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기본권하면 이른바 “노동3권”을 말합니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그것이죠. 모두 헌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를 보호하는 이 세 가지 권리 중 무엇이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권리일까요? 이 글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노동자의 변호사들』의 공동 저자인 권두섭 변호사님의 연세대 강연(4월29일)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강력 추천합니다!
노동기본권 중에 왜 '파업권'이 가장 중요한가?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의 창립자 중 한 명으로 현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15년간 노동 변호사의 길을 걸어왔다. 『노동자의 변호사들』(민주노총 법률원, 오준호, 최규석 지음, 미지북스, 2013)의 공동 저자이다.
들어가며
저는 노동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서 반드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금이나 작업환경 등 일반적인 노동조건을 개선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요즘 <직장의 신>과 같이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는 인기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비정규직과 같은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들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전에 저희에게 상담해온 비정규직 여성 은행원이 있었습니다. 보통 은행에 가면 구석에 VIP룸이 있죠. 그런 VIP들 중에 큰 고객들은 지점장이 따로 대접하기도 합니다. 그분은 근무시간이 아닌 밤에 그런 VIP를 접대하는 자리에 불려나가 술을 따르게 한 일을 겪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분은 그 은행의 정규직 노조의 도움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많은 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런 부당한 일을 겪을 때도 스스로 그런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헌법에서는 노동3권을 명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현실에서는 노동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는 걸까요? 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걸까요? 저는 오늘 이 문제를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너희 회사에 가서 해. 왜 여기서 행패야 - 하청 파견 노동자
2001년 대우 자동차 부평 공장 사내 하청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학생운동 하던 분들이 위장 취업해서 하청 노동자들을 조직한 것입니다. 실제로 2년 동안 라인에서 같이 일하면서 노조를 만든 겁니다. 노조를 만들었으니까 이제 노동자들에게 알려야겠죠. 그래서 점심시간에 회사 구내식당에서 ‘우리가 노조를 만들었다’며 플래카드를 펼쳤습니다. 노동자들이 다 모이는 곳이 식당이니까요. 그런데 회사 측에서 떡대들을 (주로 보안과 사람들이죠) 동원해서 플래카드를 뺏고 사람들을 폭행하여 사업장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제가 나중에 회사 측에 물어봤죠. 대체 왜 그렇게 했냐. 그런데 대답이 가관이었습니다.
“당신네들 회사도 아닌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 우리는 당신들하고 아무런 근로계약도 안맺은 제3자다. 당신들이 노조활동을 하려면 ‘인천시 부평구 하이베라스 C동 702호’에 있는 그 작은 사무실에 가서 해라.”
제가 그 주소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가 지금 재판하고 있는 용역업체 주소라서 그렇습니다. 노조 활동하려면 ‘너희 회사’ 그 용역업체에 가서 하라는 겁니다. 이렇게 비정규직은 사업장에서 노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입니다. 노조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교섭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설령 교섭을 한다하더라도 사측은 절대 “교섭”하자고 안합니다. “대화”하자고 하지요. 원청회사 입장에서는 교섭하게 되면 자신들이 실질적 고용주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교섭이라고 하게 되면 그게 또 법적인 효력 같은 걸 가지게 되거든요. 노동조합이 있어야 단체협약도 맺고 권리를 보장 받을 텐데,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게 안되는 겁니다.
노조한다고? 너 계약 기간이 00일까지였지? 그때까지 열심히 해 봐 - 계약직 노동자
여성 노동자의 70퍼센트가 계약직입니다. 그 계약직 여성 노동자들이 남녀고용평등법을 제대로 적용받고 있을까요? 육아 휴직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임신 사실을 알리고도 회사와 계약을 연장할 수 있을까요?
2007년 이랜드-뉴코아 사건 아시죠? 당시에 국회에서 비정규직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똑같은 업무를 하는데 누구는 정규직이라서 월급을 200만원 받고, 누구는 비정규직이라서 100만원 받으면 어떻겠어요? 부당하다고 생각되죠? 이 법은 같은 회사 내에서 계약직과 정규직이 비슷한 일을 하면 임금 등에서 차별을 못하게 하는 게 취지였죠. 이런 법이 통과된다니까 이랜드 측에서 어떤 꼼수를 부렸냐면, 계약직을 모두 자르고 용역업체에 등록시켜서 일을 시키기로 한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직접 고용한 게 아니니까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차별할 수 있다, 말하자면 계속 월급 100만원 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노동자마다 처음 계약 일시가 다르므로 끝나는 계약기간도 다 달랐습니다. 하지만 용역업체에 넘기려면 한날 한시에 넘겨야 하니까 비정규직들의 계약 종료기간을 같도록 조정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계약기간이 용역업체로 넘기기 전에 끝나는 노동자는 근로 계약 기간란이 비어있는 백지 계약서를 쓰게 했어요. 한달 짜리 계약서, 보름짜리 계약서, 일주일짜리 계약서가 그렇게 나온 겁니다. 그리고 용역업체로 넘기는 시일을 지나야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노동자의 계약서는 아예 화이트를 칠해서 계약 날짜를 수정하는 짓도 했습니다. 그리고 용역업체로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노동자는 계약 해지해버리고요. 이렇게 이랜드-뉴코아 투쟁이 시작된 거에요. 계약직과 같이 고용이 기본적으로 불안하면 노조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계약직이 회사에 가서 ‘우리 노조 만들었다’고 말하잖아요, 그러면 대답은 뻔합니다. “그래? 너 계약기간이 00월00일까지지? 그때까지 열심히 해 봐.”
노동자도 아닌데 무슨 노동기본권? - 특수고용직 노동자
택배 이용 많이 하시죠? 택배 기사님들이 노동자일까요 아닐까요? 제가 볼 땐 아무리 봐도 노동자입니다. 그분들 아침 일찍부터 화물 집하장에 가서 택배 물건을 가져와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배달하고 저녁에 또 집하장 가서 물건을 갖다 놓습니다. 2009년에 화물연대 대전 집회가 있었어요. 거기서 450명의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잡혀간 적이 있습니다. 『노동자의 변호사들』 책의 맨 첫머리에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 사건의 발단은 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박종태 씨가 대한통운 회사 앞 야산에서 목을 매고 돌아가신 거였습니다.
처음에 대한통운이 화물연대 노조와 택배 하나 운반하는데 택배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를 30원 올린다고 합의를 했어요. 보통의 경우에는 노동조합과 회사가 합의를 하면 ‘단체협약’이 됩니다. 회사가 그것을 위반하게 되면 법적으로 지키도록 회사에 강제하게 하는 여러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위반하기는 하지만) 회사가 단체협약을 위반하려고 하는 경우는 잘 없어요. 그런데 대한통운에서 수수료 30원 인상 합의를 하루아침에 뒤집은 거예요. ‘택배기사들은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다. 그래서 화물연대 노조와 한 합의는 단체협약이 아니다, 그래서 약속을 뒤집어도 법적으로 문제없다.’ 이렇게 나온 거죠. 그래서 77명의 구내 조합원들이 항의 표시로 딱 반나절만 화물 집화장에서 택배 분류 작업을 거부했어요. 사실 그 작업이 근로계약서에 명기된 그분들 업무도 아니에요. 그분들은 그냥 분류된 것을 차에 싣고 운반만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근로계약서에 명기된 업무도 아닌 걸 강제로 시킨 거죠. 그러자 회사 측에서 바로 휴대전화 문자로 해고통지를 했습니다. 전화로 “그동안 오랫동안 일하셨는데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고통지 한 것도 아니고, 며칠 전 <무한도전>에서 극중 정준하 해고하듯이 서류로 통보한 것도 아니고, 문자 한 통으로 “계약 해지되었음을 통보합니다”. 이렇게 한 거예요. 그때부터 대한통운 회사 앞에서 집회를 시작한 겁니다. 그러니까 경찰들이 와서 해고 노동자들을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박종태 씨가 돌아가신 거예요. 그래서 그 추모집회를 하는 현장에서 경찰과 큰 충돌이 벌어지면서 450명이 연행되었던 겁니다. 사람이 죽어서 추모집회를 하는데 경찰들이 그날 택배 노동자들에게 인간적으로 모욕적인 언사들을 퍼붓고 했어요. 그러다보니까 흥분한 노동자들이 만장기에서 대나무 떼어서 경찰과 충돌할 때 쓴 거예요. 다음날 조선일보를 보니까 무슨 죽창으로 폭동이 일어난 것처럼 써놨더라고요.
저는 이런 사태가 일어난 근본적인 이유는 법원의 판례가 노동자임이 분명한 사람들을 사업자로 둔갑시켜놓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 법원이 그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면, 과연 회사가 노동자들과 합의한 그 약속을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77명의 노동자를 자신의 업무도 아닌 그 화물 분류 작업을 반나절 거부했다는 이유로 문자 한 통으로 해고 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 일이 없었다면 박종태 씨가 돌아가실 일도 없었을 겁니다. 제가 그 유족들도 뵈었는데 자녀분들도 무척 어린 아이들이였어요. 왜 그 아이들이 아빠를 잃었어야 했을까요? 노동기본권을 이야기하려고 해도 노동자인 것 자체가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법제도가 그렇습니다.
▲ 학생들에게 강연 중인 권두섭 변호사 (4월29일 연세대학교)
노동기본권 중 가장 핵심적인 권리는 ‘파업권’
848만명. 전체 노동자의 47%에 달하는 숫자가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한국 노동자 1700만 명 중에 절반은 노동기본권이 없거나 거의 형해화 되어 있는 노동자인 것입니다. 그러면 그 나머지 절반의 노동자들, 그러니까 정규직들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과 같은 노동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을까요?
여러분은 노동3권 중에 어떤 권리가 가장 핵심적인 권리라고 생각하세요? 단결권은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입니다. 단체교섭권은 회사와 단체협약을 할 권리이죠. 단체행동권은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런 것들이 지금은 당연해 보이지만 과거 역사에서는 다 불법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이 모여서(단결권) 세력을 이루어 고용주를 협박(단체교섭권)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파업(단체행동권)해서 고용주에게 엄청난 손실을 입히는 범죄행위라고 생각한 거죠. 노동기본권이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인정받고 사회적으로 당연시되는 데는 다 그동안 노동자들이 싸워온 역사가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노동3권 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 권리일까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삼성 이건희 회장님이 삼성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고 두려워할까요? 그 노동조합이 단체교섭하자고 하면 삼성에서 무서워할까요?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오직 회장님이 두려워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것입니다. 파업을 하면 공장이 멈추니까요. 전자 업체나 자동차 업체는 컨베이어 벨트 등으로 자동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전체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지 않아도, 3분의 1정도만 파업에 참여해도 그 공장은 멈춰요. 그러니까 사용자들은 파업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파업권이 가장 핵심적이고 실질적인 노동자의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나라에서 노동기본권이 얼마나 보장되고 있느냐를 보려면 파업권이 그 나라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보장되어있는가를 보면 됩니다.
노동조합을 원천적으로 범죄시 하는 법제도
혹시 검찰 공안부라고 들어보셨는지요? 공안부 업무를 규정하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이라는 것이 있어요. 제가 예전에 그걸 보고 엄청 놀란 적이 있습니다. 공안1과, 2과, 3과가 있어요. 1과는 대공 사건이에요. 간첩, 국가보안법 위반 같은 거죠. 2과가 노동조합을 담당해요. 3과는 학생운동 담당이죠. 이런 부서들이 정보 수집을 합니다. 동향 파악 같은 아주 일상적인 활동 보고를 하는 거죠. 제가 예전에 검찰 공안부에 피의자가 조사 받을 때 동석한 적이 있는데, 그 검사에게 자꾸 무슨 쪽지가 왔다갔다하는 거예요. 비서가 쪽지를 갖다주면 검사가 ‘음’ 이러고 보고 보내고, 또 한 시간 정도 있으면 또 쪽지가 와요. 그걸 하루종일 계속 하는 겁니다. 그래서 뭔가 하고 살짝 보니까, 당시에 YTN 노조에서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었는데 그걸 시간대별로 동향을 보고하는 거였습니다.
“08시 50분에 사장 정문 도착, 09시 30분 노조원들이 출근을 저지하다가, 10시 10분 노조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게 뭘 의미하느냐면 공안(public safety)이라는 것이 사회의 공공안전을 말하는 것인데, 노동조합은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단체니까 일상적인 활동과 동향을 실시간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거죠. 검찰에는 공안부말고도 강력부가 있습니다. 강력부는 뭘 다루냐면 마약, 조폭 이런 걸 다룹니다. 제가 그 강력부 규정도 봤는데 공안부랑 똑같아요. 진짜로, 다른 단어는 ‘공안’하고 ‘강력’하고만 다르고 ‘노동’하고 ‘조폭’만 달라요. 나머지는 똑같아요. 강력부가 마약이나 조폭 조직들 동향을 늘 파악하거든요. 조폭 조직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이합집산하고 있는지, 국제조직이랑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이게 뭘 의미하는가 하면, 판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법제도 자체가 노동조합의 활동을 범죄집단의 그것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폭이나 마약조직과 똑같이 본다는 겁니다. 그것을 억제해야 하는 활동으로 보는 거죠.
제가 업무상 공안부 검사를 자주 만나고 전화통화도 자주하는데 그분들을 만날 때마다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 공안 검사들이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 불쌍한 자본가들을 괴롭히는 악마같은 존재들’ 정도가 아닐까. 노동조합이 파업을 한다고 하면 공안 검사들은 이 파업이 합법이냐 불법이냐, 정당한거냐 아니냐, 이런 걸 검토하는 게 아니고 이 파업의 파급력이 얼마나 크냐를 봅니다. 단죄를 해야 할 만큼 크냐 아니면 그냥 둬도 될 만한 정도냐 이거죠. 노동 변호사들끼리는 그런 말을 합니다. “한국에서 파업이 합법화 되려면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갖가지 조건들을 다 갖추어야 하는데, 그렇게 조건을 다 갖추어도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크거나 유명한 파업이 되면 공안부의 관심을 갖게 되어 불법화 될 수 있다.” 파업권 자체가 부정되는 제도적 상황이죠.
파업, 합법과 불법의 갈림길
파업만 하면 손해배상 청구가 수백억 원이나 되고 간부들이 구속되고,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하니까 일반 시민들은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쟁의를 하고 파업을 해도 합법적으로 하면 되지, 왜 불법으로 하냐?” 맞습니다. 노동자들도 합법으로 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파업에 ‘불법’ 굴레를 씌우는 장치가 너무 많습니다. 일단 경영자의 경영지침에 반하는 파업은 무조건 불법입니다. 언론인들이 위에서 보도지침 같은 게 내려오고 보도의 중립성을 해치는 업무 환경에 반발하는 파업도 불법입니다. 언론인들에게 그런 것 말고 파업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정리해고 같은 직접적인 고용문제도 회사 경영 사안이라서 그것에 반대하면 불법 파업이 됩니다. 공기업에서 민영화 같은 정부 정책이 실제 노동조건이나 고용에 심대한 영향을 주더라도 반대해서 파업하면 불법이 됩니다.
파업이 불법이 되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들어오고, 파업 참가자들은 해고 또는 중징계, 간부들은 구속됩니다. 파업이 불법으로 규정되면 간부들한테 체포영장 발부됩니다.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경찰력이 사업장에 투입됩니다. 그러면 조합원들이 노조위원장 잡으러 온 경찰에게 “아이고~ 오셨어요? 얼른 데리고 가세요.” 이렇게 하겠어요? 자연스럽게 충돌이 벌어지는 거죠. 그러면 또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이라는 범죄가 성립합니다. 한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특수) 체포를 방해하고(공무집행방해) 사람을 다치게(치상) 했다는 겁니다. 여럿이 엉겨 붙으면 찰과상이라도 생기잖아요. 이게 징역3년 이상입니다. 엄청 세요. 파업 한번 했는데 나중에 보면 처벌 받는걸 보면 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 조항들을 가만히 보면 다 조폭들 규제하기 위해서 제정한 법입니다. 조폭들이 집단적으로 저항을 하니까 공권력이 거기에 대응하기 위한 거예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조폭이 아니라 노동조합하는 사람들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이 되는 거죠.
요즘은 공권력이 사업장에 직접 투입되는 사례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론이 안좋으니까요. 국내 여론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엄청난 항의가 들어옵니다. 특히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에 경찰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심해요. 지금 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의 파업에는 형사처분을 적용하면 안되는 것으로 거의 다 정리되어 가는데, 저기 코리아라는 나라는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면서 아직도 파업하면 공권력 투입한다고 세계의 뉴스거리가 되는 거죠. 그래서 요즘 뭐가 생겼습니까? 컨택터스. 이제 용역 깡패들이 자본가들의 사병이 된 것입니다. 하루 30만원씩 받고 깡패들이 사업장에 난입해서 조합원들 두들겨 패고 하는 거죠. 여러분들 생각해보세요. 사업장에 여성 조합원들이 있는데 깡패들이 들어와서 막 때리고 하면 가만있겠어요? 가만 안 있죠. 옆에 있는 뭐라도 들고 같이 싸울 거 아닙니까? 그러면 합법적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해도 갑자기 폭력행위로 불법이 되요. 이게 다 뿌리를 찾아가보면 파업권을 보장하지 않고 파업을 불법화하는 것에 있는 것입니다.
마치며 - 노동조합은 인권의 보루
이렇게 노동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현실이다 보니까 우리 사회의 노동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선량한 국회의원들이 하루아침에 법을 다 뜯어고쳐 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답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스스로 조직화를 하고 그 힘으로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실정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더라도 말이죠. 파업권이 불법화되어 있기 때문에 파업 안하겠다고 하면 노동자는 그 제도의 틀 속에서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법을 어겨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정법이 기본권을 반영하게 된 것은 결국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이루어내었기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노동법의 역사를 보면 영국에서 처음 제정되는데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처벌하는데서 시작합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서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하는 것을 협박이라고 본 겁니다. 이걸 처벌 하는 것이 최초의 노동법이었어요. 그러나 노동자들이 이에 굴하지 않고 투쟁하고, 구속되고, 때로는 죽고 실종되고 하면서 노동조합을 합법화하고 노동기본권이 법의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노동기본권의 진정한 쟁취는 국회의원들이, 안철수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만드는 것입니다. 법을 넘어서는 투쟁을 통해서 법의 영역을 확대시키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게 되면 대부분 자본가가 아니라 노동자가 됩니다. 아무리 많은 스펙을 쌓고 능력을 길러도 노동자는 노동자입니다. 제가 고학력의 노동자들도 많이 만납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 조종사 같은 분들, 엄청난 스펙을 가진 분들 많습니다. 그런 분들도 원래 노동조합이 없었을 때는 회사에 거의 종속되어 있는 노예와 다름없는 처지였어요. 자기 권리도 제대로 주장 못하고요.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하면 어때요? 불쌍하다? 그런데 그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집단화되어 있는 거에 대해서는? 아주 안좋게 보죠. 이런 시각은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불쌍하다고 생각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이 박탈되어 있는 거예요. 그리고 집단화된 그 노동자들이야말로 노동기본권을 가지고 싸우는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자로 살아갑니다. 노동자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입니다. 잠자는 시간을 빼면 사람들이 자기 삶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은 일하는 공간이죠. 거기서 노동을 해서 받는 임금으로 자기와 가족을 부양하는 게 노동자의 삶입니다. 노동기본권은 일터에서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존엄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있어야 하는 거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직장에서 기본권을 가져다 주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이 무슨 큰 독립 운동하는 정도의 결단이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겁니까? 아니죠. 노동조합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다시한번 “노동조합은 노동자 인권의 보루”라는 말씀을 드리며 오늘의 긴 강연을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민주노총 법률원, 오준호, 최규석 지음 | 미지북스 |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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