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만리장성

그림자 금융, 유령 도시, 대규모 부채 

그리고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 

디니 맥마흔 지음 | 유강은 옮김 | 미지북스 | 368쪽 | 16,800원

 

 

거대한 시한폭탄이 된 중국 경제

세계를 뒤흔들 차이나 블랙스완이 온다


중국의 기적적인 성장기는 끝났고,

이제 중국은 "부채의 저주"에 직면해 있다 


 

중국 현지에서 경제 전문 언론인으로 10년간 활약하는 과정에서 디니 맥마흔은 점차 중국의 필연적인 경제적 상승에 대한 광범위한 믿음이 위험할 정도로 그릇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맥마흔은 유례를 찾기 힘든 심층 탐구를 바탕으로 한 이 책에서 번영이라는 환상 이면에 숨어 있는, 중국의 경제성장을 떠받치는 어마어마하게 쌓인 부채의 실상을 보여준다. 새로 지은 텅 빈 도시들, 무용지물로 전락한 국가 개발 사업, 복잡하게 뒤얽힌 그림자 금융 시스템 등에 관한 이야기는 걸핏하면 언론을 장식하는 기삿거리가 되었지만, 맥마흔은 헤드라인을 넘어서 이런 낭비가 어떻게 번성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력한 정부가 왜 이 낭비를 멈추지 못하고 쩔쩔매는지를 설명한다.



 

중국 경제가 위험하다

수십 년 동안 세계는 성장의 쌍둥이 엔진으로 미국과 유럽에 의존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볼 수 있듯 두 엔진이 동시에 고장 나면 세계 경제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2030년 무렵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대 경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은 마침내 제3의 엔진으로 부상 중이다. “중국의 세기”라고 상투적으로 묘사되는 21세기 어느 시점에선가 중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가 되고, 전 세계적 지배는 아닐지라도 상당한 수준의 지역적 지배를 이루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중국은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20년 전만 해도 중국은 싸구려 운동화를 대량 생산하는 능력 말고는 나머지 세계와 별 관계가 없는 세계의 공장에 불과했다. 그런데 대규모 도시화로 전례 없는 자원 수요가 생기면서 중국은 전 세계 원자재 수출 국가들에 노다지를 안겨주는 국가가 되었다. 현재 중국 경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중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 시장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활력 넘치는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잠재적으로 수억 명에 달하는 소비자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 지구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전 세계가 중국의 거대한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가운데, 우리 모두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 경제의 약점이다.

 

중국을 돌아다니다보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많은 도시들이 텅 빈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화려한 신축 정부 청사에는 공무원들이 다 들어가고도 사무실이 남아돈다. 중국 공장들은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이자 이 나라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는 양을 생산한다. 공장을 짓기 위해 바다를 메워서 토지를 개간하고 있지만, 그 땅에 공장은 전혀 지어지지 않는다. 전국 각지에 무수히 많은 공장이 지어졌지만, 최대 생산 능력을 온전히 활용하는 공장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다. 위험 요소는 이런 개발 사업에 낭비된 부채가 절대 상환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 <빚의 만리장성>, 18쪽

 

많은 이들이 중국 경제의 기존 성장 모델(투자 주도 성장)이 수명을 다했다고 우려한다. 그 한가운데 중국의 거대한 부채 문제가 있다. “2차 대전 후 지금까지의 모든 전 세계적 불황은 미국 경제의 하강에서 시작되었지만, 다음번에는 중국발 위기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기적적인 성장기는 끝났고, 이제 중국은 부채의 저주에 직면해 있다.”

 

부채가 견인한 성장

글로벌 금융 위기가 강타했을 때, 중국은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착수했다. 다른 나라들이 주로 정부 지출을 가지고 경기 부양 예산을 충당한 것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은행들이 큰 짐을 짊어졌다. 글로벌 경제가 교착상태에 처했을 때 중국은 거의 위기를 겪지 않았다. 금융 시스템이 신규 주택과 기반 시설, 공장 등의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금액을 빌려주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부채가 중국의 성장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동력이 되었다.

절대적인 수치로 볼 때, 중국의 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2016년 말 중국 비금융권 총 부채 액수는 경제 규모와 비교했을 때 약 260퍼센트였는데, 이는 미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부채 총량이 아니라 부채가 누적되는 속도다. 2008년 중국의 GDP 대비 부채는 160퍼센트에 불과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나라의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부채가 아주 빠른 속도로 누적될 경우 대체로 위기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부채 누적 속도는 현대사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이래 중국 경제의 부채는 약 12조 달러 이상이 증가했는데, 이는 그해 미국 전체 은행 시스템의 규모와 맞먹는다.

중국 지도자들은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을 피한다는 의도적인 결정을 내렸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구조 개혁에 관해 가지고 있는 비전은, 기존 체제에 새로운 성장의 마디를 접목하여(중국제조 2025) 중국이 현재의 여러 문제를 넘어서서 계속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내놓은 타협안은 고속 성장을 포기하고 대신 연 6퍼센트대의 중속 성장을 호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산업을 구축하려는 시진핑의 실험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중국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속도로 경제가 성장하려면 점점 더 많은 부채가 필요하다.

중국은 위기와 불황을 겪지 않는다기보다는 베이징 당국이 그런 상황을 무기한 미룰 수 있을 정도로 개입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미래에 직면할지도 모를 더 큰 고통을 차근차근 쌓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중국 당국은 문제를 뒤로 미룰 수 있는 유례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매번 뒤로 미룰 때마다 문제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어느 순간 그들은 전혀 미루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과잉투자 구조

중국 경제의 견인차는 사실상 지방정부이다. 지방정부가 투자를 주도한다. 지방정부는 성장과 세입이라는 두 가지 지상 과제를 달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국영기업에 은행대출을 과도하게 내주고, 과잉 설비를 만들며, 결국 천문학적 낭비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공무원들이 달성해야 하는 모든 목표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빠른 경제성장과 급속한 세입 증대이다. 특히 세금이 중요하다. 세금이 없으면 지방정부는 목록에 있는 다른 목표를 전혀 달성할 수 없다.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정리해고된 철강 노동자들에게 보상해주고, 교육 수준을 높이는 것 등등. 당국이 기대하는 이 모든 일에는 자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의 조세 체제는 중앙정부 이외의 하급 정부에 크게 불리하게 짜여 있다. 하급 정부는 보건, 교육, 연금 등 모든 지출의 80퍼센트가량을 책임지지만 전체 납세액 가운데 절반만을 받는다. 베이징 당국은 종종 충분한 예산을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하급 정부에 새로운 책임을 떠넘긴다. 따라서 지방 당국은 상당한 재량권을 활용해서 경기를 부양하고 세입을 확대하기 위해 창조적인 방식을 찾아낸다. 대체로 이런 동학은 중국 경제의 기적에 크게 기여했다.

베이징 당국은 경제에서 부채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막으려고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언제나 지방정부의 최우선적인 두 가지 목표(성장 창출과 세입 극대화)와 충돌한다. 지방정부는 “상부에 정책이 있다면 하부에는 대책이 있다”며 끊임없이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 최근 중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정부가 이끈 덕분이 아니라 오히려 중앙정부의 방해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구조는 중국 경제의 부실화를 가져오는 원인이기도 하다.

 

좀비 상태의 국영기업들

수많은 중국의 국영기업들이 좀비 상태로 걷고 있다. 중국의 정부 소유 기업은 15만 개 이상으로, 이들은 전체 경제 생산량의 약 25퍼센트와 도시 일자리의 20퍼센트를 차지한다. 현재 중국에 얼마나 많은 좀비 기업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2016년 IMF는 지방정부들이 발표한 데이터를 대조해 11개 성에 걸쳐 3,500개의 국영 좀비 기업이 있음을 확인했다. 국영기업 경영자들은, 자신들이 재량권을 많이 가지고 있고 은행으로부터 언제든 신용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를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더 많은 돈을 빌려서 더 많은 설비를 짓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 결과,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공장을 짓느라 막대한 규모의 부채가 축적되고 또한 헛되게 낭비된다.

중국 기업들은 엄청난 액수를 빌리고 있다. 2007년에 3조 4천억 달러였던 기업 부채 규모는 2014년 중반에 12조 5천억 달러가 되었다. 이것은 현대의 어떤 나라보다도 증가세가 빠른 것이다. 특히 국영기업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지나지 않지만 전체 기업 부채의 60퍼센트를 빌렸다. 은행들은 보유 자산의 2퍼센트가 악성으로 바뀌었다고 보고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실제 수치가 15퍼센트에 가까울 것이라고 의심한다. 은행들이 자금 회수를 요구하는 대신 기업들을 살려놓는 쪽을 택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악성 채무를 장부에 남겨두고 정부가 묵인하는 가운데 악성이 아닌 척한다. 악성 채무가 쌓이는 것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빈털터리 기업들이 계속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사회 안정을 위해 희생되는 경제의 건전성

리커창 총리는 2015년에 중국 좀비 기업을 도와서 생명을 유지하고 잘살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용의 핵심에는 사회 불안정에 대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사회 안정은 지난 10년간 중국공산당이 그 무엇보다 관심을 쏟은 문제였다. 감시 능력을 향상시키고, 소셜미디어를 모니터하고, 국내 안보를 강화하는 데 막대한 돈이 투입되었다.

지방 관리는 성장을 이끌어내는 데 아무리 성공했다 할지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시위가 한 번이라도 벌어지면 승진이 자동적으로 봉쇄된다. 사회 안정 앞에서 다른 모든 성과는 의미가 퇴색된다. 따라서 관리들은 기업을 살리고, 노동자 고용을 유지하고, 연금을 보호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 민간기업에서 주로 일하는 사람은 대개 이주 노동자로,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법에 따라 시골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국영기업 직원은 보통 현지 주민이 많고, 그들은 일자리를 잃어도 달리 갈 곳이 없으므로 항의 행동을 할 가능성도 높다. 또한 국영기업은 지역 경제의 핵심 축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방정부는 국영기업이 좀비가 되더라도 함부로 청산하지 못한다.

지방정부는 기업이 설령 좀비 상태가 된다 해도 여전히 세입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기업의 생명을 유지시킨다. 물론 좀비 기업은 정의상 어떤 수익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법인세를 전혀 거둬들일 수 없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공산품 판매에 근거해서 거둬들이는 부가가치세의 25퍼센트를 챙길 수 있다(75퍼센트는 중앙정부로 귀속된다). 그러니까 어떤 회사가 손해를 보는 와중에도 판매를 계속하기만 하면 지방 당국에 여전히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이다. 지방 관리들은 합병할 만한 다른 기업을 찾거나, 직원들에게 임금 삭감이나 조기 퇴직을 강요하거나, 그냥 은행에 지속적인 대출을 압박하는 등 좀비 기업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유령 도시, 한계에 다다른 중국 도시화의 민낯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유령 도시’라고 하면 보통 지역사회 사람들이 포기하고 떠난 장소를 말한다.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처럼 어떤 산업에 붐이 일었다가 그것이 꺼지면서 인구가 감소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유령 도시라는 개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버려진 곳이 아니라 애초부터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은 곳이다. 어느 순간 내몽골 평원 위에 100만 명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대저택과 아파트 건물들로 이루어진 도시가 솟아나지만, 지역 금융 위기 때문에 건설 호황이 끝나고 몇 년이 지나도록 도시는 대부분 텅 비어 있다. 이런 유령 도시가 중국 각지에 최소한 50개에 달한다고 한다.

유령 도시는 지방정부들이 끊임없이 맹목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면서 도시화 과정을 강제하여 생겨났다. 도시화(즉 새로운 주택과 기반 시설 건설)는 20년 가까이 중국 경제를 이면에서 움직인 추동력이었다. 도시화 덕분에 엄청난 양의 철강, 시멘트, 유리, 선박, 발전소, 탄광, 건설 기계 등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하지만 지방정부들은 이처럼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건설에 중독되고 말았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성장을 유지하는 이런 방법은 모두 이주민의 요구라는 이름으로 막연하게 정당화된다. 그 결과 거대한 규모의 낭비가 생겨났다. 2013년 현재 신도시와 신구 건설 계획을 모두 합하면 34억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 전체 인구의 2배가 넘는 수이다. 게다가 중국의 도시 이주민 수는 2010년 중순 이래 이미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도시와 소도시들은 산더미 같은 부채를 쌓아놓았다. 2008년 말 당시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약 5조 6천억 위안이었다. 그로부터 8년 뒤 그 액수는 16조 2천억 위안으로 3배가 늘었다. 중국의 많은 지방정부는 빌린 돈을 상환할 만한 자원을 갖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대다수가 추가적인 공공사업으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훨씬 많은 돈을 빌려야 한다. 중국이 지나치게 많은 공장을 건설한 것처럼, 도시화 역시 과도한 수준에 다다랐다. 만약 계속해서 점점 더 많은 도시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중국의 능력이 중단된다면, 이미 재정적 건전성이 취약해진 산업 부문이 고통받을 위험이 있다. “지방정부의 부채는 중국의 서브프라임이다.”

 

토지 약탈과 부동산 붐

토지는 중국의 투자 주도 호황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중국 경제 호황이 그토록 취약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토지를 수용해서 판매하는 권한은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개발 모델의 요체다. 이 권한 덕분에 지방정부는 성장을 진작시키는 공공사업 프로젝트에 필요한 토지를 몰수하고, 기업을 끌어들이는 데 사용할 산업 단지를 만들며, 토지를 담보로 은행들로부터 돈을 빌린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방정부가 토지를 필요로 하는 것은 팔아치우기 위해서다. 그래야 자금을 조성해서 다른 모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지방정부가 인민들로부터 막대한 양의 토지를 빼앗아 이를 주택지나 상업지구로 변경하고, 원주민들에게 보상금으로 지불한 액수의 10배 가격에 개발업자들에게 파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난 10년간 토지가 수용되거나 집이 철거된 중국인의 수는 무려 6500만 명으로 추정된다. 2009~2015년까지 7년간 중국의 각급 정부는 토지 판매로만 22조 100억 위안을 벌어들였다. 이는 맨해튼 땅 전체를 두 번 하고도 반을 더 팔아야 나오는 액수다. 중국 국가 차원에서 보면, 토지 판매가 전체 재정 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렇게 토지를 팔아 생긴 돈 덕분에 중국은 기반 시설을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외국인들은 종종 이런 변신을 중국 경제 체제의 우월함을 보여주는 징후로 여긴다. 그렇지만 사실 이런 변신이 가능했던 것은 오로지 국가 자산을 단번에 사유화했기 때문이다. 중국 납세자들에게 재정적 부담이 가해졌다면 불가능했을 법한 여러 프로젝트의 건설이 토지 덕분에 실현되었다.

1990년대 주택 시장 자유화 이후 대략 20년 동안 주택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주택 건설은 20년 동안 중국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 역할을 했지만, 한편으로 경제 심장부에 도사린 약점이기도 했다. 베이징 사람들은 연소득의 20배를 들여서 집을 사는데, 미국 사람들이 2.5배를 지불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중국의 도시는 거대한 투기 거품을 겪고 있다. 주택 거품이 무서운 것은 일단 거품이 터지면 토지 판매 부진과 주택 건설 감소에 동반되는 모든 경제 문제가 2007년 미국을 유린한 것과 같은 금융 위기에 의해 결합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에 대한 의존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림자 금융, 다가오는 금융 위기의 증폭제

그림자 금융은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모든 비은행 신용 대출이다. 즉, 그림자 금융은 은행 시스템과는 별도의 신용 팽창이며, 중국에서 그 증가 속도는 어마어마하다. 2016년 현재 중국의 그림자 금융자산은 8조 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중국 GDP의 80퍼센트에 육박했다. 그림자 금융의 핵심에는 자산 관리 상품이 자리하고 있다. 이 상품은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면서도 은행 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2009년부터 중국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발행 주체는 은행뿐만 아니라 투신, 보험, 증권, MMF, P2P 등 다양하다. 조달한 돈은 주로 은행과 민간 기업에 대출된다. 그러나 차, 다이아몬드, 와인, 주식, 일반 상품, 외환 등 수익되는 모든 것에 투자되고 있다. 2009년 자산 관리 상품의 발행 총액은 1조 9천억 위안이었지만, 2016년 말에는 그 수치가 12배로 뛰어 29조 위안을 넘어섰다.

2009년 말, 중앙정부는 은행에 신용 대출을 억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때는 수많은 건설 프로젝트들이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은 터라 그러기 쉽지 않았다. 지방정부와 국영기업들은 계속 대출을 해달라고 은행에 압력을 가했다. 은행들이 찾은 해결책은 그림자 금융이었다. 그 덕분에 은행들은 규제 당국이 적정선이라고 판단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액수를 대출해줄 수 있었다. 은행들은 의도적으로 최대한 불투명하게 그림자 금융을 고안해낸다. 그림자 금융을 통해 ‘대출’을 ‘투자 자산’으로 변신시키면서 대출금 항목에서 빼내 채권 같은 양성 자산 속에 숨긴다. 대출을 규제 당국의 면밀한 시선으로부터 안전하게 감추면, 은행들은 대출 한도, 자본 요건, 악성 대출 조항 등을 자유롭게 피할 수 있다. 이런 불투명하고 통제되지 않은 금융 시스템의 규모가 커질수록 유사시에 베이징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은 점점 약화될 것이다.

 

현실을 버리고 공허를 좇다

중국 통화시스템의 결함은 화폐 공급이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큰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에 GDP 1위안에 대한 예금과 현금 유통의 가치가 1.5위안이었던 데 비해 2015년에 이르면 그 가치가 2위안으로 뛰었다. 다시 말해 중국 은행들은 계속 대출을 내주고 있지만, 이 대출은 예전만큼 경제성장을 창출하지 못하며, 따라서 많은 돈이 생산과 무관한 용도에 쓰이는 것이다.

그 결과 경제 전체에서 자산 거품이 나타났다. 중국 전통 술인 백주 가격이 폭등하고, 온갖 물건들이 거래되는 틈새시장이 생겨났다. 거대한 돈뭉치가 종횡무진하며 투기 열풍을 일으키고, 각종 자산 시장에서 거품이 만들어졌다가 터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실제로 많은 중국 사업체는 전망이 좋지 않아서 부동산 등 투기적인 활동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런 현상을 “현실을 버리고 공허를 좇는다”고 표현한다.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점차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전의 미국 시스템과 비슷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서로에게, 그리고 자산 관리 상품에 의존해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리먼 사태같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그림자 금융을 통해 확대된 엄청난 액수의 신용이 곧바로 경색될 것이다.

물론 중국인들은 중앙정부가 개입하여 시스템을 구할 것이라는 신뢰가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금융 시스템에 대한 베이징 당국의 통제력은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이 시스템의 단기적 안정성은 유지되는 가운데 가까운 미래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요인은 점점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론상으로 베이징 당국은 부채를 창출하는 영구기관이 무한정 지속되게 만들 수 있지만, 새로 생겨나는 화폐는 결국 투기성 거품을 키울 뿐이다. 달리 돈이 흘러들어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당국이 아무리 전력을 기울여도 붕괴의 물결을 막지 못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개혁에 대한 저항

중국 경제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위 지도부가 개혁을 추진하려고 해도, 이에 대한 저항은 만만치 않다. 정부와 관료 집단, 국유 산업 전체에 걸쳐 변화에 대한 저항이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중국의 기득권 세력은 국가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특권적인 위치를 활용해 부를 우려낸다.

권력을 잡은 직후인 2012년, 시진핑은 부패한 “호랑이(고위 관리)”와 “파리(공산당 일반 당원)”를 일망타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부패 척결 운동에 착수했다. 200명에 가까운 호랑이가 올가미에 걸려들었고, 10만 명이 넘는 파리가 기소되었다. 그러나 부패 척결 운동이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개혁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베이징 당국은 입으로는 온갖 말을 다하지만, 개혁은 당국의 유일한 우선 과제가 아니다. 당국은 “중속” 성장을 유지하고 또 무엇보다도 사회 안정을 지키기를 원한다. 개혁, 성장, 안정, 이 세 가지는 불가피하게 타협하게 되며, 기득권 세력은 당국의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를 이용해 자신들을 지키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안정 유지가 기득권 세력의 구조를 보호하는 도구가 되었”고 “국영기업들은 개혁에 거세게 저항하는 특수 이익집단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딜레마에 처한 중국

시진핑 주석은 성장이 둔화된 현 시기에 “신창타이”, 즉 새로운 표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재 상황에서 표준적인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무척 유동적인 상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의 경제 기적이 종언을 고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스스로 이름 붙인 중속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에 시달린다. 그런 성장을 하지 못하면 중국은 중진국 함정을 피하지 못할 것이며, 또한 노령화 때문에 경제가 고갈되기 전에 “중국의 꿈”을 실현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중속 성장이라도 유지하려면 부채와 낭비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개혁에는 대가가 따른다. 베이징 당국은 마법 지팡이를 휘둘러 부채를 사라지게 만들 수 없다.

여러 해 동안 중국의 거침없는 경제적, 정치적 부상은 불가피해 보였지만, 그런 형태의 미래는 가망 없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중국은 개혁의 고통, 정치적 지도력이 요구되는 고질적인 경제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현재 걷고 있는 경로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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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디니 맥마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언론인으로 중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 전문가이다. 베이징에서 6년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근무했고, 4년간 상하이에서 <다우존스뉴스와이어스> 기자로 일했다.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에도 글을 기고했다. 2015년 중국과 <월스트리트저널>을 떠나, 워싱턴DC에 있는 우드로윌슨 국제학술센터 특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빚의 만리장성>을 완성했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는 현재 시카고대학교 폴슨연구소 산하의 중국 경제 전문 싱크탱크인 마르코폴로MarcoPolo에서 일하고 있다.

 

옮긴이 유강은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 <불평등의 이유>, <신이 된 시장>, <자기 땅의 이방인들>, <E. H. 카 러시아 혁명>, <서양의 부활>, <데드핸드>, <조지 케넌의 미국 외교 50년>, <의혹을 팝니다> 등이 있으며, <미국의 반지성주의> 번역으로 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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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기 둔화를 설명하는 데 <빚의 만리장성>을 대신할 수 있는 책은 없을 것이다.

- 월스트리트 저널

 

디니 맥마흔은 <빅숏>의 마이클 루이스가 그랬듯 중국 경제의 베일을 벗겨내는 데 어느 누구보다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분석은 전문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구체적인 일화와 인물들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며, 다채로우면서도 비극적인 면이 있다.

- 이코노미스트

 

중국 경제의 취약성과 모순을 취재한 수많은 책들 가운데 단연 최고다!

-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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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