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북스의 책 『의혹을 팝니다』가 환경정의 선정 2012 올해의 환경 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의혹을 팝니다(Merchants of Doubt: How a Handful of Scientists Obscured the Truth on Issues from Tobacco Smoke to Global Warming)』는 2010년 미국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이기도 했었는데요. 출판평론가 예진수 님의 서평을 소개합니다.
산업계 편드는 과학자들, 가짜 논리로 무장된 궤변을 멈춰라
의혹을 팝니다 | 나오미 오레스케스, 에릭 M. 콘웨이 지음 | 유강은 옮김 | 미지북스 | 2012년 1월 |25,000원
예진수 출판평론인
'중미전쟁'의 저자인 중국인 석학 랑셴핑은 지구온난화 원인이 이산화탄소라는 주장에 반기를 든다. 그는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학이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불리한 자료는 없애면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며 지구온난화론자들의 오류를 지적했다. 또다른 중국 경제전문가 거우홍양은 이산화탄소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증명할 이론이 없다는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2009년 기상학자들이 사실과 다른 데이터를 이용해 기후 온난화의 허상을 만들어 내고 전 세계적으로 불안 심리를 조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되면서 인간의 의식은 혼미해진다.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을 파헤친 책'의혹을 팝니다'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1명은 흡연이 사망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굳게 확신한다. 미국에서는 2006년 기준 지구 온난화를 믿는 사람이 56%에 불과했다. 당시 거의 모든 기후과학자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지구 도처에서 빙하가 녹고 있고, 무차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로 지구가 중병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25년 전에 미국과학학술원이 지구 온난화가 인간의 화석 연료 사용 때문임을 의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의 실체는 확실해졌고, 지금은 전 지구적 행동이 중요해진 시점인 것이다.
미국의 과학사학자인 나오미 오레스케스와 에릭 M. 콘웨이의'의혹을 팝니다'에서는 기업과 결탁해 환경보호 주장에 딴죽을 건 과학자로 프레더릭 사이츠와 프레드 싱어를 꼽았다. '의혹의 상인'으로 불리는 이들 친기업 과학자들은 대부분 전문가의 주장과 모순되는 논리를 내세워 '논쟁의 생명력'을 사수하는데 온힘을 기울인다. 때로는 대중 선전도 불사한다. 역사학자 이사야 벌린의 말처럼 늑대의 자유는 양들에게는 죽음을 뜻한다. 거짓 과학의 위력은 '늑대'의 사나움에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현혹된 많은 사람들을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가는 셈이다. 담배회사 친위대로 등장한 과학자들은 흡연이 폐암발생에 직접적 영향이 없다는 논지를 내세워 거센 담배 논쟁을 일으켰다.
친기업 성향의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 현상이 날조극’이라는 음모론을 끊임없이 내놓는다. 언론도 1990년대까지 오존 홀이 화산 때문에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를 계속했다. 궤변론자들은 에어로졸 산업계의 지원 하에 오존층 파괴 논란을 이어갔다. 이들은 화산폭발로 분출된 마그마 속 용해 염소가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일명 ‘스타 워즈’로 알려진 전략방위 구상(SDI)에도 관여해 같은 방식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군비를 늘리는데 일조했다. 이들은 같은 성향의 물리학자들과 함께 ‘극단적 매파의 본산’인 마셜 연구소를 세웠다. 스타워즈 계획은 비현실적 망상일 뿐이라는 주장에 대해 기업 용병들은 소련과의 핵무기 경쟁에서 꼭 필요하다고 반기를 들었다. 저자들은 살충제( DDT) 사용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이들 과학자들의 훼방 및 왜곡 전략을 낱낱이 공개한다. 올해는 DDT의 위험을 고발한 환경운동가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 출간 50주년을 맞는 해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DDT 사용을 금지한 것은 금세기 최악의 범죄였다”“카슨 때문에 500만명이 죽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저자들은 “지구 온난화 같은 문제는 커다란 문제이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짓 정보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그만둬야 한다”고 역설한다.
풍부한 자금과 태피스트리처럼 나름대로 치밀한 듯해 보이는 가짜 과학에 맞서려면 열정ㆍ참여정신 뿐 아니라 과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혜안을 갖춰야 한다. 하나의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다양한 과학적 주장과 담론을 활발히 찾아보면서 책임ㆍ양심 등 우리가 가진 내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출처 환경정의 환경책큰잔치 블로그
'美知 - 책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과 회의론의 사이에 선 과학사(史) (0) | 2012.11.05 |
---|---|
그들이 마약에 목매는 진짜 이유는? (0) | 2012.11.02 |
월스트리트 금융사의 보너스 파티,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는 걸까? (0) | 2012.10.23 |
"철로를 이탈한 전차" 전차의 딜레마 해결하기 (0) | 2012.10.17 |
세계 체계 분석의 시야에서 전지구적 자본주의 속의 중국의 미래를 질문하기 (0) | 2012.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