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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북스의 책/인문

[인생을 바꾸는 탐구 습관] - 책읽기, 글쓰기, 공부도 전략이다!


인생을 바꾸는

탐구 습관

이민열 지음 | 224쪽 | 12,800원



책읽기, 글쓰기, 공부도 전략이다
탐구를 위한 삶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지식의 늪에 빠지지 않고 지식의 바다를 항해하는 법


바쁜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탐구할 수는 없을까? 때때로 책을 펼쳤다가도 금세 휴대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 더 익숙한 현대인들. 이제는 책을 잡는 것조차 어색하다면, ‘탐구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법학자 이민열 교수가 쓴 <인생을 바꾸는 탐구 습관>은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배움에 목마른 성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공부법을 제시한다. 무조건 ‘열심히’ 읽고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책 읽기, 글쓰기, 공부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탐구’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탐구란, 살면서 맞닥뜨리는 중요한 문제들을 우리가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우리의 이해와 행위가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뜯어보는 체계적인 활동이다. 이 책은 좋은 탐구 습관을 만들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과 연장통을 제공한다.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 




반성 없는 확신 vs 정당화되는 앎

인생에서 중요하거나 복잡한 문제를 다룰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성 없는 확신’이 아니라 ‘비판적 숙고’다. 숙고란 문제의 해결책이나 선택지로 무엇이 있는지 뜯어보고, 그것들이 타당한 이유들에 의해 강력하게 지지되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또한 비판적 숙고는 혹시 잘못된 자료나 추론을 옳은 것이라고 그릇되게 믿지는 않았는지 한층 더 깊이 조망하여 검토하는 사고다.

비판적 숙고는 그저 ‘열심히’ 생각해보는 것과는 다르다. 잘못된 자료와 추론으로 열심히 숙고해봤자 잘못된 확신만 강화된다. 만약 비판적으로 숙고하지 않는다면, 이는 인생을 우연에 맡기는 것과 같다. 지금 내가 우연히 확신하는 믿음이 반드시 참이라는 보증은 없기 때문이다.


반성 없는 확신은 어리석음으로 가는 길이다. 어리석음은 단순한 무지와는 다르다. 플라톤에 따르면, 단순한 무지는 그저 알지 못하는 것이며, 이는 인간 실존의 한 부분이다. 알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면,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시간을 들여 지식을 이해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탐구 공동체의 견해를 참조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리석음은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여기는 것이다. 앎 없는 확신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받아들인 개념에 우겨넣는 방식으로 사유를 외주화하고, 자신은 게을러진다. 이미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에 합치되는 말만 듣기 좋아하며 따르는 사람은 끝없이 자신의 인식적 입지를 훼손하다가 종국에는 어리석음에 닿을 수밖에 없다. 

 

탐구하는 삶

반성 없는 확신이 아니라 정당화되는 앎을 지향하는 활동을 ‘탐구’라 부를 수 있다. 탐구란 기존의 믿음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더 나아가서 자신이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논증하며 답을 얻는 지성적 활동이다. 물론 인간이 탐구에 진력한다고 해도 진리는 인간의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탐구하는 사람은 적어도 타인의 속임수와 우연의 장난에 휘둘리지는 않는다. 거짓 신념들에 무력하게 당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리하여 삶과 세계의 문제를 그 무게에 맞게 받아들이며 경박하게 다루지 않는다. 탐구하는 사람에게는 매일매일 습관으로 벼려내는 지성의 날이 있다. 



모든 고차적이고 복합적인 일들이 그렇듯이, 탐구 역시 전략이다. 문제에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구조화하고, 풀고, 공유하는 데 효과적인 습관을 생활 속에 뿌리내리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이 책은 탐구의 습관화를 시도할 때 쓸 수 있는 연장통을 제공한다. 탐구자가 필요에 따라 쓸 만한 연장들, 즉 책읽기, 글쓰기, 습관 만들기에 대한 조언이 담겨 있다.


작은 몰입에 성공하기

공부를 시작할 때, 또는 중단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지루함과 난해함은 공부나 과업에서 도피하고 싶게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끝없이 휴대폰을 들어 만지작거리고 인터넷 창을 띄우게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저자는 탐구에 적합한 새로운 습관을 들일 것을 제안한다. 나쁜 습관에는 다른 습관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공부나 일을 시작하려는데 마음이 분산될 때 가장 손쉬운 대처법 중 하나는 눈감기다. 눈감기는 휴대폰, SNS, 게임 같은 즉각적인 도피처로 바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마음을 이완시켜준다. 공책 쓰기도 추천한다. 자유롭게 쓰고 그릴 수 있는 공책은 과업을 분석하고 구조화하고 단순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주된 일(주건) 외에 하나의 일(부건)을 더 정해 병행하면서 하는 방법도 있다. 기분 전환을 통해서 주건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것은 실시간으로 두 개 이상의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과는 다르다. 작은 몰입에 성공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점차적으로 몰입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생활 방식을 만들어가야 한다.   

 

장기, 중기, 단기 계획 세우기

일기를 쓰면 장기, 중기, 단기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장기 계획은 몇 가지 기획의 성취가 합해져 하나의 커다란 성취가 발생하는 1년 이상의 기간을 필요로 하는 계획이다. 중기 계획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몇 주 또는 몇 개월의 기간이 요구되는 계획을 가리킨다. 단기 계획은 일주일 이하의 기간과 매일매일의 계획이다.

장기 계획은 쏘아 맞혀야 하는 목표라기보다는 잠정적 궤도를 알려주는 대체적인 방향이다. 중기 계획은 정한 일을 꾸준히 실행하다보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다. 계획은 자신의 실행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세워야 한다. 시험 합격이나 승진과 같은 외적인 사건들을 포함하는 것은 중기 계획이 될 수 없다. 또한 단기 계획을 짤 때는 기계적으로 양을 할당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계획이 아니라 구속복에 불과하다. 단순하고 기계적인 계획은 결코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은 의무로 주어진 것, 고정되어 융통성이 없는 것, 기계적인 것을 하기 싫어한다. 



단기 계획이 실패해서 무너지면 무계획 상태가 된다. 그날그날 외부의 사정에 몰려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만 눈앞에 놓고 그것들을 해내기에 급급한 삶이 된다. 그러면 그 순간 가장 주의를 끄는 것들에 휘둘리기 쉽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이 모자라게 된다. 이러한 삶은 ‘분주한 무기력에 빠진 삶’이다. 세네카에 따르면 이러한 삶을 사는 사람은 “반쯤만 살아 있는 것이며”, “자기 인생의 주인 노릇을 한다고 할 수 없다”.
 

지식을 모듈화하기

탐구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을 ‘모듈화’하는 것이다. 모듈화란 지식을 하나의 덩어리처럼 뭉쳐서 그것을 자신의 창조적인 작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부품화하는 것이다. 모듈화는 선학자의 탐구가 타당한지를 검토한 후, 타당한 한도에서 자신이 풀려고 하는 문제의 해결에 적합한 형태의 장비로 만들어놓고 연습하는 것이다.

모듈화의 대표적인 예로는 논증적 요약을 들 수 있다. 선학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논거들을 그 논리적 결합 관계를 고려하여 요약한다. 또한 선학자의 논의에 대한 여러 비판들을 점검한다. 이런 방식은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피하게 해준다.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는 이러한 점검 과정이 포함된 모듈화를 거치지 않고 선학자의 결론만을 떼어내 추종할 때 생긴다.

지식을 부지런히 모듈화해서 새겨두면, 나중에 행운이 찾아온다. 어떤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모듈로 풀 수 있는지 아닌지 알아챌 수 있고 체계적으로 풀 수도 있다. 모듈화를 하다보면 훨씬 더 혁신적인 자기만의 모듈을 만드는 능력 역시 발전한다. 



이런 모듈화를 부지런히 하는 것이 탐구의 왕도다. 절도 있는 탐구 생활이란, 보고 나면 산산이 흩어질 자료들을 ‘열심히’라는 강박 아래 들입다 먹어치운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런 강박에 쫓기다보면 모래로 집을 지으려는 사람과 비슷해진다. 모듈화 작업은 탐구자에게 일상이 되어야 한다. 탐구자는 지식의 늪에 빠져 망각 속에 허우적거리지 않고 모듈로 명쾌하게 매듭을 지으며 더 큰 문제 해결을 예비하며 지식의 바다를 항해한다.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기

이 세상의 지식은 거대한 규모의 천체를 둘러싸고 있는 액체와도 같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빠른 속도로 그 표면만을 훑는다고 해도, 그것의 극히 일부의 일부조차도 접하지 못하고 우리는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다. 유한한 시간과 정력의 한계 때문이다.

엄청난 양의 지식은 늪이 될 수도, 바다가 될 수도 있다. 늪에 들어서면 다리가 푹푹 빠지기만 한다. 이것저것 주워섬기듯 지식을 접하는 사람은 어느 지점에서 깊이 빠져 실질적인 것을 아무것도 더하지 못한다. 반면 늪이 아닌 대양에서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수 있다. 그 항로를 탐험함으로써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고 유용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으며 종국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대륙에 도착할 수 있다. 



누군가는 늪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자신이 쥐고 있는 모래알 더미를 세상을 향해 던지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짐짓 위장한다. 문제 설정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탐구의 핵심은 진정으로 흥미로운 문제를 포착하고 그것을 제대로 풀 수 있는가이다. 변죽을 울리는 정보들을 곁들여서 늘어놓는 것은 탐구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탐구의 결과물들은 어떤 문제를 풀려는 노력의 결정체다. 지식의 늪에 빠지는 사람들은 나침반에 되는 자신의 질문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숲을 보지 않고 수많은 나뭇잎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모듈을 만들지 않고 막연한 인상들만 켜켜이 쌓는다.

일본의 문인 나쓰메 소세키는 “우선 전반적으로 정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동서고금 수천 년의 서적을 독파하려고 계획하는” 청년들에게 조언한다. “그렇게 하면 백발이 돼도 끝내 전반적으로 정통할 시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부지런히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자력으로 문제를 설정하고 스스로 문제를 푸는 활동을 중심에 놓고, 선학자의 글은 이 활동에 도움을 주는 자료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삶을 단순화하기

탐구자는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진리의 영역에 큰 기여를 했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인생을 단순화했던 사람들이다. 칸트, 뉴튼, 다윈, 디렉, 에어디쉬, 롤스와 같은 거인들은 모두 단순화된 일상에 따라 생활했다. 그들의 생활상을 보면 거의 한결같이 매일매일이 고도로 단순화되어 있다. 탐구하는 삶을 위해서는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것은 제거하고 마음의 평정 상태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단순화의 기예는 선택과 집중, 포기를 동반한다.

단순한 삶의 정신은 자신이 중심으로 삼은 가치와 결부된 ‘수행’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수행에 속하는 것은 자신이 주도하는 영역에 있는 것이오, 수행에 속하지 않는 것은 나와 관련은 있지만 내가 주도하는 영역이 아닌 것이다. 오늘 내가 무엇을 할지는 수행에 속한다. 그러나 그 일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는지 여부는 수행에 속하지 않는다. 내가 주도할 수 없는 것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오직 나의 수행만을 생각하고 몰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자신이 삶을 주도한다는 감각은, 큰 그림을 확고하게 그려두고 현재의 성취가 어디까지 왔는지 강박적으로 자주 돌아보는 것에서 오지 않는다. 큰 그림은 방향을 설정할 때만 고려하고 평소에는 작은 그림들을 차례로 완성해나가는 것을 염두에 둘 때 주도적인 느낌은 오히려 더 확고해진다. 이런 감각이 일단 자리를 잡으면, 탐구를 비롯해 인생의 가치 있는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순전한 괴로움이 아니게 되며, 그 일이 언제 완수될까 노심초사하는 일도 없게 된다. 자신의 사정과 기질에 맞는 도구를 가지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탐구의 기쁨이 충만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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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민열 (이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 교수이자 변호사이며 시민교육센터 대표이다.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본권 제한 심사에서 공익의 식별」, 「가치와 규범의 구별과 기본권 문제의 해결」, 「기본권 보호 의무의 구조와 보호권」, 「국가 완전주의 쟁점과 법해석」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 『철인왕은 없다』, 『중간착취자의 나라』, 『법학방법론』(공저), 『삶은 왜 의미 있는가』, 『기본권 제한 심사의 법익 형량』,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이것이 공부다』, 『너의 의무를 묻는다』, 『철학이 있는 콜버그의 호프집』, 『탈학교의 상상력』, 『학교를 넘어서』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자유의 법』, 『법복 입은 정의』,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사치 열병』, 『이반 일리히의 유언』(공역), 『포스트민주주의』, 『계급론』, 『성장을 멈춰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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