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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북스의 책/인문

『미리 배우지 않아도 좋아요』- 내 아이의 열정을 훔치는 위험한 조기교육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유치원과 가정에서 가르치려는 교육 경쟁의 밑바닥에는, 내 아이를 ‘슈퍼키드’로 키워야만 나중에 어른들의 세상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조기교육이 장기적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증거는 상당히 많다. 저명한 아동심리학자이자 교육학자인 데이빗 엘킨드 교수는 조기교육이 아이의 자존감에 영구적인 손상을 남길 수 있고, 학습에 필요한 긍정적 태도를 잃게 만들며, 타고난 천재성과 잠재적 재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리 배우지 않아도 좋아요』

내 아이의 열정을 훔치는 위험한 조기교육

데이빗 엘킨드 지음 | 이지연 옮김 | 미지북스 | 268쪽 | 12,800원

 

한 살부터 일곱 살, 내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

교육은 달리기 시합이 아니다

내 아이에게 배움의 열정을 선물하라!

 


 

세계적인 교육학자 엘킨드 교수가 쓴 유아교육의 고전

내 아이가 혹시 ‘슈퍼키드’가 아닐까? 한 살부터 일곱 살 사이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이들은 실제로 기대에 빠르게 부응한다. 9개월에 걸을 수도 있고, 두 살에 숫자를 욀 수도 있고, 세 살에 글을 읽을 수도 있다. 마침 ‘영재’ 교육에 관한 정보를 듣거나 아이들이 스펀지처럼 지식을 흡수하는 시기를 그냥 보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듣게 되면, 부모들은 정말이지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자녀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내 아이가 영어나 수학, 스포츠 등을 미리 배우는 ‘슈퍼베이비’들보다 불리해지는 게 아닐까?”

 

이 책의 저자 데이빗 엘킨드는 1980년대 미국에서 열풍처럼 번지는 조기교육 현상에 경종을 울리며 수많은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저명한 아동심리학자이자 교육학자이다. 그는 혹독하고 힘든 세상에 아이들을 가장 잘 준비시키는 방법은 결코 조기교육이 아니라고 말한다. 엘킨드 교수에 따르면, 어린 자녀에게 일찍부터 학교에서 배울 것을 가르치는 것은 아이의 장래를 그르치는 ‘잘못된 교육’이다. 그리고 ‘잘못된 교육’은 부모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아이들의 진정한 천재성과 잠재력마저 망치고 만다. 그렇다면 한 살부터 일곱 살 내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아이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 걸까? 엘킨드는 교육이론과 사례, 부모들의 고민을 두루 소개하며, 무엇이 ‘건강한 교육’이고 ‘잘못된 교육’인지 알려준다. 그에 따르면, 한 살부터 일곱 살 시기의 아이들은 발달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야 하며, 다른 무엇보다도 배움의 열정을 키워야 한다.

 

부모를 유혹하는 ‘슈퍼키드’ 심리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가 특별하기를 바란다. 자녀가 잘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 실제로 요즘 부모들은 앞선 세대보다 자녀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다고 느낀다. 부모가 하기에 따라 아이들의 삶을 최대한 준비해 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자녀가 미래에 경쟁자들보다 더 똑똑하고 유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엘킨드는 그 밑바탕에 부모의 사랑이 있다는 점을 긍정하면서도, 바로 부모들의 좋은 의도가 ‘조기교육’으로 이어져 아이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마디로 그는 부모들이 ‘슈퍼키드’ 심리를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슈퍼키드’ 심리는 사회적인 ‘조기교육’ 현상과 부모들 사이의 교육 경쟁 심리와 결합해 부모들의 마음을 왜곡한다. 즉, 부모는 자녀의 능력을 일찍부터 열어주겠다는 의도로 학교에서 배울 것을 앞당겨 가르치려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교육’이다. 아이들의 발달단계와 능력을 고려한 아이 중심의 ‘건강한 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능력과 ‘슈퍼키드’ 심리에 휩쓸린 결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무엇을 가르치든 받아들이고 협조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애착의 대상인 부모를 기쁘게 하고 싶기 때문에 아이들은 묵묵히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이의 열정은 손상된다.

 

 

아이들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엘킨드는 조기교육을 부추기는 ‘슈퍼키드’ 심리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실을 문제 삼으며,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추적한다. 미국에서 ‘조기교육’은 유행하게 된 것이지 부모들의 당연한 선택 같은 것이 아니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유아기에 아이의 지적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거나 하는 강박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1980년대가 되면 ‘유능한 아이’ 이미지가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면서, 부모의 역할,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기대, 영유아 교육철학 등 여러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유능한 아이’란 영유아에게는 무한정한 배움의 능력이 있고, 어릴수록 더 잘 배우며, 적절한 자극이 있다면 심지어 IQ를 높일 수 있다는 관념이었다. 아이들은 점차 가정에서, 유치원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조금씩 그들의 발달단계를 배려하지 않는 과잉 자극에 시달리게 되었다.

   

때 이른 교육이 아이를 망친다

취학 전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를 가르치려고 드는 사회적 열풍은 더 어린 영유아를 상대로도 확대되었다. 단순히 연령층의 확대만이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교육’은 마치 현명한 선택인 것처럼 포장되고, 부모들의 경쟁 심리에 편승해서, 한글과 영어, 수학은 물론 음악, 발레, 태권도 같은 수업을 정규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퍼뜨린다. 미국의 경우에 유아교육 기관의 확대와 보급은 곧 잘못된 교육 열풍으로 뒤덮였다. 한국 사회에서도 갈수록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육이 더 보편화되고 있는데, 미국의 사례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유치원에서 5세 아동에 대한 정식 학교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보편화되자 곧 4세 아동에 대해서도 실시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던 예가 있었다.

 

엘킨드는 이 책에서 계속해서 부모들의 마음 그 자체는 틀린 것이 아니라고 환기한다. 다만 시선을 부모 중심이 아니라 아이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와 교육자들은 아이의 신체적, 지적 한계를 충분히 인식하고 영유아는 쉽게 마음을 다칠 수 있다는 점을 배려하면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시중의 수많은 교육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부모를 유혹하고 그들의 자녀를 끌어들인다. 이런 프로그램의 교수법이 아이가 장차 읽기 능력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거나 아이를 더 똑똑하게 만든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반면에 너무 일찍 정규교육을 시작하면 해가 될 수 있다는 증거들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엘킨드는 많은 사례를 인용하며 아이에게 잘못된 조기교육이 어떻게 아이에게 해를 끼치는 보여주며,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는 건강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생후 1년 아이가 배워야 할 것: 신뢰감

엘킨드는 한 살부터 일곱 살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공부라든가 특정 교과목들이 아니라 신뢰감, 자율성, 주도성, 소속감, 근면성, 자신감이라고 말한다. 생후 1년까지 영아가 해야 할 일은 강력한 ‘신뢰감’을 습득하는 것이다. 신뢰감은 세상이 안전한 곳이며 내 욕구가 충족될 것이라고 아이가 느끼는 것을 말한다. 신뢰감은 상당 부분 부모에 대한 애착 또는 유대감에서 비롯된다. 부모에게 튼튼한 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나중에도 더 긍정적인 정서를 갖고, 잘 공감하고, 협조적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잘못된 교육을 하면 아이의 애착과 신뢰감이 위험해진다. 엘킨드에 따르면, 애착과 신뢰는 나중에 아이가 공부를 해나가 데 있어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므로 아이의 학습 능력을 보전하는 차원에서라도 잘 만들어져야 한다.

 

생후 2~3년 유아가 배워야 할 것: 자율성

생후 2~3년이 되면 아이는 보다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운동 능력을 갖게 된다. 걷고, 기어오르고, 붙잡고, 떨어뜨리고, 혼자서 먹기 시작하고, 어쩌면 용변 훈련을 시작할 수도 있다. 바로 아이가 ‘자율성’을 익힐 시기이다. 자율성은 나중에 건강한 독립심으로 나타나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기꺼이 밝히고 스스로의 신념과 행동에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아이가 할 수 있겠다 싶은 다양한 운동 능력을 터득할 수 있도록 부모가 옆에서 격려해주면 아이는 강한 자율성을 갖게 된다. 반면에 잘못된 교육을 시도하면, 아이에게 운동은 곧 과업으로 바뀌고 만다. 

 

만 3~4세 아이가 배워야 할 것: 주도성과 소속감

3~4세가 되면 아이가 주도성과 소속감을 체득할 시기이다. 특히 대략 4세 무렵부터 아이는 왕성한 언어 능력을 보이며 자신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질문을 쏟아낸다. 엘킨드는 아이들의 질문을 얼마나 잘 격려할 수 있느냐, 아이들에게 얼마나 ‘똑똑한 자극’을 줄 수 있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주도성’이 개발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서너 살의 아이는 또래들과 또래 집단에 관심을 가지며 ‘내 친구’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때 습득하는 사회적 ‘소속감’은 아이가 나중에 사회에 통합되는 기분을 느낄지, 소외를 느낄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여기서 유아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려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아이들이 ‘소속감’을 익힐 틀이 훼손된다. 왜냐하면 공부를 가르치려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맹목적으로 순응해야만 아이 자신이 수용되고 소속될 수 있다는 잘못된 소속감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만 5~6세 아이가 배워야 할 것: 근면성과 자신감

대여섯 살 시기는 아이의 근면성을 튼튼하게 다져야 하는 때이다. 아이의 발달단계에 잘 맞춰진 교육은 아이가 곧잘 따라갈 수 있고, 그러한 과정 속에 근면성이 생겨나고 강화된다. 그러나 더 큰 아이들에게나 가능한 학습 방식을 적용하는 잘못된 교육은 어린 학생들에게 좌절과 실패를 주기 쉽고 이것은 강한 열등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이 시기에 아이는 신체적, 정신적 ‘구조적 필요’를 채워 가며 타고난 잠재력을 드러낸다. 그와 함께 ‘자신감’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러나 잘못된 교육은 아이가 ‘구조적 필요’를 채우지 못하도록 방해할 뿐 아니라 아이의 자신감을 훼손한다. 아이의 이런 측면을 간과하고 ‘놀이’를 조기교육의 수단으로 바꾸면 잘못된 교육이 되기 쉽다.

 

천재를 더욱 천재로 키우는 방법

지적 천재성을 가진 아이들은 조기교육이 부정적이라는 원칙에 대한 예외처럼 보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아이들은 대여섯 살에 열두세 살 아이가 하는 것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런 아이들은 준비가 된 것이니 일찍부터 정규교육을 받는 것이 득이 되지 않을까? 엘킨드는 지적으로 재능 있는 아이들이야말로 극심한 ‘구조적 필요’를 갖고 있으며, 부모는 자녀의 학습 진도 같은 것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즉 이 아이들에 대해서도 조기교육은 별로 득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천재성을 키우는 더 좋은 방법은 앞서 아이들의 그런 잠재력을 끌어낸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연장시키는 일이라고 엘킨드는 조언한다. 이 책의 9장에서는 엘킨드가 학부모들과 나눈 대화를 그대로 실었다.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독자들은 좀 더 쉽게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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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데이빗 엘킨드 (David Elkind)

미국 터프츠대학교의 아동학 명예교수이며, 세계적인 아동심리학 권위자이자 저명한 교육자이다. 미국 UCLA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로체스터대학교와 터프츠대학교에서 심리학 및 아동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미국 유아교육협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엘킨드 교수는 10개 학술기관의 회원이며, 여러 학술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주 정부 및 연방 정부의 교육 관련 부처와 사립재단들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엘킨드 교수는 『기다리는 부모가 큰 아이를 만든다』, 『다 컸지만 갈 곳 없는 청소년』, 『놀이의 힘』 등 18권의 책을 썼으며, 연구논문, 학술지 게재 기사, 공저 등 500건에 달하는 저작 목록을 갖고 있다. 그는 조기교육 유행에 비판적인 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광범하게 강의하고 있다.

 

옮긴이 이지연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 후 삼성전자 기획 및 마케팅팀에서 일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플라스틱 바다』, 『디스커버리,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호기심』,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단맛의 저주』, 『거짓말을 간파하는 기술』, 『어느 날 당신도 깨닫게 될 이야기』, 『행복의 신화』, 『킬 더 컴퍼니』, 『매달리지 않는 삶의 즐거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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