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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북스의 책/인문

[자유의 법] -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로 보는 자유의 역사

자유의 법

로널드 드워킨 지음 | 이민열 옮김 | 612쪽 | 22,000원


법철학의 대가 로널드 드워킨이 말하는 헌법과 자유

법이 자유를 보호할 때 사회는 더욱 민주적일 수 있다.  


국가가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왜 위헌일까? 언론은 반드시 모든 사실을 확인한 후 보도해야만 하는 것일까? 국기를 불태우는 행위는 허용될 수 있을까? 포르노그래피는 금지되어야 할까? 왜 대학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연구를 한다는 이유로 학자를 해고할 수 없는 것일까? 시민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하는 것일까?

『자유의 법』은 ‘법철학의 거두’ 로널드 드워킨이 이러한 물음들에 대해 ‘자유’의 관점에서 일관되고 성실하게 답한 책이다. 로널드 드워킨은 ‘평등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 사상’을 주창한 미국 법철학계의 최고 석학으로, 존 롤스의 뒤를 이어 영미권을 대표하는 자유주의 법철학자로 꼽힌다. 드워킨은 추상적 헌법 원리와 구체적인 소송 사건을 연결 지어 탁월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정평이 높다. 이 책 『자유의 법』에서 드워킨은 20세기 후반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이루어졌던 중요한 판결을 다루면서, 법이 자유를 보호할 때 민주주의가 더욱 강건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로 보는 자유의 역사

미국 헌법과 대법원 판결의 역사는 인간의 자유와 권리가 확대되어가는 역사였다. 특히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은 낙태, 안락사, 포르노그래피, 인종 평등, 언론의 자유 등 치열한 철학적 쟁점과 인간 현실이 법을 매개로 만나는 영역이다.

연방대법원이 헌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미국인들의 권리와 삶이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일부 정치인과 학자들은 이를 비선출직인 ‘판사들에 의한 민주주의 권력의 찬탈’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보수주의자들은 법원의 사법 심사권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낙태와 안락사, 인종 문제에 관해 대법원이 내린 자유주의적 판결을 뒤집으려고 끊임없이 시도했다. 또한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포르노에 대한 금지를 열정적으로 추진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에 나섰다.

그러나 드워킨은 연방대법원에서 중요한 판결이 있을 때마다 이를 논평하는 글을 쓰면서, 일각에서 요구하는 ‘자유의 제한’에 대해 반대했다. 그는 생명,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 등 여러 쟁점들이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논의될 때 항상 정공법으로 논변을 펼쳐 자유를 옹호한 자유의 수호자였다.

 

판사들은 민주주의의 수호자인가 찬탈자인가?

이 책에서 저자가 진지하게 대결하는 한 가지 주제는, 헌법을 해석하는 판사들의 권한(사법 심사권)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다. (인민이 선출한)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을 비선출직 판사들이 위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사법 심사는 민주주의에 대한 사실상 찬탈 행위나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레이건과 부시 같은 보수주의 대통령들은 낙태와 같은 사안에서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자유주의적인 판결들을 내린다고 불만을 표했다.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판사 자신의 도덕적 확신을 다수 공중에게 부과할 수 있는 절대적 권한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판사들로부터 권력을 회수해 인민에게 되찾아줄 것을 약속했다.



드워킨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적극 반박하면서, 다수가 원하는 것을 관철하는 다수결민주주의의 관점이 아니라, 시민의 평등한 지위를 전제로 하는 입헌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보자고 제안한다. 입헌적 관점에서는 개인의 헌법적 권리를 지켜내는 법원의 권한이 전혀 민주주의와 배치되지 않는다. 판사들은 민주주의의 적이 아니며, 법원은 사법 독재 기구가 아니다. 오히려 법이 자유를 수호할 때 사회는 더 민주적일 수 있고, 시민은 공동체의 진정한 구성원이 될 수 있다. 


도덕적 독법: 헌법 해석의 원리와 통합성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헌법을 해석하는 문제에 있어서 헌법을 입안한 사람들의 ‘본래 의도’에 맞게 해석해야지 도덕적 원리에 근거해서 판사들이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드워킨은 법은 도덕과 분리되지 않고 합체되어 있으며, 판사가 헌법을 해석할 때 도덕적 원리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는 “도덕적 독법(moral reading)”을 주창했다. 도덕적 독법은 정치적 도덕을 헌법 해석의 심장부로 끌어들인다.

예를 들어 미국 공립학교에서 인종 분리를 위헌으로 규정한 브라운 판결(1954년)은, 흑인의 평등한 권리 보호를 위해 제정된 수정헌법 14조를 도덕적 독법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헌법 입안자들의 원래 의도는 인종 분리 학교를 금지하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의 판사들은 이 헌법이 갖고 있는 도덕적 원리를 적용하여 해석했으므로 인종 분리 학교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도덕적 독법이 판사 자신의 도덕적 견해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도덕적 독법은 판사들에게 그들 자신의 양심의 속삭임이나 자신의 계급이나 분파의 전통을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드워킨에 따르면, 원리에 따른 헌법 해석은 어디까지나 헌법의 ‘통합성’에 맞게 규율되어야 한다. 헌법은 그것이 설계된 전체적인 구조와 과거 헌법 해석의 지배적인 방향과 일관되게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도덕적 독법은 도덕 원리에 따라 헌법을 해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 전통의 역사와 통합성이라는 제약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드워킨은 강조한다.

 

생명 윤리, 표현의 자유, 적극적 조치

이 책은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제기된 거의 모든 헌법상의 큰 쟁점들을 논한다. 1부 <삶, 죽음, 인종>에서는 낙태를 중심으로 생명과 죽음에 관한 헌법적 권리와 쟁점을 다룬다. 여기에는 안락사와 프라이버시,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 등이 포함된다. 2부 <표현, 양심, 성>에서는 주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쟁점들이 다루어진다. 언론의 자유와 검열, 포르노그래피를 둘러싼 논쟁, 그리고 학문의 자유가 왜 표현의 자유로 포괄되지 않는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지를 논한다. 3부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들―위대한 판사들과 자질이 부족한 판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도덕적 독법에 반대하는 논변들이 얼마나 근거가 없으며 조야한지 설명한다. 이 책 『자유의 법』은 거장의 통찰을 통해 자유에 관한 심층적이면서도 통합적인 사유의 길로 독자들을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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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로널드 드워킨(Ronald Dworkin)

‘평등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 사상’을 주창한 미국 법철학계의 최고 석학으로, 존 롤스의 뒤를 이어 영미권을 대표하는 자유주의 법철학자로 꼽힌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옥스퍼드대학교 법학과와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뉴욕 소재 유명 로펌인 설리번앤드크롬웰에서 근무하다가 예일대학교 로스쿨에서 강의한 것을 계기로 학계로 진출했다. 1969년 스승이었던 허버트 하트 교수의 후임으로 옥스퍼드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되었으며, 이후 런던대학교와 뉴욕대학교에서 가르쳤다. 자신의 스승이자 법실증주의 거두 하트에 반대하면서 ‘통합성으로서의 법’을 주장하는 일련의 논문과 책을 발표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다른 법철학자들과 평생의 논쟁을 마다하지 않고 치러냈으며, 20세기 후반 법철학의 거두 중 하나가 되었다. 2013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이 책『자유의 법』은 드워킨이 자신의 법철학 이론을 헌법 해석에 적용한 ‘도덕적 독법’으로 구체적인 헌법적 쟁점을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다. 주요 저서로 대표작인 『법의 제국』을 비롯해 『법복 입은 정의』, 『법과 권리』, 『자유주의적 평등』, 『생명의 지배 영역』,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정의론』, 『신이 사라진 세상』 등이 있다.

 

옮긴이 이민열(이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 교수이자 변호사이며 시민교육센터 대표이다.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본권 제한 심사에서 공익의 식별」, 「가치와 규범의 구별과 기본권 문제의 해결」, 「기본권 보호 의무의 구조와 보호권」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 『철인왕은 없다』, 『중간착취자의 나라』, 『법학방법론』(공저), 『삶은 왜 의미 있는가』, 『기본권 제한 심사의 법익 형량』,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이것이 공부다』, 『너의 의무를 묻는다』, 『철학이 있는 콜버그의 호프집』, 『탈학교의 상상력』, 『학교를 넘어서』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법복 입은 정의』,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사치 열병』, 『이반 일리히의 유언』, 『포스트민주주의』, 『계급론』, 『성장을 멈춰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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