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록하다』
침몰․구조․출항․선원, 150일간의 세월호 재판 기록
오준호 지음 | 미지북스 | 332쪽 | 15,000원
그날 그 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복원한 세월호에 관한 모든 사실
앞으로의 진실 규명은 이 책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진실 규명은 치밀하게 정리되고 재구성된 이 기념비적인 기록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150여 일간의 세월호 관련 재판을 기록하여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다큐멘터리로 재구성한 책.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 선원과 해경은 승객들을 구하는 데 왜 실패했는가? 세월호 사고는 거대한 음모의 산물인가? 아니면 평범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이 만든 어처구니없는 사고인가?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에 소속된 저자는 이번 사고의 진실을 밝히고 기록하기 위해 세월호 재판에 주목했다. 저자는 상식 밖의 어떤 거대한 일격이 있었을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과는 달리, 보통 사람들의 비겁하고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들이 세월호 참사를 낳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세월호에 관한 모든 사실관계가 생생하게 정리되어 있다.
세월호의 '사실'을 최초로 재구성하다
『세월호를 기록하다』는 세월호 재판의 법정 기록이며, 법정 기록을 바탕으로 세월호 사고를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또한 이 책은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사실 관계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두고 정리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5개월간에 걸쳐 33차례 이루어진 세월호 공판을 방청하면서, 수만 쪽의 증언과 증거 자료, 피고인, 검사, 변호인 사이의 공방에서 드러난 것을 바탕으로 사고의 원인을 밝혔다.
르포르타주 작가이기도 한 저자는 사고 당시 배 안팎에서 있었던 일을 생생한 다큐멘터리로 재구성해 독자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서술했다. 선수와 선미, 좌현과 우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승객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고, 조타실과 기관실의 선원들은 어쩌다 가장 먼저 탈출했으며, 대공(對空) 마이크가 장착된 123정의 해경 대원들은 왜 그토록 무능했는지가 이 책에서 낱낱이 드러난다.
왜 세월호 재판인가
피의자의 위법 여부만을 따지는 형사 재판으로는 재난의 전모와 원인을 밝히기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왜 세월호 재판인가?" 재판에는 거의 모든 자료들이 모이고, 상반된 입장의 사람들이 사태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진실 규명의 최소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비록 한계가 있다 해도 재판에 제기된 무수한 증거와 공방, 증언과 그에 대한 질문은 진실의 실마리를 찾아낼 소중한 기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재판은 사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진실’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진실로 향하는 발판을 제공해 주었다.
생존자, 해경, 어민, 해운사 및 하역업체 관계자, 조선공학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재판에서 한 증언은 세월호 사고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게끔 해 주었다. 증인 각자의 이해관계와 불완전한 기억 탓에 증언을 모두 신뢰할 수는 없지만, 증언의 빈틈을 다른 증언으로 맞추며 종합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재구성할 수 있었다.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 : '대각도 조타'라는 방아쇠
세월호가 침몰한 직접적인 계기는 '대(大)각도 조타'라는 운항 과실이었다. 누가, 왜, 어떻게 실수를 저질렀는지가 재판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 조타실에 있었던 사람은 단 세 명으로, 당직 항해사 박한결, 조타수 조진구, 목격자인 기관장 박기호이다. 세 사람이 각자 자기에게 불리한 지점에서 거짓과 진실을 섞어 증언하는 가운데 재판부는 조준기(조타수)가 조타기를 잘못 조작했고, 박한결(항해사)이 조타 순간을 감독하지 않고 시정 조치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4월 16일 8시48분 병풍도 변침 구간에서 조타수가 항해사의 지시에 따라 우현 변침을 시도하다가 원하는 대로 변침이 이루어지지 않자 당황하여 임의로 조타기를 우현 대각도로 돌리는 잘못을 저질렀고, 이 바람에 선수가 급속도로 오른쪽으로 돌면서 그 원심력으로 배가 좌현으로 넘어진 것이다. 이 부분이 세월호 침몰의 결정적인 방아쇠 역할을 했다.
"어, 어 ...... 안 돼."
"뭐가요?"
"뭐가 안 돼?"
박한결과 박기호가 동시에 물었고, 조준기는 "타가 안 돼요!"라고 소리쳤다. 세월호의 선수가 오른쪽으로 점점 빠르게 돌았다. 배가 부르르 떨면서, 처음에는 천천히 곧 급격하게 왼쪽으로 기울었다. 정면 창에 이미 지나온 병풍도가 다시 나타났고 선수 갑판의 컨테이너가 굉음을 내며 한쪽으로 쏠리더니 상단에 샇인 컨테이너가 바다로 떨어졌다. 선회하기 시작한 지 1분 남짓한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 『세월호를 기록하다』, 251쪽
▲ 세월호 조타기. 상단의 원은 자이로 컴퍼스이다. (416가족협의회 제공)
사고를 일으킨 연쇄 그물망 : 이윤, 관행, 무책임
하지만 이윤, 관행, 내 탓이 아니라는 무책임한 태도도 이전부터 침몰을 예비하고 있었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세월호를 위험한 배로 증개축했고 증개축 결과 오히려 화물 최대 적재량이 줄자, 기준을 무시한 채로 화물을 과적했다. 세월호는 내부에 별도로 격벽이 없어 한 번 침수가 되면 침몰 위험이 극도로 높은 로로선인데, 출항 당시 선미 램프(화물 출입구)가 완전 밀폐가 되지 않아 물에 닿으면 배 안으로 물이 새는 상태였다. 별 문제 있겠냐는 생각으로 제대로 밀폐도 되지 않는 배를 운항해 왔던 것이다.
재판에 제출된 시뮬레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화물을 제대로 고박했다면 세월호는 전복되지 않았다. 청해진해운은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화물을 부실하게 고박하거나 아예 고박을 하지 않았다. 선적과 고박 업무를 맡은 우련통운과 청해진해운은 재판 내내 자신들이 해 온 것은 관행이고, 책임은 상대에게 있으며, 갑을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해진해운과 우련통운은 더 많은 화물을 실을수록 더 많은 이윤을 내는 공통의 이해관계에 있었다.
거대한 참사를 낳은 일상의 뿌리
사고 직후 사람들은 세월호 사고와 같은 거대한 재앙에는 상식 밖의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추측했다. 이와 관련하여 각종 음모론과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보통 사람들이 저지른 비겁하고 이기적이며 무능한 행동이 합쳐져 참사를 낳았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가 오랫동안 이런 행동들을 묵인하고 대세로 보아 넘겼다.
청해진해운, 우련통운, 인천항 운항 관리실 직원, 세월호 선원들까지, 모든 관련자들이 '이렇게 하면 배와 승객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상황을 바로잡지 않았다. 원칙과 규정을 이해관계에 따라 뒤로 미루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원칙과 규정을 지키려고 용기 있게 싸우는 사람, 원칙과 규정에 따른 불편을 흔쾌히 감수할 사람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월호 사고를 낳은 이런 행동들이 일상에서 우리의 모습과 얼마나 다를까? 사고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여전히 유능한 간부, 처세에 현명한 직원, 실용적인 시민으로 여겨지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는 학생들에게 자기 일이 아닌 일에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쳐 오지 않았던가? 세월호 사고를 낳은 것은 우리가 정상으로 여기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일상의 사회 시스템이었다.
세월호 재판의 한계 :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
저자는 세월호 재판의 한계를 크게 세 가지로 보았다.
첫째, 진실 규명을 형사 재판을 통해 해 내려고 하는 데서 생기는 한계이다. 이처럼 거대하고 복잡한 참사일수록 그 한계는 명확해진다. 미국의 9.11테러, 호주 빅토리아 주 산불 사고처럼 사회에 큰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준 사건이나 사고에 대해, 민관 조사 기구가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보장받아 활동한 사례가 선진국에는 있다. 또한 6개월이라는 형사소송법상의 제약된 시간, 검찰 측의 주장을 검증하고 반박할 연구를 의뢰할 여력이 피고인들에게 없다는 조건, 시민들이 사고의 자료와 증거에 접근할 길이 차단되어 있다는 점 등은 폭넓고 심층적으로 진실을 파악하는데 한계 요인이 되었다.
둘째, 피의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일은 이 사고를 둘러싼 정치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에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아이리스 영에 따르면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은 별개의 것으로, 법적 책임은 결과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행위자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권력자는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서 합법적이고 지속적으로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세월호 사고처럼 무고한 시민이 다수 희생되는 구조적 부정의에 영향을 미치는데도 법적 책임을 묻기 힘들다. 아이리스 영은 이들에게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권력자들은 권력을 가졌기에 부정의를 바로잡을 충분한 기회와 자원이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또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이익과 특혜를 누렸다는 것이다. 법적 책임의 범위에 체념하거나 냉소하지 않고, 사고가 일어나기까지 긴 구조적 맥락을 추적해 누가 어떻게 이득을 누리고 지위를 강화했는지, 누가 책임을 방기하고 직무를 태만히 했는지 밝혀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세월호 재판에서 이 사고는 정상 국가에서 잠시 일탈한 사례로 규정된다는 점이다. 이는 참사 이후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통찰을 얻기 힘들게 한다. 어쩌면 이 사고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세월호 사고를 낳은 것은 우리가 ‘정상적인 상태’라고 여긴 바로 그 국가, 그 사회 시스템이란 사실이다. 탐욕스런 이윤 추구, 관행 추종, 무책임한 태도 등 이번 사고의 배경적 원인이 된 행동들은 사실 우리 사회가 이런 행동들을 묵인했거나 오히려 부추겼으며, 그 위에서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다는 데 있다. 지붕이 무너진 것은 마지막에 떨어진 눈송이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일탈을 처벌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게 아니라 이 복잡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우리 모두가 공유한 책임을 진심으로 성찰하는 일이다.
무력감을 느낀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평화학자 더글러스 러미스는 "무력감을 느기게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접하는 순간부터 우리가 느낀 것은 뼈저린 무력감이었다.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 수백 명을 태운 배가 가라앉는 장면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렀을 때, 해경과 해군, 수십 수백 대인지도 모를 최첨단 배와 비행기가 투입되었다는데도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을 때, 국민이 뽑은 집권자와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관료들이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했을 때, 우리는 무력감을 느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세금 내고, 자기 일만 신경 쓰고, 자기와 가족에만 관심을 두는 시민으로 남는다면, 이런 무력감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리란 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더 이상 이런 무력감을 느끼게 만드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참된 민주주의를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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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오준호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역사, 민주주의 등 여러 주제에 대해 책을 쓰고 번역했다. 안산에 6년째 살며 두 아이를 키우다 세월호 사고를 만났다. 4월 16일 이후 며칠간 거리에서 평생 가장 무겁고 슬픈 공기를 마셨다.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에 참여, “그날 그 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 150여 일간의 세월호 관련 재판을 기록하여 세월호 사고에 관한 사실을 다큐멘터리로 재구성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관련 기사와 자료를 수집하고 희생자 가족들을 만났으며, 5개월 동안 매주 2~3회씩 33차례가 넘는 공판을 방청했다. 재판 기간의 절반은 유가족과 함께 안산에서 광주로 내려갔고 나머지 절반은 안산의 중계법정에서 유가족과 같이했다. 이 책은 작가와 유가족 모두의 노력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 작업이 세월호 진실 규명에 관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지은 책으로 『노동자의 변호사들』, 『소크라테스처럼 읽어라』, 『반란의 세계사』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착한 인류』, 『보이지 않는 주인』,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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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저자는 광주와 안산을 오가며 6개월 동안 진행된 세월호 참사 1심 형사 재판을 치밀하게 모니터했다. 이 책을 읽으면 세월호 참사의 안타까운 전후 과정이 손에 잡힌다. 이후 진실 규명은 치밀하게 정리되고 재구성된 이 기념비적인 기록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저자의 남다른 성실성과 열정이 일구어낸 성과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인권중심 ‘사람’ 소장)
304명의 목숨이 지는 가운데 대통령을 비롯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던 참사. 세월호 선원․청해진 1심 재판을 기록한 작가는 참사의 배경이 ‘촘촘하게 결합된’ 비겁하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한 행동들이라 본다. 이 재판 기록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한 진실 규명의 출발점이다. 여기에 많은 독자들이 발을 디디고 진실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길 소망한다.
―박현정 (『한겨레21』 기자)
세월호 참사의 상황이 입체적으로 생생하게 그려져 마치 눈앞에서 전개되는 듯하다. 거짓과 불의와 무능력이 어떻게 결합하여 많은 생명을 앗아갔는지 가슴 저리도록 섬세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을 출발로 현실을 면밀히 추적하여 쓴 르포가 더 나오길 바란다. 현실에는 여러 틈이 있고 그 틈 사이로 또 다른 진실들이 드러날 수 있으므로.
―김순천 (『금요일엔 돌아오렴』 공동 저자.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단장)
이 책에는 재판정에서 유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이 깨져 가는 과정이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져 있다. 작가는 3만여 쪽 법정 기록을 간결하게 압축하여 ‘침몰, 구조, 출항, 선원’의 순서로 정리했다. 마치 아이들이 선내에 살아 있어서 그때로 돌아가 직접 구조하고 싶은 대목도 있고, 지난 여름 법정에 다시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빨리 출간되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조사하고자 힘쓰는 특별조사위원회 17분의 위원께 한 권씩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수현이 아빠 박종대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 분과장)
진실은 어쩌면 거악(巨惡)에 의해서 감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파편으로 나눠져 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파편들 중 상당 부분을 성실하게 모아 우리에게 진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최윤수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특별위원회 형사재판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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