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知 - 책 읽기2014. 5. 20. 11:39

『인류의 대항해』의 저자이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고학자'라 불리는 브라이언 페이건 (Brian Fagan, 1936년~) 교수는 어떤 사람일까요? 한국 언론과 다큐멘터리에서도 자주 소개된 페이건 교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은 누구인가?

 

브라이언 페이건은 1936년 영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고고학과 인류학을 전공하고 아프리카에서 고고학자로 일한 뒤, 40여 년 동안 캘리포니아대학교 인류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고고학계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죠. 그는 지금까지 46권의 책을 집필했고 그중 대다수가 고고학 교양서입니다. 1996년에 미국고고학회에서 "고고학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을 쏟은 공로"로 ‘뛰어난 업적을 보인 고고학자에게 주는 상’(Society of Professional Archaeologists' Distinguished Service Award)을 수상, 2008년에 출간한 책 『뜨거운 지구, 역사를 뒤흔들다The Great Warming는 중세 온난기를 다룬 고고학 교양서로 『뉴욕타임즈』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용 교재도 7권이나 집필해서 같은 해에 미국고고학회에서 공로상(Presidential Citation Award)을 수상했지요.

 

그는 특히 바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놀랍게도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항해술을 배운 뱃사람이기도 해서, 나중에는 위성 항법 장치(GPS) 없이 영국에서 미국까지 혼자 대서양을 횡단한 적도 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친구가 어부였던 덕분에 십 대의 나이에 조그만 돛단배를 타고 영국 바닷가를 항해하며 배와 항해술을 익혔다고 합니다. 그 자신이 뱃사람이었기에 『인류의 대항해』(최파일 옮김, 미지북스, 2014년) 같은 책을 쓸 수 있었을 겁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세계 곳곳의 바다를 엔진 없이 노와 돛만으로 항해한 경험을 곁들여, 고대인이 바다 위에서 느꼈을 불안과 공포, 설레임의 감정을 생생히 묘사합니다. 해양고고학이라는 생소한 이름과 고고학 교양서라는 분류를 보고 으레 딱딱하고 지루한 책이겠거니 생각하셨다면 오산입니다. 『인류의 대항해』에서 저자는 인류가 왜 한 번도 탐험된 적 없는 낯선 세계 즉 바다로 나아갔으며, GPS나 디젤 엔진, 심지어 나침반도 없이 뗏목과 카누를 타고 어떻게 수천 킬로미터를 항해했는지를 베스트셀러 작가의 필치로 설명합니다.

 

2012년 국내에서 화제가 되었던 KBS 다큐멘터리 《슈퍼피쉬》를 기억하시는지요? 이 프로그램에 브라이언 페이건이 출연했습니다. 사실 《슈퍼피쉬》 4회 ‘금요일의 물고기’의 상당 부분이 그의 책 『Fish on Friday』(2006년)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저자는 미래 인류에게 가장 중요해질 문제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꼽았습니다.

 

“물고기는 인류가 존재한 이래 생존의 중요한 기반이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수산업이 없는 세상은 재앙이 될 것입니다.”(중앙일보, "자손들 물고기 못 먹게 남획 계속 할 겁니까", 2013. 8. 30.)

 

오늘날 26억 인구가 바다에 의존해서 살고 있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인간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의 17퍼센트를 수산물에서 얻었고, 저소득 식량 부족 국가의 경우 그 비율이 24퍼센트까지 올라갑니다. 저자는 오늘날 어류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우려합니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 남획과 기후 변화입니다. 실제로 어족 자원이 매우 풍부한 지역이었던 캐나다 뉴펀들랜드 지방에서 이제 대구는 씨가 말랐고 유럽의 북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페인 근해에서 쉽게 잡히던 참치는 먼바다까지 나가야만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산업이 없는 인류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조선일보, "26억명에게 단백질 공급하는 바다… 무분별 어획 막아야", 2013. 8. 28.)

 

지구 온난화로 어족 자원의 분포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어족 자원은 해수 온도의 변화에 민감합니다. 현재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있고, 언제까지 얼마나 더워질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인간의 활동도 온난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1만 5천 년 전 해수면이 오늘날보다 122미터나 낮았다는 것은 당시 해안선이 오늘날과 매우 달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 한반도, 일본이 모두 육지로 연결되었고 오늘날의 서해와 동해는 없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이어지고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이 베링 육로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브라이언 페이건이 최신작 『바다의 역습』(가제, 원제: Attacking Ocean, 최파일 옮김, 미지북스 2014년 출간 예정)에서 해수면 상승의 역사와 미래를 다루는 것도 그것이 인류 사회에 미칠 영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인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아래는 브라이언 페이건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독자들의 질문을 추려 답한 인터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노(老) 고고학자가 자신의 고고학 글쓰기에 관해, 그리고 고고학자로서의 삶에 관해 친절히 서술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 원문 보기)

 

어떻게 해서 고고학 작가로서 인기를 얻게 되었나요?

 

저는 고고학자로서 발을 내딛었을 때 이제 막 독립 국가가 되는 참이었던 잠비아의 리빙스톤박물관에서 5년 동안 선사 시대 분야 책임자로 일했습니다. 저와 동료들은 학교와 대학에서 쓰일 아프리카 역사 교과 과정을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고, 교재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저는 보통의 교양 독자(general public)와 대화하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1966년에 미국에 온 뒤에는 금세 전업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제 거의 40년이 다 되어 가네요.

 

책을 쓰는 데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요?

 

거의 대부분 우연적으로 생깁니다. 1975년에 나온 저의 첫 번째 교양서 『나일 강의 범람The Rape Of The Nile』은 1819년 이집트 무덤 도굴꾼으로 유명해진 조반니 벨조니에 관해 『고고학 매거진Archaeology Magazine』에 쓴 짧은 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책들은 산타바버라의 한 카페에서 엘니뇨에 관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시작되었고요. 나는 편집자들과 밀접하게 상의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형식과 관련된 구상을 개발합니다. 때로는 결론까지도요.

 

고고학자로서 전문 분야는 무엇인가요?

 

저는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2,000여 년 전 석기 시대에 관해 공부했고 이를 바탕으로 아프리카학을 연구하는 고고학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에 아프리카에서 물러났어요. 지금은 고고학의 여러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가진 제너럴리스트로서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한편 저는 과거를 다루는 폭넓은 책을 썼지만 성서 고고학에 관해서는 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분야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세계이자 고전적인 고고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 제 분야 바깥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나요?

 

아닙니다. 저는 2003년에 36년간 몸담았던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바버라캠퍼스를 떠났습니다. 그즈음 저는 교육 현장에서 완전히 소진된 상태였습니다. 학생들 때문이라기보다는, 생각하고 배우는 것보다 성적과 시험에만 집착하는 고등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전업 작가이자 강사, 고고학자로 지내고 있습니다.

 

조사 및 집필에 어느 정도 시간을 쏟으시나요?

 

시장에는 이미 많은 책이 나와 있기 때문에 이 세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하더라도 출판업자의 눈에 드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 책을 계약하는 일은 매번 점점 더 오래 걸립니다. 저는 여러 차례의 검토 과정을 통과할 수 있는 제안서를 마련하고 일을 시작합니다. 출판업자가 계획을 승인하면, 보통은 집필에 18개월 정도가 걸리고 편집과 퇴고, 제작에 6개월에서 9개월 정도 걸립니다.

 

어느 정도로 편집 과정을 거치나요?

 

저는 초고 단계에서 편집자와 아주 긴밀히 협력해서 작업합니다. 이때 치밀하고 상당한 교정 작업이 진행되는데, 편집자나 저나 둘 다 막판에 가서 갑작스럽거나 복잡한 문제를 만나게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리 정리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은 편집자와 어느 정도로 긴밀하게 관계 맺고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지난 세월 동안 매우 운이 좋았습니다. 질문에 대답을 드리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원고는 가벼움에서 중간 정도의 편집을 거치는 편입니다.

 

교재를 쓰는 일에 큰 관심을 쏟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책을 수정하는 일이 귀찮지는 않나요?

 

제가 처음 가르치는 일을 시작할 때는 좋은 대학 교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출판업자가 제게 교재를 써 보라고 권했죠. 그때 이후로 저는 여러 권의 교재를 썼습니다. 새로운 세대가 과거의 일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 좋은 교육용 자료가 필수적인 도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수년이 지난 다음에는 수정 사항들이 생겼고, 잘 짜여진 공정에 따라 그것을 반영해 나갔습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배워야 할 새로운 사항들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교재의 가장 큰 장점은 독자가 새로운 정보를 따라가도록 만들어 준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교재 분야는 매우 극적인 변화를 거치는 중입니다. 아무도 오 년 혹은 십 년 뒤에 일어날 일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계속 교재와 관련된 일을 할 생각입니다.

 

고고학에서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특별히 좋아하는 분야는 없습니다. 이건 저에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옛 세계를 온전히 자유롭게 궁금해하고 탐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유적지에 대해서도 같은 대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고고학자를 직업으로 추천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고고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단, 고고학자가 되고자 무한한 열정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고고학 분야는 이미 사람이 넘치고 직업 수는 매우 적습니다. 예외가 있는데 오늘날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문화 자원 관리(cultural resource management, CRM) 영역입니다. 기본적으로 개발 중인 고고학 유적지를 조사하고 관리하는 일입니다. 전문 고고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고고학과 인류학 분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가 필요하고, 대학에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박사 학위가 필수입니다. 만약 당신이 부자가 되고 싶다면, 그리고 인내심과 사소한 것에 대한 열정, 유머 감각이 없다면 고고학자가 되는 것은 포기하는 게 좋습니다.

 

캘리포니아 앞바다 항해에 관해서 글을 쓰신 적이 있는데, 다른 지역의 항해에 관해서는 책을 쓸 생각이 있으신지요?

 

몇 년 전 닻으로 정박하는 것(anchoring)에 관해 『Staying Put』이라는 책을 쓴 적 있습니다. 그 책에서 저는 닻으로 정박하는 일이 기술이자 일종의 기예라고 서술했는데, 머지않아 절판되고 말았습니다. 용선업(chartering)을 다룬 『Bareboating』이란 책도 마찬가지가 되었고요. 수년 동안 저는 『항해 매거진Sailing Magazine』에 항해에 관한 온갖 종류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다가 어느 순간 그만두었습니다. 그때 계속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때 계속했었어야 하는데…"의 마음이 아마도 『인류의 대항해』 집필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노 고고학자가 인류 최초의 뱃사람들에게 바치는 장대한 서사시를 인류의 대항해』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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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대항해

- 뗏목과 카누로 바다를 정복한 최초의 항해자들

브라이언 페이건(Brian Fagan) 지음 | 최파일 옮김 | 미지북스 | 2014년 | 2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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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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