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미래,
누가 주도할 것인가

인호, 오준호 지음 | 276쪽 | 15,000원



누구나 건물주가 될 수 있는 세상
전 세계 자산시장의 유동화 혁명이 온다.

다가오는 디지털 자산혁명,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국내 최고의 블록체인 권위자 중 한 사람인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인호 교수는 블록체인으로 인해 자산시장에서 일대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이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되고 국경을 뛰어넘어 24시간 거래되는 진정한 글로벌 자산시장이 열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류가 자산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방식과 소유의 주체마저 바꿀 것이다. ‘미래의 부’는 비싼 자산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디지털 자산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기술, 글로벌 자산 거래에 필요한 여러 서비스를 먼저 제공할 수 있는 이들이 부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부의 미래, 누가 주도할 것인가>는 블록체인과 토큰경제의 원리, 그리고 그것이 가져올 경제적 충격에 관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책이다. 공저자인 인호 교수(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장)와 오준호(논픽션 작가)는 핵심 아이디어를 오랫동안 논의하고 고민을 거듭하여 쉬운 글로 다듬었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격변하는 부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과 국가가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해 전망과 통찰을 나누고자 한다. 




디지털 자산혁명이 온다

2018년 10월, 미국 크라우드 펀딩 회사 인디고고는 콜로라도주 애스펀에 있는 유명한 스키 리조트 세인트 리지스 애스펀을 토큰으로 유동화했다. 토큰화한 대상은 애스펀 리조트 객실 가운데 5분의 1로, 그 가치는 1,800만 달러에 달했다. 인디고고는 이를 1,800만 개의 애스펀 코인으로 토큰화했으며, 애스펀 코인 한 개의 가치는 1달러였다. 이 코인들은 22개의 전자지갑으로 판매, 전송되었다.

인디고고가 자신이 소유한 리조트를 토큰으로 유동화한 사건은 다가올 디지털 자산혁명의 상징적인 예다. ‘디지털 자산혁명’이란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진 모든 자산과 새롭게 출현한 자산 모두를,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차원에서 자유롭게 거래하고 유통하는 것을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가치 있는 재산을 미들맨(중개인 또는 중앙 관리자)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전송하고 보관할 수 있게 만들고, 중개자 없는 글로벌 시장을 열 것이다.

 

아날로그 머니 시스템에서 디지털 머니 시스템으로

2016~2017년 암호화폐에 대한 폭발적 관심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자산혁명의 서곡이라고 할 수 있다. 암호화폐의 출현은 각국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법정화폐를 넘어서는 진정한 글로벌 화폐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단순히 아날로그 머니가 디지털 머니로 바뀌는 것을 넘어서 시스템 전체의 대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아날로그 머니 시스템 위에 세워진 금융 및 경제 시스템은 대변동을 겪을 것이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시장 지배자들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한 것처럼 지금의 금융기관, 기업, 정부가 디지털 자산혁명을 외면한다면 쇠퇴의 길을 가게 될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디지털 머니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디지털 자산혁명을 새롭고 광대한 금융 영토의 확장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과거 세계 최대의 필름 생산업체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산했다. 아날로그 TV 최강자 소니는 디지털 TV 시장에서 삼성에게 밀려났고,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던 모토롤라도 아이폰의 애플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말았다. 반대로 기술 격변은 새로운 시장의 지배자들을 탄생시켰다. 메인 프레임이 개인용컴퓨터로 바뀌는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 윈도우로 세계 컴퓨터 시장을 장악했고, 모바일 시대로 바뀌면서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도 마찬가지다. 부가 디지털 공간에서 창출되고, 거래되고, 보관되는 디지털 자산시장이 크게 확대된다. 그리고 이 시장을 떠받치는 핵심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이를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판도가 바뀔 것이다.

 

디지털 토큰화: 누구나 건물주가 될 수 있다

초고층 빌딩과 같은 고가 부동산은 그동안 대다수의 일반인들에게는 접근할 수 없는 자산이었다. 그러나 실물 자산이 블록체인을 통해 토큰으로 잘게 유동화되고 스마트 계약으로 상시 거래된다면, 높은 수수료의 부담 없이 일반인들도 작은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의 전제는 신뢰다. 상대를 믿을 수 있어야 협력과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뢰를 위해 대개는 서로가 믿을 수 있는 중개자를 둔다. 중개자(미들맨)는 금융거래에서는 은행이, 부동산 거래에서는 공인중개사와 국가가 그 역할을 담당했고, 신뢰를 제공하는 대신 높은 수수료를 요구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중개자가 없어도 상호 신뢰를 보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고, 모든 자산이 디지털 토큰이 되어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자동으로 거래될 수 있게 했다.

가령 100억 원짜리 빌딩이 100억 개의 토큰으로 전환되면, 평범한 서민 A씨도 200만 원으로 토큰 200만 개를 살 수 있다. 지금까지는 200만 원으로 100억 호가 빌딩이 거래되는 자산시장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 빌딩에서 관리비 등을 제외하고 한 달에 순수한 임대 수익으로 1억 원씩 연 12억 원이 발생한다면, A씨는 자신이 가진 토큰량(총 발행된 토큰의 0.02퍼센트)에 따라 연 24만 원의 배당을 받는다(이대로만 된다면 수익률이 12퍼센트이니 결코 낮지 않다). 이처럼 서민들도 고액 부동산의 일부를 가지는 세상은 이제 공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블록체인 시대에 자산은 무엇이든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되고 글로벌 차원에서 유통될 수 있다. 암호화폐가 돈을 토큰으로 만든 것이라면 부동산, 슈퍼카, 호화 크루즈선, 기업, 광산도 그 가치를 토큰으로 만들 수 있다. 이를 디지털 토큰화라고 한다. 토큰화의 대상은 예술품, 개인 정보, 지적재산권, 탄소배출권 등으로 넓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자산을 탈중앙화된 거래 플랫폼에서 매매할 수 있다. 중앙 관리자의 통제와 플랫폼 독점을 넘기 위한 혁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디지털 자산혁명은 디지털 경제를 중앙 관리자의 통제로부터 해방시켜 진정한 글로벌 경제로 발전시킬 것이다. 또한 부의 주체도 부동산 소유자, 금융기관, 대기업, 독점 플랫폼에서 다수 대중으로 바뀔 것이다. 


누가 주도할 것인가: 페이스북, 골드만삭스, IBM의 행보

2019년 암호화폐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페이스북이 야심차게 준비하는 암호화폐 리브라(libra)의 출현 예고가 그것이다. 페이스북 계정만 있으면 리브라로 세계 어디로든 돈을 보낼 수 있고, 어디서든 지불할 수 있으며, P2P 대출도 받을 수 있다. 2019년 말 페이스북 월 이용자는 24억 명으로, 리브라는 세계 최대의 소셜 플랫폼이 금융거래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리브라가 법정화폐에 기반해 가치 안정성을 확보한다면, ‘디지털 골드’로 축장되고만 있는 비트코인을 밀어내고 새로운 글로벌 디지털 화폐로 등극할지도 모른다.



블록체인이 조성하는 새로운 가치사슬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골드만삭스나 IBM 같은 주요 플레이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금융산업의 오랜 선두주자 경험을 바탕으로 가치사슬의 각 연결고리인 자산 토큰 발행, 자산 신탁업, 토큰 거래소 분야에서 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전통적인 컴퓨터 기업인 IBM도 자체 보유한 블록체인 기술력을 활용하여 디지털 자산 신탁 분야로 진출하려고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5년 당시 전체 직원 3만 3,000명 가운데 정규직 컴퓨터 엔지니어가 9,000명에 달했다. 페이스북 전체 직원 수 9,200명(비전산직 포함)과 비교하면, 은행이 디지털 기업보다도 많은 전산직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에도 골드만삭스는 전산직 비중을 25퍼센트로 채웠다. 전통적인 은행이 사실상 핀테크 기업으로 변모하는 셈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2018년 말 기준으로 금융 투자업의 전산직 직원이 4.7퍼센트에 불과하며, 은행은 그보다도 적은 3.8퍼센트이다.

 

데이터 거래 플랫폼

통상 블록체인을 4차 산업혁명의 뿌리라고 한다. 자율주행차나 지능형 로봇 산업이 나무의 열매라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은 나무줄기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인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내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고, 데이터 제공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산업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인공지능, 빅데이터라는 나무줄기에 좋은 양분을 제공하여 신성장 산업이라는 열매를 맺도록 하는 뿌리인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 플랫폼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데 바로 상시적 데이터 거래 시장이 그것이다. 현재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데이터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만약 이 데이터 소득의 일부가 제공자인 시민들에게 이전된다면 불평등이 크게 완화될 것이다. 데이터에서 발생한 이익을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데이터 소유권자임을 명확히 확정해야 하는데 블록체인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데이터 소유자는 자신의 데이터가 안전하게 보호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자발적으로 제공한 데이터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업이나 기관은 필요한 데이터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소유자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으로 “어떤 데이터를, 어떤 목적으로, 얼마의 가격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사용하고 폐기할 것인지” 정할 수 있다.

법제도가 정비되면 가장 빠르게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데이터 거래 시장은 의료 건강 데이터 플랫폼이 될 것이다. 환자에게는 데이터를 제공한 데 대한 보상으로 헬스 코인이 지불되고, 환자는 헬스 코인을 병원 진료비로 사용할 수 있다. 남는 코인을 되팔 수도 있다. 환자는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헬스 코인을 매개로 더 나은 진료 서비스와 교환하는 것이다.

 

미래의 부, 주도할 것인가 뒤처질 것인가?

미래의 부는 비싼 자산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디지털 자산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기술, 글로벌 자산 거래에 필요한 여러 서비스를 먼저 제공할 수 있는 이들이 부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블록체인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 판도가 바뀔 것이다. 우리가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이마저도 외국 기업에게 넘어가면 우리 국민의 금융 자산이나 건강 데이터가 외국 기업이 주도하는 블록체인 시스템 안에서 저장, 관리, 거래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 혁신은 우리나라 정보 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한국이 과거에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초고속 인터넷망을 만든 것은 그것들을 국가 핵심 인프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블록체인을 미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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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인호

고려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블록체인 연구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명이다. 고려대학교 전산과학과를 졸업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조교수로 5년간 지냈으며, 2003년부터는 고려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학회 설립자이자 초대 학회장,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한국핀테크협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시 블록체인 자문위원, 블록체인 국제표준화기구(ISO TC307) 국가대표위원, 금융보안원․한국예탁결제원․전국은행연합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고려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20여 명의 교수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기술, 관련한 법과 제도, 의료 정보, 비즈니스 모델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은이 오준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논픽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문사회적 주제에서 과학기술 주제까지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책을 쓴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세월호를 기록하다》, 《노동자의 변호사들》, 《소크라테스처럼 읽어라》, 《퇴근길 인문학》(공저) 등을 썼다. 성공회대학교에서 ‘영화로 보는 세계사’를 강의했고, 4·16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으로 활동한 바 있다.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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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한창 세인의 관심이던 2018년 초, 인호 교수와 몇 차례 학술적 논쟁을 벌였다. 그때 경험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미래를 꿰뚫는 통찰력, 특히 향후 벌어질 디지털 금융과 자산혁명에 대한 예견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이 책은 그런 인호 교수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쏟아부은 결과이다.

_진대제(한국블록체인협회 초대 회장, 전 정보통신부 장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가 디지털 토큰으로 변화하는 메가 체인지 속에서 이 책은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 깊은 통찰과 울림을 제시한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부의 주체가 되기를 희망하는 모든 혁신가들에게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_조용병(신한금융그룹 회장)

 

이 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인 자산의 디지털화 현상에 대해 쉽게 설명하면서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개인과 기업에 꼭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만큼 꼭 한번 읽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_박수용(한국블록체인학회 학회장, 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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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설계자

생체공학이 열어젖힌 매혹적인 비밀의 문

애덤 피오리 지음 | 유강은 옮김 | 미지북스 | 444쪽 | 18,000원


로봇 다리를 단 과학자, 귀로 보는 여자,

다시 자라는 팔다리, 한계를 모르는 기억력

 

연구실과 병원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혁명

한계를 넘어서는 생체공학의 도전 


오늘날 인간 잠재력과 회복력의 승리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이고 흥미로운 사례들이 의학과 과학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다. 애덤 피오리는 ‘생체공학’이라고 불리는 분야를 다룬 이 책에서 과학 기술의 도움으로 절망적인 장애를 딛고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준 사람들을 소개한다. 로봇 다리를 단 과학자, 눈을 잃었지만 귀로 보는 여자, 허벅지가 다시 자라는 퇴역 군인, 가족과 다시 대화할 수 있게 된 루게릭병 환자……. 마치 SF영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인간의 신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기술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것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고장 난 신체와 정신을 고칠 수 있다면 우리 자신을 증강하려는 유혹에 빠지지는 않을까? 우리는 생체공학 기술이 가져올지도 모를 디스토피아를 막연히 두려워해야만 할까? 애덤 피오리는 첨단 기술이 우리의 인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가치가 있다는 낙관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애덤 피오리의 유튜브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어 자막 지원).


이제 새로운 프런티어는 인간 신체다

지난 세기에 인류는 대규모 공학의 전환점에 도달했다. 발명 재능이 폭발적으로 발휘되면서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적 쾌거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건설, 비행기 발명, 달 착륙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늘날 공학자들은 신체 내부를 탐구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프런티어는 인간 신체다. 부상당한 사람의 잃어버린 신체 기능을 복원하고, 우리 모두의 잠재력을 해방시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또다른 종착지는 인체의 개량과 증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애덤 피오리가 오늘날 생체공학의 첨단 분야들을 취재하여 쓴 <신체 설계자>는 우리에게 곧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동작’ 파트는 인간의 팔다리를 대체할 로봇공학, 신체 증강과 재생의학을 다룬다. 전도유망했던 등반가가 두 다리를 잃고 스스로 과학자가 되어 로봇 다리를 개발해 걷고 달린다. 포탄에 오른쪽 허벅지 근육의 90%를 잃은 이라크 참전 군인이 재생의학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선다. 잘린 손가락이 도마뱀 꼬리처럼 다시 자라난 베트남 참전 용사의 스토리도 소개한다.

2부 ‘감각’ 파트는 사고나 질병으로 감각기관을 잃은 사람들이 다시 듣고 보게 되는 사례를 다룬다. 폭발 사고로 눈을 잃은 여성이 이미지를 음파로 변환하는 장치를 통해 시각을 되찾는다.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어 신체에 감금된 상태가 된 루게릭병 환자가 뇌와 연결된 컴퓨터로 말을 한다. 또한 금지된 뇌의학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자신의 뇌에 전극을 삽입한 의사의 이야기도 만나게 될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해답을 찾는 인간 뇌의 경이로운 회복력에 관한 수많은 사례들이 소개되는데, 감각 활동은 필연적으로 ‘뇌의 가소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3부 ‘사고’ 파트는 인간의 뇌가 가진 잠재력을 더욱 끌어올리고자 하는 연구들을 다룬다. 뉴런의 활동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면 그것을 직접 지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울증 환자가 생체공학을 통해 다시 삶을 되찾고, 파킨슨병이 정복된다. 기억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을 파헤쳐 기억력을 극대화하는 약을 개발한다. 어쩌면 우리 속의 창의력을 폭발적으로 해방하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바이오닉 팔다리

1982년 전도유망한 등반가 휴 허는 뉴햄프셔주 워싱턴산의 빙벽을 등반하다가 조난당했다. 그는 극적으로 구조되었으나 동상으로 두 다리의 무릎 아래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 후 그가 착용한 의족은 19세기 남북전쟁 당시 부상병들이 하던 나무 의족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허는 불편함을 참다못해 스스로 의족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 다리 모양과는 전혀 상관없는 방식으로 의족을 만들어 암벽등반을 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의족을 개량시키려고 시도하다보니, MIT에서 로봇공학까지 배우게 된다. 공학박사가 된 허는 동물과 인간의 동작을 연구하면서, 발목이 다리의 제1 모터라는 것을 밝혀냈다. 발목이 반발력을 만들어내면서 인간의 걸음걸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알루미늄, 실리콘, 카본으로 이루어진 다리를 착용하며 걷고 뛴다. 자신이 만든 로봇 다리로 말이다. 그의 다리에는 각종 모터와 모션 캡쳐 시스템, 유도 미사일에 들어가는 관성 측정 기술,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휴 허의 테드 강연 영상 (한국어 자막 지원) 

 

아이언맨 슈트

로봇공학은 아이언맨 슈트와 같은 외골격 시스템 개발로 나아가고 있다. 일본의 공학자 고바야시 히로시는 노인을 돌보는 사람들이 허리에 부담을 받지 않고 노인을 일으켜 세우도록 도와주는 상반신용 근력 증강 기구를 개발했다. 이 머슬 슈트를 착용하면 40킬로그램의 쌀 포대도 종이 한 장처럼 가볍게 들어올릴 수 있다. 인체의 힘을 증강하는 외골격 기구들은 현재 경량화와 효율화의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인간의 근육보다 큰 힘을 출력하는 바이오닉 팔을 만드는 것은 쉽지만, 인간의 팔만큼 작고 가볍게 만드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불도저 같은 힘을 가진 팔을 쓰려면 불도저 모터 크기의 동력원이 필요하다. 인간의 팔은 제 질량의 20배에 달하는 힘을 발생시킬 수 있지만, 기계 팔이 그만한 동력을 끌어오려면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친구를 만나러 자동차를 타는 것이 아니라 외골격 슈트를 입고 달려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잘린 팔다리를 재생시키다

2004년 이라크에서 돌아온 에르난데스 병장은 포격 부상자였다. 그는 오른쪽 허벅지 근육의 90퍼센트가 찢어졌고 다리 근력의 절반을 잃었다.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고 재생의학의 도움을 받았다. 허벅지를 절개하고 돼지 방광 조직을 삽입한 것이다. 고통스러운 재활 과정을 거친 후 그의 근력은 수술 전 수준의 100퍼센트 이상으로 회복했다. 이제는 자전거를 탈 수도 있고 계단을 오를 수도 있다.

이 수술 기법은 1980년대에 스티븐 배딜락이 창안했다. 배딜락은 개의 대동맥을 다른 신체 조직으로 대체하는 실험을 했다. 처음에는 동일한 개의 소장 조직을 떼어 대동맥에 붙였다. 개는 하루를 못 버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살아남았다. 6개월 후 개를 다시 절개했을 때 소장 조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곳에 대동맥이 자라나 있었다. 배딜락은 다른 개, 고양이, 돼지 등의 소장으로도 실험했는데, 그때마다 개는 성공적으로 생존했다.

이러한 조직 재생의 비밀에는 줄기세포의 존재가 있다. 줄기세포는 어떤 조직으로도 자랄 수 있는 미분화된 단세포이다. 2005년 컬럼비아대학의 분야크-노바코비치는 줄기세포로 심장 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예일대학의 로라 니클러슨은 인공 폐를 배양하려고 하고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단순히 뼈와 근육을 재생하는 것을 넘어서 복잡한 구조를 모두 갖춘 장기 전체를 공학적으로 만드는 것에 도전하고 있다. 인체의 장기를 외부에서 배양해서 환자에게 이식하는 원대한 계획이다. 터프츠대학의 데이비드 캐플런은 바이오돔을 연구한다. 절단된 팔 부위에 끼우면 팔이 완전히 재생되는 장치이다. 그는 이미 개구리의 잘린 다리에서 뼈와 기타 조직이 다시 자라게 했다. 지금은 쥐와 같은 온혈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다.

 

눈이 아니라 뇌로 본다

팻 플래처는 화학 공장 폭발로 눈을 잃은 여성이다. 25년이 지난 후 그녀는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음성 변환 장치로 인터넷을 했다), 네덜란드 엔지니어가 만든 시각 장애인용 프로그램을 다운받았다. 그것은 이미지를 음성 신호로 바꾸어서 시각 장애인이 볼 수 있게 해준다는 프로그램이었다. 플래처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놀랍게도 프로그램이 내는 소리를 통해 보는 경험을 했다. 그녀는 이 프로그램과 카메라를 연결해 이제 세상을 볼 수 있다. 각 음의 고저가 화소의 밝기를 나타내고 음들이 연합해서 풍경을 교향곡처럼 연주하면, 그녀의 시각 담당 영역이 활성화되어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신경과학자 폴 바크-이-리타가 한 유명한 말의 증거다. “우리는 눈이 아니라 뇌로 본다. 우리가 망막을 잃어도 뇌가 손상되지 않는 한, 보는 능력을 잃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감각기관을 잃더라도 망가진 기관을 반드시 고치거나 대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시각이나 청각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감각 정보를 일관된 신호로 변환하여 뇌에 전달해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뇌가 온전한 이상 우리는 귀가 없어도 들을 수 있고, 눈이 없어도 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놀라운 가소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뇌의 가소성을 이용하다

캘리포니아대학의 마이클 머제닉과 로빈 미켈슨은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인공달팽이관을 만들었다. 인공달팽이관은 전통적인 보청기처럼 소리를 증폭시키지 않고, 청각 신경에 직접 자극을 가했다. 그러나 그 장치는 인간의 귀를 조잡하게 모사하는 수준이었고 팔뚝으로 피아노를 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엉망으로 뒤섞여서 하나도 알아들 수 없다며, 인공달팽이관을 ‘형편없는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엄청난 돈과 노력이 들었기 때문에 장치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몇 달 후 기적이 일어났다. 환자들이 소리가 전부 다 들리기 시작했다며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장치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변한 것은 환자들의 뇌였다. 환자들의 뇌가 가소성을 발휘하며 인공달팽이관에 적응했고, 이 장치가 전달하는 조잡한 소리에서 진정한 소리를 해석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성인이 되면 “뇌의 가소성이 사라진다”(어린 시절에는 뉴런들이 자유롭게 연결되고 끊어지지만 어른이 되면 뉴런들의 연결이 굳어진다)는 통념을 깨는 사례이다. 만약 신경세포의 가소성이 발휘된다면 뇌졸중 환자나 척추가 끊어진 환자도 치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하버드대학의 타카오 헨쉬와 이탈리아의 생물학자 람베르토 마페이는 뇌의 가소성을 막는 뉴런 연결 억제 인자(브레이크)를 발견했다. CSPG라고 알려진 단백질은 뉴런의 연결망을 코팅해서 새로운 연결이 형성되는 것을 막는다. 마페이는 쥐 실험에서 이러한 억제 인자를 파괴하는 물질을 시각피질에 주입하여 쥐의 손상된 시력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조만간 과학자들은 인위적으로 뉴런의 연결을 가속화하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생각 헬멧

데이비드 제인은 장신의 운동선수였으나 20대 중반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뇌에서 사지로 신호를 전달하는 운동 뉴런들이 죽으면서 전신이 마비되는 병이다. 루게릭병 환자들은 의식과 지각은 온전하지만 몸을 움직이거나 말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를 ‘감금’이라고 말한다.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고 산 채로 땅에 묻히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다.

조지아공대의 신경학자 필 케네디는 이 감금된 환자들의 뇌에 외부 장치와 연결된 전극을 삽입해서 그들을 세상과 연결시키려고 노력한다. 케네디는 환자들의 두개골을 열고 운동피질에 전극을 삽입하여 생각만으로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움직이거나 컴퓨터의 인공 목소리로 발성할 수 있게 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뇌로 보듯, 뇌의 운동영역이 살아 있다면 운동신경이 죽어도 뇌의 신호를 받아 외부 장치를 통해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학자인 거윈 샤크는 누워서만 지내는 10대 뇌전증 환자들에게 생각만으로 비디오게임 <둠>을 하는 법이나 이메일을 보내는 법을 가르친다. 2012년 피츠버그대학의 연구자들은 환자의 뇌와 바로 연결된 로봇 팔을 이용해 환자가 생각만으로 초코바를 집어 한 입 베어물게 했다. 샤크는 환자들이 특정 음악을 들으면서 반응하는 뇌의 신호를 포착해 그 음악이 무엇인지 알 정도로 다시 음파로 재현해냈다. 우리가 말을 하기 위해서는 청각 부위가 먼저 활성화된다. 그 말이 어떻게 들릴지 뇌가 미리 예상하는 것이다. 뇌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면 그것을 말로 번역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연구가 성과를 거둔다면 감금된 환자들은 생각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필 케네디는 환자들에게 전극을 삽입하는 것이 금지되자 2014년 자신의 뇌에 전극을 삽입하고 실험하기에 이른다. 몇 주만에 감염이 발생하여 전극을 제거해야 했지만 그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을 ‘침투형’이라고 하는데 거윈 샤크와 군사과학자 엘머 슈마이서 대령은 뇌에 전극을 삽입하지 않고도 생각을 파악하고 이를 외부 장치와 연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완전한 비침투형 생각 헬멧’이라는 궁극의 아이디어다. 현재 이 텔레파시 장비는 일차적으로 전장에서 빠른 통신을 위한 군사적 용도로 연구되고 있다.

 

인간 정신의 증강: 무제한의 기억력과 창의력

노벨상 수상자인 신경생물학자 에릭 캔델은 해양 생물인 군소 연구를 통해 장기 기억을 형성하는 특정 단백질인 CREB를 발견했다. CREB가 활성화될수록 기억력이 증강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기억하기보다 생존에 중요한 것(정서적으로 강력한 의미를 지닌 것)을 더 오래 기억하도록 진화해왔다. 그러나 CREB를 의도적으로 활성화하는 약이 개발된다면 무제한의 기억 능력도 현실이 될 수 있다.

현대 과학이 뇌의 구조를 점점 파악하게 되면서 뉴런들의 교향곡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그렇게 되면 우울증, 파킨슨병, 강박장애 등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뇌의 창의성과 혁신, 상상력의 증강도 가능해진다. 외상으로 인한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에 대한 연구는 그러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서번트 증후군이란 정신장애를 갖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39세의 비즈니스맨이었던 데릭 아마토는 뇌진탕 사고 이후 청력 손실과 기억상실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음악적 재능이 폭발했다. 측두엽의 뇌출혈로 언어 능력의 장애를 겪은 40대 회계사는 갑자기 안 그리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언어 능력이 회복되자 미술 능력도 사라졌다.

과학자들은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능력은 서로 대립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드니대학의 신경과학자 앨런 스나이더는 우리가 세상을 파악할 때 사용하는 사고틀이 예술적 창조 능력을 제한한다고 본다. 평소 뇌의 특정 영역이 잠재적 예술 능력을 억제하는데,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 환자들의 경우에는, 억제 역할을 하는 뇌의 영역이 병이나 사고에 유린되면서 서번트 기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영역은 측두엽과 전두엽의 일부로 논리, 언어, 이해, 사회적 판단을 수행하는 뇌 부위이다. 이 부위의 역할은 생존에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는 뇌 속의 유연한 정보 흐름을 차단하고 효율을 추구하기 때문에 창조성을 제약한다. 만약 우리가 뇌 구조를 더욱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의 창조성을 해방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기술은 인간성을 향상시킬 것이다

바야흐로 생명공학 혁명 덕분에 놀라운 일이 가능해졌지만, 어떤 면에서 이 신기술들은 아직 원시적이다. 과학소설 같은 진보를 이루긴 했어도 여러 면에서 우리는 아직 초창기에 머물러 있다. 마치 포드자동차의 첫 번째 T모델이 조립라인에서 처음 나오거나 플로피디스크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와 같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제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연구실과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이 조용한 혁명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기술은 신체와 정신 면에서 완전히 초월적인 인간을 탄생시키고, 세상은 근원적인 불평등으로 한발 더 나아가게 될까? 증강의 욕망이 집단적인 칩 이식을 부추기고 대규모 해킹이라는 재난으로 가게 될까?

이 책은 기술을 지나치게 두려운 눈길로 바라보지 말자고 조언한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우리가 인간임을 표현하고 삶을 끌어안을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오늘날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움직이고, 느끼고, 생각하는 일을 회복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포

기하지 않는 의지가 살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인간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      *      *

 

지은이 애덤 피오리 Adam Piore

뉴욕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언론인. 『뉴스위크』,『보스턴글로브』, 『리더스다이제스트』에서 오랫동안 편집자 및 특파원으로 일했다. 현재는 『디스커버』와 『포퓰러사이언스』 객원 편집자로 일하면서 과학 전문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맹활약 중이다. 9/11 사태 당시 그라운드제로 현장 보도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이라크, 쿠웨이트, 독일, 터키 등에서 보도한 기사로 여러 차례 ‘내셔널매거진어워드’를 수상했다. 『GQ』, 『노틸러스』, 『마더존스』, 『사이언티픽아메리칸』, 『콘데나스트트래블러』 등 유수의 잡지에 특집 기사를 기고했다. 1994년 컬럼비아대학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이 유강은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 『빚의 만리장성』, 『도덕의 기원』, 『신이 된 시장』, 『자기 땅의 이방인들』, 『기지 국가』, 『서양의 부활』, 『데드핸드』, 『의혹을 팝니다』 등이 있으며, 『미국의 반지성주의』 번역으로 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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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revodixpump.tistory.com BlogIcon Revodix marketing 2020.06.02 14:36 신고

    공감가는 글 잘 보았습니다^^
    연구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도움이 되고싶네요
    구독하고 갑니다~!

 

삼성전자의 빅픽처

이재운 지음 | 미지biz | 144쪽 | 9,000원

 

 

삼성전자, 어디로 가는가?
IT 전문 기자가 본 삼성전자의 미래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꼽으라면 당연스레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막상 삼성전자의 ‘전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갤럭시, 반도체 등을 떠올릴 뿐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져나오지만 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세기만에 세계 1위 반도체 회사, 세계 3위의 이익을 창출하는 전자 ‘제국’ 삼성전자의 저력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에 삼성전자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 삼성전자는 과연 거대 공룡 노키아처럼 멸종할 것인가, 아니면 오늘의 난관과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삼성전자라는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을 큰 시야에서 개괄할 뿐만 아니라, IT 업계 전반의 흐름과 중국 업체 등 경쟁 기업에 관한 정보도 풍부하게 담고 있다.


구 회장! 우리도 앞으로 전자산업을 할라카네!

1938년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가 문을 열었다. 이후 이 회사는 삼성물산이 되고 재계 1위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다. 삼성전자의 모태는 1969년 창업한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다. 삼성전자는 산요와 합작 법인을 만들어 흑백 TV 생산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자산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시작 직전인 1968년 삼성의 호암 이병철 회장이 사돈지간인 구인회 금성사(현 LG전자) 회장과 안양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 “구 회장! 우리도 앞으로 전자산업을 할라카네!”라고 말했다가 이후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81년 컬러 TV의 등장을 기점으로, 3년 뒤인 1984년 삼성 브랜드는 컬러 T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다. 1등 삼성의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삼성상회가 문을 연 지 80년이 지난 2018년 삼성은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이자 스마트폰 제조사, 그리고 고급형 주방 가전 브랜드와 최신 기술 기반의 TV에 이르기까지 전자 세계의 ‘제국’이 되었다.

 

초격차와 수직계열화

1993년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100여 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근본적인 변화를 외친 이 철학은 이후 1등 삼성을 만드는 근간이 된다. 이건희 체제에서 삼성전자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1993~2018년 24년 새 삼성전자의 매출은 31배, 영업이익은 50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 브랜드 가치도 세계 6위. 이러한 삼성의 저력은 그동안 철두철미함, 과감성 그리고 ‘초격차’라는, 시장을 주도하는 능력에서 나왔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삼성전자의 주도 방식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다시 도전받고 있다.

흔히 삼성전자의 강점은 반도체에 있다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반도체부터 디스플레이 패널, 각종 완제품, 그리고 서비스망까지 아우르는 완벽한 수직계열화에서 나온다. 공급망 관리의 대가라 불리는 애플이 경이적인 이익률을 내기 위해 폭스콘과 같은 하청업체를 쪼아대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삼성전자의 능력은 반도체 호황을 넘어, AI와 자율주행차 시대에도 새로운 가능성들을 타진하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기반을 이룬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중국의 도전

2017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전 세계의 메모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서버 수요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 사물 인터넷, 모바일과 스트리밍의 발달은 서버에 대한 수요를 증폭시켰고, 이는 서버용 SSD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삼성전자가 가장 확실하게 올라탄 셈이다.

과거에는 서버 수요가 제한적이었지만, 모바일과 사물 인터넷의 확산은 데이터 증가 속도를 배가시켰다. 서버는 PC나 모바일 기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리 용량이 크고 더 높은 성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만큼 단가도 한층 비싸다. 반도체 시장이 서버 중심 시장으로 재편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3차원 수직 적층 낸드 분야에서 압도적 1위를 고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D램 시장도 쥐락펴락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삼성전자가 나머지 두 업체(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를 ‘살려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들을 살려두는 이유는 첫째로 어느 정도 경쟁이 있어야 산업 생태계가 유지되기 때문이고, 둘째로 미국의 강력한 독과점 금지 법률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메모리 시장에 뛰어들려고 하고 있다. 시장의 호황은 계속될 것이기에 당장은 기술 난이도가 낮은 구형 제품부터 시작하면 초기 손실을 최소화하며 시장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는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치킨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의 낸드 생산라인을 D램용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이런 흐름에 동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장의 움직임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 1~2년 정도는 중국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기술력의 격차를 쫓아가기 위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데다 새로운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스템 반도체의 라이징 스타

파운드리는 한국어로 표현하면 반도체 위탁 생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만든 곳이 바로 현재 시스템 반도체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이다.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챙은 미국 유학 중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대만으로 돌아가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며 대만을 먹여 살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TSMC가 주목한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원래 반도체 산업은 크게 칩을 설계하고 이를 생산하는 두 가지 업무로 나눌 수 있는데, 설계는 고도의 기술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력이 필요한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하고, 생산은 대규모 설비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자본집약적 성격이 강하다.

챙은 이러한 시스템 반도체 생산 설비가 너무 비싸다는 점에 착안했다. 전용 공장에서 설계 도면대로 생산을 대행해주는 사업 구조를 고안한 것이다. ‘위탁 생산’이라는 말이 마치 단순한 작업만 수행하는 것 같지만,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한 공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TSMC는 이를 가장 먼저 시작해 대만을 필두로 미국, 한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세계 각지의 팹리스(공장이 없는 설계 전문 업체)를 상대로 영업을 해 대박을 쳤다.

 

그러나 변수로 등장한 것이 바로 삼성전자와 인텔 같은 종합 반도체 제조사들이다. 이들 업체는 미세 공정에서 고난이도 기술을 보유한 동시에 설비도 상당 부분 갖추고 있었다. 유휴 설비에 약간의 조정 작업만 가하면 파운드리 사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미 엑시노스와 같은 AP 자체 생산에서 자신감을 얻은 상황이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2016년 매출 기준)은 TSMC가 50.6%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글로벌파운드리, UMC에 이어 삼성전자가 점유율 7.9%로 4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5월 조직 개편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 부서로 만들었다. 2018년 추가 고객사 확보로 점유율 두 자릿수를 달성하면서 2019년에는 2위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의 새로운 ‘라이징 스타’가 된 것이다.

때때로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이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삼성전자의 2018년 4분기 실적 감소에 따른 어닝쇼크는 이런 위기론을 더욱 부추긴다. 하지만 더 큰 시장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IoT 시장은 계속 커지고, 5G 확산과 4차 산업혁명의 융․복합은 반도체 수요를 계속 늘려갈 것이다. 슈퍼 사이클은 결코 쉽게 끝나지 않는다.

 

갤럭시의 운명

스마트폰 사업에 있어 중국 업체의 입지와 위상은 이제 함부로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 시장은 물론이고, 인도나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도와 동남아에서는 중국산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고, 유럽 등지에서는 흔히 말하는 가성비 좋은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즉 중국 업체의 주요 공략 대상은 중저가 시장이다. 하지만 화웨이 등 일부 업체의 노력에도 프리미엄 시장에선 아직 부족한 감이 있다. 다만 이제 스마트폰 시장의 중심축이 점차 중저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주목해야 할 필요는 있다. 여기서 갤럭시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제기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하이엔드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수직계열화 능력을 바탕으로 중국 업체들의 도전에 대응하고자 한다. 특히 수직계열화로 발생하는 시너지는 수익성 측면에서 다른 제조사를 상대로 벌이는 치킨게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알다시피 삼성전자는 D램,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모바일 프로세서(MP)까지 자체 개발, 생산이 가능하다. 더욱이 그 모두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이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제조사는 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며, 여기에 더해 완제품 마케팅 능력까지 갖췄다. 다른 경쟁자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5G 시대에 맞는 두 가지 사업군을 IM 부문에 두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 단말기 제조와 기지국 등 네트워크 장비 사업이다. 이는 향후 사물 인터넷 시대를 주도할 중요한 강점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시대를 대비하라

스마트씽스는 2014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사물 인터넷 플랫폼 업체로, 클라우드 기반의 스마트홈 종합 제어 허브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씽스는 삼성에 인수될 당시 이미 많은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역량을 갖춘 상태였다. 비교적 조용했던 스마트씽스라는 이름은 CES 2018에서 다시 화려하게 부상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서, 소형 가전부터 TV, 스마트폰, 냉장고, 자동차까지 포괄하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후 4년여 만에 삼성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삼성은 이제 스마트홈 플랫폼을 놓고 구글과 나란히 경쟁하고 있다. 2020년까지 사물 인터넷 연결은 물론, 인공지능 연결까지 모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IBM, 구글, 애플 등 세계 IT 공룡들이 모두 AI에 뛰어드는 이때, 삼성전자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 물로 과거 전략적 판단의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있지만 그래도 재빠르게 시장에 진입하여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빅스비는 스마트폰과 스마트TV에 이어 냉장고와 에어컨, 세탁기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폭넓은 제품군 라인업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빅스비는 결국 AI 전면 경쟁 시대에 삼성전자를 이끌 구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1,000명 규모의 AI 전문 R&D 인력을 활용해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탈중앙화의 시대, 삼성전자는 어디로 갈 것인가?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다른 계열사들이 지원사격하는 방식으로 커왔다. 철저히 중앙화된 방식이다. 분산 대신 집중을 선택한 결과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탈중앙화된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삼성전자 체제가 이대로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될 것이다. 나아가 지주사 체제하에서의 삼성전자는 또다시 변화에 직면할 것이고, 만만치 않은 수많은 과제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삼성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중국의 거대한 도전에는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금도 중국 전역에서 활동 중인 중국삼성 임직원과 지역 전문가 과정을 밟는 이들의 현장 보고서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반도체는 쫓아오려 하고, 스마트폰은 도통 팔리지 않는 난관을 헤쳐가야 하는, 결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의 정경 유착 관련 이슈로 옥살이를 경험한 리더는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를 헤쳐나가야 한다. 동양사학을 전공한 젊은 오너의 결정이 어디로 향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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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재운

IT에 관심이 많은 경영학도 출신으로, 2013년 IT 전문 매체인 지디넷코리아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현재 경제지 이데일리에서 근무하고 있다. 기자 생활 내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전자․IT 산업에 대해 취재해왔다. 기술 개발부터 마케팅과 홍보, 지배 구조 등 삼성전자가 중심이 되는 삼성그룹 행보에서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데 초점을 맞춘 기사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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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조영광 지음 | 미지biz | 468쪽 | 19,800원

 

 

대형 건설사 부동산 데이터 분석가의

2만 시간 노하우가 담긴

대한민국 부동산 예측의 정수


 

 

바야흐로 부동산 불확실성의 시대. 대한민국 부동산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부동산 관련 뉴스와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오히려 유동성만 커져가고, 전문가의 입에선 ‘똘똘한 한 채’와 ‘입지’라는 뻔한 답만 되풀이되는 혼돈의 부동산시장. 언제까지 다른 사람의 눈과 입에 의존할 것인가. 스스로 부동산시장을 읽는 힘은 결국 ‘진짜 봐야 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읽는 눈에 달려 있다. 대형 건설사 데이터 분석가가 공유하는 2만 시간의 노하우를 통해 이제 스스로 판단한다.

 


 

변곡점에 선 부동산 시장, 데이터는 알고 있다

2018년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은 변곡점에 서 있다. 지난 4년간의 호황은 평균적인 주택 사이클에 비해 길었고, 주택 가격의 상승폭 역시 연 2~3%의 경제성장률에 비하면 꽤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2018년,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44만 호라는 역대 최다 입주 물량이 기다리고 있고, 금리 인상도 시작되었다. 지방은 이미 2016년부터 둔화 혹은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주택 경기가 2008년 금융 위기 직후의 대세적 하락기 혹은 2015년의 대세적 상승기라면 데이터로 주택시장을 분석하는 일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굳이 데이터라는 현미경으로 보지 않더라도 직관의 눈만으로도 확연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시그널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않을 때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객관적인 위치 파악이 중요하다. 수많은 사례로 검증된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이것을 데이터가 해줄 수 있다.

데이터는 흔적을 남긴다. 과거의 시장 흐름과 현재의 흐름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에서 소개하는 ‘입주 물량×주택 순환주기’ 그래프는 바로 이러한 시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주택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객관적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는 공급량과 주택 순환주기 같은 주택시장의 핵심 데이터뿐 아니라 주택시장의 미래를 잘 설명해주는 경제, 정치, 인구, 교통, 심리 등 주택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분야의 지표도 소개한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같은 검증을 생략한 소개 대신 직접 해당 지표와 주택 지표와의 상관성을 일일이 검증함으로써 데이터를 다루는 책의 기본을 잃지 않는다.

데이터를 전달하는 방법 또한 기본적인 그래프뿐 아니라 최고의 케미를 보여주는 두 가지 데이터를 함께 표현한 ‘2×2 매트릭스’를 활용해 한눈에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알려주는 검증된 데이터를 통해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를 읽는 독자들은 2018년 변곡점에 선 주택시장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총 4개의 파트와 <책 속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에서는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거시적인 흐름을 전망하기 위한 데이터를 소개한다. 해당 데이터들은 지은이가 지난 8년간 대형 건설사에 근무하며 주택시장을 예측하면서 전국 평균의 흐름을 잘 설명해주는 데이터들로 선별한 것이다. 선별된 데이터들은 ‘가격, 수급’ 같은 전통적인 주택시장 데이터뿐만 아니라 ‘인구, 교통 개발, 경제 동향 그리고 경제정책 같은 거시 데이터를 망라한다. 물론 해당 데이터가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중장기 흐름을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는 검증 과정을 거칠 것이며, 그 최근 동향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미래 흐름을 진단한다.

PART 2에서는 전국의 시도 단위뿐 아니라 시·군·구 단위까지 ‘쪼개서’ 하위 시장의 수급 분석과 주택 가격의 적정 수준을 진단하고 향후 추세를 전망한다. 또한 시도별로 상위 주택시장을 대표하는 시·군·구와 독립적인 흐름을 가진 시·군·구에 대해 정리한다. 이를 통해 ‘00시의 흐름을 보려면 00구의 주택시장을 보면 된다’, ‘00구는 00시와 달리 독립적인(상관성이 없는) 주택시장이므로 별개로 봐야 한다’ 같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의 개인적인 실전 시장 예측 스토리도 들어 있는 PART 2에서는 지은이가 2013년 당시 저점을 통과하던 경기도 지역과 리스크가 큰 지방 소도시의 시장성을 예측하여 분양에 성공한 사례도 소개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동산 입지’가 아닌 ‘보이지 않는 시장의 흐름’을 읽어낸 사례를 통해 실전용 주택 데이터에 대해 알게 된다.

PART 3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쓴 주택시장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가 8년간 주택시장을 분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듯 믿어왔던 주택시장의 고정관념을 뒤바꾼 사례들을 모아놓았다. <1장 강남에서 제주까지>는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차별화된 ‘눈’에 대해, <2장 데이터는 말한다>는 데이터로 바라본 주택시장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평소 주택시장에서 자주 부딪히고, 궁금해하는 ‘이슈’들을 다루었다. 순서에 상관없이 관심 키워드 중심으로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이슈에 바짝 다가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PART 4는 빅데이터로 보는 ‘수익형 부동산시장’이다. 국내 최초로 오피스텔과 상가 시장을 빅데이터로 다루었다. 오피스텔 시장 전망을 위해 시장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를 제시하고, 오피스텔 수요가 강한 지역을 시·군·구 단위로 살펴본다. 더불어 오피스텔과 함께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상가 시장에 대해서도 한국감정원 데이터를 활용한 공실률×임대가 매트릭스를 통해 지역별 상권을 진단한다. 서울, 경기·인천, 5대 광역시, 기타 지방의 하부 상권을 세부적으로 다루면서 상권의 활발, 둔화, 불황, 회복의 원인과 핵심 모멘텀의 분석을 통해 주요 상권의 미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주요 도시의 오피스텔 수요와 상권 흐름은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통찰을 안겨줄 것이다.

이 책의 외전 격인 <책 속의 책>에는 본문에서 깊게 다루지 못했으나 따로 모아서 보면 유용한 통찰을 가져다줄 알짜배기 정보들을 모아놓았다. 독자들은 <책 속의 책>을 통해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를 압축해놓은 짧지만 강렬한 번외 여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인구 고령화가 아닌 주택 고령화!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적어도 향후 5년간은 인구 고령화보다 ‘주택 고령화’가 더욱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는 비록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수면 위로 드러날 시점은 향후 몇십 년 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고주택 가운데 완공된 지 10년이 넘은, 즉 ‘입주 10년’ 초과의 고령주택 비중은 2006년에는 50%였지만, 이후 계속 증가하여 2017년 현재 전체 주택의 76%가 고령주택인 상황이다. 그에 반해 입주 5년 이하의 젊은주택 비중은 2017년 현재 13% 수준으로 아파트 10채 가운데 1채 정도만이 새 아파트이다. 우리나라 주택 재고의 48%가 수도권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도권 대부분의 주택이 노후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택 고령화의 심화는 젊은주택의 희소가치를 만들어내며, 젊은주택의 가격이 전체 주택의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2001년 평당 30만 원의 차이를 보이던 젊은주택과 고령주택의 가격은 주택 고령화의 심화로 2017년에는 평당 360만 원의 차이를 보인다. 34평 아파트 기준으로 환산하면 젊은주택이 1억 2,000만 원 정도 더 비싼 것이다.

주택은 비가역적 성격이 강하다. 즉 한 번 지으면 30년 정도는 그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신규 주택을 짓고 싶어도 노후 주택이 들어선 자리는 수십 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 지형이라 주택의 원재료가 되는 토지의 제약이 주택 고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들이 젊은주택이 공급될 여지를 제한하여 향후 5년간 주택 고령화에 따른 젊은주택의 희소가치는 주택 가격 상승의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주택시장의 호황 사이클은 끝났다?

평균 사이클보다 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주택시장에 대해 2018년 현재, 사람들은 호황의 끝을 경계하고 있을까? 적어도 데이터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부동산을 여전히 안전자산의 하나로 여기고 있고,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 또한 기준치(100)보다 높은 수준이다(2018년 3월 기준 107). 여전히 주택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까지는 여러 요인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상승 모멘텀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의 하락 모멘텀인 가격부채(단기), 정부 정책(장기)의 영향력에 따라 향후 주택시장이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유념해두어야 한다.

 

부동산시장의 폭락 가능성은?

주택 순환주기 흐름을 살펴보면, 전국의 주택 경기는 2013년 3분기 저점 이후 4년 내내 상승세에 있었다. 어느 정도 호황기 말미에 와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2018년에는 역대 최다인 44만 호의 입주 물량도 예정되어 있어 서울을 제외하면 이전과 같은 주택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2008년과 같은 주택 가격의 폭락 가능성도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다. 과거 3년간의 입주 물량 공백기(2011~2013년 역대 최저 수준의 공급)를 고려해야 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직전에는 무려 7년 연속 30만 호 이상의 입주 물량 공급이 있었다. 하지만 2009~2016년 8년간 단 한 번도 30만 호를 초과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둔화 가능성은 있지만 급격한 충격 가능성은 낮다.

또 다른 이유로는 70%에 달하는 전세가율을 들 수 있다(금융 위기 이전의 전국 평균 전세가율은 40~50%에 불과했다). 전세가율은 전세에서 매매로의 실수요 전환 압력을 의미한다.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지역에 살고 싶은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어느 지역의 전세가율이 상승하여 매매가와 전세가가 별 차이가 없으면 차라리 매수하겠다는 심리가 강해진다. 그런 점에서 전세가율의 상승은 매매가 상승의 선행 시그널이 된다.

매수자의 자금 부담 또한 금융 위기 이전보다 현저히 낮다. 금리는 금융 위기 직전의 절반 수준(7%→3.5%)이고, 금리가 상승하고 있지만 이전과는 자금 부담의 절대적인 수준이 다르다. 2011~2013년의 입주 물량 공백, 낮은 수준의 이자 부담은 주택 시장의 급진적 하락을 막아주는 완충장치가 될 것이다.

 

 

분양시장과 재고주택시장의 양극화 심화

2010~2013년의 주택시장 암흑기만 해도 재고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여지없이 분양시장도 얼어붙어 미분양이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을 면밀히 살펴보면 주택 가격이 하락해도 분양이 잘되는 지역이 점차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분양시장과 재고주택시장의 양극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가 고안해낸 ‘매매가×청약률 매트릭스’를 활용하면 매매가 상승률과 청약률이 동반 강세를 보이는 호황 지역, 매매가 상승률과 청약률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불황 지역, 그리고 지은이가 특히 주목하는 매매가 하락에도 청약률이 강세를 보이는 ‘양극화 지역’(분양시장만 강세)을 직관적으로 선별해낼 수 있다.

 

 

중장기 흐름을 알고 싶다면 인구 증감률보다 인구밀도를 보라

지난 3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은 서울과 부산의 가격 상승률이 단연 압도적이다. 인구 유출에도 인구밀도가 1, 2위이고, 따라서 가격 상승이 가장 가팔랐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가용 토지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도시 팽창 여력이 낮다. 따라서 구도심에 대한 선호도가 유지될 수밖에 없고, 노후 주택이더라도 구도심에 있으면 젊은주택보다 가격이 높은 경우도 있다. 서울이 대표적 예다.

주택시장이 어느 하나의 변수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시장임을 감안할 때, 인구밀도는 전국 시도의 주택 가격 흐름을 비교적 잘 설명해준다. 또한 토지에 기반한 인구밀도는 좀처럼 변하기 힘든 데이터이다. 지역별 중장기 주택시장 예측에서 중요한 변수인 것이다.

 

경기를 반영하는 청년층(20~29세) 취업 동향에 주목하라

사실 이 연령층은 주택 경기와 거의 상관없는 연령대이다. 생애 주기나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주택 구매의 주 수요층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 연령대를 주목해야 하는가? 이들이 집을 살 나이는 아니지만 그들을 고용하는 것은 기업이라는 점을 생각하라. 청년층 취업자 수의 증가는 신규 고용 인원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 실제 경기 흐름을 가장 민감하게 비춰주는 지표이다. 신규 고용 증가는 기업의 호실적을 의미하고, 이로 인한 취업자의 가계 소득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 개발과 인프라를 보라

교통 개발은 인구밀도와 마찬가지로 그 지역의 중장기 주택 가격 상승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지방 도시의 주택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에 비해 기본적인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수도권의 경우에는 그 영향이 지방 도시에 비해 제한적이다. 지방 도시와 달리 인구, 학군, 생활 편의 시설 등 교통 개발 외의 다양한 가격 상승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가가 사용하는 주요 지표들

매매가 변동률: 현재 매매가가 장기 추세 대비 상회하는지, 하회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주택 시장의 흐름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 주택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데이터로 거래량, 구매 심리 등 여러 지표가 있지만 결국에는 매매가가 그 지역의 주택 경기를 최종적으로 반영한다.

주택 경기도 순환한다. 그렇기에 주택 사이클의 확인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주택시장을 전망할 수 있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어도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입주 물량: 주택 순환주기의 원인을 설명해준다.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 주택 경기가 하락하고,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 수급 개선으로 주택 경기의 회복 시그널이 된다. 입주 물량은 향후 2년 치 물량이 확정되어 있기 때문에 적어도 2년 후의 주택 경기를 전망할 때 유용한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대출 유형별 가계대출 증가율: 부자 선발대와 이를 뒤따르는 중산층 후발대로 요약된다. 부자 선발대는 은행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도움을 받아 상승 국면을 향해 달려가는 ‘부동산 열차’에 올라탔다(2014~2015년 LTV는 70% 수준). 2016년 주택 경기가 완연한 상승 국면에 진입하자 이번에는 중산층 후발대가 비은행 대출, 기타 대출(신용대출 등)을 이용하여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부동산 열차 후미에 올라탔다. 인심을 베풀던 은행이 주택시장 호황으로 대출액이 증가하자 중산층 후발대에 대해서는 야박하게 굴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계부채의 핵심은 중산층 가계부채에 있다. 가계대출이 주택시장의 시험대에 오를 시점은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는 2018~2019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를 잘 넘기면 더 이상 가계대출이 주택시장의 리스크로 부각되기 어려울 것이다.

 

준공 후 미분양: 입주 리스크를 진단하는 대표적인 시그널. 주택시장이 호경기일 때는 너도나도 분양을 받으려 하기 때문에 분양 물량이 증가한다. 2015년 51만 호의 역대급 분양이 좋은 예다. 이 때문에 분양 물량은 주택시장의 결과를 말해주는 지표로 기능한다. 그에 비해 입주 물량은 유통, 제조업에서 흔히 말하는 ‘재고’ 같은 의미이다. 재고 리스크를 주택시장에 적용하면 ‘입주 리스크’가 된다. 호경기 때 분양을 받았던 사람들이 2~3년 후 막상 주변 지역에 입주 물량이 증가하고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조짐을 보이면 쌓이는 재고에 놀라 계약을 포기한다. 손실을 보더라도 분양권을 던지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심리가 확산되어 입주 리스크가 발생한다. 입주 리스크는 주택시장이 가정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몇천만 원의 손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몇억짜리 재고가 무더기로 쌓이는 심각한 재무 손실을 야기한다.

2018년 2월 현재 준공 후 미분양은 1만 1,712호로 2007년 이래 역사적 저점 수준이며 절대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2018년 대규모 입주 물량에도 준공 후 미분양의 급증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지역별로는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입주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중년주택 가격: 입주 6~10년의 중년주택 가격이 젊은주택(입주 5년 이하) 가격에 근접할수록, 신규 분양가에 대한 저항감이 감소해 분양시장에 긍정적인 가치 흐름을 만들어낸다. 중년주택 가격은 재고주택 가격과도 정(+)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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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조영광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국내 굴지의 전자, IT, 자동차 회사에 최종 합격했음에도 건설업에 뜻을 품고 국내 메이저 건설사인 대우건설에 입사했다. 마케팅팀에 배속된 뒤로 지난 8년간 부동산시장에 빅데이터를 접목시킨 하우스노미스트(House+nomist)가 되어 쏟아지는 부동산 데이터와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분양 현장을 넘나들며 대우건설이 ‘주택 공급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입사 3년차 때 자신이 개발한 ‘전국 시·군·구 대상 유망 사업지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주택시장 분석과 예측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신규 분양 단지의 청약률 예측과 초기 분양률 예측까지 도맡아하면서 분양시장에서 ‘진짜 봐야 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답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경제, 심리, 소셜미디어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한민국 부동산을 다각도로 파헤치고 있으며, 아직 미지의 영역인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로까지 분석 영역을 넓혀가며 대한민국의 모든 부동산을 꿰뚫는 실전용 데이터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추천사  

수많은 변수가 상존하는 주택 건설과 공급 시장에서 수요를 추정하는 일은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최대 과업이다. 저자는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과 수많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요 특성의 변화를 예측하는 기법을 창안했다.

부동산과 주택 관련 데이터가 넘쳐나고, 수많은 예측이 난무하는 부동산 불확실성 시대에 이보다 더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은 없을 것이다.

주택 분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주택시장의 변화와 그 원인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해소시켜준 저자에 고마움을 전한다.

_조성진,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본부장(부동산학 박사)

 

부동산은 고관여도 상품이다. 말 그대로 구매할 때 많은 것을 고려하고 고민하는 상품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처음 만난 부동산 중개업자의 몇 마디 말에 수억 원이 넘는 상품의 구매가 결정되기도 한다. 조영광 작가의 이 책은 부동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통합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비합리적인 부동산 구매 결정으로 입게 될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큰 결정을 앞두고 일생일대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라는 모든 분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한다.

_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

 

*미지biz는 미지북스의 비즈니스도서 출판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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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만리장성

그림자 금융, 유령 도시, 대규모 부채 

그리고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 

디니 맥마흔 지음 | 유강은 옮김 | 미지북스 | 368쪽 | 16,800원

 

 

거대한 시한폭탄이 된 중국 경제

세계를 뒤흔들 차이나 블랙스완이 온다


중국의 기적적인 성장기는 끝났고,

이제 중국은 "부채의 저주"에 직면해 있다 


 

중국 현지에서 경제 전문 언론인으로 10년간 활약하는 과정에서 디니 맥마흔은 점차 중국의 필연적인 경제적 상승에 대한 광범위한 믿음이 위험할 정도로 그릇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맥마흔은 유례를 찾기 힘든 심층 탐구를 바탕으로 한 이 책에서 번영이라는 환상 이면에 숨어 있는, 중국의 경제성장을 떠받치는 어마어마하게 쌓인 부채의 실상을 보여준다. 새로 지은 텅 빈 도시들, 무용지물로 전락한 국가 개발 사업, 복잡하게 뒤얽힌 그림자 금융 시스템 등에 관한 이야기는 걸핏하면 언론을 장식하는 기삿거리가 되었지만, 맥마흔은 헤드라인을 넘어서 이런 낭비가 어떻게 번성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력한 정부가 왜 이 낭비를 멈추지 못하고 쩔쩔매는지를 설명한다.



 

중국 경제가 위험하다

수십 년 동안 세계는 성장의 쌍둥이 엔진으로 미국과 유럽에 의존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볼 수 있듯 두 엔진이 동시에 고장 나면 세계 경제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2030년 무렵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대 경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은 마침내 제3의 엔진으로 부상 중이다. “중국의 세기”라고 상투적으로 묘사되는 21세기 어느 시점에선가 중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가 되고, 전 세계적 지배는 아닐지라도 상당한 수준의 지역적 지배를 이루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중국은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20년 전만 해도 중국은 싸구려 운동화를 대량 생산하는 능력 말고는 나머지 세계와 별 관계가 없는 세계의 공장에 불과했다. 그런데 대규모 도시화로 전례 없는 자원 수요가 생기면서 중국은 전 세계 원자재 수출 국가들에 노다지를 안겨주는 국가가 되었다. 현재 중국 경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중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 시장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활력 넘치는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잠재적으로 수억 명에 달하는 소비자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 지구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전 세계가 중국의 거대한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가운데, 우리 모두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 경제의 약점이다.

 

중국을 돌아다니다보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많은 도시들이 텅 빈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화려한 신축 정부 청사에는 공무원들이 다 들어가고도 사무실이 남아돈다. 중국 공장들은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이자 이 나라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는 양을 생산한다. 공장을 짓기 위해 바다를 메워서 토지를 개간하고 있지만, 그 땅에 공장은 전혀 지어지지 않는다. 전국 각지에 무수히 많은 공장이 지어졌지만, 최대 생산 능력을 온전히 활용하는 공장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다. 위험 요소는 이런 개발 사업에 낭비된 부채가 절대 상환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 <빚의 만리장성>, 18쪽

 

많은 이들이 중국 경제의 기존 성장 모델(투자 주도 성장)이 수명을 다했다고 우려한다. 그 한가운데 중국의 거대한 부채 문제가 있다. “2차 대전 후 지금까지의 모든 전 세계적 불황은 미국 경제의 하강에서 시작되었지만, 다음번에는 중국발 위기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기적적인 성장기는 끝났고, 이제 중국은 부채의 저주에 직면해 있다.”

 

부채가 견인한 성장

글로벌 금융 위기가 강타했을 때, 중국은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착수했다. 다른 나라들이 주로 정부 지출을 가지고 경기 부양 예산을 충당한 것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은행들이 큰 짐을 짊어졌다. 글로벌 경제가 교착상태에 처했을 때 중국은 거의 위기를 겪지 않았다. 금융 시스템이 신규 주택과 기반 시설, 공장 등의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금액을 빌려주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부채가 중국의 성장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동력이 되었다.

절대적인 수치로 볼 때, 중국의 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2016년 말 중국 비금융권 총 부채 액수는 경제 규모와 비교했을 때 약 260퍼센트였는데, 이는 미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부채 총량이 아니라 부채가 누적되는 속도다. 2008년 중국의 GDP 대비 부채는 160퍼센트에 불과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나라의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부채가 아주 빠른 속도로 누적될 경우 대체로 위기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부채 누적 속도는 현대사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이래 중국 경제의 부채는 약 12조 달러 이상이 증가했는데, 이는 그해 미국 전체 은행 시스템의 규모와 맞먹는다.

중국 지도자들은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을 피한다는 의도적인 결정을 내렸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구조 개혁에 관해 가지고 있는 비전은, 기존 체제에 새로운 성장의 마디를 접목하여(중국제조 2025) 중국이 현재의 여러 문제를 넘어서서 계속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내놓은 타협안은 고속 성장을 포기하고 대신 연 6퍼센트대의 중속 성장을 호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산업을 구축하려는 시진핑의 실험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중국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속도로 경제가 성장하려면 점점 더 많은 부채가 필요하다.

중국은 위기와 불황을 겪지 않는다기보다는 베이징 당국이 그런 상황을 무기한 미룰 수 있을 정도로 개입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미래에 직면할지도 모를 더 큰 고통을 차근차근 쌓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중국 당국은 문제를 뒤로 미룰 수 있는 유례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매번 뒤로 미룰 때마다 문제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어느 순간 그들은 전혀 미루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과잉투자 구조

중국 경제의 견인차는 사실상 지방정부이다. 지방정부가 투자를 주도한다. 지방정부는 성장과 세입이라는 두 가지 지상 과제를 달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국영기업에 은행대출을 과도하게 내주고, 과잉 설비를 만들며, 결국 천문학적 낭비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공무원들이 달성해야 하는 모든 목표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빠른 경제성장과 급속한 세입 증대이다. 특히 세금이 중요하다. 세금이 없으면 지방정부는 목록에 있는 다른 목표를 전혀 달성할 수 없다.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정리해고된 철강 노동자들에게 보상해주고, 교육 수준을 높이는 것 등등. 당국이 기대하는 이 모든 일에는 자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의 조세 체제는 중앙정부 이외의 하급 정부에 크게 불리하게 짜여 있다. 하급 정부는 보건, 교육, 연금 등 모든 지출의 80퍼센트가량을 책임지지만 전체 납세액 가운데 절반만을 받는다. 베이징 당국은 종종 충분한 예산을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하급 정부에 새로운 책임을 떠넘긴다. 따라서 지방 당국은 상당한 재량권을 활용해서 경기를 부양하고 세입을 확대하기 위해 창조적인 방식을 찾아낸다. 대체로 이런 동학은 중국 경제의 기적에 크게 기여했다.

베이징 당국은 경제에서 부채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막으려고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언제나 지방정부의 최우선적인 두 가지 목표(성장 창출과 세입 극대화)와 충돌한다. 지방정부는 “상부에 정책이 있다면 하부에는 대책이 있다”며 끊임없이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 최근 중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정부가 이끈 덕분이 아니라 오히려 중앙정부의 방해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구조는 중국 경제의 부실화를 가져오는 원인이기도 하다.

 

좀비 상태의 국영기업들

수많은 중국의 국영기업들이 좀비 상태로 걷고 있다. 중국의 정부 소유 기업은 15만 개 이상으로, 이들은 전체 경제 생산량의 약 25퍼센트와 도시 일자리의 20퍼센트를 차지한다. 현재 중국에 얼마나 많은 좀비 기업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2016년 IMF는 지방정부들이 발표한 데이터를 대조해 11개 성에 걸쳐 3,500개의 국영 좀비 기업이 있음을 확인했다. 국영기업 경영자들은, 자신들이 재량권을 많이 가지고 있고 은행으로부터 언제든 신용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를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더 많은 돈을 빌려서 더 많은 설비를 짓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 결과,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공장을 짓느라 막대한 규모의 부채가 축적되고 또한 헛되게 낭비된다.

중국 기업들은 엄청난 액수를 빌리고 있다. 2007년에 3조 4천억 달러였던 기업 부채 규모는 2014년 중반에 12조 5천억 달러가 되었다. 이것은 현대의 어떤 나라보다도 증가세가 빠른 것이다. 특히 국영기업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지나지 않지만 전체 기업 부채의 60퍼센트를 빌렸다. 은행들은 보유 자산의 2퍼센트가 악성으로 바뀌었다고 보고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실제 수치가 15퍼센트에 가까울 것이라고 의심한다. 은행들이 자금 회수를 요구하는 대신 기업들을 살려놓는 쪽을 택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악성 채무를 장부에 남겨두고 정부가 묵인하는 가운데 악성이 아닌 척한다. 악성 채무가 쌓이는 것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빈털터리 기업들이 계속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사회 안정을 위해 희생되는 경제의 건전성

리커창 총리는 2015년에 중국 좀비 기업을 도와서 생명을 유지하고 잘살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용의 핵심에는 사회 불안정에 대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사회 안정은 지난 10년간 중국공산당이 그 무엇보다 관심을 쏟은 문제였다. 감시 능력을 향상시키고, 소셜미디어를 모니터하고, 국내 안보를 강화하는 데 막대한 돈이 투입되었다.

지방 관리는 성장을 이끌어내는 데 아무리 성공했다 할지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시위가 한 번이라도 벌어지면 승진이 자동적으로 봉쇄된다. 사회 안정 앞에서 다른 모든 성과는 의미가 퇴색된다. 따라서 관리들은 기업을 살리고, 노동자 고용을 유지하고, 연금을 보호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 민간기업에서 주로 일하는 사람은 대개 이주 노동자로,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법에 따라 시골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국영기업 직원은 보통 현지 주민이 많고, 그들은 일자리를 잃어도 달리 갈 곳이 없으므로 항의 행동을 할 가능성도 높다. 또한 국영기업은 지역 경제의 핵심 축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방정부는 국영기업이 좀비가 되더라도 함부로 청산하지 못한다.

지방정부는 기업이 설령 좀비 상태가 된다 해도 여전히 세입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기업의 생명을 유지시킨다. 물론 좀비 기업은 정의상 어떤 수익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법인세를 전혀 거둬들일 수 없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공산품 판매에 근거해서 거둬들이는 부가가치세의 25퍼센트를 챙길 수 있다(75퍼센트는 중앙정부로 귀속된다). 그러니까 어떤 회사가 손해를 보는 와중에도 판매를 계속하기만 하면 지방 당국에 여전히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이다. 지방 관리들은 합병할 만한 다른 기업을 찾거나, 직원들에게 임금 삭감이나 조기 퇴직을 강요하거나, 그냥 은행에 지속적인 대출을 압박하는 등 좀비 기업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유령 도시, 한계에 다다른 중국 도시화의 민낯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유령 도시’라고 하면 보통 지역사회 사람들이 포기하고 떠난 장소를 말한다.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처럼 어떤 산업에 붐이 일었다가 그것이 꺼지면서 인구가 감소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유령 도시라는 개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버려진 곳이 아니라 애초부터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은 곳이다. 어느 순간 내몽골 평원 위에 100만 명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대저택과 아파트 건물들로 이루어진 도시가 솟아나지만, 지역 금융 위기 때문에 건설 호황이 끝나고 몇 년이 지나도록 도시는 대부분 텅 비어 있다. 이런 유령 도시가 중국 각지에 최소한 50개에 달한다고 한다.

유령 도시는 지방정부들이 끊임없이 맹목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면서 도시화 과정을 강제하여 생겨났다. 도시화(즉 새로운 주택과 기반 시설 건설)는 20년 가까이 중국 경제를 이면에서 움직인 추동력이었다. 도시화 덕분에 엄청난 양의 철강, 시멘트, 유리, 선박, 발전소, 탄광, 건설 기계 등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하지만 지방정부들은 이처럼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건설에 중독되고 말았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성장을 유지하는 이런 방법은 모두 이주민의 요구라는 이름으로 막연하게 정당화된다. 그 결과 거대한 규모의 낭비가 생겨났다. 2013년 현재 신도시와 신구 건설 계획을 모두 합하면 34억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 전체 인구의 2배가 넘는 수이다. 게다가 중국의 도시 이주민 수는 2010년 중순 이래 이미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도시와 소도시들은 산더미 같은 부채를 쌓아놓았다. 2008년 말 당시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약 5조 6천억 위안이었다. 그로부터 8년 뒤 그 액수는 16조 2천억 위안으로 3배가 늘었다. 중국의 많은 지방정부는 빌린 돈을 상환할 만한 자원을 갖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대다수가 추가적인 공공사업으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훨씬 많은 돈을 빌려야 한다. 중국이 지나치게 많은 공장을 건설한 것처럼, 도시화 역시 과도한 수준에 다다랐다. 만약 계속해서 점점 더 많은 도시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중국의 능력이 중단된다면, 이미 재정적 건전성이 취약해진 산업 부문이 고통받을 위험이 있다. “지방정부의 부채는 중국의 서브프라임이다.”

 

토지 약탈과 부동산 붐

토지는 중국의 투자 주도 호황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중국 경제 호황이 그토록 취약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토지를 수용해서 판매하는 권한은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개발 모델의 요체다. 이 권한 덕분에 지방정부는 성장을 진작시키는 공공사업 프로젝트에 필요한 토지를 몰수하고, 기업을 끌어들이는 데 사용할 산업 단지를 만들며, 토지를 담보로 은행들로부터 돈을 빌린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방정부가 토지를 필요로 하는 것은 팔아치우기 위해서다. 그래야 자금을 조성해서 다른 모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지방정부가 인민들로부터 막대한 양의 토지를 빼앗아 이를 주택지나 상업지구로 변경하고, 원주민들에게 보상금으로 지불한 액수의 10배 가격에 개발업자들에게 파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난 10년간 토지가 수용되거나 집이 철거된 중국인의 수는 무려 6500만 명으로 추정된다. 2009~2015년까지 7년간 중국의 각급 정부는 토지 판매로만 22조 100억 위안을 벌어들였다. 이는 맨해튼 땅 전체를 두 번 하고도 반을 더 팔아야 나오는 액수다. 중국 국가 차원에서 보면, 토지 판매가 전체 재정 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렇게 토지를 팔아 생긴 돈 덕분에 중국은 기반 시설을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외국인들은 종종 이런 변신을 중국 경제 체제의 우월함을 보여주는 징후로 여긴다. 그렇지만 사실 이런 변신이 가능했던 것은 오로지 국가 자산을 단번에 사유화했기 때문이다. 중국 납세자들에게 재정적 부담이 가해졌다면 불가능했을 법한 여러 프로젝트의 건설이 토지 덕분에 실현되었다.

1990년대 주택 시장 자유화 이후 대략 20년 동안 주택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주택 건설은 20년 동안 중국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 역할을 했지만, 한편으로 경제 심장부에 도사린 약점이기도 했다. 베이징 사람들은 연소득의 20배를 들여서 집을 사는데, 미국 사람들이 2.5배를 지불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중국의 도시는 거대한 투기 거품을 겪고 있다. 주택 거품이 무서운 것은 일단 거품이 터지면 토지 판매 부진과 주택 건설 감소에 동반되는 모든 경제 문제가 2007년 미국을 유린한 것과 같은 금융 위기에 의해 결합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에 대한 의존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림자 금융, 다가오는 금융 위기의 증폭제

그림자 금융은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모든 비은행 신용 대출이다. 즉, 그림자 금융은 은행 시스템과는 별도의 신용 팽창이며, 중국에서 그 증가 속도는 어마어마하다. 2016년 현재 중국의 그림자 금융자산은 8조 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중국 GDP의 80퍼센트에 육박했다. 그림자 금융의 핵심에는 자산 관리 상품이 자리하고 있다. 이 상품은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면서도 은행 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2009년부터 중국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발행 주체는 은행뿐만 아니라 투신, 보험, 증권, MMF, P2P 등 다양하다. 조달한 돈은 주로 은행과 민간 기업에 대출된다. 그러나 차, 다이아몬드, 와인, 주식, 일반 상품, 외환 등 수익되는 모든 것에 투자되고 있다. 2009년 자산 관리 상품의 발행 총액은 1조 9천억 위안이었지만, 2016년 말에는 그 수치가 12배로 뛰어 29조 위안을 넘어섰다.

2009년 말, 중앙정부는 은행에 신용 대출을 억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때는 수많은 건설 프로젝트들이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은 터라 그러기 쉽지 않았다. 지방정부와 국영기업들은 계속 대출을 해달라고 은행에 압력을 가했다. 은행들이 찾은 해결책은 그림자 금융이었다. 그 덕분에 은행들은 규제 당국이 적정선이라고 판단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액수를 대출해줄 수 있었다. 은행들은 의도적으로 최대한 불투명하게 그림자 금융을 고안해낸다. 그림자 금융을 통해 ‘대출’을 ‘투자 자산’으로 변신시키면서 대출금 항목에서 빼내 채권 같은 양성 자산 속에 숨긴다. 대출을 규제 당국의 면밀한 시선으로부터 안전하게 감추면, 은행들은 대출 한도, 자본 요건, 악성 대출 조항 등을 자유롭게 피할 수 있다. 이런 불투명하고 통제되지 않은 금융 시스템의 규모가 커질수록 유사시에 베이징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은 점점 약화될 것이다.

 

현실을 버리고 공허를 좇다

중국 통화시스템의 결함은 화폐 공급이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큰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에 GDP 1위안에 대한 예금과 현금 유통의 가치가 1.5위안이었던 데 비해 2015년에 이르면 그 가치가 2위안으로 뛰었다. 다시 말해 중국 은행들은 계속 대출을 내주고 있지만, 이 대출은 예전만큼 경제성장을 창출하지 못하며, 따라서 많은 돈이 생산과 무관한 용도에 쓰이는 것이다.

그 결과 경제 전체에서 자산 거품이 나타났다. 중국 전통 술인 백주 가격이 폭등하고, 온갖 물건들이 거래되는 틈새시장이 생겨났다. 거대한 돈뭉치가 종횡무진하며 투기 열풍을 일으키고, 각종 자산 시장에서 거품이 만들어졌다가 터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실제로 많은 중국 사업체는 전망이 좋지 않아서 부동산 등 투기적인 활동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런 현상을 “현실을 버리고 공허를 좇는다”고 표현한다.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점차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전의 미국 시스템과 비슷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서로에게, 그리고 자산 관리 상품에 의존해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리먼 사태같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그림자 금융을 통해 확대된 엄청난 액수의 신용이 곧바로 경색될 것이다.

물론 중국인들은 중앙정부가 개입하여 시스템을 구할 것이라는 신뢰가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금융 시스템에 대한 베이징 당국의 통제력은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이 시스템의 단기적 안정성은 유지되는 가운데 가까운 미래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요인은 점점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론상으로 베이징 당국은 부채를 창출하는 영구기관이 무한정 지속되게 만들 수 있지만, 새로 생겨나는 화폐는 결국 투기성 거품을 키울 뿐이다. 달리 돈이 흘러들어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당국이 아무리 전력을 기울여도 붕괴의 물결을 막지 못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개혁에 대한 저항

중국 경제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위 지도부가 개혁을 추진하려고 해도, 이에 대한 저항은 만만치 않다. 정부와 관료 집단, 국유 산업 전체에 걸쳐 변화에 대한 저항이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중국의 기득권 세력은 국가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특권적인 위치를 활용해 부를 우려낸다.

권력을 잡은 직후인 2012년, 시진핑은 부패한 “호랑이(고위 관리)”와 “파리(공산당 일반 당원)”를 일망타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부패 척결 운동에 착수했다. 200명에 가까운 호랑이가 올가미에 걸려들었고, 10만 명이 넘는 파리가 기소되었다. 그러나 부패 척결 운동이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개혁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베이징 당국은 입으로는 온갖 말을 다하지만, 개혁은 당국의 유일한 우선 과제가 아니다. 당국은 “중속” 성장을 유지하고 또 무엇보다도 사회 안정을 지키기를 원한다. 개혁, 성장, 안정, 이 세 가지는 불가피하게 타협하게 되며, 기득권 세력은 당국의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를 이용해 자신들을 지키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안정 유지가 기득권 세력의 구조를 보호하는 도구가 되었”고 “국영기업들은 개혁에 거세게 저항하는 특수 이익집단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딜레마에 처한 중국

시진핑 주석은 성장이 둔화된 현 시기에 “신창타이”, 즉 새로운 표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재 상황에서 표준적인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무척 유동적인 상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의 경제 기적이 종언을 고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스스로 이름 붙인 중속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에 시달린다. 그런 성장을 하지 못하면 중국은 중진국 함정을 피하지 못할 것이며, 또한 노령화 때문에 경제가 고갈되기 전에 “중국의 꿈”을 실현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중속 성장이라도 유지하려면 부채와 낭비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개혁에는 대가가 따른다. 베이징 당국은 마법 지팡이를 휘둘러 부채를 사라지게 만들 수 없다.

여러 해 동안 중국의 거침없는 경제적, 정치적 부상은 불가피해 보였지만, 그런 형태의 미래는 가망 없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중국은 개혁의 고통, 정치적 지도력이 요구되는 고질적인 경제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현재 걷고 있는 경로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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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디니 맥마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언론인으로 중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 전문가이다. 베이징에서 6년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근무했고, 4년간 상하이에서 <다우존스뉴스와이어스> 기자로 일했다.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에도 글을 기고했다. 2015년 중국과 <월스트리트저널>을 떠나, 워싱턴DC에 있는 우드로윌슨 국제학술센터 특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빚의 만리장성>을 완성했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는 현재 시카고대학교 폴슨연구소 산하의 중국 경제 전문 싱크탱크인 마르코폴로MarcoPolo에서 일하고 있다.

 

옮긴이 유강은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 <불평등의 이유>, <신이 된 시장>, <자기 땅의 이방인들>, <E. H. 카 러시아 혁명>, <서양의 부활>, <데드핸드>, <조지 케넌의 미국 외교 50년>, <의혹을 팝니다> 등이 있으며, <미국의 반지성주의> 번역으로 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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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중국의 경기 둔화를 설명하는 데 <빚의 만리장성>을 대신할 수 있는 책은 없을 것이다.

- 월스트리트 저널

 

디니 맥마흔은 <빅숏>의 마이클 루이스가 그랬듯 중국 경제의 베일을 벗겨내는 데 어느 누구보다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분석은 전문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구체적인 일화와 인물들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며, 다채로우면서도 비극적인 면이 있다.

- 이코노미스트

 

중국 경제의 취약성과 모순을 취재한 수많은 책들 가운데 단연 최고다!

-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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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arutravel.com BlogIcon 하루트래블 2018.10.30 12:50 신고


    '중국 경제' 글 잘봤습니다.

    저도 '중국 경제'에 대해서 써봤습니다.

    http://harutravel.com/155

    • 미지북스 2018.11.02 17:26

      감사합니다. 독자님, 잘 읽어보겠습니다.


황금 족쇄 

금본위제와 대공황, 1919~1939년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 박복영 옮김 

미지북스 | 803쪽 | 38,000원




전간기 금본위제가 대공황을 초래했다!

국제 금융의 대가 배리 아이켄그린의

학문적 정수이자 가장 정확한 대공황의 역사

 

이 책 『황금 족쇄』는 국제 금융의 대가 배리 아이켄그린(UC 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이 대공황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분석한 역작으로 금본위제 연구의 기초가 되는 저작이다. 저자는 1929년의 불황이 왜 대공황으로 이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금본위제라는 세계적 범위의 고정환율제가 정책 당국의 손발을 묶는 족쇄 역할을 함으로써 팽창적 경제 정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 핵심이었다고 말한다. 금본위제하에서라도 국제적 정책 공조가 이루어졌다면 대공황을 피할 수도 있었는데, 1차 대전이 남긴 국가 간의 반목과 갈등, 그리고 글로벌 경제에서 자신이 가진 지위와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미국의 협소한 시각이 국제적 협력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부터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금본위제의 역사는 확장적 경제 정책과 국제적 협력 및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역사의 전범(典範)으로서 중대한 경제사적 통찰을 제공한다. 




 

국제적 시각에서 대공황을 분석한 최초의 경제사,

황금 족쇄가 드디어 한국어로 출간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특히 주목받은, 국제 금융 및 통화체제 전문가 배리 아이켄그린의 역작  황금 족쇄: 금본위제와 대공황, 1919~1939년이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황금 족쇄는 1930년대 대공황을 국제적 시각에서 해석한 최초의 책으로, 미국 중심적 시각에서 대공황을 이해한 밀턴 프리드먼과 안나 슈워츠의 대공황, 1929~1933년』 등의 기존 입장을 뒤집는 ‘가장 정확한 대공황 역사서’이다. 1992년에 미국에서 첫 출간된 이 책은 배리 아이켄그린의 학문적 정수이자 이후 집필한 모든 도서의 바탕이 되는 책이다.

 

과연 금본위제의 붕괴가 금융 위기의 도화선이었는가?

그동안 금본위제가 붕괴되면서 금융 안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자본 도피가 일어나는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번졌다고 흔히 생각해왔다.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금본위제를 금융 안정과 동의어로 여기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 1920년대 금본위제는 안정의 동의어이기는커녕 전간기 금융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위협하는 일차적 요인이었다.

 

대공황은 1914년 1차 대전 발발 이후 전개된 

일련의 세계적 사건들이 낳은 필연적 결과였다

황금 족쇄는 미국의 주식시장 폭락으로 인한 거대 경제 불황으로 바라보는 기존 대공황론을 뒤집는 세계사적 관점의 ‘대공황의 역사’를 쓰고 있다. 저자 아이켄그린은 대공황을 1차 대전 발발 이후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불안정 요인들이 상호작용한 결과이며 1914년 이후 전개된 일들의 필연적 결과였다고 본다. 특히 1차 대전 이전의 세계 경제를 뒷받침하는 통화체제인 금본위제가 대공황을 일으킨 주요 요인이었음을 보여주고, 금본위제와 다른 요인들이 대공황을 발생, 증폭시킨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1차 대전 이전 사반세기 동안 세계 경제 안정을 이끌던 국제통화시스템, 즉 금본위제가 어떻게 대공황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바뀌게 되었을까? 아이켄그린은 금본위제의 성공적 작동 요인들이 1차 대전 이후 크게 약화되었다고 한다.

 

전전(戰前) 금본위제는 왜 성공적이었는가?

1차 대전 이전의 금본위제(전전 금본위제 또는 고전적 금본위제라고도 한다)를 설명하는 일반적 설명은 ‘헤게모니 안정론’에 기초한 찰스 킨들버거의 설명이었다. 경제 안정을 제공할 자세와 능력을 가진 압도적 경제 강대국, 즉 헤게모니 국가인 영국이 있었기에 금본위제가 잘 작동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전간기에는 영국이 너무 약해져서 안정시킬 능력이 없었고, 새로 부상한 미국은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이켄그린은 전전 금본위제의 역사적 과정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안정의 결정적 요인은 신뢰와 국제 협력이었음을 밝혀냈다. 즉 전전 금본위제의 안정은 영국과 잉글랜드은행의 헤게모니 때문이 아니라 신뢰와 국제 협력 덕분이었다.

 

전전 금본위제의 신뢰는 어떻게 가능했는가?

금본위제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정부가 국제수지 균형을 우선적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중심부 국가에서 정책 당국이 중앙은행의 금 준비금을 방어하고 통화의 금 태환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믿음은 금본위제 방어와 실업률 감소 사이에 정책 갈등이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실업은 개인의 실패 문제라고 생각했고 경기 변동이 고용 전망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경기 변동을 이자율이나 통화 조건과 연관 짓는 인식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본위제 방어를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실업이 야기되는 것을 반대할 수 있는 사람들(노동자 계급)이 정치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그러다 1910년대 무렵부터 노조 설립과 선거권의 확대로 일자리 상실에 취약한 사람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향상되었고, 높은 이자율이 투자 위축과 경기 둔화를 가져온다는 인식이 퍼졌다. 그럼에도 국내 목표보다 국제수지 균형을 우선하는 중앙은행가들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고용과 경제 안정 등 국내 목표에 대한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 특정한 정치권력 지형과 국제수지 균형을 우선시하고 경기 변동, 통화 조건과 고용의 연관성을 이해하지 못한 인식 틀의 결합이 금본위제에 대한 신뢰의 기초가 되었다.

 

전전 금본위제의 위태로운 시기마다 국제 협력이 위기를 막았다

1차 대전 이전의 국제통화체제는 런던의 헤게모니적 지배 체제가 아니라 선도적 국제 금융 중심지인 런던과 라이벌인 파리, 베를린이 함께 이끄는 ‘분산된 다극 체제’였다. 평온한 시기에는 잉글랜드은행이 국제적 최종 대부자 기능을 하면서 국제 통화 체제를 이끌었지만, 1890년과 1907년처럼 세계 신용 상황이 심하게 위축된 시기에는,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들이 명시적이고 의식적인 협력을 함으로써 위기를 막았다. 어음을 할인하거나 금을 빌려주는 식으로 다른 금본위제 국가의 자원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때는 잉글랜드은행이 국제적 최종 대부자가 아니라 국제적 최종 차입자가 되어 프랑스, 독일 등의 지원에 의존했다.

 

전쟁 후 정치적 경제적 변화가 전간기 금본위제의 불안정을 불러왔다

1차 대전으로 일련의 정치적 경제적 변화가 발생했다. 전시 정부의 조합주의 전략, 선거권의 확대와 노동자 정당의 성장으로 ‘고용을 목표로 하는 정책’ 채택 압박이 강해졌다. 이제는 국제수지 목표가 우선시될지가 명확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신뢰성이 의심받았다. 중앙은행은 과거와 같은 독립성을 갖지 못했고, 몇몇 나라에서는 인플레이션의 대혼란과 경제적 혼돈이 1926년까지 계속되었다. 그러자 프랑스와 독일 등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해 중앙은행의 손을 과도하게 묶는 법률을 도입했고, 이는 국제 협력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재정 부담의 합의가 깨졌다. 수입 관세에 의존하던 세금이 수준과 구성 모두에서 급격히 변했고, 소득이 대대적으로 재분배되었다. 1차 대전 이후 재정 부담의 분담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금본위제 방어를 위해 세금 인상이나 정부 지출 삭감을 한다는 보증이 없어졌고, 그에 따라 금본위제에 대한 신뢰성이 약해졌다.

다시 말해서, 전전 금본위제의 안정이 특수한 경제적 정치적 세력 배치 덕분이었듯이, 전간기 금본위제의 불안정 역시 정치적 경제적 변화 때문에 생겨났다. 국내의 정치적 압력이 정부의 국제경제정책 선택에 영향을 미쳤고, 정부 정책 의지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쳤으며, 그 결과로 정책의 효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공황에 맞선 국제 협력을 가로막은 세 요인

국내의 정치적 압박, 전쟁 채무와 배상금 문제, 모순된 인식 틀

변화된 정치 환경에서, 잃을 게 많은 국내 이익집단들은 국제 협력에 필요한 경제정책 조정을 지연시켰고, 전쟁 채무와 배상금 문제는 늘 국제 협상을 가로막았다. 또한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각국의 서로 다른 인플레이션 경험은 금융과 경제의 관계, 통화 관리를 위한 역할에 대해 서로 다른 인식을 하게 했다.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겪은 프랑스는 국제 협력 때문에 금본위제의 제약이 무력화되었다고 판단한 반면, 지속적 인플레이션 없이 전전 평가를 회복한 영국은 금본위제에 대한 맹목적 집착 때문에 필요한 유동성이 공급되지 못한다고 봤다. 게다가 미국 연준의 국제무대 등장 또한 이전의 협력적 분위기가 유지되지 못하게 했다.

한편, 1920년 브뤼셀 국제회의와 1922년 제노아 국제회의 등 국제 협력을 위해 제도를 마련하려는 회의가 있었지만, 서로 다른 인식 틀과 전쟁 채무/배상금 논란 때문에 이 회의들은 좌초되었다. 유일한 협력 제도가 1930년 국제결제은행(BIS) 설립이었으나, 이 또한 마찬가지 이유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국제 정치적 논란은 개별 국가 간 협력조차 무산시켰는데, 1931년에 프랑스, 영국, 미국이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협조 융자를 하려던 시도가 좌절된 것이 그 예이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관세 동맹을 포기해야 한다는 프랑스의 주장 때문에 오스트리아의 융자는 이뤄지지 않았고, 독일의 배상금 문제가 독일에 대한 융자를 막았다.

 

1929~1930년 경기 침체는 미국의 긴축정책 전환 결과가 아니라 

세계적 긴축정책 전환의 결과였다

1차 대전 이후 국제수지 결제 패턴의 변화가 있었다. 1차 대전으로 제조품과 농업 분야의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전쟁 배상금이 전쟁 채무의 상환 형태로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미국의 포지션은 크게 강화되었다. 전후 초기에는 미국의 대부가 이어졌고, 그 덕분에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 재건과 1차 산품 생산국인 남미 국가들의 가격 대응이 가능해졌다. 즉 1924~1927년 미국은 저금리와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을 도왔다. 그러다가 1928년 연준의 관리들은 1920년대 월가의 대활황에서 보이는 변덕스런 금융 투기를 문제 삼으면서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대량 금 유입까지 겹치면서, 여타 나라들은 금과 외환 준비금을 잃고 통화의 금 태환성이 위태로워졌다. 금본위제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그러자 일부 유럽 국가들과 많은 남미 국가들 또한 긴축적 재정정책을 도입했다. 이 같은 전 세계적 정책 전환이 긴축의 충격을 가져왔고, 1929년 경기 후퇴의 서막을 열었다.

따라서 1929~1930년 경기 침체는 단순히 미국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한 결과가 아니라 세계적 긴축정책 전환이 낳은 결과였다. 1929년 늦여름 혹은 초가을에 미국에서 시작된 경기 하락은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12개월 동안이나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정책이 국제금본위제를 매개로 미국 정책과 연계되어 있음으로써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연준이 월가 붐이 가라앉을 때까지 이자율을 계속 인상하자 유럽과 남미의 충격은 증폭된 것이다. 흑자 국가가 조정의 부담을 적자 국가에 전가하여 긴축을 강요하는 금본위제의 비대칭성이 1928~1929년에 발생한 것이다.

 

대공황기 정부의 늑장대응은 금본위제 때문이었다

대공황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프랑스, 영국의 통화정책은 소극적이었다. 반면에 세금 인상과 지출 축소를 하면서 재정정책은 긴축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결국 정책은 수요의 위축을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했다. 그런데 이런 대응은 금본위제를 유지하면서 벌어진 것이었다. 즉 한 나라의 일방적인 통화량 확대나 공공 지출 증가는 국제수지를 적자로 만들어 금본위제를 위태롭게 할 것이었기 때문에, 그런 방향의 통화정책/재정정책은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본위제를 희생하느냐 아니면 금본위제 방어를 위해 경제 안정 조치를 포기하느냐의 딜레마가 있었고, 이 딜레마를 피하는 길은 국제 협력에 있었지만 그 유일한 기회였던 1933년 런던 경제 회의는 전쟁 채무 문제와 서로 모순된 인식 틀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

또한, 전간기 금본위제의 특수한 구조인 금환본위제가 국내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가중시켰다. 주로 미국 달러, 프랑스 프랑, 영국 파운드를 태환성 있는 외환으로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어느 한 나라가 어려움에 직면하면 약세가 된 그 통화를 팔아치우는 일이 벌어졌고, 그래서 대외 포지션의 사소한 악화라도 외국 중앙은행들이 외환 준비금의 구성을 바꾸기로 마음먹으면 심각한 문제로 변할 수 있었다. 즉 로버트 트리핀이 강조한 대로, 금 태환에 입각하지만 유동성 증가를 위해 외환에 의존하는 독특한 구조가 동태적 불안정 문제를 드러냈던 것이다.

 

금본위제의 소멸이 대공황에서 회복하는 전제조건이었다

1930년대에 금본위제 포기로 가능해진 환율 절하가 금본위제 이탈 국가들의 상황을 개선시키지도 못한 채 남은 국가들의 불황만 악화시켰다는 일반적 인식은 실제 증거와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었다. 금본위제에서 이탈한 나라들에서 물가는 안정되었고 산출, 고용, 투자, 수출은 금 평가를 고수한 나라들보다 더 신속히 회복했다. 이는 통화 절하 덕분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확정적 조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금 태환을 방어하기 위해 국내 신용을 축소할 필요가 더 이상 없었고, 더 이상 공공 지출을 줄일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경기 회복은 느리게 진행됐는데, 이는 통화 절하 자체가 아니라 더 확장적인 정책을 추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중과 정책 결정자들 모두에게 금본위제의 포기가 인플레이션의 위협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은이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국제 금융과 통화 체제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미국 경제학자이며,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경제사학회 회장이다. 광범위한 역사 분석을 통해 현재의 금융시스템을 살피는 연구를 해왔다. 1997~1999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수석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위원이다. 2010년에 국제슘페터학회로부터 슘페터상을 수상했고, 포린폴리시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100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은행의 자문 교수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는  글로벌라이징 캐피털 달러 제국의 몰락 글로벌 불균형 등이 있으며,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포린어페어스 신디케이트프로젝트 등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옮긴이

박복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대공황기 유럽의 금본위제 붕괴 과정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에는 이 책의 저자인 배리 아이켄그린의 초청으로 UC버클리대에서 방문학자로 1년간 체류하면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10여 년간 재직했으며,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국제경제실장을 맡아 세계 경제 동향을 면밀히 분석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이며,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관계, 국제 통화 질서, 세계적 빈곤 문제 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국제경제 환경의 변화와 한국의 대외경제정책 방향』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글로벌 불균형 대공황 전후 세계경제(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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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전쟁

기후변화는 어떻게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가

박호정 지음 | 미지북스 | 292쪽 | 15,000원

 

 

선진국들의 '탄소 사다리 걷어차기'가 시작된다.

저탄소 혁명이 가져올 경제적 격변에 대비하라!

 

시장 경제의 원리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 이야기

 

 


 

이 책은 기후변화가 가져올 문제를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학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그것이 향후 에너지 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막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선진국들은 과거 프레온 가스로 인한 오존층 파괴나 대기오염으로 인한 산성비 문제와 같은 환경 이슈를 기술 혁신과 배출권 제도 등으로 극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오늘날 기후변화에 대비해서도 미국, 중국, EU 같은 선도적인 국가들은 이미 에너지와 각종 산업 분야에서 저탄소 경제를 준비하고 있다. 저탄소 기술을 확보한 선도국들은 멀지 않은 미래에 후발 국가들에 대해 ‘사다리 걷어차기’식 규제를 부과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관해 막연한 우려나 부정의 차원을 넘어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저자는 그 첫걸음으로 ‘탄소 가격의 현실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시장 원리로 작동하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안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탄소 경제를 위해 적절하게 설계된 제도는 친환경 기술 혁신을 추동하고, 경제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탄소 전쟁』은 기후변화 경제학을 연구하면서 고민한 내용을 정리한 역작이다. 이 책은 우리가 적극적인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할 시점에 감축 비용을 우려하면서 소극적으로 나선다면 결국 다가오는 저탄소 경쟁에서 승기를 놓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 이회성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의장

 


 

 

탄소 전쟁의 서막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환경주의자들의 근본주의적 관점 외에 다른 방식으로 기후변화를 바라볼 수는 없는 걸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일을 시장 경제의 원리로 해결할 수 없을까?

『탄소 전쟁』은 기후변화를 막아내는 일이 결코 경제 성장과 배치되지 않으며, 그것을 가장 잘 이뤄낼 수 있는 방법 역시 시장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말한다. 에너지, 자원, 환경경제학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는 기후변화의 충격은 환경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우리의 미래를 심대하게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 선도국들은 기후변화를 대비한 저탄소 경쟁에 이미 뛰어 들고 있다. 환경 문제가 경제적 동기와 결합되면, 시간이 갈수록 저탄소 경쟁은 가속화될 것이다. 지난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선도국들은 이번에도 후발국에 대해 ‘사다리 걷어차기’식의 규제를 부과하며 자신들의 기술적, 제도적 우위를 누리려 할 것이다.

저자는 우리나라도 저탄소 혁명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탄소 가격’을 시장 경제의 영역에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적정한 탄소 가격이 현실화된다면,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한 노력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될 것이며, 다가오는 탄소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탄소 가격의 실현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서 탄소 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아울러 저탄소 경쟁과 맞물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듀폰의 사례 : 오존층 파괴와 프레온 가스 금지 협약

미국의 화학기업 듀폰은 오존층 파괴 물질인 프레온 가스(염화불화탄소)를 개발한 회사이지만 그 대체 물질을 가장 먼저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프레온 가스에 의한 오존층 파괴는 1974년 마리오 몰리나와 셔우드 로우랜드가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제기되었다. 듀폰이 상업적으로 개발한 이래 프레온 가스는 스프레이캔, 에어컨, 냉장고 등 도처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듀폰은 처음에는 프레온 가스와 오존층 파괴의 상관관계가 과학적으로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맞섰지만, 1985년 남극 상공의 오존층에 구멍이 뚫린 것이 실측되면서 국제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후 2년도 안되어 프레온 가스 사용을 제한하는 몬트리올의정서가 채택되었는데, 주목할 점은 이 시기 오존층 파괴를 부인하던 듀폰이 누구보다도 몬트리올의정서를 적극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당시 듀폰은 대체 물질의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존층 파괴 물질의 이용을 제한하자는 듀폰의 입장 변화는 정교하게 계산된 경제적인 셈법에 따라 나온 결정이었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환경적인 요구와 경제적인 동기가 맞아떨어질 때,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는 구속력 있는 국제 규범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 매우 빠른 속도로 들어설 것이다. 그동안 기후변화 대처에 기업과 국가가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비용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저탄소 경쟁의 승부수를 먼저 던지는 쪽이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서 유리한 고지에 섰고, 중국도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저탄소 경제를 위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두 나라 정상은 2014년 말 적극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합의했다. 미국은 2025년까지 26~28퍼센트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했고, 중국은 2030년까지 비화석연료 비중을 20퍼센트까지 증대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5년 말에 터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은 환경 규제가 이제 단순한 비용 증가의 문제가 아니라

자칫하면 시장 전체를 잃을 수도 있는 중대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기후변화의 경제학

기후변화를 경제학적으로 평가할 때는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들이는 현재의 비용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미래의 편익을 객관적으로 저울질하는 것이 중요하다(반대로 탄소 배출을 감축하지 않았을 때 얻는 현재의 이익과 그로 인해 초래하게 될 미래의 피해를 평가하기도 한다). 경제학적으로 이를 ‘비용 편익 분석’이라고 한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미래의 이익이나 피해를 ‘할인’해서 계산해야 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이유로 지금 당장 비싼 대가를 치르며 온실가스 배출을 성급하게 줄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2006년 영국의 니콜라스 스턴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위기가 금세기 내로 임박했으며, 이로 인해 피해 규모가 1930년대 대공황보다 크다고 한다. 기후변화 경제학의 역작으로 평가되는 스턴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전 세계 GDP의 20퍼센트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예방 비용은 피해액의 1퍼센트라는 것이다. 1달러의 돈을 투자해서 그것의 20배가 되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면, 수익률로 따지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투자는 대박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기후변화에 보수적이던 기업들의 최근 행보다. 무인자동차나 연료전지 기술 등에 집중하는 자동차 회사나 구글 같은 IT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메이저 석유 회사들까지 기후변화의 위기를 인정하고 나섰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이들 기업이 공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환영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미 자체적으로는 탄소 비용을 계산해 회사의 장기 투자 의사 결정에 반영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비용 편익 분석을 할 때 엑슨모빌은 이산화탄소의 톤당 비용을 60달러, BP는 40달러를 탄소 비용으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37달러로 보고 있다). 로열더치쉘, 토털, BP 등 유럽계 석유 회사들은 2015년 6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 지도자 회의에서 탄소 배출권 거래제나 탄소세 도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그 깊은 속내야 어째든 이제 메이저 석유 회사들도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기후변화의 도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저탄소 경쟁에 돌입한 모습이다.

결국 다양한 에너지의 개발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과정을 거쳐 온실가스 감축 역량을 먼저 확보한 쪽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설 것이다. 우리는 지금의 저유가로 잠깐의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저탄소 경제로 어떻게 이행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바로 탄소 가격의 실현에 있다. 그 형태가 배출권 거래제든 탄소세든 탄소 가격을 실현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환경 투자를 촉진하는 중추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전세계 에너지 공급 비중에 대한 BP의 전망치. 이미 메이저 석유 기업들도 세계 경제가

점차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게 될 것이라는 것을 전망하고 저탄소 경제를 준비하고 있다.   

 

왜 탄소 배출권 거래제인가?

온실가스는 스톡 물질로 분류된다. 스톡 물질이라 함은 말 그대로 재고처럼 쌓인다는 뜻으로, 이산화탄소의 경우 한 번 방출되면 약 100년 정도 대기 중에 체류한다. 따라서 우리가 탄소배출을 저렴한 비용에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수십 년 내에 개발한다고 해도, 그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그 시점에서 기후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를 지나버릴 수 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우리가 탄소 배출을 중단한다하더라도 지구온난화는 멈추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아황산가스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은 플로우 물질이다. 이는 대기중에 일정시간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특성을 가지며, 그것이 영향을 끼치는 범위도 글로벌하지 않고 국지적이다).

스톡 물질인 온실가스는 배출된 후 전 지구를 오랜 시간에 걸쳐 돌아다니기 때문에 배출을 줄이는 곳이 어느 지역이든 그 효과는 전 지구적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서로 미루게 되는 무임승차의 문제가 나타난다. 어느 한 나라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도 그 이익은 다른 모든 나라가 누리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문제는 누가 얼마나 많이 배출하는가를 감시하고 규제하는 것보다는 배출 총량 자체를 줄이는데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도덕성에 호소하거나 경제성장을 부정하는 근본주의적 태도는 현실성도 없거니와 배출 총량을 줄이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시장 제도를 통해 적절한 탄소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배출 총량을 줄일 수 있다. 1970년대 초에 하버드대학교 몽고메리의 연구는 배출권 거래제가 오염 물질 감축 측면에서 정부의 직접 규제 방식보다 비용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20세기 말에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아황산가스 배출 감축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배출권 거래제는 시장 경제의 원리를 통해 기업이 배출량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할뿐만 아니라 배출 감축의 노력에 유인을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배출 총량의 감소를 가져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배출권 거래제의 가장 큰 장점은 환경 투자를 촉진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배출권 가격을 통해 전달되는 탄소 가격의 시그널은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기술, 차세대 자동차 등의 기술 혁신을 자극한다.

물론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신중하게 잘 설계될 경우에 효과적으로 작동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특히 배출권의 할당 규모를 정하는 것은 배출권 시장의 유동성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할당이 너무 많으면 가격이 폭락하고 너무 적으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배출권 가격이 너무 낮으면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동기를 갖지 못하게 되고, 배출권 할당이 너무 엄격하게 이루어지면 거래가 없어 시장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 vs 탄소세

배출권 거래제는 탄소세와 마찬가지로 저탄소 사회를 이루기 위한 경제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두 제도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탄소세와 비교할 때 배출권 거래제는 배출권 가격이 경기 변동에 따라 등락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수준은 정해진 총량 범위 내에서 안정화된다. 그에 비해 탄소세는 세율이 고정적이기 때문에 탄소 가격은 안정적이나 온실가스 배출이 얼마나 이루어질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탄소세 체제에서는 배출 총량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국가가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배출권 거래제냐 탄소세냐 하는 선택 문제는 ‘탄소 가격 안정화’와 ‘배출량 안정화’ 가운데 무엇을 택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실질적으로 이끌기 위한, 그래서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면 배출권 거래제가 훨씬 효과적이다. 201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장 티롤 교수는 총량 제한 방식의 배출권 거래제가 탄소세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했고, 하버드대학교의 바이츠만 교수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과 저탄소 시대의 개막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저유가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불필요하거나 더 늦춰질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셰일가스 혁명으로 미국이 탄소 배출량을 크게 감축함으로써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 저유가와 저탄소 경제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초 고유가와 함께 풍미했던 ‘석유 피크론’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 피크론의 주요 내용은 고갈 자원인 석유의 생산 비용이 점차 증가하므로, 항구적인 고유가 시대에 진입하게 되며, 이는 곧 세계 경제의 추세적 하락과 산업 시대의 종말을 고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고유가는 생산 비용 증가와 함께 신흥국의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저금리 상황 때문이었다. 저금리가 유가 상승을 견인한다는 것은 이미 경제학계에서는 ‘호텔링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석유 가격 상승률이 금리 상승률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되면, 미래에 더 많이 생산하고자 현재의 생산량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곧바로 현재의 석유 가격의 증가로 귀결된다. 생산 비용의 상승이 핵심적인 원인이라면 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왔어야 했는데 역사적 사실은 그렇지 않다. 유가는 1990년대에는 거의 변동 없이 안정적이었다가, 2000년대 초중반을 지나면서 폭등했다. 이는 1990년대부터 이어온 전반적인 저금리 기조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 의욕을 감소시켰고, 이로 인해 생산 시장의 잉여 공급 능력이 한계에 봉착해 시장의 조그만 변동에도 취약해졌고, 투기적인 자금까지 상품시장에 몰리면서 국제 유가의 폭발적인 증가세로 이어졌던 것이다.

 

국제 유가와 미국 연방금리의 상관관계. 21세기 초 사상 초유의 저금리는 고유가를 견인했다.  

 

또한 고유가는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OPEC(석유수출기구)의 시장 전략과 맞지 않으므로 끝없이 유지될 수 없다. 고유가는 OPEC에 많은 이익을 주기도 하지만 시장 점유율을 하락시키는 양날의 검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OPEC은 상당한 크기의 시장을 비OPEC국가들에게 빼앗겼다. 오일쇼크 이전에는 OPEC 대 비OPEC 점유율이 6 대 4였지만 오일쇼크 이후에는 3 대 7로 역전되었다. 고유가는 해양 유전 등의 개발을 부추겼고, 천연가스와 원자력 같은 대체에너지의 개발도 가속화했던 것이다. 따라서 유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하면 OPEC은 석유를 증산해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OPEC은 이제 제2차 오일게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1일 석유 생산량은 900만 배럴로 증가했는데, 이는 사우디의 1000만 배럴에 바싹 근접한 수치이다. 지금은 시장점유율을 두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져 국제 유가가 매우 낮게 형성되어 있지만, 저유가 상태가 영원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 비용에 있어서는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국가 재정을 운영하는데 있어서는 저유가를 계속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재정 문제는 사우디 국가의 존립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가는 다시 오를 것이며 대체에너지의 복귀 역시 시간문제일 뿐이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도 오일머니 수입으로 석유 시대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사우디 스스로 그들 국부의 원천이었던 석유의 운명이 조만간 바뀔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세계적으로 석유 의존도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석유 매장량이 다했기 때문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사한 에너지 전환을 우리는 이미 20세기 초의 석탄에서, 그리고 1970년대 오일쇼크에서 경험했다. 저탄소 시대로 가는데 있어서 고유가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전제가 더 이상 아닌 것이다. 

 

 유가가 급등하면 OPEC은 석유시장에서 점유율을 급격하게 상실했다.

 

탄소 사다리 걷어차기에 대비하라

선진국들의 ‘탄소 사다리 걷어차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2005년 초, 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로부터 유럽 수출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받았다. 그해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따라 EU에서 강화된 온실가스 규제 정책의 결과였다. 한국차들은 대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EU 집행위가 권고하는 수준보다 높았기 때문에 수출 자제를 요청받았던 것이다. 이제 환경 규제는 글로벌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문제가 되었다. 2015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사건은 클린 디젤이라는 핵심이미지 뿐만 아니라 독일차 전반의 명성을 훼손하였다. 폭스바겐 사태는 글로벌 1위 자동차 회사의 존망을 결정할만큼 큰 사안이었고, 친환경 전기차에 대한 자동차 회사들의 투자가 더욱 본격화될 것을 예고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비롯해 환경 문제와 시장이 직결되는 일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한국이 저탄소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잘 설계된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확립과 더불어, 경제의 기초 체력을 튼튼하게 다져져야 한다. 첫째, 우리가 처한 상황에 맞게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화석연료 등 에너지 공급의 다양성을 갖추어야 한다. 에너지를 착한 에너지와 나쁜 에너지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관점은 소모적인 논쟁만 일으킬 뿐 저탄소 경제로 가는데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정치나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자원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셋째, 서구의 높은 기준이 아니라 우리의 경제력에 맞는 감축 목표와 이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산업 경제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환경 경제에서도 선진국과 신흥국, 선도국과 후발국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냉엄한 현실 논리가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넷째,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전문화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금융시장이 선진화되고 관련 서비스 산업이 고도화되어야 한다. 여섯째, 기후변화를 지나치게 종말론적인 언어로 포장하거나 대안 없이 에너지 정책에 반대하는 식의 여론몰이보다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시민사회 내에 의제화해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 시대, 저탄소 경제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이제 비용이 아니라 투자의 관점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      *      *

 

지은이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이다.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에서 ‘환경 투자’를 주제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일했으며, 전남대학교 경제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KU-KIST 그린스쿨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비롯하여 자원 경제, 에너지, 투자 이론(실물 옵션), 위험 관리 등이다.

지은 책으로는 『경제성장을 선도하는 인구전략』(공저, 2011년), 『헨리 조지 100년 만에 다시 보다』(공저, 2002년)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The Oil Factor: 고유가 시대의 투자전략』(공역, 2005년)이 있다.

 

 

 

2015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콘텐츠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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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전 의장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평가

 

 

 

 "버냉키는 세계 경제의 붕괴를 막아냈다."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아시다시피 크루그먼 교수는 금융위기 초기에 버냉키 의장의 유례없는 양적완화 정책의 지지자였고, 경제학계의 보수파들로부터 그의 행보를 옹호하는 것을 자처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턱수염 전쟁'으로 일반에게 알려진 두 사람간의 논쟁도 꽤나 긴장감이 팽팽했었죠. 크루그먼 교수는 버냉키 의장에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더욱 세게 밀고 나갈 것을 주문했고, 인플레이션 타기팅 수준을 놓고 몇차례 설전을 벌인 바 있습니다. 또한 버냉키 의장은 크루그먼 교수와 정반대편인 강경한 통화주의자들로부터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너무 늦게 시작했다고 비판 받기도 했습니다. 위의 크루그먼 교수의 말은 버냉키의 임기가 끝날 즈음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인데 정책적 견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가 제2의 대공황이 되지 않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의 공은 분명하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크루그먼은 과거 금융위기 직후에도 그런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버냉키가 금융위기에 과감하고 소신있게 대응했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었다."

-자넷 옐런 현 연방준비제도 의장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은 뉴욕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버냉키 전 의장을 극찬하며, 학생들에게 그의 용기와 기개를 본받으라고 했습니다. 옐런 의장은 금융위기 당시 버냉키 전 의장이 무자비한 비판과 심지어 인신 공격까지 당했고, 잘못할 경우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을 것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밀어붙이며 금융위기에 맞서 용기있게 대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옐런 의장은 버냉키 전 의장을 예로 들면서 엄청난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지성과 혜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짱'과 '적극적인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연준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임기, 세계를 구한 천재이자 마에스트로"

- 월스트리트저널

마에스트로는 원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을 호칭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린스펀은 20년에 달하는 그의 재임기간 동안 미국 경제가 대단히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임기말에 저금리 정책으로 주택 버블과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이에 대해 버냉키 의장은 당시 저금리와 주택 버블은 경미한 상관관계만 있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어째든 마에스트로 칭호가 버냉키 전 의장에게도 부여되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그의 임기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궁극적으로 역사가 평가하겠지요.

 

 

 

 

"그는 영웅이며 중앙은행에 있는 부처였다."

- 티머시 가이트너 전 미국 재무부 장관

금융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2008년 여름, 너무나 침착하고 조용한 버냉키 의장의 모습에 대해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이 붙인 별명이 '중앙은행의 부처'라고 합니다.    

 

 

 

 

"4할 타자를 라인업에서 빼지는 않는다. 나라면 버냉키 의장에게 연임을 요청할 것이다."

-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대표

'오마하의 현인'으로도 불리는 워런 버핏은 버냉키 의장의 팬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버냉키 전 의장이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관리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연준 의장직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을 핵전쟁에서 구해낸 것이나 다름없다."

-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대표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레이 달리오는 일반인들에게는 덜 알려져 있는데요, 핵전쟁에서 미국을 구했다는 그의 표현이 인상적이며 업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       *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벤 S. 버냉키 지음 | 김홍범, 나원준 옮김 | 미지북스 | 2014년 | 24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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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au188 2017.07.18 17:25

    안녕하세요! 좋은 책 번역해주신거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조금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그런데, 이게 번역 할때에 실수인지 제가 경제학 적으로 못 알아듣는건지 모르겠어서.. 여기다가 질문 남기면 답변 해 주실 수 있나요?

    • 미지북스 2017.08.14 19:05

      독자님 안녕하세요. 블로그 댓글에서는 저희가 빠른 답변이 어려울 수 있으니 아래 메일로 문의 주시면 번역자 선생님께 전달해드리겠습니다.

      mizibooks@naver.com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벤 S. 버냉키 지음 | 김홍범, 나원준 옮김 | 미지북스 | 2014년 | 246쪽 | 16,000원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에 맞서

세계 경제를 지휘한 버냉키 전 연준(Fed) 의장

 

연방준비제도 100년 역사를 관통하는 최고의 강의!

전대미문의 위기와 대응, 그 생생한 육성 기록

 


 

"버냉키는 세계 경제의 붕괴를 막아냈다." _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연준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임기, 세계를 구한 천재이자 마에스트로" _ 월스트리트 저널

"걸출한 현역이 들려주는 현대 중앙은행에 관한 유용한 입문서" _ 포린 어페어스

 

이 책은 14대 연방준비제도 의장인 버냉키의 2012년 3월 조지워싱턴 대학교 강연 내용을 담은 원저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버냉키는 이 강연을 통해, 연방준비제도의 창설에서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연준의 지난 100년 역사를 돌아보며, 연방준비제도의 사명과 역할이란 무엇이며 전대미문의 도전들에 연준이 어떻게 맞서왔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주제의 성격상 자칫 난해하고 기술적으로 흐르기 쉬운 내용을 버냉키는 경제사가로서의 역사 인식을 토대로 연준의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직관적인 표현과 풍부한 예시를 통해 차분히 풀어나간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약간의 시행착오도 없진 않았고 심지어 무모해보이기까지 했던 연방준비제도의 비전통적 정책 조치들 하나하나가 상당히 일관적인 이론 체계의 소산이며 궁극적으로 연방준비제도의 역사적 역할에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특히 혁신적인 각종 정책 조치를 쏟아내며 엄청난 위기의 현장을 진두지휘한 버냉키 자신의 육성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커다란 역사적 가치를 갖는다. 또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금융위기에 대한 연준의 대응 및 정책 논리를 역사적 관점에서 쉽고 직관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대중적 경제 교육의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대공황 전문가가 말하는 역사로부터의 교훈 - 중앙은행의 두 가지 사명

 

2002년 11월 밀턴 프리드먼의 90회 생일 기념 컨퍼런스에서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일원이던 버냉키는 “당신들(프리드먼과 슈워츠)이 옳았고 우리(연준)가 잘못했다”고 고백했다. 버냉키의 이 말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대공황 당시 연방준비제도의 대응에 커다란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한 것이었다. 1929년 대공황을 촉발한 금융위기와 뒤이은 심각한 경기침체에 대응하여 연방준비제도가 잘못된 통화정책으로 대공황을 더욱 악화시켰던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며 버냉키는 “다시는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 공언했던 것이다.

     

  "다시는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버냉키의 논평이 실린 『대공황, 1929~1933년』

오른쪽 사진은 그 공저자인 안나 슈워츠, 밀턴 프리드먼.

 

이 책에서 버냉키는 (중앙은행으로서) 연방준비제도의 기본 사명을 크게 금융안정경제안정 두 가지로 파악한다. ‘금융안정’은 금융패닉이 일어날 때 연방준비제도가 최종대부자로서 유동성을 제공하여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것이다. ‘경제안정’은 이자율 등의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 즉 경제가 팽창할 때는 통화긴축을, 경제가 수축할 때는 완화로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 시기에 연준은 최종대부자의 역할을 방기해 수백 개의 은행들이 도산하고 그 충격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파급되도록 했다. 뒤이은 경기침체에서 연준은 경기 부양 정책을 쓰지 않고 금본위제를 방어하기 위해 오히려 긴축정책으로 대응함으로써 재앙적 결과를 초래했다.

 

대공황의 역사로부터 배우는 이 두 가지 교훈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버냉키 의장의 정책 아이디어의 기조를 구성했다. 그는 패닉의 과정에서 청산론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인하와 구제금융 등으로 금융시장에 광범위하게 개입하였고, 실물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자산 매입, 이른바 양적완화(QE)라는 비전통적 정책 수단을 동원하였다. 특히 양적완화는 그 규모나 방법에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정책 수단으로 초창기부터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버냉키가 확고하고 일관된 정책으로 미국과 세계 경제의 파국을 막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의 기원

 

중앙은행의 수백 년 역사에서 연방준비제도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영란은행은 이미 1694년에 설립되었고, 스웨덴에서는 그보다도 더 이른 1668년에 중앙은행을 세웠다. 1914년에 미국에서 연방준비제도가 창설되기 전에도 뉴욕어음교환소와 같은 민간기구들이 중앙은행의 역할을 제한적이나마 대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연방준비제도는 왜 만들어진 것일까?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금본위제도를 회복하였으나 잦은 금융패닉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1893년의 금융패닉에서 5백 개가 넘는 은행이 도산하였고, 1907년에는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은행 도산이 있었다. 따라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최종대부자의 역할을 하여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는 것을 막고,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중앙은행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19세기 후반 발전하는 미국 경제에 부응하여 금본위제도가 통화량을 적절하게 늘리지 못하여 디플레이션을 유발한 것이었다. 특히 중서부의 농민들에게 가혹했던 디플레이션은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대두되었고, 금본위제도의 폐지 운동으로 번지며 사회적 불안 요소로 비화하였다. 따라서 금본위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전국적인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경제안정을 추구할 목적으로 연방준비제도가 미국에서 뒤늦게 설립된 것이다.

 

  워싱턴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건물

 

 

대공황의 시련과 2차 세계대전, 그리고 독립성의 확보

 

대공황은 연방준비제도 창설 이후 첫 번째 시험대였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는 이 커다란 첫 시련에 직면하여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두 측면 모두에서 실패했다. 연준은 주식시장 과열에 대한 대응과 금본위제도의 고수에 지나치게 몰두해 있었으며, ‘청산 이론’에 경도되어 통화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지 않았고, 그 결과 디플레이션과 경제 파국을 막아내지 못했다. 미국은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금본위제도를 포기하면서 급격한 반등 기류를 타게 되고, 또 한번의 때이른 통화긴축으로 더블딥(1937~1938년)에 빠졌다가 2차 대전을 통해서야 길고 긴 경기침체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

 

2차 대전 후에 연방준비제도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중요한 합의가 1951년에 이루어졌다. 전후(戰後) 정부에 남겨진 전쟁 채무가 막대했고, 그 이자 부담 또한 상당했다. 그런 이유로 저금리를 유지하라는 압박이 연준에 가해졌다. 그러나 경기 회복기에 저금리는 자칫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연준이 경제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금리를 독자적으로 결정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1951년 ‘연방준비제도-재무부 협약’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최초로 보장되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단기적인 정치적 압력에 휘둘리지 않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전 세계적인 컨센서스의 기초가 되었다.

 

 

인플레이션 시대와 대완화기

 

1960년대 중반부터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은 지나치게 완화적으로 바뀐다. 이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감내하면서 성장과 높은 고용 수준에 더 중점을 두는 (당시에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던) 경제 이론에 의거한 것이었다. 또한 종전 이후 오랜 번영의 시기 동안 경제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경제 관리 능력을 다소 과신하게 되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베트남전쟁과 린든 존슨 행정부의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으로 재정지출이 급증하고 석유 위기의 충격이 오자, 인플레이션이 12~13퍼센트까지 급등하게 되었다. 이때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폴 볼커는 경기침체가 뒤따를 만큼 금리를 급격히 올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였고 경제가 안정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버냉키는 볼커 및 그린스펀 전 의장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데, 그들이 1980년대 이후 미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볼커의 노력은 단기적으로는 극심한 침체와 커다란 고통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덕분에 그 이후부터는 경제가 매우 안정화되었다. 볼커 퇴임 이후 약 20년간 이어진 그린스펀 시대의 미국 경제는 고도의 안정을 달성해 낮은 인플레이션과 경기변동률을 기록하여 ‘대완화기’로 불린다.

 

또한 대완화기는 미국에서 대규모 금융위기가 일어나지 않은 시기로, 경제 안정과 금융 안정을 함께 달성한 연방준비제도의 커다란 성취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완화기를 통해 사람들은 실물경제의 안정성 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역시 높아진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는 곧 금융시스템에 대한 과신을 불러일으켰고, 다가오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비한 것이기도 했다.

  1980년 타임지의 표지에 실린 폴 볼커 전 의장. 버냉키는 볼커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카터 대통령의 볼커) 지명의 배경에는 볼커가 완강한 중앙은행가로서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해낼 것이라는 생각이 부분적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미터가 넘는 거구에 큰 시가를 입에 문 볼커의 인상 또한 강력한 조치를 기꺼이 시행할 것 같은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이른바 '볼커 룰'로 인플레이션은 통제되었으나 치솟은 금리와 인위적으로 조성된 경기침체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격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성격과 내막

 

2008~2009년 금융위기는 전통적인 금융패닉이었지만 패닉 발생의 제도적 배경은 달랐다. 즉 패닉이 은행을 배경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금융시장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다. 당시 미국 내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모두 한데 모아놓고 이것들의 가치가 몽땅 사라진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피해액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금융시스템 전체가 입게 되는 총손실은 시황이 좋지 않은 어느 하루 사이에 주식시장에서 겪게 되는 손실과 대체로 엇비슷한 정도의 액수였다. 주택 버블과 비슷한 규모였던 2001년 닷컴 붕괴의 경우에도 고작 8개월짜리 완만한 경기침체로 이어졌을 뿐이었다. 문제는 그러한 피해들이 서로 다른 시장에 연계 분산되어 있었고, 엄청난 불확실성 속에서 피해가 증폭되고 연쇄 작용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버냉키는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복기하면서 주택시장 붕괴에서 촉발된 위기가 어떻게 대형은행들과, 자금시장펀드와 기업어음시장으로 번져나가 전체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킬 수도 있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과 G7을 통한 국제 공조, 더 나아가 양적 완화에 이르기까지 급박한 상황 속에서 연방준비제도가 추진했던 정책 논리들을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버냉키는 최근 위기를 규명하기 위해 ‘기폭제’와 ‘취약성’ 개념을 구분한다. 다시말해 취약한 금융시스템에 주택시장이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며, 진정한 문제는 주택 버블이라기보다는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었던 것이다. (과도한 부채와 레버리지, 이색 파생금융상품, 금융회사 자체의 리스크 관리 부족, 지나친 단기자금 의존, 정부의 규제 감독 허술 등). 버냉키의 이러한 위기 인식은 패닉이 진행될 때 긴급 지원,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 사태 진정 이후의 금융시스템 취약성 제거라는 처방으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방책들은 그 외형은 달라도 모두 중앙은행의 전통적이고 역사적 역할에 부응하는 것이었다는 점을 버냉키는 강조한다.

 

 

   

 

 대규모 자산 매입(Large Scale Asset Purchases) 또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을 나타내는 그래프. 왼쪽은 연방준비제도의 대차대조표의 자산 측면으로 하단의 파란색은 연준의 전통적인 증권보유고를, 중간층의 밝은색은 금융위기 동안 연준이 행한 대출, 상단의 붉은색이 양적완화. 오른쪽은 연방준비제도의 대차대조표 부채 측면으로 최하층이 민간이 보유하는 현금통화이며, 상층부는 연준에 예치한 상업은행의 지급준비금 잔액이다. 이 그래프에서 보듯이 양적완화는 현금을 인쇄기에 돌려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며 지급준비금 잔액이 늘어나는 것이다.

  

"최고의 전문가로부터 듣는 가장 쉬운 연방준비제도(Fed) 이야기"

 

이 책에서는 아래와 같은 여러 논쟁적인 세부 주제들에 대한 버냉키 전 의장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 연준 의장이 강의하는 연준 100년사

★ 연방준비제도는 왜 만들어졌는가?

★ 양적완화란 무엇인가? 달러를 인쇄기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다!

★ 대마불사! 왜 리먼브러더스는 죽이고 AIG는 살렸나?

★ 주택 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는 앨런 그린스펀의 저금리 정책 때문?

★ 금본위제로 복귀하자는 것은 왜 틀린 주장인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다른 위기에 비해 왜 이토록 회복이 더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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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벤 S. 버냉키 (Ben S. Bernanke)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14대 의장이다.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대학교와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2년 9월부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위원을 근 3년간 역임한 후 2005년 6월부터는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았다. 이후 2006년 2월 앨런 그린스펀의 뒤를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취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인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세계 경제를 진두지휘했다.

버냉키 전前 의장은 역사상 유례없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뒤이은 대침체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받으며, 2009년에는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 1월 자넷 옐런 신임 의장의 취임과 함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직

에서 퇴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Essays on the Great Depression, Inflation Targeting: Lessons from the International Experience(공저), Principles of Economics(공저) 등이 있다.

 

옮긴이 

김홍범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 조사제2부행원을 지낸 후,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화폐경제학 전공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금융감독의 정치경제학』, 『한국 금융감독 개편론』과『화폐와 금융시장』(공저) 등이 있고, 찰스 굿하트가 지은 『중앙은행의 진화』와 앨런 블라인더가 지은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공역) 및 『소리 없는 혁명—중앙은행의 현대화』(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신용평가(주)에서 구조화금융 평가실무를 수행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거시경제학 전공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에는 SK텔레콤 경제연구실에서 장단기 환율 전망을 담당했다. 밀턴 프리드먼과 안나 슈워츠가 공저한 『대공황, 1929~1933년』(공역)을 우리말로 옮겼다.

 

 

추천사

 

“걸출한 현역이 들려주는 현대 중앙은행에 관한 유용한 입문서”

-포린 어페어스 (미국 외교전문지)

 

“버냉키의 강의는 한결같이 명료하고 친절하다. 지적인 날카로움이 번뜩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무엇이 잘못됐었는지 그리고 연방준비제도가 상황의 악화를 어떻게 저지해냈는지에 관하여, 이보다 더 간결하면서도 쉬운 언어로 말해주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로버트 솔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MIT명예교수)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과거를 돌아보며 연준의 조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들을 기회란 참으로 드물다. 버냉키에 따르면, 연준이 금융위기 동안 내린 결정들은 중앙은행의 오랜 역사와 관례에 부합하는 일관성 있는 것들이었다. 이 가치 있는 책과 함께 그의 설명은 하나의 중요한 역사적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앨런 블라인더 (연방준비제도 전 부의장,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정교하게 준비한 이 책에서 버냉키는 연방준비제도의 창설에서부터 최근의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연방준비제도가 맞닥뜨리고 수행한 역할을 이야기한다. 그의 설명은 실로 응집력 있고 강렬하다.”

-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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