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
존 헤밍 지음 | 최파일 옮김 | 미지북스 | 2013년
*
생명의 강과 생명의 숲, 그 안에서 펼쳐진 사람들의 이야기
알려진 왕국도 없고, 짙푸른 녹음만 한없이 이어져 있는 듯한 곳.
그런 아마존에도 거대한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아마존의 거대한 5백 년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
『아마존: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이 출간되었습니다!
평생에 걸친 탐험과 연구 끝에 존 헤밍은 아마존을 지키는 강력한 인물이 되었다.- 뉴욕타임즈
* * *
자신의 책에 대해 설명하는 존 헤밍
세계적인 아마존 전문가 존 헤밍
『아마존: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박식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저자 존 헤밍(John Hemming)에 대해 간단히 소개할까 합니다. 그는 수천 수백 개에 달하는 아마존 지류들과 숲 곳곳에 남겨진 이야기들을 그때그때 주제로 삼은 테마 아래 친절한 문체로 들려줍니다. 탐험의 역사, 선교사들의 기록, 원주민들의 수난사, 자연학자, 인류학자, 고고학자, 원주민과 환경 보호 운동의 역사, 산업화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아마존에 관해 설정이 가능한 거의 모든 주제가 소개됩니다. 그래서 책이 적잖이 두툼하지만, 책을 읽어가는 동안 시나브로 아마존에 관해 대가의 시야를 체득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부제가 말하듯이 이 책에는 정복과 착취의 슬픈 역사 외에도 아마존 자연과 원주민을 아끼고 사랑하며 그들과 공존하려고 노력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식인종’ 부족과 친구가 된 버너드 오브라이언, 원주민 노예화를 식민 모국의 왕궁 한가운데서 비판한 포르투갈 예수회의 안토니우 비에이라 신부, 푸투마요 고무 농장의 학살극을 고발한 월터 하든버그와 로저 케이스먼트, 아마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겼던 찰스 워터튼, 아마존을 누비는 동안 전설적인 자연학자가 된 헨리 월터 베이츠,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리처드 스프러스, 그리고 원주민과 더불어 살며 그들의 친구가 된 쿠르트 니무엔다주와 빌라스 보아스 형제 등……. 이외에도 많은 이들의 사연이 소개됩니다. 사연들을 따라가면, 단순히 아마존의 역사를 서구 중심적 시각과 그와 부합하는 정복의 역사로 한정할 수 없음을, 더 나아가 이미 최초의 시기부터 편견 없이 아마존을 좋아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 존 헤밍 역시 그가 책에서 묘사한 위대한 인물들 못지않게 아마존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 책을 집필한 2008년의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원주민 부족들을 방문하고 그들과 더불어 살았던 시기가 자신의 탐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거의 매년 아마존을 찾는다고 합니다. 아래는 존 헤밍 스스로 아마존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한 것입니다.
유럽인들은 탁 트인 개활지에 익숙합니다. 우리 서구인들은 오로지 이빨과 발톱에 의지해 발가벗은 채로 정글에 놓이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아마존에서 산다는 것은, 자신이 직접 사냥하고 낚시하고 먹거리를 채취하러 다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곳에는 정말로 길들여 가축으로 삼을 수 있는 짐승이 하나도 없습니다. 잉카족은 기니피그와 라마라도 있었지만, 그들과 달리 진짜 숲 한가운데 살았던 아마존 원주민들에게는 가축 같은 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아마존 자체가 사랑스럽습니다. 저에게 아마존 숲은 마치 교회의 예배당 같은 곳입니다.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듯한 포근한 느낌을 받습니다. 또 우림의 아름다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생태계와 그 다양함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일단 거기에 익숙해지면, 그곳은 더 이상 위험한 곳이 아니라 아늑한 곳이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햇볕이 들지 않는다고 한탄하는데, 조금만 발길을 옮겨 근처의 강변으로 가면 넘칠 정도의 햇볕이 있습니다.
_한 여행지와의 인터뷰 중
유럽인들은 지금도 손으로 길을 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피사로와 오레야나 이래로 거의 500년간 변한 것은 없다. 길을 트는 유일한 방법은 마체테 혹은 선원용 단검, (혹은 포르투갈어로 ‘큰 나이프’를 뜻하는) 파캉으로 힘들게 관목을 베어내는 것이고, 길을 곧게 유지하게 위해 이따금 나침반이 동원된다. 필자도 다양한 아마존 숲에서 그러한 탐험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_『아마존: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 본문 중
이 젊은 에스파냐인들은 유럽 최고의 전사들이었다. 말과 강철 검을 보유한 그들은 카리브 해 지역과 안데스 산맥 인근의 개활지에서 대적할 상대가 없었다. 그러나 아마존 삼림으로 내려가자마자 그들은 대책 없이 무능해졌다. 문명 유럽인들이 어째서 세계에서 가장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생태계에서 생존해나가는 법을 결코 익히지 못했는지는 참으로 기이한 일이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반면 원주민들은 어렸을 때부터 숲속에서 사냥과 낚시를 해왔다. 그들은 식량과 약초, 자재로 쓸 만한 수백 가지 식물의 잠재적 가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한 인종은 더듬더듬 나아가며 살갗이 찢어지고 벌레에 물리고 굶어 죽어간 반면 다른 인종은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건강을 유지하며 초목 사이를 자유롭게 누볐다. 유럽인들은 이 낯선 정글에서 길을 잃고 겁에 질리고 망연자실했지만 원주민들은 탁 트인 공간보다 정글을 더 사랑했으며 마치 도시인이 골목들을 속속들이 파악하듯이 각각의 나무들을 한 치도 틀림없이 알아보았다.
_『아마존: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 본문 중
존 헤밍의 아마존 탐험은 1961년부터 시작됩니다. 그의 나이 26세 때입니다. 그는 옥스퍼드대 동문 친구인 리처드 메이슨(Richard Mason)과 키트 램버트(Kit Lambert, 후일 세계적인 락 밴드 더후(The Who)의 기획자)와 함께 아마존에 처음으로 발을 딛습니다. 그들은 브라질 정부가 지원하는 이리리 강 원정대에 참여합니다. 이리리 강은 브라질의 파라 주를 흐르는 강으로 당시 리처드 메이슨은 존 헤밍에게 미탐험된 강들 중 가장 긴 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원정대는 그들 세 명 외에 브라질인 조사원 세 명과 원주민 등 총 11명으로 구성되었고, 그들은 새로 발견한 지형에 이름을 명명할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들은 어렸고, 그들이 발견한 것들에 그들이 사귄 브라질 여성들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후 그들은 5개월 동안 밀림 한가운데로 들어가 길을 내고, 카누를 만들고, 음식을 짊어지고, 음식이 떨어지면 그때그때 자급자족하며 탐사 및 연구를 했습니다.
가장 스릴 넘치고 경이로웠던 순간들이라면 브라질의 국립인디오재단과 함께 미접촉 부족들을 발견하고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때입니다. 그 재단은 전문 세르타니스타, 즉 원주민 땅과 문화적 권익을 보호하는 데 투신하는 사람들이 이끌고 있는 곳입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대단했던 순간은 아마도 미접촉 부족이던 아수리니 부족을 발견하고서 그들을 보고 있던 순간입니다.
▲ 아수리니족 여인과 대화를 나누는 존 헤밍
인디오들은, 물론 그들은 항상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습니다만, 매 부족마다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부는 어리둥절해 했고, 일부는 그들의 여성들을 숨기고 보여주지 않았고, 일부는 공격적인 전사 집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원주민을 방문하고 만나는 것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브라질에는 여전히 30여 개의 미접촉 부족이 남아 있습니다. 물론 인디오 보호주의자들은 그들에 대해 인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들이 알지 못하는 부족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숲에 난 잔도들이나 머문 흔적이나 물건들을 발견해 왔고, 또 먼 발치에서 실제로 그들을 보기도 했으니까요.
한편 이 시기 그가 더욱 영광스럽게 생각한 경험은 위대한 원주민 권익 운동가들(세르타니스타)을 만나고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치쿠 메이렐레스와 그의 아들 아포에나, 안토니우 코트링, 지우베르투 핀투, 시드니 포수엘루, 그리고 전설적인 오를란두와 클라우지우 빌라스 보아스 형제를 때로 만나고, 때로는 함께 동행하면서 원주민 부족들을 조사합니다. 이들 중 포수엘루와 빌라스 보아스 형제 이야기는 『아마존』에서 비중 있게 소개됩니다. 책에서 존 헤밍 본인은 철저하게 화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그 역시 그가 흠모해 마지 않았던 쿠르트 니무엔다주나 빌라스 보아스 형제처럼 원주민들과 존중과 이해, 평등의 관계를 지향했습니다. 그리고 (빌라스 보아스 형제에는 미칠 수 없겠지만) 싱구 원주민들의 신임을 얻어 유일한 외국인으로서 원주민들이 직접 치른 그들 형제의 장례식에 초대받았습니다.
▲ 오를란두 빌라스 보아스와 불안한 표정의 익펭그족(트시캉족) 여인들(1964년). 최초 접촉 당시의 사진이다.
책에서 식물학적 위업을 남긴 헨리 월터 베이츠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베이츠는 후일 영국 왕립지리학회의 총무이사가 됩니다. 존 헤밍도 후일 1975년부터 1996년까지 21년간 영국 왕립지리학회의 총무이사직(그 전에는 이사)을 맡게 됩니다. 왕립지리학회는 연구자들이 중심이 된 학회 외에 상근 운영조직을 두고 있었는데, 운영조직의 수장이 총무이사입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힙니다.
존 헤밍은 지금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닙니다. 그렇지만 그의 마음의 고향은 아마존입니다.
▲ 존 헤밍이 직접 말하는『아마존: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
'美知 - 책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독자들의 의문과 반론에 관한 저자 인터뷰 (0) | 2013.04.26 |
---|---|
영화《미션》의 역사적 배경 - 아마존 정복의 역사와 선교사 시대의 종말 (10) | 2013.04.22 |
20세기 초 아마존의 푸투마요 '살인의 추억' - 『아마존: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 (0) | 2013.02.28 |
투표하지 않을 자유는 존재하는가? (2) | 2012.12.18 |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저자 강연④ 질의 응답 (0) | 2012.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