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법칙

카를로 M. 치폴라 지음 | 미지북스 | 128쪽 | 9,000원




우리는 언제나 어리석은 사람들의
파괴적 힘을 과소평가한다!

 

기발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유머로 통찰하는

치폴라식 인간학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 역사학자 카를로 M. 치폴라가 학술과 유머를 이상적으로 배합하여 어리석음으로 가득한 인간 세계를 통찰하는 책. ‘후추로 보는 중세사’와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짧은 글 두 편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법칙』은 역사와 경제, 인간학과 유머가 어우러진 지적 향연을 선사한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 후추, 포도주, 정조대 같은 물건들을 주인공 삼아 ‘욕망과 경제가 교차하는 중세 유럽의 역사’를 펼쳐 보인 치폴라는, 후반부에서 일군의 어리석은 사람들에 대한 웃지 못할 이론을 소개한다. 인류에게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손실을 초래한 어리석은 인간들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왜 우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파괴적 힘을 과소평가할까? 어리석은 사람들은 어떻게 활기찬 문명을 파멸로 이끄는가? 기발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유머로 통찰하는 ‘치폴라식 인간학’의 정수.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부조리와 불의가 판치는 현실을 버텨내는 긍정의 주문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Allegro Ma Non Troppo). 이 낯선 이탈리아어는 ‘빠르지만 너무 지나치지는 않게’ 또는 ‘즐겁지만 너무 지나치지는 않게’라는 의미의 음악 용어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저명한 경제사가 카를로 M. 치폴라에게는 유머와 익살로 가득한, ‘농담 같지만 농담은 아닌’ 치폴라식 인간학의 기저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법칙』은 치폴라가 영어로 쓴 두 편의 짧은 글을 모은 책으로, 그가 자신의 친구들을 위해 한정판으로 출간했다 생각지 못한 인기를 얻자 이탈이아에서 정식으로 출판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 소개되었는데, 이번에 이탈리어판을 저본으로 삼아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치폴라는 전작인 『스페인 은의 세계사』에서 스페인 침략자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은을 약탈하면서 촉발한 근대 유럽 세계를 다루었듯, 이 책의 첫 번째 글 「중세 경제 발전에서 향료(특히 후추)의 역할」에서 로마제국이 몰락하면서 시작된 중세 시대의 방대한 유럽사를 ‘후추’라는 소재로 단숨에 요약해버린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역사를 풀어나가는 치폴라의 방식은 짓궂기 짝이 없다. 치폴라식 농담과 익살이 군데군데 개입하면서 독자들은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치폴라의 농담인지 헷갈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세판 시트콤처럼 웃음과 유머가 가득한 역사의 장면 장면들을 속도감 있게 지나다보면, 어느새 역사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가설에 대한 치폴라의 유쾌한 비판을 만나게 된다.

 

후추에 탐닉한 은자 피에르, 십자군을 일으키다

치폴라는 자본주의 탄생에 대한 북유럽 중심의 서사를 경쾌하게 비판하며 자본주의 기원을 중세로 당겨온다. 그가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은 무대는, 로마제국의 멸망과 바이킹의 침략으로 황폐화되었던 중세 유럽이 기운을 차리고 새롭게 팽창한 두 번째 밀레니엄의 초입이다.

폭력이 난무하고 동방과의 무역은 쇠퇴 일로를 걷던 중세 암흑기, 은자 피에르가 프랑스에 살고 있었다. 후추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마음껏 먹을 수 없다는 좌절감을 견디다 못한 그는 성지를 이슬람교도들의 억압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동방과의 교통로를 다시 열어 새로이 후추를 유럽에 공급하고자 십자군 운동을 일으킨다.


십자군의 고달픈 원정의 끝에는 다행히(?) 이슬람교도들의 패배가 기다리고 있었고, 서양인들 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상업에 특출한 재능을 지닌 이탈리아인들 덕분에 후추 무역은 팽창 일로를 걸었다. 후추 소비 증가로 성적 활력이 늘어난 남성들은 아름다운 여성들과 어울렸으나 십자군 원정을 떠날 때 남편들이 채워놓은 정조대가 문제였다. 그들이 정조대를 풀 열쇠, 그리니까 철 제작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유럽의 야금업’이 발전했다. 서유럽에서 갑자기 대장장이를 뜻하는 성씨(스미스, 슈미트, 페라리, 페레로, 파브르, 르페브르 등등)가 늘어났고, 야금업에 지속 가능한 팽창 국면이 도래했다. 후추가 이끈 이 기상천외한 역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역사 이야기

후추는 그 자체가 화폐처럼 거래되었고 금융업을 발전시켰다. 상인들은 고리대금업으로 돈은 많이 벌었지만 양심에 가책을 느껴 교회와 수도원에 막대한 헌금을 냈다. 이 돈은 즉시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 주교와 수도원장들은 엄청난 현금을 대성당과 수도원을 짓는 데 사용함으로써 유럽 경제에 ‘승수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인구가 증가했고 1인당 소득은 더 빨리 증가했다. 후추와 포도주와 정조대의 연쇄 작용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영국의 양모 산업에, 정복왕 윌리엄의 영국 침공에, 흑사병과 백년전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후추’의 동력이 이끌었던 한 시대가 한순간 종언을 고한다. 백년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돈을 피렌체 상인들에게 빌렸던 에드워드 3세가 파산을 선언한 것이다. “피렌체인들에게 이 손실은 엄청난 재앙이었다. 사업 세계에서 영국 신사를 믿을 수 없다면 젠장, 누구를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영국 왕의 파산으로 피렌체인들이 상업과 은행업을 포기하고 회화와 시에 관심을 돌려 르네상스가 시작되었고, 중세가 끝났다는 치폴라의 익살스러운 재담에 진지한 독자들은 아연실색할 법하다. 하지만 그 행간에는 막스 베버가 정식화한 “근대 자본주의의 프로테스탄트적 기원”이라는 북유럽 중심의 역사 해석에 대한 치폴라식 태클이 숨어 있다. 프로테스탄트가 나타나기도 전에 이미 중세 이탈리아에서 자본주의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어리석음으로 가득한 인간 세계를 통찰하다

치폴라의 독창적이고 위트가 번득이는 아이디어는 두 번째 글인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법칙」에서 작정한 듯 분출된다. 치폴라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변치 않는 진리, 즉 어리석은 인간들이 세상에 끼치는 해악에 대한 언설로 포문을 연다.

“어리석은 인간”들이란, 다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치면서 자기 자신도 손해를 입는 사람들을 말한다. 치폴라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언제나 어느 사회나 일정한 비율로 존재하며(심지어 엘리트나 교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리석지 않은 사람들은 언제나 어리석은 인간들의 잠재적 파괴력을 과소평가한다고 일갈한다. 

치폴라는 어리석지 않은 사람도 크게 세 부류로 나눈다. 첫째, 현명한 사람은 자신과 타인에게 모두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다. 둘째, 순진한 사람은 자신은 손해를 보지만 타인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다. 셋째, 영악한 사람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만 자신은 이익을 보는 사람이다. 윤리적인 가치 판단을 떠나서 본다면, 순진한 사람과 영악한 사람은 사회 전체의 이익과 손실의 증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에게서 타인으로, 타인에게서 자신으로 이익을 이전시킬 뿐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사회의 이익을 전체적으로 파괴하는 사람으로, 치폴라식으로 말하자면, “지상에서 가장 위험한 유형의 개인”이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특유의 비합리성 때문에 예측이 불가하여 대처가 어려우며, 그들과 거래하거나 관계를 맺는 것은 틀림없이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고 불쑥 나타나 기습 공격을 감행하며, 프리드리히 실러가 말했듯이 “어리석음 앞에서는 신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다”.

 

어리석은 인간들에 의해 나라가 파멸된다 “농담 아닌 농담”

이런 어리석은 자들은 교육과 사회 환경에 상관없이 어느 집단에서든 일정한 비율로 나타나며, 고대와 중세, 근대 혹은 현대 등 시대를 가리지도 않는다. 여기서 치폴라의 역사학자로서의 드라이브가 결론을 향해 나아간다. 번영하는 사회나 쇠퇴하는 사회 모두 어리석은 자의 비율은 똑같다. 보통 번영하는 나라는 현명한 사람들이 어리석은 무리를 통제하는 동시에, 진보를 보증할 만큼의 충분한 이익을 자신과 타인들에게 창출해낸다. 그러나 어떤 계기에 의해 순진한 사람과 영악한 사람들이 어리석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어리석은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특히 엘리트들이 그렇게 변질되면) 그 사회는 쇠퇴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가진 파괴적 힘이 불가항력적으로 강화되고 나라는 파멸로 치닫는 것이다. 치폴라가 유머라는 형식을 빌려 우리에게 전하는,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닌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뼈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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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카를로 M. 치폴라

런던정경대학(LSE)과 소르본대학교에서 유럽의 경제와 역사를 연구한 대표적인 이탈리아 경제사학자이다. “자신의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경제사가”였고, 1995년에는 “동료 학자들에게 혁신 정신의 귀감이 된 역사학자”로서 발잔상(Balzan Prize)을 받았다.

그는 ‘서구의 발흥’, 특히 고대에서 근대로의 이행 과정으로서 중세에 대해 연구하면서, 유럽 문명의 연속성과 근대 유럽의 경제성장을 인구, 상업, 지식 등 장기적인 역사적 전환의 복합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했다. 1959년부터 1980년대 초까지 미국 버클리대학교 교수로 재직했고, 1991년 정년 퇴임할 때까지 이탈리아 피에졸레의 유럽대학교와 피사고등사범학교에서 가르쳤다. 경제사 분야에서 국제적 명성을 얻으면서 영국 왕립역사학회, 이탈리아 린체이아카데미,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등의 회원이 되었다. 『스페인 은의 세계사』(1996년), 『대포, 범선, 제국』(1965년), 『시계와 문명』(1967년), 『중세 유럽의 상인들』(1994년) 등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옮긴이 장문석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 토리노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이탈리아 근현대사를 전공하고 있다. 현재 영남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자본주의 길


들이기』(2016년), 『국부의 조건』(2012년, 공저), 『근대정신은 어떻게 탄생했을까』(2011년), 『민족주의』(2011년), 『파시즘』(2010년), 『피아트와 파시즘』(2009년), 『민족주의 길들이기』(2007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파시즘의 서곡, 단눈치오』(2019년), 『현대 유럽의 역사』(2017년), 『스페인 은의 세계사』(2015년), 『래디컬 스페이스』(2013년), 『제국의 지배』(2012년), 『만들어진 전통』(2004년, 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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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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