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
훙호펑, 조반니 아리기 외 지음, 하남석 외 옮김, 미지북스, 2012.
거대 하청 기업이 초국적 기업들을 거느리다.
캘리포니아 노동자가 증오를 거두고, 상하이 노동자의 손을 잡다.
전 세계 탄광과 유전의 지배권을 놓고 중국의 투쟁이 벌어지다.
“지금 중국은 이 세계를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가?”
중국의 부상을 미국 패권주의에 조종을 울리는 것으로 보고 환호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20세기 초반의 전체주의 독일의 부상에 비교하는 이들도 있다. 중국의 세기가 도래할 것임을 확신하는 이들도 있지만, 다가올 중국의 붕괴를 예언하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수많은 견해에 대답으로서 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는 훙호펑, 조반니 아리기 등 11명의 석학이 각기 다른 포커스를 통해 중국발 자본주의의 대전환을 진단하는 책이다.
아래를 눌러, 이 책의 담론들을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중국이 개혁 개방을 시작할 무렵,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일본의 번영이 극에 달한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동아시아 경제가 점점 일본을 정점으로 한 기러기 모델 형태로 수렴하고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당시 중국의 위상이랬자 여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이어 막차를 탄 것쯤으로 인식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이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 대열에 참여한 마지막 기러기쯤으로 여겨지던 중국이 일개 ‘기러기’가 아니라 기러기들의 대형을 무너뜨리는 거대한 ‘판다’였음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무대를 스스로 조성하는 덩치 큰 판다 말입니다.
중국의 부상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요? 이 책의 1장에서 훙호펑은, 문을 열고 나온 중국 앞에 펼쳐진 지구 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당시 자본주의가 커다란 전환기였음을 지적하며 이전 시기와 다른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우선 세계적으로 국제 분업,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전 지구를 대상으로 대대적 재편이 이뤄지고 있었음을 지적합니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를 거치는 동안 세계 제조업의 중심은 중심부에 해당하는 선진국들로부터 점차 반주변부, 그리고 최종적으로 주변부 국가들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주로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그러한 재편의 최종 귀착점이 됩니다. 이러한 전환에 편승하여 20세기 후반 동아시아는 세계 체계의 하부에서 제조업에 기반하여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훙호펑은 냉전 특유의 체제 논리가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이 약화되던 국제 분위기를 지적합니다. 이로 인해 경제 이슈에 관한 한은 이데올로기나 진영 논리가 퇴색하였고, 여타 부문에 비해 다원주의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공산 진영의 쌍두마차였던 중국 입장에서 자유 진영의 이러한 분위기는 분명 호재였습니다.
세 번째로 훙호펑은 이러한 전환들과 더불어 각국에서 반체제 운동이 약화된 사실에 주목합니다. 한때 세계 체제 속에서 강고한 계급 의식에 기반한 반체제 운동은 정부와 자본에 상당한 억지력을 발휘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점차 이데올로기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한편으로 정부와 자본의 강력한 공세 속에 그러한 반체제 운동은 내리막을 걷게 됩니다. 즉, 국가의 권력이 강화되고, 곧 이어 자본의 권력이 강화되는 수순의 역사적 흐름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환들이 중국 앞에 놓인 무대의 모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또 훙호펑이 언급한 세 가지 거대한 전환의 모습은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초기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훙호펑은 이러한 자본주의적 전환들이 장차 중국이 부상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평가합니다.
조반니 아리기는 중국의 부상을 평하며 "중국의 발전 경로가 서구의 발전 경로에 대한 장기적 우위를 회복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리기는 장기 관점에서 중국의 쇠락은 중국 체계와 서양 체계가 충돌하던 시점에 발생한 한시적 현상이었다고 말합니다. 체계 간 충돌 과정에서 좀 더 팽창적이고 공격적이며 군사적으로 예리한 서양 체계가 중국 체계에 우위를 점했지만, 현대 중국이 일단 유럽식 체계에 익숙해지자 다시 충돌 이전의 잠재력을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잠재력은 무엇이었을까? 아리기는 전통 시대부터 동아시아 일대에서 성장해온 중국의 화교 전통에 주목합니다. 흔히 중국이 개혁 개방 직후부터 급속한 발전을 한 것처럼 언급되곤 하는데, 초기 중국은 낮은 자본 수준 때문에 발전이 그리 빠른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발전이 가속화하던 시점에도 해외 자본이 중요했던 것처럼 비치는데, 아리기는 실제로는 화교의 자본력이 그 중심에 있었다고 합니다. 중국이 문호를 열자 이념의 담 넘어에 있던 화교 자본이 활약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중국 특유의 자본주의 전통이 살아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 우리는 중국의 부상을 말할 때 중국의 거대한 노동 시장에 주목하곤 합니다. 그런데 아리기는 이에 대해서도 좀 더 유의미한 맥락을 찾아냅니다. 그는 이 노동력이 서양과의 조우 이전부터 존재했다면서, '시장 기반의 비자본주의적 발전' 속에서 준비된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현대 중국의 시작은 설령 공산주의였을지 몰라도, 역사적으로 산업 현장의 노동자들은 새로운 경제 체제를 맞아 양과 질 모두 충분히 오늘날 중국의 부상을 가능케 할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는 평가인 것입니다.
중국의 현재 경제 체제를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회주의식 자본주의? 한국의 고속 성장 시기와 유사한 국가 발전주의? 아니면 신자유주의? 3장에서 앨빈 Y. 소는 중국이 남긴 궤적을 따라가며, 중국 경제 발전의 성격을 규명합니다. 그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개혁 개방 초기에는 복지 국가의 해체, 정부 능력의 약화, 시장 경제와 사적 부문의 확대, 외국인 투자에 대한 국내 장벽의 철폐, 지역적 격차, 노동자 저항의 출현 등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경로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소는 중국이 1990년대부터는 신자유주의에서 이탈하여 동아시아의 국가 발전주의 유형에 더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한국 등 주변 동아시아들의 국가 발전주의와 구분되는 특징이 있는데, 소는 그것을 "국유 부문과 민간 부문의 ‘두 다리로 걸어가는兩條腿走路’ 혼합형 국가 자본주의"였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21세기 지금 중국의 경제 체제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소는 중국이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왕후이의 '충칭 사건 - 밀실정치와 신자유주의의 권토중래'라는 글이 주목받기도 하였습니다. 표피상 보시라이라는 중앙당 고위 관료와 얽힌 부정부패 사건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 향후 중국 지도부의 국가 운영의 방향에 관한 이전투구가 있다는 맥락에서 말입니다.
하나의 행위자로서 중국이 그 영향력을 지구 자본주의 위에 투사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하청 기업이 그들의 고객인 브랜드 기업을 거느린다라는 것을 생각해 보신 일이 있으신가요? 지금 중화권에서 그러한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권력 역전이라는 말을 함부로 쓸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말입니다.
통상 기업 위계 하면 떠올리듯이 지구적 상품 사슬에서는 일반적으로 월마트, 나이키와 같은 ‘대형 소매업체, 유명 브랜드 업체’가 사슬의 정점에 위치하여 세계 여러 지역에 생산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하청을 줍니다. 이 책의 4장에서 애플봄은 이러한 일반적인 양상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에 주목합니다. 지난 십여 년간, 학계와 언론 모두 ‘더 큰 거대 기업, 즉 소매업체의 출현’에 시선이 쏠려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판매의 출구가 커지고 있다면 생산의 기지 역시 커지고 있었을 것임은 당연한 것이고, 이면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형 하청 공장이 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애플봄은 그렇게 거대해진 대형 하청 공장이 현재 미국과 EU 기반의 거대 소매업체가 시장 조성자로서 보이는 우위를 포함하여, 지구적 공급 사슬의 동학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JC페니, 지오다노, 노티카, 타미힐피거 등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글로벌 의류 기업입니다. 홍콩에 기반을 둔 TAL 그룹은 이들의 하청을 받아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 TAL은 이러한 소매업체들과 일하는 동안 수요와 공급을 훨씬 효과적으로 동기화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통상 제조와 납품에 주력했던 기존의 역할을 넘어서, ‘재고 관리’를 그들의 고객을 대신해 직접 하는 것이 글로벌 업체나 TAL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런데 ‘재고 관리’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최대한 판매 경향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에 TAL 그룹은 더 나아가 판매와 제조, 납품을 동기화하는 서비스를 실현하게 됩니다. 즉, 발주자가 아닌 ‘공급자 주도의 재고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로써 놀랍게도, TAL 그룹은 브랜드업체의 일급 정보에 해당하는 매장별 품목별 재고 현황을 모니터링할 권한을 넘겨 받았고, 더 나아가 TAL의 자체 판단 아래 공급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 색상, 크기, 수량에 이르기까지 시장의 정보를 훼손 없이 직접 확보하고 생산에 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비록 위계 구조상 여전히 하위의 파트너이지만 사실상 TAL 그룹이 상품 생산 사슬의 거의 모든 부문에 영향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 책에는 이 외에도 세계적인 신발 브랜드인 나이키와 하청 파트너인 위에위엔의 관계를 포함하여 여러 사례가 나옵니다. 하나하나 놀랍기만 합니다.
중국이 부를 축적하는 동안 지구상의 다른 나라들은 부를 잃고 있었다면? 이 책의 5장에서 요제프 뵈뢰치는 이러한 흥미로운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 총생산에서 각국의 GDP가 차지하는 비율을 경제적 ‘비중’이라고 지칭하기로 합시다. 뵈뢰치는 1989년부터 2001년까지 12년 동안 각국의 비중 변화를 보면, 지구적 경제력의 중심 이동이 지정학적으로 일어났음을 보여줍니다.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총 비중이 6.52% 증가하는 동안, 기존의 중심부 국가들(미국, 2001년 현재 15개 EU 국가, 일본)의 총 비중은 1.66% 감소했으며, 주목할 만하게도 구소련의 총 비중은 4.65% 감소했습니다. 좀 더 지정학적 함의를 드러내자면, 동아시아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기존 중심부 국가가 쇠퇴하고 있고, 특히 동유럽 구소련의 몰락이 엄청난 폭으로 일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세 그룹의 비중 증가와 감소의 합이 거의 0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뵈뢰치의 이러한 관찰이 얼마만큼 통시대적으로 관철이 가능할지 생각해 봐야 하겠지만, 일단 이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한 편의 부상이 한 편의 쇠퇴를 전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덧붙여 향후 세계 체계가 지정학적 단위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어떤 방향일지 일정한 예상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여기서 우리는 일종의 미래와 관련한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구소련이 해당 시기의 12년간 엄청난 낙폭을 보였고 더 이상 비중 감소를 감내할 여력이 없음을 감안할 때, 즉 옛 소비에트 블록이 더 이상 동아시아 부상으로 인한 지구적 충격을 완화할 수 없을 때에도 동아시아가 지속적인 비중 증가를 이어간다면, 상응하는 비중 감소는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 뵈뢰치는 어떤 답을 내리고 있을까요?
중심부의 원자재를 탈취하라! 중국이 세계 자원의 블랙홀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어떻게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는지 그 다이내미즘에 관하여는 통상 ‘자원 외교’, 비싼 돈으로 ‘선물 구입’ 이런 식의 설명에 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6장에서 시캔텔은 중국의 원자재 탈취 전략과 현황을 점검합니다. 문두의 ‘중심부’란 말에 주목해주셨으면 합니다. 시캔텔은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요?
이 장을 읽기 전에 신흥국의 자원 조달에 관한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800년대 말 1900년대 초 당시 신흥국이었던 미국은 자국의 공장에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 영국에게서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을 빼앗았습니다. 2차 세계 대전 후 미국은 자메이카의 보크사이트 광산을 비롯한 영국의 나머지 식민지에서 똑같은 일을 저질렀고, 일본의 경제 재건에 필요한 석탄을 제공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똑같은 행위를 반복했습니다. 1960년대 이후 신흥국이었던 일본은 미국에게서 브라질, 인도네시아, 캐나다 서부 지역을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중국은 현재 미국에게서 유전과 캐나다 서부의 나머지 자원을 가져오려고 하고, 일본에게서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러시아 및 기타 지역의 자원을 가져오려 하고 있습니다. 더 일찍 경제 상승을 이룬 국가로부터 원자재 주변부를 탈취하는 전략은 신흥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것은 제국주의적 정복을 통해 얻거나 새로운 원자재 생산 지역에서 처음부터 막대한 투자를 할 필요 없이, 낮은 가격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국가에 원자재를 조달하는 방법입니다.
최근 중국-러시아 파트너십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반니 아리기는 『장기 20세기』에서 세계 체계의 다음 번 확장에는 미국 중심의 ‘장기 20세기’ 동안 미국이 구축한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능력을 갖춘 행위자들의 지도력이 요구될 것이며, 아울러 세계 체계의 구조는 너무 복잡해져서 정통 국가 형태의 족쇄를 깨뜨리지 않고서는 헤게모니적 지도력을 구축할 수 없을 것이라 결정지었습니다. 이러한 지적은 현재 중국에게도 유효합니다. 21세기 국제 환경은 중국에게 여러 모로 한계를 씌우고 있고, 이로 인해 만약 정말로 중국이 헤게모니 국가로 부상하고자 한다면, 여기에는 중국의 많은 부담을 덜어주고 중국의 상승 경로를 지원하는 블록의 형성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존 굴릭은 러시아가 이러한 중국의 목표에 가장 부합한다고 말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1990년대 이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에너지에 목마른 중국에게 러시아의 풍부한 석유와 가스 매장량은 미국의 통제 아래에 있는 지역을 거치지 않고 북쪽 국경을 통해 안전하게 운반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대안입니다. 그리고 또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 및 우주 기술 이전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으며 이미 이득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한편 러시아 입장에서도 중국은 매력적인 파트너입니다. 러시아는 다극적 세계를 향한 전망을 공유하고 있고 높은 가격에도 천연자원을 구매할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과 더 깊은 동반자 관계로 나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세계 노동 운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40년 전 미국인의 눈에 비친 중국은 음식을 얻어가려는 굶주린 아이들의 나라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중국은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나라입니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중국이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일으키고, 보호주의적 통화 정책을 고수하고, 자국 기업들을 붕괴시키고 해외 이전을 조장하는 현실에 분노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생존 자체도 위협받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의심과 경계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확실히 중국 노동력의 규모와 생산 능력, 평균 임금 수준이 지구적 노동 시장에 미친 충격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07년 세계 실업률은 6%로 대략 2억 명인데, 중국이 최근까지 지구 경제에 통합시킨 노동력이 1억 3천만 명이고, 장차 1억 명 정도를 더 추가할 것으로 보이므로 미국 노동자들의 판단이 일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노동자가 분노를 거두고 중국 노동자에게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지구적 자본주의의 복잡성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미국 노조 내부에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본이 가는 곳에 갈등이 따라간다는 테제는 중국에서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가혹한 노동 조건 속에 있는 엄청난 수의 중국 노동자들이 지구적 공급 사슬의 생산 부문으로 통합되고 현재 중국 노동자들의 행동주의가 막 시작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미국 다국적 기업에 고용된 다수의 노동자가 있다. 이미 70개의 월마트 매장과 400개가 넘는 맥도널드, KFC 매장에 노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국 노동자가 외국 기업에 맞서도록 중국 정부가 용인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초국적 공급 사슬의 출현이라는 관점에서, 오히려 중국의 선전深圳에서 캘리포니아의 롱비치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비전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국적 공급 사슬의 마디에 어딘가에는 미국 노동자가 어딘가에는 중국 노동자가 있다는 것이고, 이렇게 전략적 연결 마디의 노동자들이 연대함으로써 상호 협상력을 증대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셈입니다. 더하여, 미국의 노동 운동 활동가들은 보편적 차원에서 중국 노동자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중국 노조와의 교류를 증진하고, 공유된 가치 아래 공통의 운동 목표를 생산하려는 노력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부상은 지속 가능할 것인가? 많은 분들이 이에 대한 답을 찾고 있습니다. 섣부른 대답 전에 먼저 중국이 현재 안고 있는 과제를 정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는 훙호펑 견해의 일부를 요약한 것입니다.
현재 중국은 많은 면에서 미국의 ‘광란의 1920년대’와 비슷하게, 오늘날 점차 독점 자본으로 부와 권력이 집중되고 있고 또 엄청나게 많은 인구가 그로부터 소외당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08년부터 중국 경제 발전의 패턴이 위태로워지고 있습니다. 부국의 부채에 기반을 둔 흥청망청 소비에 대한 중국의 과잉 의존과 더불어 과잉 투자 및 과소 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중국의 국내 경제가 점점 심각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수출품에 대한 지구적 수요가 여전히 하락세인 상황에서, 부채로 조달한 투자의 급속한 팽창이 2012년에 한계에 달할 것이고, 2012년이 되면 중국 경제가 다시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빠져나올 유일한 방법은 GDP에서 가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끌어올려 오랫동안 지체된 경제 재조정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중국 정부가 환경 악화의 심각성, 무역과 내수 불균형, 국내적 양극화 등 단기적 장기적인 경제 위기의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더 균형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경제를 만들기 위해 중국의 발전 모델을 재형성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성공한다면 중국의 경제 성장은 결국에는 더 지속 가능한 경로를 찾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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