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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知 - 책 읽기

침팬지가 인간보다 똑똑하다고?

 

침팬지가 인간보다 더 똑똑하다고?

 


 

 

인간처럼 똑똑해진 유인원들의 반란을 그린 영화 ≪혹성 탈출≫이 요즘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유인원들이 인간보다 더 똑똑하다고요? 정말? 정말?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인간보다 침팬지가 더 똑똑하다는 것을 보여준 재미있는 실험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 실험에서 어린 침팬지는 아이들보다 핵심을 더 잘 간파하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편집자도 이 실험 영상을 보면서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아래 동영상을 함께 보시죠.

 

 ▲ 이 동영상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Chimpanzee  vs Human Child Learning 2-2 영상입니다. 오리지널 실험이라 할 수 있는 1-2는 저작권 요청으로 아래 링크로 대신합니다. 

Chimpanzee vs Human child learning 1 2 - YouTube

 

어린 침팬지는 분명 인간의 어린아이보다 영리하다. 이는 과학자들이 침팬지와 아이들 모두에게 간단한 실험을 해보고 도출한 충격적인 결론이다. 한 과학자가 침팬지와 아이들 앞에서 여러 개의 구멍이 있는 커다란 플라스틱 상자를 갖다놓고 나뭇가지로 구멍을 차례로 찌른다. 구멍들을 모두 찌르면 상자에서 캔디가 굴러나온다. 그런데 사실은 캔디를 꺼내는 데 필요한 구멍은 하나뿐이다. 다른 구멍들은 단지 눈속임에 불과하다. 먼저 검은색의 불투명한 상자를 놓고 구멍을 찌르는 행동을 보여준다. 침팬지와 아이들은 어떤 구멍의 경우 찌르기가 단지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라는 걸 알 수 없기에 찌르는 동작을 전부 따라한다. 다음에는 투명한 상자를 놓고 같은 행동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캔디가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 뻔히 보인다. 어린 침팬지는 캔디를 꺼내는 데 필요한 동작만을 따라 하고 다른 빈 구멍들은 무시한다. 그들은 고도로 집중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과학자가 보여준 모든 동작을 따라 한다. 캔디를 꺼내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는 동작까지도 말이다. 아이들은 투명 상자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로 여기기보다 마술 의식인 것처럼 대한다.

- 프란스 드 발, 『착한 인류』, 292쪽

 

이 실험을 보면, 아이들은 이상한 주술 같은 행위를 해야만 사탕(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반면, 침팬지는 직관적으로 핵심을 파악하고 곧바로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 장치에 대해 아이들보다 침팬지가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러면 진짜 인간보다 침팬지가 더 똑똑한 걸까요?

 

이 충격적인 실험 결과를 두고 사람들은 '인간이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일을 그만 두게 되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사람들은 해석을 다르게 하는 방식으로 이 난관을 무마하려 합니다. 즉 인간의 이런 '멍청함'이야말로 인간의 진정한 강점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로 그런 '맹목적 모방'이 바로 인간의 강점인 '학습적' 태도라는 것입니다. 모방과 학습이 문화의 습득과 전달, 문명을 이룬 근원적 힘이라는 것이죠.

 

앞서 상자를 이용한 모방 실험에서 알 수 있듯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습성이 있다. 유인원들이 과제를 눈에 보이는 대로 이해하고 수행하며 불필요한 조작은 무시하는 반면 아이들은 실험자를 믿고 그들의 모든 행동을 모방한다. 아이들은 그 과정에 이해하기 힘든 중요성을 부여해 과제를 수행했다. 당연히 심리학자들은 유인원이 인간보다 합리적이라는 결과에 불편해했다. 그래서 그들은 급히 아이들의 과잉 모방은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똑똑하다! 어른들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의문을 갖지 않고 어른을 흉내낸다. 맹목은 합리적인 전략이다.

- 『착한 인류』, 292쪽

 

프란스 드 발은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실험을 소개했습니다. 우리 인간 종은 '이성적 동물'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종교와 미신, 관습들을 만들어왔습니다. 드 발은 그것이 무가치하고 비합리적인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고유한 능력, 즉 '상상력'의 당연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신(新)무신론자들은 경험적인 현실만이 중요하고 사실이 믿음을 이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인류의 희망과 꿈을 부인하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상상력을 주변의 모든 것에 투영한다. 우리는 상상력을 영화, 연극, 오페라, 문학, 가상현실 그리고 종교에 투사한다. 신무신론자는 극장 밖에 서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사실은 타이타닉호와 함께 빠져죽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사람과 같다. 놀랍기도 해라! (...) 아이들의 흉내 내기 놀이로부터 나이 든 뒤 갖는 사후 세계에 갖는 상상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풍성하게 만드는 능력은 인간이 지닌 가장 유쾌한 능력이다.

- 『착한 인류』, 297쪽 

 

드 발이 보기에 종교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넘어 자신의 상상을 세계로 투사할 수 있는 인간 능력의 산물입니다. 무가치한 미신이나 반드시 제거해야할 악이 아닌 거죠. 드 발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 대왕≫과 같은 실험이 실제로 행해진다면, 과연 무인도에 남겨진 아이들이 어떤 세상을 만들지 되묻습니다.

 

 

▲ 골딩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 <파리 대왕>의 한 장면

 

 

여기서 드 발은 대담하게 아이들이 서열과 도덕을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합니다.

 

10여 명의 아이들을 어른 없이 무인도에 보낸다고 상상해보자. 무슨 일이 일어날까? (...) 더 긴 시간을 자기들끼리만 남으면 이 아이들이 무슨 일을 하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위계질서를 형성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는 서열 구조에 익숙한 영장류이다. 우리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인생의 어린 시절부터 그 본성은 튀어나온다. (...) 무인도에 보내진 아이들은 다음으로 아마 상상계로 들어설 것이다. 그들은 언어를 발달시킬 것이다. 한 예로 니카라과의 청각 장애 아이들은 1980년대에 외부인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수화 체계를 스스로 만들어 의사소통을 했다.

- 『착한 인류』, 310쪽

 

그리고 아이들이 문화와 재산권,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교를 만드리라고 예견합니다.

 

아이들은 또 다른 것들, 가령 문화를 발달시킬 것이다. 아이들은 습관과 지식을 다른 아이들에게 전달할 것이고, 일단 도구를 만들면 그 도구에 적응할 것이고 서로를 기쁘게 하는 방법을 찾아 거기에 따를 것이다. (...) 그들은 재산권을 주장할 것이고 각자의 소유를 놓고 긴장감이 조성될 것이다. 끝으로 의심의 여지없이 그들은 종교를 만들 것이다. 그것이 어떤 유형의 것인지 알 순 없지만 그들은 초자연적인 힘을 믿을 것이다.

- 『착한 인류』, 311쪽

 

흥미롭게도 무인도의 아이들은 과학을 결코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하네요. 종교적 사고는 인간에게 자연스럽지만 과학적 사고는 결코 자연스럽지 않으며, 일정한 훈련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결코 발달시키지 않을 것은 바로 과학이다. 과학은 인간의 역사에서 겨우 몇 천 년 전에 나타났다. 과학은 인간의 진정한 성취이고 또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종교와 같은 차원으로 보는 시각은 순진하다. 과학과 종교의 전쟁은 성서의 용어를 빌자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종교는 항상 우리 곁에 있었고 앞으로도 사라질 것 같지 않다. 그것은 우리의 사회적 피부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과학은 우리가 최근에 구입한 외투와 같다. 우리는 늘 과학을 잃을 위험에 처하거나 과학을 내던져버리고 있다.

- 『착한 인류』, 311쪽

 

프란스 드 발은 『착한 인류』에서 인간보다 똑똑한 침팬지 실험이 함의하는 바를 이렇게 다채롭게 여러 방면으로 풀어냅니다. 유튜브에서 “오! 놀라운데”하는 감탄을 자아내는 영상 하나가 흥밋거리를 넘어서 인간 능력의 아이러니한 측면과 종교의 기원까지 닿아 있는 것이죠. 인간과 유인원, 그 사이에 펼쳐진 더 놀라운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착한 인류

도덕은 진화의 산물인가

프란스 드 발 지음 | 오준호 옮김 | 미지북스 | 2014년 | 388쪽 | 18,000원

 

도덕성은 인류가 번성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진화의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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