 그렇게 될 때 심의회는 한편으로 의회의 보완 기구로서, 또 견제 기구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심의민주주의는 대의제의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제인 것이다.

 

엘리트주의의 사상적 원천인 플라톤의 철인왕 국가에 대해 칼 포퍼는 “영리하지만 무정한 목동이 양을 다루는 것처럼, 말하자면 지나치게 잔인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경멸하면서 인간 가축을 다루는 국가에 대한 이론의 개요”라고 갈파했다. 특출한 사람만이 다른 모든 사람의 공동선을 발견하고 실현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가정은 틀렸다. 또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의사 결정에 참여해야만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된다는 직접민주주의의 단순한 주장도 틀렸다. 문제의 핵심은 참여자의 수가 아니라 심의와 토론의 과정이다. 단순 집계된 인민의 즉각적인 선호가 아니라 숙고된 인민의 의사이다.

심의민주주의는 적은 수라도 평등하고 자유로운 시민이 충분한 정보를 검토하며, 서로 투명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숙고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그러한 심의 과정을 통해 도달한 결과를 공동체의 정치적 결정에 반영할 때 우리의 민주주의는 대의제의 한계를 넘어서 더욱 고도화되고 심원한 방식으로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다.

 

 

*      *      *

 

지은이 이한

변호사이자 시민교육센터 대표이다.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민주주의와 정치철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와 집필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중간착취자의 나라』(2017년), 『삶은 왜 의미 있는가』(2016년),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2012년), 『이것이 공부다』(2012년), 『너의 의무를 묻는다』(2010년), 『철학이 있는 콜버그의 호프집』(2005년), 『탈학교의 상상력』(2000년), 『학교를 넘어서』(1998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사치 열병』(2011년), 『포스트민주주의』(2008년), 『이반 일리히의 유언』(2010년), 『계급론』(2005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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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현재 어디쯤 와 있을까


 

존경받는 가치투자자인 하워드 막스는 <투자에 대한 생각>이라는 책에서 중요한 투자 원칙으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는 투자에서 시장 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어도,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2013년 주택시장이 바닥을 치고 상승한 지난 5년간의 호황은 평균적인 주택 사이클에 비해 길었습니다. 주택 가격의 상승폭 역시 연2~3%의 경제성장률에 비해 꽤 매력적인 편이었습니다. 이러한 기나긴 호황의 추억이 여전히 부동산에 대한 굳건한 신앙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여전히 주택시장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8년, 44만호의 역대 최고 입주 물량이 기다리고 있으며, 금리 인상도 시작되었습니다. 지방은 이미 2016년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현재 어디에 와 있는 걸까요?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의 저자는 거두절미하고 데이터로 확인해보자고 말합니다.

 

건설사에서 수주 정보를 접수하고 사업을 검토하면, 당장 사업을 수주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6개월 후에나 분양을 한다. 따라서 시장 예측을 위해 시장의 ‘선행지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현재 상황이 좋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이 고점이라면 상당히 위험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 역시도 ‘최근 00지역이 몇 퍼센트 올랐다’고 하는 매매가 변동률은 어느 시점부터는 참고만 했다. (오히려 최근 몇 분기 연속 상승률이 높았다면 반대로 이것이 고점 시그널이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동행 혹은 후행지표에 가까운 매매가 변동률을 대체할 선행 시그널을 찾기 위해 몇십 개의 논문과 보고서를 뒤져본 뒤, 우연히 ‘매매가 순환변동치’라는 개념을 발견했다. 이것은 어느 지역 매매가의 장기 추세를 구해 현재 매매가가 장기 추세 가격을 상회하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주택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데이터는 거래량, 구매 심리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에는 매매가가 그 지역의 주택 경기를 최종적으로 반영한다. 따라서 주택 매매가의 순환 변동치를 연결하면 그 지역의 중장기 주택 경기를 설명해주는 ‘매매가 순환주기’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39~40쪽

 

보통 뉴스나 부동산 투자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매매가 변동률입니다. “지난주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00%로 지난달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둔화되었다”그러죠. 그러나 미래의 분양 성공 가능성을 점쳐야하는 (건설사에서 근무하는) 저자 입장에서는 매매가 변동률이 선행지표가 아닌 후행지표에 가까워 사용하기가 곤란하다고 느낍니다. 따라서 매매가 변동률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게 된 것이죠.


 

위 그림은 저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한 끝에 가장 핵심적인 선행지표로 삼은 데이터로 구성한 그래프입니다. 자세히 보면 ‘매매가 순환변동치’와 ‘입주 물량’ 두 가지 데이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매가 순환변동치는 말하자면, 현재의 매매가와 매매가의 장기추세를 비교한 것입니다.

 

매매가 순환변동치 = 현재의 매매가 - 매매가의 장기추세

 

매매가 순환변동치는 0을 기준으로 위 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곡선으로 표현됩니다.

이 선이 0보다 위에 있으면서 우상향하면 현재의 집값이 장기추세선보다 높은 상승 국면에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0보다 위에 있지만 우하향하면 집값이 장기추체선보다는 높지만 시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뜻이고요. 어째든 0 위에 있으면 부동산 시장은 호경기입니다.

 

반대로 순환변동치가 0보다 아래에 있으면서 우하향하면 현재 집값이 장기추세선보다 낮은 하락 국면에 있다는 뜻입니다. 0보다 아래 있으면서 우상향하면 시장이 장기추세선보다 낮은 위치에 있지만 회복 국면에 있다는 뜻이고요. 어째든 0 아래에 있으면 이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불경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식 차트에서 장기 이동평균선과 주가의 관계를 보고 상승 추세/하락 추세로 구분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거래량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추세선 대비 현재의 시장 가격이라고 말합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2018년 현재 한국 주택시장은 상승 국면에 있습니다. 하지만 순환주기 상으로 2017년 1분기 현재 진폭이 거의 전고점(2008년 1분기) 수준까지 확장되어 있습니다. 어느 정도 호황기 말미에 와 있다는 뜻이죠.

 

점선은 입주 물량입니다. (숫자의 단위는 천입니다. 2018년 448은 44만8천호를 뜻합니다). 입주 물량은 매매가 순환주기의 변동 원인입니다.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 공급이 늘어 가격이 하락합니다. 입주 물량이 적으면 공급이 줄어 매매가가 상승합니다. 입주 물량과 매매가 순환주기를 함께 보면 현재의 시장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프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무려 7년 연속 30만호 이상의 입주 물량 공급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엄청난 양이죠. ‘물량 앞에 장사 없다’고 당연히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8년의 경우에도 44만호의 역대급 입주 물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자는 공급이 제한된 서울을 제외하면 2018년 이후에는 이전과 같은 주택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2018년 이후에 부동산 시장은 폭락하게 될까요? 2008년 이후의 불경기처럼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과거 3년간의 입주 물량 공백기(2011~2013년) 때문입니다. 이때 역대 최저 수준의 공급이 이루어졌고, 근래의 입주 물량을 누적해서 봐도 둔화 가능성은 있지만 급격한 충격 가능성은 낮다고 합니다. 또한 금융위기 이전의 전세가율과 금리 수준과 비교해볼 때도 지금의 제반 여건이 훨씬 양호한 편이며, 무엇보다 과거의 물량 공백기가 주택시장의 급진적 하락을 막아주는 완충장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하네요.


 ★ 대형 건설사의 부동산 데이터 분석가가 전하는 2만 시간의 노하우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조영광 지음)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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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온 2018.11.29 07:56

    전자책 출간 계획이 있나요??

    • 미지biz 2018.11.30 22:30

      독자님 안녕하세요? 당분간은 전자책 제작 계획이 없습니다. 전자책으로 제작해도 그래프가 워낙 많아서 전자책으로 보시기에 많이 불편하실 것으로 판단됩니다. 나중에 제작하게 되면 알려 드릴께요. 감사합니다.

향후 5년간, 주택 고령화에 따른 젊은주택의 희소가치는 주택 가격 상승의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한국은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입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인구 고령화에 따라 주택 수요가 감소하여 앞으로 주택시장이 하락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주택시장에서 벌어진 일은 그와는 정반대였죠. 왜 그럴까요?


바로 비밀은 주택 고령화에 있습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는 비록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수면 위로 드러날 시점은 향후 몇십 년 후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주택 고령화는 지금 우리 주택시장이 당장 당면한 문제입니다.

 


주택시장은 크게 신규주택과 재고주택으로 나뉩니다. 신규주택은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이고, 재고주택은 이미 지어져 있는 아파트죠. 재고주택 중에서도 입주한 지 10년이 넘은 주택을 고령주택이라고 하는데요, 고령주택 비중은 2006년에는 50%였지만, 이후 계속 증가하여 2017년 현재 전체 주택의 7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입주 5년 이하의 젊은주택 비중은 2017년 현재 13%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말그대로 아파트 10채 가운데 1채 정도만이 새 아파트인 것이죠. 게다가 우리나라 주택 재고의 48%가 수도권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도권 대부분의 주택이 노후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택 고령화가 심화되면, 젊은주택이 희소해져 가격이 뛰게 됩니다. 그리하여 젊은주택의 가격이 전체 주택의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흐름을 만들어내었습니다. 2001년 평당 30만 원의 차이를 보이던 젊은주택과 고령주택의 가격은 주택 고령화의 심화로 2017년에는 평당 360만 원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34평 아파트 기준으로 환산하면 젊은주택이 1억 2,000만 원 정도 더 비싼 것이죠.

 

주택이라는 상품은 비가역성이 강합니다. 한 번 지으면 30년 정도는 그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규 주택을 짓고 싶어도 노후 주택이 들어선 자리는 적어도 수십 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 지형이라 주택의 원재료가 되는 토지가 부족합니다. 이러한 토지의 제약이 주택 공급을 제한하고 주택 고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향후 5년간 주택 고령화에 따른 젊은주택의 희소가치는 주택 가격 상승의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 대형 건설사의 부동산 데이터 분석가가 전하는 2만 시간의 노하우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조영광 지음)에서 발췌했습니다.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조영광 지음 | 미지biz | 468쪽 | 19,800원

 

 

대형 건설사 부동산 데이터 분석가의

2만 시간 노하우가 담긴

대한민국 부동산 예측의 정수


 

 

바야흐로 부동산 불확실성의 시대. 대한민국 부동산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부동산 관련 뉴스와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오히려 유동성만 커져가고, 전문가의 입에선 ‘똘똘한 한 채’와 ‘입지’라는 뻔한 답만 되풀이되는 혼돈의 부동산시장. 언제까지 다른 사람의 눈과 입에 의존할 것인가. 스스로 부동산시장을 읽는 힘은 결국 ‘진짜 봐야 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읽는 눈에 달려 있다. 대형 건설사 데이터 분석가가 공유하는 2만 시간의 노하우를 통해 이제 스스로 판단한다.

 


 

변곡점에 선 부동산 시장, 데이터는 알고 있다

2018년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은 변곡점에 서 있다. 지난 4년간의 호황은 평균적인 주택 사이클에 비해 길었고, 주택 가격의 상승폭 역시 연 2~3%의 경제성장률에 비하면 꽤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2018년,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44만 호라는 역대 최다 입주 물량이 기다리고 있고, 금리 인상도 시작되었다. 지방은 이미 2016년부터 둔화 혹은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주택 경기가 2008년 금융 위기 직후의 대세적 하락기 혹은 2015년의 대세적 상승기라면 데이터로 주택시장을 분석하는 일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굳이 데이터라는 현미경으로 보지 않더라도 직관의 눈만으로도 확연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시그널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않을 때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객관적인 위치 파악이 중요하다. 수많은 사례로 검증된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이것을 데이터가 해줄 수 있다.

데이터는 흔적을 남긴다. 과거의 시장 흐름과 현재의 흐름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에서 소개하는 ‘입주 물량×주택 순환주기’ 그래프는 바로 이러한 시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주택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객관적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는 공급량과 주택 순환주기 같은 주택시장의 핵심 데이터뿐 아니라 주택시장의 미래를 잘 설명해주는 경제, 정치, 인구, 교통, 심리 등 주택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분야의 지표도 소개한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같은 검증을 생략한 소개 대신 직접 해당 지표와 주택 지표와의 상관성을 일일이 검증함으로써 데이터를 다루는 책의 기본을 잃지 않는다.

데이터를 전달하는 방법 또한 기본적인 그래프뿐 아니라 최고의 케미를 보여주는 두 가지 데이터를 함께 표현한 ‘2×2 매트릭스’를 활용해 한눈에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알려주는 검증된 데이터를 통해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를 읽는 독자들은 2018년 변곡점에 선 주택시장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총 4개의 파트와 <책 속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에서는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거시적인 흐름을 전망하기 위한 데이터를 소개한다. 해당 데이터들은 지은이가 지난 8년간 대형 건설사에 근무하며 주택시장을 예측하면서 전국 평균의 흐름을 잘 설명해주는 데이터들로 선별한 것이다. 선별된 데이터들은 ‘가격, 수급’ 같은 전통적인 주택시장 데이터뿐만 아니라 ‘인구, 교통 개발, 경제 동향 그리고 경제정책 같은 거시 데이터를 망라한다. 물론 해당 데이터가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중장기 흐름을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는 검증 과정을 거칠 것이며, 그 최근 동향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미래 흐름을 진단한다.

PART 2에서는 전국의 시도 단위뿐 아니라 시·군·구 단위까지 ‘쪼개서’ 하위 시장의 수급 분석과 주택 가격의 적정 수준을 진단하고 향후 추세를 전망한다. 또한 시도별로 상위 주택시장을 대표하는 시·군·구와 독립적인 흐름을 가진 시·군·구에 대해 정리한다. 이를 통해 ‘00시의 흐름을 보려면 00구의 주택시장을 보면 된다’, ‘00구는 00시와 달리 독립적인(상관성이 없는) 주택시장이므로 별개로 봐야 한다’ 같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의 개인적인 실전 시장 예측 스토리도 들어 있는 PART 2에서는 지은이가 2013년 당시 저점을 통과하던 경기도 지역과 리스크가 큰 지방 소도시의 시장성을 예측하여 분양에 성공한 사례도 소개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동산 입지’가 아닌 ‘보이지 않는 시장의 흐름’을 읽어낸 사례를 통해 실전용 주택 데이터에 대해 알게 된다.

PART 3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쓴 주택시장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가 8년간 주택시장을 분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듯 믿어왔던 주택시장의 고정관념을 뒤바꾼 사례들을 모아놓았다. <1장 강남에서 제주까지>는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차별화된 ‘눈’에 대해, <2장 데이터는 말한다>는 데이터로 바라본 주택시장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평소 주택시장에서 자주 부딪히고, 궁금해하는 ‘이슈’들을 다루었다. 순서에 상관없이 관심 키워드 중심으로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이슈에 바짝 다가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PART 4는 빅데이터로 보는 ‘수익형 부동산시장’이다. 국내 최초로 오피스텔과 상가 시장을 빅데이터로 다루었다. 오피스텔 시장 전망을 위해 시장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를 제시하고, 오피스텔 수요가 강한 지역을 시·군·구 단위로 살펴본다. 더불어 오피스텔과 함께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상가 시장에 대해서도 한국감정원 데이터를 활용한 공실률×임대가 매트릭스를 통해 지역별 상권을 진단한다. 서울, 경기·인천, 5대 광역시, 기타 지방의 하부 상권을 세부적으로 다루면서 상권의 활발, 둔화, 불황, 회복의 원인과 핵심 모멘텀의 분석을 통해 주요 상권의 미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주요 도시의 오피스텔 수요와 상권 흐름은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통찰을 안겨줄 것이다.

이 책의 외전 격인 <책 속의 책>에는 본문에서 깊게 다루지 못했으나 따로 모아서 보면 유용한 통찰을 가져다줄 알짜배기 정보들을 모아놓았다. 독자들은 <책 속의 책>을 통해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를 압축해놓은 짧지만 강렬한 번외 여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인구 고령화가 아닌 주택 고령화!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적어도 향후 5년간은 인구 고령화보다 ‘주택 고령화’가 더욱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는 비록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수면 위로 드러날 시점은 향후 몇십 년 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고주택 가운데 완공된 지 10년이 넘은, 즉 ‘입주 10년’ 초과의 고령주택 비중은 2006년에는 50%였지만, 이후 계속 증가하여 2017년 현재 전체 주택의 76%가 고령주택인 상황이다. 그에 반해 입주 5년 이하의 젊은주택 비중은 2017년 현재 13% 수준으로 아파트 10채 가운데 1채 정도만이 새 아파트이다. 우리나라 주택 재고의 48%가 수도권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도권 대부분의 주택이 노후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택 고령화의 심화는 젊은주택의 희소가치를 만들어내며, 젊은주택의 가격이 전체 주택의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2001년 평당 30만 원의 차이를 보이던 젊은주택과 고령주택의 가격은 주택 고령화의 심화로 2017년에는 평당 360만 원의 차이를 보인다. 34평 아파트 기준으로 환산하면 젊은주택이 1억 2,000만 원 정도 더 비싼 것이다.

주택은 비가역적 성격이 강하다. 즉 한 번 지으면 30년 정도는 그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신규 주택을 짓고 싶어도 노후 주택이 들어선 자리는 수십 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 지형이라 주택의 원재료가 되는 토지의 제약이 주택 고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들이 젊은주택이 공급될 여지를 제한하여 향후 5년간 주택 고령화에 따른 젊은주택의 희소가치는 주택 가격 상승의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주택시장의 호황 사이클은 끝났다?

평균 사이클보다 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주택시장에 대해 2018년 현재, 사람들은 호황의 끝을 경계하고 있을까? 적어도 데이터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부동산을 여전히 안전자산의 하나로 여기고 있고,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 또한 기준치(100)보다 높은 수준이다(2018년 3월 기준 107). 여전히 주택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까지는 여러 요인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상승 모멘텀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의 하락 모멘텀인 가격부채(단기), 정부 정책(장기)의 영향력에 따라 향후 주택시장이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유념해두어야 한다.

 

부동산시장의 폭락 가능성은?

주택 순환주기 흐름을 살펴보면, 전국의 주택 경기는 2013년 3분기 저점 이후 4년 내내 상승세에 있었다. 어느 정도 호황기 말미에 와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2018년에는 역대 최다인 44만 호의 입주 물량도 예정되어 있어 서울을 제외하면 이전과 같은 주택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2008년과 같은 주택 가격의 폭락 가능성도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다. 과거 3년간의 입주 물량 공백기(2011~2013년 역대 최저 수준의 공급)를 고려해야 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직전에는 무려 7년 연속 30만 호 이상의 입주 물량 공급이 있었다. 하지만 2009~2016년 8년간 단 한 번도 30만 호를 초과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둔화 가능성은 있지만 급격한 충격 가능성은 낮다.

또 다른 이유로는 70%에 달하는 전세가율을 들 수 있다(금융 위기 이전의 전국 평균 전세가율은 40~50%에 불과했다). 전세가율은 전세에서 매매로의 실수요 전환 압력을 의미한다.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지역에 살고 싶은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어느 지역의 전세가율이 상승하여 매매가와 전세가가 별 차이가 없으면 차라리 매수하겠다는 심리가 강해진다. 그런 점에서 전세가율의 상승은 매매가 상승의 선행 시그널이 된다.

매수자의 자금 부담 또한 금융 위기 이전보다 현저히 낮다. 금리는 금융 위기 직전의 절반 수준(7%→3.5%)이고, 금리가 상승하고 있지만 이전과는 자금 부담의 절대적인 수준이 다르다. 2011~2013년의 입주 물량 공백, 낮은 수준의 이자 부담은 주택 시장의 급진적 하락을 막아주는 완충장치가 될 것이다.

 

 

분양시장과 재고주택시장의 양극화 심화

2010~2013년의 주택시장 암흑기만 해도 재고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여지없이 분양시장도 얼어붙어 미분양이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을 면밀히 살펴보면 주택 가격이 하락해도 분양이 잘되는 지역이 점차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분양시장과 재고주택시장의 양극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가 고안해낸 ‘매매가×청약률 매트릭스’를 활용하면 매매가 상승률과 청약률이 동반 강세를 보이는 호황 지역, 매매가 상승률과 청약률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불황 지역, 그리고 지은이가 특히 주목하는 매매가 하락에도 청약률이 강세를 보이는 ‘양극화 지역’(분양시장만 강세)을 직관적으로 선별해낼 수 있다.

 

 

중장기 흐름을 알고 싶다면 인구 증감률보다 인구밀도를 보라

지난 3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은 서울과 부산의 가격 상승률이 단연 압도적이다. 인구 유출에도 인구밀도가 1, 2위이고, 따라서 가격 상승이 가장 가팔랐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가용 토지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도시 팽창 여력이 낮다. 따라서 구도심에 대한 선호도가 유지될 수밖에 없고, 노후 주택이더라도 구도심에 있으면 젊은주택보다 가격이 높은 경우도 있다. 서울이 대표적 예다.

주택시장이 어느 하나의 변수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시장임을 감안할 때, 인구밀도는 전국 시도의 주택 가격 흐름을 비교적 잘 설명해준다. 또한 토지에 기반한 인구밀도는 좀처럼 변하기 힘든 데이터이다. 지역별 중장기 주택시장 예측에서 중요한 변수인 것이다.

 

경기를 반영하는 청년층(20~29세) 취업 동향에 주목하라

사실 이 연령층은 주택 경기와 거의 상관없는 연령대이다. 생애 주기나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주택 구매의 주 수요층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 연령대를 주목해야 하는가? 이들이 집을 살 나이는 아니지만 그들을 고용하는 것은 기업이라는 점을 생각하라. 청년층 취업자 수의 증가는 신규 고용 인원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 실제 경기 흐름을 가장 민감하게 비춰주는 지표이다. 신규 고용 증가는 기업의 호실적을 의미하고, 이로 인한 취업자의 가계 소득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 개발과 인프라를 보라

교통 개발은 인구밀도와 마찬가지로 그 지역의 중장기 주택 가격 상승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지방 도시의 주택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에 비해 기본적인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수도권의 경우에는 그 영향이 지방 도시에 비해 제한적이다. 지방 도시와 달리 인구, 학군, 생활 편의 시설 등 교통 개발 외의 다양한 가격 상승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가가 사용하는 주요 지표들

매매가 변동률: 현재 매매가가 장기 추세 대비 상회하는지, 하회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주택 시장의 흐름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 주택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데이터로 거래량, 구매 심리 등 여러 지표가 있지만 결국에는 매매가가 그 지역의 주택 경기를 최종적으로 반영한다.

주택 경기도 순환한다. 그렇기에 주택 사이클의 확인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주택시장을 전망할 수 있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어도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입주 물량: 주택 순환주기의 원인을 설명해준다.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 주택 경기가 하락하고,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 수급 개선으로 주택 경기의 회복 시그널이 된다. 입주 물량은 향후 2년 치 물량이 확정되어 있기 때문에 적어도 2년 후의 주택 경기를 전망할 때 유용한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대출 유형별 가계대출 증가율: 부자 선발대와 이를 뒤따르는 중산층 후발대로 요약된다. 부자 선발대는 은행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도움을 받아 상승 국면을 향해 달려가는 ‘부동산 열차’에 올라탔다(2014~2015년 LTV는 70% 수준). 2016년 주택 경기가 완연한 상승 국면에 진입하자 이번에는 중산층 후발대가 비은행 대출, 기타 대출(신용대출 등)을 이용하여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부동산 열차 후미에 올라탔다. 인심을 베풀던 은행이 주택시장 호황으로 대출액이 증가하자 중산층 후발대에 대해서는 야박하게 굴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계부채의 핵심은 중산층 가계부채에 있다. 가계대출이 주택시장의 시험대에 오를 시점은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는 2018~2019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를 잘 넘기면 더 이상 가계대출이 주택시장의 리스크로 부각되기 어려울 것이다.

 

준공 후 미분양: 입주 리스크를 진단하는 대표적인 시그널. 주택시장이 호경기일 때는 너도나도 분양을 받으려 하기 때문에 분양 물량이 증가한다. 2015년 51만 호의 역대급 분양이 좋은 예다. 이 때문에 분양 물량은 주택시장의 결과를 말해주는 지표로 기능한다. 그에 비해 입주 물량은 유통, 제조업에서 흔히 말하는 ‘재고’ 같은 의미이다. 재고 리스크를 주택시장에 적용하면 ‘입주 리스크’가 된다. 호경기 때 분양을 받았던 사람들이 2~3년 후 막상 주변 지역에 입주 물량이 증가하고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조짐을 보이면 쌓이는 재고에 놀라 계약을 포기한다. 손실을 보더라도 분양권을 던지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심리가 확산되어 입주 리스크가 발생한다. 입주 리스크는 주택시장이 가정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몇천만 원의 손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몇억짜리 재고가 무더기로 쌓이는 심각한 재무 손실을 야기한다.

2018년 2월 현재 준공 후 미분양은 1만 1,712호로 2007년 이래 역사적 저점 수준이며 절대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2018년 대규모 입주 물량에도 준공 후 미분양의 급증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지역별로는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입주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중년주택 가격: 입주 6~10년의 중년주택 가격이 젊은주택(입주 5년 이하) 가격에 근접할수록, 신규 분양가에 대한 저항감이 감소해 분양시장에 긍정적인 가치 흐름을 만들어낸다. 중년주택 가격은 재고주택 가격과도 정(+)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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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조영광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국내 굴지의 전자, IT, 자동차 회사에 최종 합격했음에도 건설업에 뜻을 품고 국내 메이저 건설사인 대우건설에 입사했다. 마케팅팀에 배속된 뒤로 지난 8년간 부동산시장에 빅데이터를 접목시킨 하우스노미스트(House+nomist)가 되어 쏟아지는 부동산 데이터와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분양 현장을 넘나들며 대우건설이 ‘주택 공급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입사 3년차 때 자신이 개발한 ‘전국 시·군·구 대상 유망 사업지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주택시장 분석과 예측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신규 분양 단지의 청약률 예측과 초기 분양률 예측까지 도맡아하면서 분양시장에서 ‘진짜 봐야 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답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경제, 심리, 소셜미디어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한민국 부동산을 다각도로 파헤치고 있으며, 아직 미지의 영역인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로까지 분석 영역을 넓혀가며 대한민국의 모든 부동산을 꿰뚫는 실전용 데이터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추천사  

수많은 변수가 상존하는 주택 건설과 공급 시장에서 수요를 추정하는 일은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최대 과업이다. 저자는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과 수많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요 특성의 변화를 예측하는 기법을 창안했다.

부동산과 주택 관련 데이터가 넘쳐나고, 수많은 예측이 난무하는 부동산 불확실성 시대에 이보다 더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은 없을 것이다.

주택 분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주택시장의 변화와 그 원인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해소시켜준 저자에 고마움을 전한다.

_조성진,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본부장(부동산학 박사)

 

부동산은 고관여도 상품이다. 말 그대로 구매할 때 많은 것을 고려하고 고민하는 상품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처음 만난 부동산 중개업자의 몇 마디 말에 수억 원이 넘는 상품의 구매가 결정되기도 한다. 조영광 작가의 이 책은 부동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통합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비합리적인 부동산 구매 결정으로 입게 될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큰 결정을 앞두고 일생일대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라는 모든 분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한다.

_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

 

*미지biz는 미지북스의 비즈니스도서 출판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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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만리장성

그림자 금융, 유령 도시, 대규모 부채 

그리고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 

디니 맥마흔 지음 | 유강은 옮김 | 미지북스 | 368쪽 | 16,800원

 

 

거대한 시한폭탄이 된 중국 경제

세계를 뒤흔들 차이나 블랙스완이 온다


중국의 기적적인 성장기는 끝났고,

이제 중국은 "부채의 저주"에 직면해 있다 


 

중국 현지에서 경제 전문 언론인으로 10년간 활약하는 과정에서 디니 맥마흔은 점차 중국의 필연적인 경제적 상승에 대한 광범위한 믿음이 위험할 정도로 그릇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맥마흔은 유례를 찾기 힘든 심층 탐구를 바탕으로 한 이 책에서 번영이라는 환상 이면에 숨어 있는, 중국의 경제성장을 떠받치는 어마어마하게 쌓인 부채의 실상을 보여준다. 새로 지은 텅 빈 도시들, 무용지물로 전락한 국가 개발 사업, 복잡하게 뒤얽힌 그림자 금융 시스템 등에 관한 이야기는 걸핏하면 언론을 장식하는 기삿거리가 되었지만, 맥마흔은 헤드라인을 넘어서 이런 낭비가 어떻게 번성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력한 정부가 왜 이 낭비를 멈추지 못하고 쩔쩔매는지를 설명한다.



 

중국 경제가 위험하다

수십 년 동안 세계는 성장의 쌍둥이 엔진으로 미국과 유럽에 의존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볼 수 있듯 두 엔진이 동시에 고장 나면 세계 경제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2030년 무렵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대 경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은 마침내 제3의 엔진으로 부상 중이다. “중국의 세기”라고 상투적으로 묘사되는 21세기 어느 시점에선가 중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가 되고, 전 세계적 지배는 아닐지라도 상당한 수준의 지역적 지배를 이루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중국은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20년 전만 해도 중국은 싸구려 운동화를 대량 생산하는 능력 말고는 나머지 세계와 별 관계가 없는 세계의 공장에 불과했다. 그런데 대규모 도시화로 전례 없는 자원 수요가 생기면서 중국은 전 세계 원자재 수출 국가들에 노다지를 안겨주는 국가가 되었다. 현재 중국 경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중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 시장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활력 넘치는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잠재적으로 수억 명에 달하는 소비자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 지구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전 세계가 중국의 거대한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가운데, 우리 모두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 경제의 약점이다.

 

중국을 돌아다니다보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많은 도시들이 텅 빈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화려한 신축 정부 청사에는 공무원들이 다 들어가고도 사무실이 남아돈다. 중국 공장들은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이자 이 나라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는 양을 생산한다. 공장을 짓기 위해 바다를 메워서 토지를 개간하고 있지만, 그 땅에 공장은 전혀 지어지지 않는다. 전국 각지에 무수히 많은 공장이 지어졌지만, 최대 생산 능력을 온전히 활용하는 공장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다. 위험 요소는 이런 개발 사업에 낭비된 부채가 절대 상환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 <빚의 만리장성>, 18쪽

 

많은 이들이 중국 경제의 기존 성장 모델(투자 주도 성장)이 수명을 다했다고 우려한다. 그 한가운데 중국의 거대한 부채 문제가 있다. “2차 대전 후 지금까지의 모든 전 세계적 불황은 미국 경제의 하강에서 시작되었지만, 다음번에는 중국발 위기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기적적인 성장기는 끝났고, 이제 중국은 부채의 저주에 직면해 있다.”

 

부채가 견인한 성장

글로벌 금융 위기가 강타했을 때, 중국은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착수했다. 다른 나라들이 주로 정부 지출을 가지고 경기 부양 예산을 충당한 것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은행들이 큰 짐을 짊어졌다. 글로벌 경제가 교착상태에 처했을 때 중국은 거의 위기를 겪지 않았다. 금융 시스템이 신규 주택과 기반 시설, 공장 등의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금액을 빌려주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부채가 중국의 성장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동력이 되었다.

절대적인 수치로 볼 때, 중국의 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2016년 말 중국 비금융권 총 부채 액수는 경제 규모와 비교했을 때 약 260퍼센트였는데, 이는 미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부채 총량이 아니라 부채가 누적되는 속도다. 2008년 중국의 GDP 대비 부채는 160퍼센트에 불과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나라의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부채가 아주 빠른 속도로 누적될 경우 대체로 위기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부채 누적 속도는 현대사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이래 중국 경제의 부채는 약 12조 달러 이상이 증가했는데, 이는 그해 미국 전체 은행 시스템의 규모와 맞먹는다.

중국 지도자들은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을 피한다는 의도적인 결정을 내렸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구조 개혁에 관해 가지고 있는 비전은, 기존 체제에 새로운 성장의 마디를 접목하여(중국제조 2025) 중국이 현재의 여러 문제를 넘어서서 계속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내놓은 타협안은 고속 성장을 포기하고 대신 연 6퍼센트대의 중속 성장을 호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산업을 구축하려는 시진핑의 실험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중국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속도로 경제가 성장하려면 점점 더 많은 부채가 필요하다.

중국은 위기와 불황을 겪지 않는다기보다는 베이징 당국이 그런 상황을 무기한 미룰 수 있을 정도로 개입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미래에 직면할지도 모를 더 큰 고통을 차근차근 쌓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중국 당국은 문제를 뒤로 미룰 수 있는 유례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매번 뒤로 미룰 때마다 문제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어느 순간 그들은 전혀 미루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과잉투자 구조

중국 경제의 견인차는 사실상 지방정부이다. 지방정부가 투자를 주도한다. 지방정부는 성장과 세입이라는 두 가지 지상 과제를 달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국영기업에 은행대출을 과도하게 내주고, 과잉 설비를 만들며, 결국 천문학적 낭비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공무원들이 달성해야 하는 모든 목표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빠른 경제성장과 급속한 세입 증대이다. 특히 세금이 중요하다. 세금이 없으면 지방정부는 목록에 있는 다른 목표를 전혀 달성할 수 없다.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정리해고된 철강 노동자들에게 보상해주고, 교육 수준을 높이는 것 등등. 당국이 기대하는 이 모든 일에는 자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의 조세 체제는 중앙정부 이외의 하급 정부에 크게 불리하게 짜여 있다. 하급 정부는 보건, 교육, 연금 등 모든 지출의 80퍼센트가량을 책임지지만 전체 납세액 가운데 절반만을 받는다. 베이징 당국은 종종 충분한 예산을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하급 정부에 새로운 책임을 떠넘긴다. 따라서 지방 당국은 상당한 재량권을 활용해서 경기를 부양하고 세입을 확대하기 위해 창조적인 방식을 찾아낸다. 대체로 이런 동학은 중국 경제의 기적에 크게 기여했다.

베이징 당국은 경제에서 부채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막으려고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언제나 지방정부의 최우선적인 두 가지 목표(성장 창출과 세입 극대화)와 충돌한다. 지방정부는 “상부에 정책이 있다면 하부에는 대책이 있다”며 끊임없이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 최근 중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정부가 이끈 덕분이 아니라 오히려 중앙정부의 방해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구조는 중국 경제의 부실화를 가져오는 원인이기도 하다.

 

좀비 상태의 국영기업들

수많은 중국의 국영기업들이 좀비 상태로 걷고 있다. 중국의 정부 소유 기업은 15만 개 이상으로, 이들은 전체 경제 생산량의 약 25퍼센트와 도시 일자리의 20퍼센트를 차지한다. 현재 중국에 얼마나 많은 좀비 기업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2016년 IMF는 지방정부들이 발표한 데이터를 대조해 11개 성에 걸쳐 3,500개의 국영 좀비 기업이 있음을 확인했다. 국영기업 경영자들은, 자신들이 재량권을 많이 가지고 있고 은행으로부터 언제든 신용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를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더 많은 돈을 빌려서 더 많은 설비를 짓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 결과,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공장을 짓느라 막대한 규모의 부채가 축적되고 또한 헛되게 낭비된다.

중국 기업들은 엄청난 액수를 빌리고 있다. 2007년에 3조 4천억 달러였던 기업 부채 규모는 2014년 중반에 12조 5천억 달러가 되었다. 이것은 현대의 어떤 나라보다도 증가세가 빠른 것이다. 특히 국영기업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지나지 않지만 전체 기업 부채의 60퍼센트를 빌렸다. 은행들은 보유 자산의 2퍼센트가 악성으로 바뀌었다고 보고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실제 수치가 15퍼센트에 가까울 것이라고 의심한다. 은행들이 자금 회수를 요구하는 대신 기업들을 살려놓는 쪽을 택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악성 채무를 장부에 남겨두고 정부가 묵인하는 가운데 악성이 아닌 척한다. 악성 채무가 쌓이는 것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빈털터리 기업들이 계속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사회 안정을 위해 희생되는 경제의 건전성

리커창 총리는 2015년에 중국 좀비 기업을 도와서 생명을 유지하고 잘살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용의 핵심에는 사회 불안정에 대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사회 안정은 지난 10년간 중국공산당이 그 무엇보다 관심을 쏟은 문제였다. 감시 능력을 향상시키고, 소셜미디어를 모니터하고, 국내 안보를 강화하는 데 막대한 돈이 투입되었다.

지방 관리는 성장을 이끌어내는 데 아무리 성공했다 할지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시위가 한 번이라도 벌어지면 승진이 자동적으로 봉쇄된다. 사회 안정 앞에서 다른 모든 성과는 의미가 퇴색된다. 따라서 관리들은 기업을 살리고, 노동자 고용을 유지하고, 연금을 보호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 민간기업에서 주로 일하는 사람은 대개 이주 노동자로,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법에 따라 시골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국영기업 직원은 보통 현지 주민이 많고, 그들은 일자리를 잃어도 달리 갈 곳이 없으므로 항의 행동을 할 가능성도 높다. 또한 국영기업은 지역 경제의 핵심 축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방정부는 국영기업이 좀비가 되더라도 함부로 청산하지 못한다.

지방정부는 기업이 설령 좀비 상태가 된다 해도 여전히 세입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기업의 생명을 유지시킨다. 물론 좀비 기업은 정의상 어떤 수익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법인세를 전혀 거둬들일 수 없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공산품 판매에 근거해서 거둬들이는 부가가치세의 25퍼센트를 챙길 수 있다(75퍼센트는 중앙정부로 귀속된다). 그러니까 어떤 회사가 손해를 보는 와중에도 판매를 계속하기만 하면 지방 당국에 여전히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이다. 지방 관리들은 합병할 만한 다른 기업을 찾거나, 직원들에게 임금 삭감이나 조기 퇴직을 강요하거나, 그냥 은행에 지속적인 대출을 압박하는 등 좀비 기업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유령 도시, 한계에 다다른 중국 도시화의 민낯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유령 도시’라고 하면 보통 지역사회 사람들이 포기하고 떠난 장소를 말한다.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처럼 어떤 산업에 붐이 일었다가 그것이 꺼지면서 인구가 감소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유령 도시라는 개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버려진 곳이 아니라 애초부터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은 곳이다. 어느 순간 내몽골 평원 위에 100만 명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대저택과 아파트 건물들로 이루어진 도시가 솟아나지만, 지역 금융 위기 때문에 건설 호황이 끝나고 몇 년이 지나도록 도시는 대부분 텅 비어 있다. 이런 유령 도시가 중국 각지에 최소한 50개에 달한다고 한다.

유령 도시는 지방정부들이 끊임없이 맹목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면서 도시화 과정을 강제하여 생겨났다. 도시화(즉 새로운 주택과 기반 시설 건설)는 20년 가까이 중국 경제를 이면에서 움직인 추동력이었다. 도시화 덕분에 엄청난 양의 철강, 시멘트, 유리, 선박, 발전소, 탄광, 건설 기계 등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하지만 지방정부들은 이처럼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건설에 중독되고 말았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성장을 유지하는 이런 방법은 모두 이주민의 요구라는 이름으로 막연하게 정당화된다. 그 결과 거대한 규모의 낭비가 생겨났다. 2013년 현재 신도시와 신구 건설 계획을 모두 합하면 34억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 전체 인구의 2배가 넘는 수이다. 게다가 중국의 도시 이주민 수는 2010년 중순 이래 이미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도시와 소도시들은 산더미 같은 부채를 쌓아놓았다. 2008년 말 당시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약 5조 6천억 위안이었다. 그로부터 8년 뒤 그 액수는 16조 2천억 위안으로 3배가 늘었다. 중국의 많은 지방정부는 빌린 돈을 상환할 만한 자원을 갖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대다수가 추가적인 공공사업으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훨씬 많은 돈을 빌려야 한다. 중국이 지나치게 많은 공장을 건설한 것처럼, 도시화 역시 과도한 수준에 다다랐다. 만약 계속해서 점점 더 많은 도시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중국의 능력이 중단된다면, 이미 재정적 건전성이 취약해진 산업 부문이 고통받을 위험이 있다. “지방정부의 부채는 중국의 서브프라임이다.”

 

토지 약탈과 부동산 붐

토지는 중국의 투자 주도 호황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중국 경제 호황이 그토록 취약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토지를 수용해서 판매하는 권한은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개발 모델의 요체다. 이 권한 덕분에 지방정부는 성장을 진작시키는 공공사업 프로젝트에 필요한 토지를 몰수하고, 기업을 끌어들이는 데 사용할 산업 단지를 만들며, 토지를 담보로 은행들로부터 돈을 빌린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방정부가 토지를 필요로 하는 것은 팔아치우기 위해서다. 그래야 자금을 조성해서 다른 모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지방정부가 인민들로부터 막대한 양의 토지를 빼앗아 이를 주택지나 상업지구로 변경하고, 원주민들에게 보상금으로 지불한 액수의 10배 가격에 개발업자들에게 파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난 10년간 토지가 수용되거나 집이 철거된 중국인의 수는 무려 6500만 명으로 추정된다. 2009~2015년까지 7년간 중국의 각급 정부는 토지 판매로만 22조 100억 위안을 벌어들였다. 이는 맨해튼 땅 전체를 두 번 하고도 반을 더 팔아야 나오는 액수다. 중국 국가 차원에서 보면, 토지 판매가 전체 재정 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렇게 토지를 팔아 생긴 돈 덕분에 중국은 기반 시설을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외국인들은 종종 이런 변신을 중국 경제 체제의 우월함을 보여주는 징후로 여긴다. 그렇지만 사실 이런 변신이 가능했던 것은 오로지 국가 자산을 단번에 사유화했기 때문이다. 중국 납세자들에게 재정적 부담이 가해졌다면 불가능했을 법한 여러 프로젝트의 건설이 토지 덕분에 실현되었다.

1990년대 주택 시장 자유화 이후 대략 20년 동안 주택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주택 건설은 20년 동안 중국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 역할을 했지만, 한편으로 경제 심장부에 도사린 약점이기도 했다. 베이징 사람들은 연소득의 20배를 들여서 집을 사는데, 미국 사람들이 2.5배를 지불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중국의 도시는 거대한 투기 거품을 겪고 있다. 주택 거품이 무서운 것은 일단 거품이 터지면 토지 판매 부진과 주택 건설 감소에 동반되는 모든 경제 문제가 2007년 미국을 유린한 것과 같은 금융 위기에 의해 결합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에 대한 의존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림자 금융, 다가오는 금융 위기의 증폭제

그림자 금융은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모든 비은행 신용 대출이다. 즉, 그림자 금융은 은행 시스템과는 별도의 신용 팽창이며, 중국에서 그 증가 속도는 어마어마하다. 2016년 현재 중국의 그림자 금융자산은 8조 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중국 GDP의 80퍼센트에 육박했다. 그림자 금융의 핵심에는 자산 관리 상품이 자리하고 있다. 이 상품은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면서도 은행 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2009년부터 중국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발행 주체는 은행뿐만 아니라 투신, 보험, 증권, MMF, P2P 등 다양하다. 조달한 돈은 주로 은행과 민간 기업에 대출된다. 그러나 차, 다이아몬드, 와인, 주식, 일반 상품, 외환 등 수익되는 모든 것에 투자되고 있다. 2009년 자산 관리 상품의 발행 총액은 1조 9천억 위안이었지만, 2016년 말에는 그 수치가 12배로 뛰어 29조 위안을 넘어섰다.

2009년 말, 중앙정부는 은행에 신용 대출을 억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때는 수많은 건설 프로젝트들이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은 터라 그러기 쉽지 않았다. 지방정부와 국영기업들은 계속 대출을 해달라고 은행에 압력을 가했다. 은행들이 찾은 해결책은 그림자 금융이었다. 그 덕분에 은행들은 규제 당국이 적정선이라고 판단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액수를 대출해줄 수 있었다. 은행들은 의도적으로 최대한 불투명하게 그림자 금융을 고안해낸다. 그림자 금융을 통해 ‘대출’을 ‘투자 자산’으로 변신시키면서 대출금 항목에서 빼내 채권 같은 양성 자산 속에 숨긴다. 대출을 규제 당국의 면밀한 시선으로부터 안전하게 감추면, 은행들은 대출 한도, 자본 요건, 악성 대출 조항 등을 자유롭게 피할 수 있다. 이런 불투명하고 통제되지 않은 금융 시스템의 규모가 커질수록 유사시에 베이징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은 점점 약화될 것이다.

 

현실을 버리고 공허를 좇다

중국 통화시스템의 결함은 화폐 공급이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큰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에 GDP 1위안에 대한 예금과 현금 유통의 가치가 1.5위안이었던 데 비해 2015년에 이르면 그 가치가 2위안으로 뛰었다. 다시 말해 중국 은행들은 계속 대출을 내주고 있지만, 이 대출은 예전만큼 경제성장을 창출하지 못하며, 따라서 많은 돈이 생산과 무관한 용도에 쓰이는 것이다.

그 결과 경제 전체에서 자산 거품이 나타났다. 중국 전통 술인 백주 가격이 폭등하고, 온갖 물건들이 거래되는 틈새시장이 생겨났다. 거대한 돈뭉치가 종횡무진하며 투기 열풍을 일으키고, 각종 자산 시장에서 거품이 만들어졌다가 터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실제로 많은 중국 사업체는 전망이 좋지 않아서 부동산 등 투기적인 활동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런 현상을 “현실을 버리고 공허를 좇는다”고 표현한다.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점차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전의 미국 시스템과 비슷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서로에게, 그리고 자산 관리 상품에 의존해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리먼 사태같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그림자 금융을 통해 확대된 엄청난 액수의 신용이 곧바로 경색될 것이다.

물론 중국인들은 중앙정부가 개입하여 시스템을 구할 것이라는 신뢰가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금융 시스템에 대한 베이징 당국의 통제력은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이 시스템의 단기적 안정성은 유지되는 가운데 가까운 미래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요인은 점점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론상으로 베이징 당국은 부채를 창출하는 영구기관이 무한정 지속되게 만들 수 있지만, 새로 생겨나는 화폐는 결국 투기성 거품을 키울 뿐이다. 달리 돈이 흘러들어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당국이 아무리 전력을 기울여도 붕괴의 물결을 막지 못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개혁에 대한 저항

중국 경제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위 지도부가 개혁을 추진하려고 해도, 이에 대한 저항은 만만치 않다. 정부와 관료 집단, 국유 산업 전체에 걸쳐 변화에 대한 저항이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중국의 기득권 세력은 국가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특권적인 위치를 활용해 부를 우려낸다.

권력을 잡은 직후인 2012년, 시진핑은 부패한 “호랑이(고위 관리)”와 “파리(공산당 일반 당원)”를 일망타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부패 척결 운동에 착수했다. 200명에 가까운 호랑이가 올가미에 걸려들었고, 10만 명이 넘는 파리가 기소되었다. 그러나 부패 척결 운동이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개혁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베이징 당국은 입으로는 온갖 말을 다하지만, 개혁은 당국의 유일한 우선 과제가 아니다. 당국은 “중속” 성장을 유지하고 또 무엇보다도 사회 안정을 지키기를 원한다. 개혁, 성장, 안정, 이 세 가지는 불가피하게 타협하게 되며, 기득권 세력은 당국의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를 이용해 자신들을 지키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안정 유지가 기득권 세력의 구조를 보호하는 도구가 되었”고 “국영기업들은 개혁에 거세게 저항하는 특수 이익집단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딜레마에 처한 중국

시진핑 주석은 성장이 둔화된 현 시기에 “신창타이”, 즉 새로운 표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재 상황에서 표준적인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무척 유동적인 상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의 경제 기적이 종언을 고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스스로 이름 붙인 중속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에 시달린다. 그런 성장을 하지 못하면 중국은 중진국 함정을 피하지 못할 것이며, 또한 노령화 때문에 경제가 고갈되기 전에 “중국의 꿈”을 실현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중속 성장이라도 유지하려면 부채와 낭비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개혁에는 대가가 따른다. 베이징 당국은 마법 지팡이를 휘둘러 부채를 사라지게 만들 수 없다.

여러 해 동안 중국의 거침없는 경제적, 정치적 부상은 불가피해 보였지만, 그런 형태의 미래는 가망 없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중국은 개혁의 고통, 정치적 지도력이 요구되는 고질적인 경제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현재 걷고 있는 경로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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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디니 맥마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언론인으로 중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 전문가이다. 베이징에서 6년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근무했고, 4년간 상하이에서 <다우존스뉴스와이어스> 기자로 일했다.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에도 글을 기고했다. 2015년 중국과 <월스트리트저널>을 떠나, 워싱턴DC에 있는 우드로윌슨 국제학술센터 특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빚의 만리장성>을 완성했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는 현재 시카고대학교 폴슨연구소 산하의 중국 경제 전문 싱크탱크인 마르코폴로MarcoPolo에서 일하고 있다.

 

옮긴이 유강은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 <불평등의 이유>, <신이 된 시장>, <자기 땅의 이방인들>, <E. H. 카 러시아 혁명>, <서양의 부활>, <데드핸드>, <조지 케넌의 미국 외교 50년>, <의혹을 팝니다> 등이 있으며, <미국의 반지성주의> 번역으로 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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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중국의 경기 둔화를 설명하는 데 <빚의 만리장성>을 대신할 수 있는 책은 없을 것이다.

- 월스트리트 저널

 

디니 맥마흔은 <빅숏>의 마이클 루이스가 그랬듯 중국 경제의 베일을 벗겨내는 데 어느 누구보다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분석은 전문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구체적인 일화와 인물들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며, 다채로우면서도 비극적인 면이 있다.

- 이코노미스트

 

중국 경제의 취약성과 모순을 취재한 수많은 책들 가운데 단연 최고다!

-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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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10.30 12:50


    '중국 경제' 글 잘봤습니다.

    저도 '중국 경제'에 대해서 써봤습니다.

    http://harutravel.com/155

    • 미지북스 2018.11.02 17:26

      감사합니다. 독자님, 잘 읽어보겠습니다.

 

『궁극의 군대

미군은 어떻게 세계 최강의 군대가 되었나

 

토머스 G. 맨켄 지음 | 김수빈 옮김 | 미지북스 | 400쪽 | 16,800원

 

 

미국 군사력의 압도적 우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기술 혁명에 적응해온 미군의 전략과 조직의 역사

 

“한국이 ‘포니’를 제작하던 1970년대 후반,
미국은 F-117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미국의 전쟁 방식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20세기 후반기의 시작과 끝에 일어난 두 개의 기술 혁명은 군사 분야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재래식 전쟁의 종말을 알린 ‘핵 혁명(Nuclear Revolution)’과, 전장에 컴퓨터와 원격조종을 도입한 ‘정보혁명(IT Revolution)’이 그것이다. 기술 낙관론자들은 기술이 전쟁의 양상을 혁명적으로 변혁하고 있으며, 기술이야말로 미군의 압도적 우위의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회의론자들은 기술의 효과는 과장되어 있으며, 군대의 전통적 역할과 사명을 약화시키므로 기술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큰 위험이라고 말한다. 1945년 이래 미군의 조직과 전략은 이렇듯 기술 혁명이라는 큰 도전에 직면하여 때로 반발하고, 때로 적응하며 변화해왔다. 이 책은 핵무기가 출현한 1945년부터 유도미사일과 무인 항공기, 스텔스 기술의 전시장이던 이라크전쟁까지,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군의 기술과 전략, 조직의 변천사를 냉철히 톺아본다.

 

 


 

 

격변하는 현대전 양상에 발맞춰 진화해온 미군의 모든 것
냉전 이후 걸프전쟁과 코소보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에 이르기까지 미군은 늘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고 세계 최강의 군대임을 증명해왔다. 그리고 미군의 승리에는 언제나 최첨단 군사기술이 함께했다. 무엇이 미군을 최강으로 만들어준 것일까? 우주에는 쉼 없이 정찰 중인 첩보위성들이 있고, 상공에는 유유히 지상을 촬영하는 고고도 정찰기가 있으며, 적진 방공망 위로는 F-35 스텔스 전투기와 B-2 스텔스 전폭기가 있다. 그런가 하면 바다에는 1백 개 이상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 요격하는 이지스함을 위시한 항모 전단과 핵잠수함이 있고, 육지에는 최강 기갑전력의 핵심인 M1 에이브럼스 전차와 M2/M3 브래들리 보병전차가 있다. 냉전이 끝난 뒤에도 미군은 기술상의 우위를 놓치는 일 없이 고급 기술에 정통하고 나아가 정보혁명의 기술적 진보를 흡수하였으며, 다른 나라와의 군사적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전선의 병사를 필두로 한 지상과 공중의 화력 지원 체계의 구축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공상과학소설 속의 군대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미군은 어떤 경로로 ‘궁극의 군대’가 된 것일까? 미군이 자랑하는 최강의 무기는 어떤 맥락에서 탄생했으며 오늘날 미군은 이 무기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미군은 어떻게 조직을 혁신하고 전략을 개발해왔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며, 특히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와 전투기, 미사일방어시스템, 스텔스 기술, 정밀유도기술, 무인항공기 등 최첨단 무기들의 등장 순간을 소개한다.

 

핵 혁명이 초래한 미군의 변화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가장 먼저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으나 핵 독점은 오래가지 못했다. 소련이 1949년 핵실험과 1957년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뒤 미국은 오히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의 등장에 대응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핵무기가 등장하자마자 미군에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한 것은 아니었다. 1947~1952년 핵무기 제조 기술의 혁신이 일어나는 가운데, 미국 정치인과 군인들은 서서히 ‘핵 전쟁’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953년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미군은 본격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아이젠하워는 핵무기를 통해 미국의 안보와 군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믿었고 적극적으로 핵무장을 추진했다. 그의 국방 정책의 중요한 축은 유사시 적국에 압도적인 핵 보복을 가한다는 내용의 ‘대량 보복’ 전략이었다. 그는 각 군에 핵무장에 나서도록 요구했다. 그의 재임기에 미국은 소련에 대한 정찰 기술의 확보, 조기 경보 체제와 본토 방공 체제 구축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의 도입은 각 군에 혁명적인 변화를 전제했다. 각 군은 처음부터 새로 자신들의 역할을 모색해야 했다. 공군은 유인폭격기 중심의 부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미사일 중심의 부대가 될 것인가? 해군의 주력은 여전히 항공모함일 것인가 아니면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일 것인가? 육군과 해병대의 경우에는 조직의 존립 자체가 의문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핵 혁명은 위기이자 기회였다. 각 군은 예외 없이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변화를 모색했으며 새로운 능력을 개발할 기회를 얻었다. 핵 혁명 시대의 가장 큰 수혜자는 공군이었다. 핵 투발의 주체로서 미군의 중심으로 부상한 공군은 전략공군사령부를 창설해 B-52 전폭기를 구비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아틀라스를 개발하였으며, 최초의 방공 시스템인 SAGE를 구축하기도 하였다. 해군은 핵잠수함을 얻었으며, 육군은 핵무기의 포병 전력화 개념에 천착하여 280밀리 원자포를 개발하였고 여러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얻었다. 이 시기는 각 군이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은 시기였으나 동시에 냉전과 그 후에 등장할 무기들을 위한 기술적 지향이 대거 모습을 드러낸 시기이기도 했다.

 

아틀라스 미사일은 미국이 처음으로 실전 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 NASA

 

케네디, 다시 재래식 전력의 건설에 집중하다
아이젠하워에 이어 대통령이 된 케네디는 합동참모단의 존재와 군의 관료제 때문에 국방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믿었다. 이에 그는 군을 문민통제 아래 두기 위해 포드자동차 사장 출신의 맥나마라를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맥나마라의 취임은 군 관련 조직에 민간인들이 대거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전까지 각 군은 제약 없이 할당받은 예산을 쓰면서 각개약진 하듯이 서로 경쟁하며 비슷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곤 했으나 맥나마라 시기에 이르러 그런 폐단은 줄어들었다.
 케네디는 재래식 전쟁과 핵전쟁을 공히 억제할 수 있다는 ‘대량 보복(상호 확증 파괴)’의 논리에도 동의하지 않았고, ‘신축적 대응’이라는 전략 기조를 새로 마련하였다. 이것은 유사시 자동으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확증 파괴’를 거부하고 그보다는 위협의 수준에 맞게 대칭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당연하게도 이 새로운 전략 기조는 미국이 바르샤바조약 국가들의 전력에 대응하는 ‘재래식 전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명제로 이어졌고, 군은 다시 고강도 재래식 전쟁을 강조하게 되었다. 1961~1975년은 여러모로 미군에서 과거로의 회귀 경향이 나타난 시기였다.
 
베트남전쟁에서 일어난 혁신
베트남전쟁은 미국 패권의 한계를 보여준 전쟁이자 특히 기술에 대한 의존만으로는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전쟁이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미군이 원래 소련과 싸우기 위해 준비되고 무장한 군대였음을 지적하며 패배보다는 예기치 않은 전장에서 미군이 어떤 혁신을 이루었는지에 주목한다.
 비록 패배했지만 ‘기술’은 베트남전쟁에서도 중요했다. 공군은 해를 거듭하며 북베트남군의 레이더망과 지대공미사일을 무력화하는 기술을 손에 넣었고, 향후 중요한 항공 지원 전력이 될 기관포 무장항공기(gunship)를 개발하였다. 육군은 기존의 공수부대 개념과 다른 공중기동부대를 만들었는데 이들을 위한 헬리콥터의 광범위한 사용은 베트남전쟁에서 육군이 이룬 가장 중요한 혁신이었다. 또한 미군은 지휘통제소에 연결된 레이더와 공격기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는데, 이는 나중에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이르러 위력을 발휘하는 ‘정찰-타격 복합체’의 효시가 되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베트남전쟁은 무인항공기와 정밀유도무기가 최초로 등장한 전쟁이기도 했다.
  
기술 전쟁으로서의 냉전
베트남전쟁에서 패배했지만 미국은 냉전에서는 승리하였다. 미국의 승리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다. 우선 베트남전쟁에서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단련된 장교단의 존재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강력한 적인 소련과 바르샤바조약기구 국가들을 상대로 한 ‘능동적 방어’와 ‘공지전’ 교리를 고안하였고 이로부터 신세대 무기들의 개발이 촉진되었다. 한편으로 미국 정부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카터와 레이건 행정부는 기술 부문을 냉전의 주요한 격전지로 여겼고, 특히 레이건은 과감한 기술 전쟁을 시도했다. 실제로 미국은 소련을 상대로 다방면에서 기술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오늘날 미 육군 재래식 전력의 근간을 이루는 ‘빅 파이브’, 즉 M1 에이브럼스 전차와 M2/M3 브래들리 보병 전차, 고등 공격 헬리콥터, 병력 수송 헬리콥터 그리고 방공 체계가 탄생했다. 해군 또한 소련 해군에 맞서는 과정에서 해군 전력을 보존하는 정점의 기술인 이지스 체제를 탄생시켰다.
 레이건의 전략방위구상(SDI) 발표는 냉전 후반기에 일어난 가장 극적인 사건이었다. 우주에서 고에너지빔 무기로 소련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이 구상은 미국이 기술력으로 소련의 산업 능력을 옥죈 가장 훌륭한 사례가 되었다. 기술이 냉전 종식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기술적 우위를 활용하여 소련으로 하여금 강박을 자아냈으며 그들의 산업 역량을 뒤틀었다.

 

이지스 체계의 주요 구성품인 AN/SPY-1 레이더를 장착한 순양함 USS 레이크 에리. © U.S. Navy photo by Photographer's Mate 2nd Class Bradley J. Sapp

 

걸프전쟁, 첨단 무기의 시연장이 되다
냉전 말에 기획되고 개발된 무기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록 계속 미군의 근간이 되었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의 전쟁 방식이 한계를 드러냈다면 걸프전쟁에서는 그 정당성을 입증하였다. 걸프전쟁은 그야말로 차세대 정밀유도무기들과 스텔스 같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술들의 화려한 시연장이 되었다. 전쟁의 양상을 목도한 많은 사람들은 ‘군사 혁명’을 운위했고 혹자는 ‘새로운 미국의 전쟁 방식’이 출현했다고 평가하였다. 걸프전쟁 후 이어진 일련의 전쟁에서 미국이 보여준 모습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부채질했다. 말하자면, 이제 미국은 적을 전복시키기 위해 압도적인 전력을 퍼붓기보다는 부차적인 이익을 추구하면서 점차 강화하는 방식으로 무력을 사용하며, 야만적 무력 충돌의 위험에 뛰어드는 섬멸전과 소모전 개념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전쟁 방식을 구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이는 너무 섣부른 전망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선보인 미국의 새로운 전쟁 방식
2001년 9·11 테러 이후 다급하게 실행된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두고 많은 논자들, 특히 기술회의론자들은 이 전쟁이 미국의 수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전쟁은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는 동안 미군과 연합군 측은 단 39명의 사망자(전투 중 사망자는 16명)를 냈을 뿐이었다. 이에 아프가니스탄전쟁은, 1990년대 미국의 전쟁과는 다른 맥락에서, 기술낙관론자들이 열광하는 또 하나의 전쟁이 되었다. 이 전쟁은 산개된 소규모 특전대 전력과 아프간 토착 세력, 그리고 정밀한 항공 지원 전력의 긴밀한 네트워킹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가볍고 민첩한 지상 전력이 미군의 모든 지원 화력을 등에 업은 일종의 센서 역할을 수행하며, 적 탐지 시 정보망을 통해 즉각적이고도 막강한 화력 지원을 유도하는 것이 압권이었다. 전통적으로 험한 지형과 야간은 전력이 약한 쪽이 선호하는 전장이었으나 이 전쟁에서 미군은 기술력에 힘입어 오히려 자신들이 밤의 전장을 지배하였다.
 아프가니스탄전쟁은 무인 항공기가 처음으로 대대적으로 사용된 전쟁이었다. 특히 무인 공격 항공기가 처음으로 실전에 사용되어 RQ-1 프레데터와 RQ-4 글로벌호크 등은 기존의 정보위성이나 고고도 정찰기가 할 수 없는 독보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공군은 프레데터 무인기와 AC-130 무장항공기 사이에 실시간 통신망을 구축하여 무인기만으로 정찰과 화력 집중이 가능한 시대 또한 열었다.
 하지만 언뜻 환상적이기까지 한 이 ‘아프가니스탄 방식’은 낙관론자들이 희망했던 것만큼 미군 내에서 높은 지지를 받지는 못하였다. 뒤이은 이라크전쟁에서 미국은 전력을 보다 일반적인 목적에 충실하게 운용했다.

 

최종공격통제사팀이 A-10 기의 근접 항공 지원을 요청하는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 U.S. Air Force photo by Tech. Sgt. Michael R. Holzworth

 

이라크전쟁 - 완벽한 승리와 예기치 못한 비정규전
미국은 이라크전쟁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압도적인 무력을 일거에 동원하는 전통적인 미국의 전쟁 방식과 기술이 조화를 이룬 전쟁이었다. 개전 후 43일 동안 미군과 영국군이 기록한 169명의 사망자 수는 일간 사상자 수로 따졌을 때 미국 역사상 독립전쟁 이래 가장 낮은 수치였다. 미국의 이러한 승리는 전쟁의 성격이 변했음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되었다.
 이라크전쟁에서 미국은 지속적으로 공중 우세를 보여주었다. 1991년의 걸프전쟁에서 다수 사용된 레이저 유도 폭탄은 구름이나 먼지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 전쟁에서 널리 사용된 GPS 유도 폭탄들은 그런 제약을 전혀 받지 않았다. 미군의 항공기는 GPS 유도 폭탄을 사용하여 은폐한 이라크 부대들을 섬멸할 수 있었다. GPS 정보는 여러 방식으로 응용되어 아군 부대의 위치 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우군전력추적체계(BFT)’의 기술적 토대가 되기도 하였다.
 이라크전쟁은 그 어느 전쟁보다 첨단 정보 기술이 많이 활용된 전쟁이었다. 하지만 기술낙관론자들의 성급한 예언과 달리, 이 전쟁에서 미군이 전장 상황을 완벽하게 지배한 것은 아니었다. 한번은 3개 여단 규모의 이라크군의 기동을 탐지하지 못하여 소수의 미군이 다수의 적을 맞는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전쟁의 후반부, 전쟁의 성격이 정규전 단계를 지나 치안 유지와 반란 진압으로 바뀌면서 미군의 기술적 우위는 빛을 바랬다. 초기의 무혈 승리와 대조적이게도 2003년 3월 19일부터 2006년 4월 16일까지 미국은 3,773명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다.

 

정보혁명 시대의 미군
정보혁명은 핵 혁명의 충격에 비견할 만한 것일까? 아니면 기술 진보의 평범한 연장선일 뿐일까? 저자는 정보혁명이 핵 혁명처럼 가시적인 변화를 동반하지는 않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가시적인 변화가 없지는 않다. 대표적인 예로 정밀유도무기와 무인항공기는 정보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새로 등장한 무기들이다. 이 무기들은 미국의 전쟁 방식에 흡수되어 미군에 중요한 기술적 우위를 안겼다. 물론 정보 기술은 기존의 재래식 전력도 바꾸어놓았다. 무기들은 더 넓은 시야와 타격 정밀도, 통신 능력을 갖춤으로써 다른 차원의 무기들로 거듭날 수 있었다. 여기에 GPS 기술은 전장 상황의 정보화를 통해 전술 기동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네트워크 기술은 부대들로 하여금 일사불란하게 산개하면서도 화력을 집중하는 능력을 부여하기도 했다.
 정보 기술은 보다 심원한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첨단 무기는 각 군의 전통적인 정체성을 시험하고 있고 군 조직에 전례 없는 변화의 압력을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정보 기술은, 최근 군사전문가들의 실망스러웠던 수많은 예측이 증명하듯이, 미국의 전쟁 방식을―그리고 현대전의 양상 자체를―바꾸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0세기에 수많은 혁명적인 기술들이 현대전과 미군 조직에 거대한 변화를 추동했다. 그러나 기술이 전장의 승패나 군대 조직을 전부 결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현대 미군의 역사는 기술 혁명이라는 도전에 대한 미군 조직의 응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Q-1B 프레데터 무인 항공기. © U.S. Air Force photo by Tech. Sgt. Sabrina Joh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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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토머스 G. 맨켄(Thomas G. Mahnken)

토머스 맨켄은 현재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의 회장이다. 존스홉킨스대학교 폴 H. 니츠 고등국제학대학원 필립 머릴 전략연구센터의 수석 연구교수이며, 미 해군전쟁대학 전략학 교수로 20년 가까이 일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미 국방부 정책기획실 부차관보로 근무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역사와 국제정치를 공부했고, 존스홉킨스대학교 고등국제학대학원에서 국제 문제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 및 편저로 『국제정치의 군비경쟁: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Arms Races in International Politics: From the Nineteenth to the Twenty-First Century)』, 『아시아에서의 전략: 지역 안보의 과거, 현재, 미래(Strategy in Asia: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Regional Security)』, 『비밀과 책략: 중국의 전략 문화 이해(Secrecy and Stratagem: Understanding Chinese Strategic Culture)』 등이 있다.

 

옮긴이  김수빈

BBC 코리아 기자이다. 허핑턴포스트 한국어판, 국방 전문지 디펜스21+ 등에서 주로 외교 안보 문제를 다뤘다. 국제투명성기구(TI) 2015년 국방 분야 반부패지수 보고서의 한국 국방 분야 평가를 맡았다. 옮긴 책으로 『리얼 노스 코리아』,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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