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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북스의 책/경제

[삼성전자의 빅픽처] - IT 전문 기자가 본 삼성전자의 미래

 

삼성전자의 빅픽처

이재운 지음 | 미지biz | 144쪽 | 9,000원

 

 

삼성전자, 어디로 가는가?
IT 전문 기자가 본 삼성전자의 미래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꼽으라면 당연스레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막상 삼성전자의 ‘전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갤럭시, 반도체 등을 떠올릴 뿐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져나오지만 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세기만에 세계 1위 반도체 회사, 세계 3위의 이익을 창출하는 전자 ‘제국’ 삼성전자의 저력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에 삼성전자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 삼성전자는 과연 거대 공룡 노키아처럼 멸종할 것인가, 아니면 오늘의 난관과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삼성전자라는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을 큰 시야에서 개괄할 뿐만 아니라, IT 업계 전반의 흐름과 중국 업체 등 경쟁 기업에 관한 정보도 풍부하게 담고 있다.


구 회장! 우리도 앞으로 전자산업을 할라카네!

1938년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가 문을 열었다. 이후 이 회사는 삼성물산이 되고 재계 1위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다. 삼성전자의 모태는 1969년 창업한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다. 삼성전자는 산요와 합작 법인을 만들어 흑백 TV 생산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자산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시작 직전인 1968년 삼성의 호암 이병철 회장이 사돈지간인 구인회 금성사(현 LG전자) 회장과 안양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 “구 회장! 우리도 앞으로 전자산업을 할라카네!”라고 말했다가 이후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81년 컬러 TV의 등장을 기점으로, 3년 뒤인 1984년 삼성 브랜드는 컬러 T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다. 1등 삼성의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삼성상회가 문을 연 지 80년이 지난 2018년 삼성은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이자 스마트폰 제조사, 그리고 고급형 주방 가전 브랜드와 최신 기술 기반의 TV에 이르기까지 전자 세계의 ‘제국’이 되었다.

 

초격차와 수직계열화

1993년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100여 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근본적인 변화를 외친 이 철학은 이후 1등 삼성을 만드는 근간이 된다. 이건희 체제에서 삼성전자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1993~2018년 24년 새 삼성전자의 매출은 31배, 영업이익은 50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 브랜드 가치도 세계 6위. 이러한 삼성의 저력은 그동안 철두철미함, 과감성 그리고 ‘초격차’라는, 시장을 주도하는 능력에서 나왔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삼성전자의 주도 방식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다시 도전받고 있다.

흔히 삼성전자의 강점은 반도체에 있다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반도체부터 디스플레이 패널, 각종 완제품, 그리고 서비스망까지 아우르는 완벽한 수직계열화에서 나온다. 공급망 관리의 대가라 불리는 애플이 경이적인 이익률을 내기 위해 폭스콘과 같은 하청업체를 쪼아대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삼성전자의 능력은 반도체 호황을 넘어, AI와 자율주행차 시대에도 새로운 가능성들을 타진하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기반을 이룬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중국의 도전

2017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전 세계의 메모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서버 수요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 사물 인터넷, 모바일과 스트리밍의 발달은 서버에 대한 수요를 증폭시켰고, 이는 서버용 SSD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삼성전자가 가장 확실하게 올라탄 셈이다.

과거에는 서버 수요가 제한적이었지만, 모바일과 사물 인터넷의 확산은 데이터 증가 속도를 배가시켰다. 서버는 PC나 모바일 기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리 용량이 크고 더 높은 성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만큼 단가도 한층 비싸다. 반도체 시장이 서버 중심 시장으로 재편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3차원 수직 적층 낸드 분야에서 압도적 1위를 고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D램 시장도 쥐락펴락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삼성전자가 나머지 두 업체(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를 ‘살려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들을 살려두는 이유는 첫째로 어느 정도 경쟁이 있어야 산업 생태계가 유지되기 때문이고, 둘째로 미국의 강력한 독과점 금지 법률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메모리 시장에 뛰어들려고 하고 있다. 시장의 호황은 계속될 것이기에 당장은 기술 난이도가 낮은 구형 제품부터 시작하면 초기 손실을 최소화하며 시장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는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치킨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의 낸드 생산라인을 D램용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이런 흐름에 동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장의 움직임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 1~2년 정도는 중국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기술력의 격차를 쫓아가기 위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데다 새로운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스템 반도체의 라이징 스타

파운드리는 한국어로 표현하면 반도체 위탁 생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만든 곳이 바로 현재 시스템 반도체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이다.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챙은 미국 유학 중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대만으로 돌아가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며 대만을 먹여 살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TSMC가 주목한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원래 반도체 산업은 크게 칩을 설계하고 이를 생산하는 두 가지 업무로 나눌 수 있는데, 설계는 고도의 기술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력이 필요한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하고, 생산은 대규모 설비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자본집약적 성격이 강하다.

챙은 이러한 시스템 반도체 생산 설비가 너무 비싸다는 점에 착안했다. 전용 공장에서 설계 도면대로 생산을 대행해주는 사업 구조를 고안한 것이다. ‘위탁 생산’이라는 말이 마치 단순한 작업만 수행하는 것 같지만,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한 공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TSMC는 이를 가장 먼저 시작해 대만을 필두로 미국, 한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세계 각지의 팹리스(공장이 없는 설계 전문 업체)를 상대로 영업을 해 대박을 쳤다.

 

그러나 변수로 등장한 것이 바로 삼성전자와 인텔 같은 종합 반도체 제조사들이다. 이들 업체는 미세 공정에서 고난이도 기술을 보유한 동시에 설비도 상당 부분 갖추고 있었다. 유휴 설비에 약간의 조정 작업만 가하면 파운드리 사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미 엑시노스와 같은 AP 자체 생산에서 자신감을 얻은 상황이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2016년 매출 기준)은 TSMC가 50.6%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글로벌파운드리, UMC에 이어 삼성전자가 점유율 7.9%로 4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5월 조직 개편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 부서로 만들었다. 2018년 추가 고객사 확보로 점유율 두 자릿수를 달성하면서 2019년에는 2위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의 새로운 ‘라이징 스타’가 된 것이다.

때때로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이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삼성전자의 2018년 4분기 실적 감소에 따른 어닝쇼크는 이런 위기론을 더욱 부추긴다. 하지만 더 큰 시장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IoT 시장은 계속 커지고, 5G 확산과 4차 산업혁명의 융․복합은 반도체 수요를 계속 늘려갈 것이다. 슈퍼 사이클은 결코 쉽게 끝나지 않는다.

 

갤럭시의 운명

스마트폰 사업에 있어 중국 업체의 입지와 위상은 이제 함부로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 시장은 물론이고, 인도나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도와 동남아에서는 중국산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고, 유럽 등지에서는 흔히 말하는 가성비 좋은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즉 중국 업체의 주요 공략 대상은 중저가 시장이다. 하지만 화웨이 등 일부 업체의 노력에도 프리미엄 시장에선 아직 부족한 감이 있다. 다만 이제 스마트폰 시장의 중심축이 점차 중저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주목해야 할 필요는 있다. 여기서 갤럭시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제기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하이엔드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수직계열화 능력을 바탕으로 중국 업체들의 도전에 대응하고자 한다. 특히 수직계열화로 발생하는 시너지는 수익성 측면에서 다른 제조사를 상대로 벌이는 치킨게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알다시피 삼성전자는 D램,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모바일 프로세서(MP)까지 자체 개발, 생산이 가능하다. 더욱이 그 모두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이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제조사는 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며, 여기에 더해 완제품 마케팅 능력까지 갖췄다. 다른 경쟁자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5G 시대에 맞는 두 가지 사업군을 IM 부문에 두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 단말기 제조와 기지국 등 네트워크 장비 사업이다. 이는 향후 사물 인터넷 시대를 주도할 중요한 강점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시대를 대비하라

스마트씽스는 2014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사물 인터넷 플랫폼 업체로, 클라우드 기반의 스마트홈 종합 제어 허브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씽스는 삼성에 인수될 당시 이미 많은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역량을 갖춘 상태였다. 비교적 조용했던 스마트씽스라는 이름은 CES 2018에서 다시 화려하게 부상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서, 소형 가전부터 TV, 스마트폰, 냉장고, 자동차까지 포괄하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후 4년여 만에 삼성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삼성은 이제 스마트홈 플랫폼을 놓고 구글과 나란히 경쟁하고 있다. 2020년까지 사물 인터넷 연결은 물론, 인공지능 연결까지 모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IBM, 구글, 애플 등 세계 IT 공룡들이 모두 AI에 뛰어드는 이때, 삼성전자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 물로 과거 전략적 판단의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있지만 그래도 재빠르게 시장에 진입하여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빅스비는 스마트폰과 스마트TV에 이어 냉장고와 에어컨, 세탁기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폭넓은 제품군 라인업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빅스비는 결국 AI 전면 경쟁 시대에 삼성전자를 이끌 구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1,000명 규모의 AI 전문 R&D 인력을 활용해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탈중앙화의 시대, 삼성전자는 어디로 갈 것인가?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다른 계열사들이 지원사격하는 방식으로 커왔다. 철저히 중앙화된 방식이다. 분산 대신 집중을 선택한 결과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탈중앙화된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삼성전자 체제가 이대로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될 것이다. 나아가 지주사 체제하에서의 삼성전자는 또다시 변화에 직면할 것이고, 만만치 않은 수많은 과제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삼성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중국의 거대한 도전에는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금도 중국 전역에서 활동 중인 중국삼성 임직원과 지역 전문가 과정을 밟는 이들의 현장 보고서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반도체는 쫓아오려 하고, 스마트폰은 도통 팔리지 않는 난관을 헤쳐가야 하는, 결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의 정경 유착 관련 이슈로 옥살이를 경험한 리더는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를 헤쳐나가야 한다. 동양사학을 전공한 젊은 오너의 결정이 어디로 향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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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재운

IT에 관심이 많은 경영학도 출신으로, 2013년 IT 전문 매체인 지디넷코리아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현재 경제지 이데일리에서 근무하고 있다. 기자 생활 내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전자․IT 산업에 대해 취재해왔다. 기술 개발부터 마케팅과 홍보, 지배 구조 등 삼성전자가 중심이 되는 삼성그룹 행보에서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데 초점을 맞춘 기사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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