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에도 소개된 적 있는 “철로를 이탈한 전차”는 정치철학의 대표적인 딜레마입니다. 마이클 샌델은 이 사례를 통해 도덕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정치철학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과연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이 딜레마를 해결했을까요?
샌델은 “전차의 딜레마”를 해결했을까?
자, 당신은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전차의 기관사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차의 브레이크가 고장나 버렸습니다! 이대로는 철로 위에서 일하고 있는 인부 다섯 명을 덮치고 맙니다.
첫 번째 상황. 전차의 경로를 비상 철로로 바꾸면 철로 위에 있는 행인 한 명이 죽습니다. 선로를 변경해야 할까요?
두 번째 상황. 당신은 다리 위에서 전차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 옆에는 덩치 큰 행인이 서 있습니다. 행인을 밀어서 기차에 부딪히게 만들면 인부 다섯 명을 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행인을 밀어 인부 다섯 명을 구해야 할까요?
사람들에게 두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졌을 때, (거의 모든 문명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 번째 상황에서는 선로를 변경하겠다고 답하고, 두 번째 상황에서는 행인을 밀어 넘어뜨리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샌델은 여기서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던지기만 할 뿐 직접적인 해답은 제시하지 않고 넘어갑니다.
이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이 한 지음)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바로 행인이 그 자체로 목적인 존재,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행인을 밀어 넘어뜨리기를 망설이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행인을 밀거나 밀지 않을 권리가 없습니다. 자신의 몸을 던져 전차를 멈추고 다섯 명의 인부를 구할 것인지는 다른 누구도 아닌 행인 자신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전차의 딜레마는 단순히 흥미로운 도덕적 딜레마를 제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주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을 웅변하는 사례입니다. 즉 스스로가 목적인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개인의 자기 결정권, 이것이 바로 마이클 샌델의 정치철학이 외면하는 것이며 현대 자유주의가 옹호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이것에 반해, 전차의 딜레마에 대한 샌델의 숨겨진 해답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타인을 위한 희생은 공동체가 규정한 훌륭한 미덕이며, 개인은 공동체적 자아의 일부분이므로 그 행인은 자발적으로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행인은 악덕을 저지른 것이고, 공동체에 의해 비난받아야 한다."
샌델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본질 분석에서 최고로 치는 미덕은 단연 “공화국 시민들의 미덕을 고양하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공화국 시민으로서 가져야 하는 미덕을 타락시키면 잘못된 것, 고양하면 옳은 것입니다. 특정한 근거가 다른 근거들과 충돌할 때는 별다른 논증 과정 없이 거의 언제나 시민적 덕성을 강화하는 일이 우선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정치철학자 피터 스타인버거는 “샌델은 자신의 견해를 논증하기보다는 주장하고 있다”고 갈파하기도 했습니다.
위 글은 미지북스의 신간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이 한 지음) 책 소개에서 발췌했습니다.
'美知 - 책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과 회의론의 사이에 선 과학사(史) (0) | 2012.11.05 |
---|---|
그들이 마약에 목매는 진짜 이유는? (0) | 2012.11.02 |
2012 환경정의 선정 올해의 환경 책, 『의혹을 팝니다』 (0) | 2012.10.30 |
월스트리트 금융사의 보너스 파티,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는 걸까? (0) | 2012.10.23 |
세계 체계 분석의 시야에서 전지구적 자본주의 속의 중국의 미래를 질문하기 (0) | 2012.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