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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북스의 책/사회과학

[사명이 있는 나라] - 미래를 위한 세 가지 키워드: 녹색전환, 혁신국가, 평생배당

 

사명이 있는 나라

 

미래를 위한 세 가지 키워드: 녹색전환, 혁신국가, 평생배당

오준호 지음 | 208쪽 | 11,000원

 

 

국가는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가?

우리에겐 불가능한 일을 해낼 국가가 필요하다

탈탄소 경제, 하이테크 혁신국가 그리고 전국민 평생배당

 

기후 위기, 미중 패권 경쟁,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3대 위기에 봉착한 한국 사회에 대전환의 방향을 제시하는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의 담대한 제안. 저자는 오늘날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사회경제적 도전에 맞서기 위해 국가가 ‘사명 지향의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이나 기업이 근시안적 시각과 지평의 한계 때문에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때 장기적 관점을 가진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달에 보낸 ‘아폴로 프로젝트’의 사례처럼 국가가 사명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할 때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이뤄낼 수 있다. 저자는 국가 주도의 과감한 투자로 전환재정 1000조 원을 마련하여 우리가 당면한 위기들을 대담하게 극복하자고 제안한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에너지와 경제의 녹색전환을 이루어내고, 글로벌 기술혁신 국가의 기초를 다지며, 온 국민 평생배당(기본소득)으로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에 대처하자는 것이다.

 


아폴로 프로젝트: 사명감을 지닌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냉전이 한창이던 1962년 9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텍사스주 휴스턴의 라이스대학에서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중요한 연설을 한다. “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 아폴로 프로젝트라고 명명한 최초의 인간 달 착륙 계획이었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사명감을 지닌 정부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세계에 보여준 기념비적인 사례였다. 달 착륙을 뜻하는 문샷(moon shot)은 불가능을 향한 담대한 도전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1962년 라이스대학에서 연설하는 케네디 대통령. 4만 명의 청중 앞에서 그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우리는 10년 내 달에 가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목표를 먼저 설정한 후 자원과 노력을 조직하는 사명 지향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이 과업에 단일 프로젝트로는 유례가 없을 만큼 정부 재정을 쏟아부었다. 10년 동안 전체 정부 예산의 4퍼센트인 280억 달러(2020년 가치로 2830억 달러, 약 360조 원)를 썼다. 참여 인원은 미국항공우주국, 대학, 연구기관, 민간기업을 망라하여 40만 명을 넘어선다.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기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빈곤, 실업, 인종 차별, 계급 갈등 같은 문제가 미국에 산적해 있는데 달에 사람을 보내는 일에 돈을 써야 하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아폴로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인류의 시야와 지식은 지구 너머로 크게 확대되었다. 또한 프로젝트와 연관하여 수많은 과학기술적 혁신이 일어났다. 컴퓨터 소형화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대표적인 예다. 추진로켓, 전자장비, 자동항법시스템, 생명유지장치, 무선통신장치, 소형 카메라, 물정화장치 등이 최초로 개발되거나 기존 제품의 혁신을 거쳐 출현했다. 불에 잘 견디는 피복 소재도 주요 혁신 중 하나이며 수많은 소방관들의 목숨을 구했다.

 

정부의 대규모 투자는 기술혁신과 경제발전의 원동력

아폴로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사명감을 지닌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낸 대표적인 사례였다. 또한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여 엄청난 기술혁신을 이룬 예이기도 했다. 이러한 혁신은 민간경제의 성장에 커다란 원동력이 되었다. 기업이 정부보다 기술혁신에 적극적일 거라는 통념과는 달리 민간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많은 자금이 드는 신기술 개발을 주저한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시장에 뛰어드는 일도 꺼려 한다. 이럴 때 정부의 투자는 위험을 공적으로 떠안으면서 새로운 시장을 여는 마중물이 된다. 국가는 사명을 가진 투자자 또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 구실을 함으로써 민간자본을 그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혁신의 ‘스케일업(scale-up)’을 이뤄낼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역사도 사명을 가진 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다. 한국의 놀라운 경제발전과 기술 성장은 “돼지털에서 디지털”로라는 말로 요약된다. 정말로 1960년대 초까지 돼지털은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 중 하나였다. 한국은 농업에서 경공업으로, 중화학공업으로, 디지털산업으로 산업고도화에 성공했기에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기술 성장의 역사는 다른 개발도상국과 패턴이 다르다. 개발도상국들이 일반적으로 따르는 단계를 한국은 건너뛰며 성장했다. 예를 들어 중화학공업이나 반도체산업으로의 진출에서 정부는 초창기에 막대한 지원을 해주어 이러한 단계 뛰어넘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한국 정부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공공 자본을 제공해 산업고도화를 이끌었던 것이다. 한국이야말로 정부의 “사명 지향 투자”의 성공적인 예인 것이다.

 

 

3대 위기: 기후 위기, 미중 패권 경쟁, 불평등

오늘날 한국 사회는 3가지의 커다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첫째는 기후 위기이다. 기후 위기는 거대한 생태적 재난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탈탄소 경제를 신속히 구축하지 않을 경우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경제적 위기이기도 하다. 유럽연합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목표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5년까지 100퍼센트로 높이겠다고 하며 육상풍력발전법을 제정해 10년간 추가로 국토의 2퍼센트를 풍력발전 부지로 확보하기로 하고 지자체에 부지 제공 의무를 할당했다. 미국도 전력 부문 탈탄소를 목표로 정했고 전기차 보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량도 세계 1위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세계 1위 국가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나라들이 시장에서 이득을 보는 일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유럽연합이 2026년부터 시작하는 탄소국경조정(CBAM)은 사실상 ‘탄소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은 탄소 가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니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미국도 곧 이를 실시할 계획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RE100 캠페인은 더욱 강력하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퍼센트로 생산한 전기로만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이 글로벌 기업들에 납품하려면 재생에너지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높여야 한다. 한국은 석탄, 원전, 가스 등 전통적 에너지원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나라이다. 세계적인 석학 제러미 리프킨이 한국은 좌초자산이 너무 많다고 우려할 정도다.

기후 위기는 생태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선진국들은 "탄소 사다리 걷어차기"를 준비하고 있다.

 

둘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역시 우리가 맞닥뜨린 중대한 위기 중 하나다. 미중 갈등은 유난히 기술 패권 경쟁의 성격을 띤다. 역사상 가장 빠른 기술혁신과 국제질서 변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첨단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은 범용적이어서 군사기술과 상업기술에 두루 사용된다. 기술 확보에 뒤처지면 군사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크게 불리해진다. 또 현재의 첨단 기술은 전후방으로 긴 공급망을 필요로 한다. 경쟁에서 밀리면 공급망까지 잃게 돼 독자적으로 추격하기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서로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외교 경쟁이 가열되고 있고 한국의 입지가 매우 좁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도 우리가 당면한 심각한 위기이다. 저성장, 저출생, 고령화, 빈곤 문제 등은 모두 이와 연결되어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도 불평등은 경제발전을 해친다고 했다. 인공지능 혁명을 비롯한 놀라운 기술 진보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잃게 만들고 더 많은 불평등과 빈곤을 초래하도록 해서는 안될 것이다.

 

전환 재정 1000조 원: 대한민국 대전환의 방향을 제안한다

오늘날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사회경제적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가가 ‘사명 지향의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 이 도전은 몇몇 천재 혁신가, 기업가 정신을 갖춘 스타트업,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노력에 맡겨서는 성공할 수 없다. 심각한 위기 앞에서 개별 시민이나 기업이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선택한 행동이 오히려 공동체의 장기적 이익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근시안적 시각과 지평의 한계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냥 국가가 아니라 사명이 있는 국가, 곧 ‘사명 지향 리더십’을 갖춘 국가가 등장해야 한다.

 

저자는 3가지 키워드로 대한민국 대전환의 방향을 제시하며 전환재정 1000조 원을 마련하여 대규모 투자로 위기를 넘어서자고 주장한다. 미래를 향한 3가지 키워드란 바로 탈탄소 녹색전환, 글로벌 기술혁신 국가, 온 국민 평생배당(기본소득)이다.

향후 10년간 1000조 원의 전환 자금을 마련하고, 그중 600조 원을 국가 주도로 에너지와 생산 부문의 녹색전환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600조라는 금액은 한국과 연간 전력 사용량이 비슷한 텍사스주의 사례와 비교분석하여 추정한 수치이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이지만 ‘햇빛과 바람의 나라’로 탈바꿈할 경우에 매년 에너지 수입으로 지출하는 150조 원의 외화를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지급액(2030년 기준)에 준하는 금액이다.

 

또한 저자는 1000조 원 중 300조 원은 미래 선도 기술 개발에 투자해 글로벌 혁신국가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자고 한다. 국가적 장기 과제 연구를 주도할 기초원천연구원(한국형 DARPA)을 설립하고 재정 지원과 인재 양성을 위한 법령의 제정과 획기적 규모의 공적자금 투자를 단행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술적인 측면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해 ‘대체 불가 국가’로서 강대국과 당당히 협상하고 경쟁하는 나라가 되자고 한다. 한국이 글로벌 기술혁신 국가가 되어 미중 패권 경쟁에서도 자율적인 외교 공간을 확보하고 정직한 매개자(honest broker)가 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100조 원을 출발 자금으로 삼아 국민부펀드를 만들고 매년 펀드 자금을 100조 원씩 증액하여 ‘온 국민 평생배당 사회’를 열자고 주장한다. 국민부펀드를 통해 우리는 공유부(共有富) 수익의 평등한 배당으로서 기본소득의 이상을 현실화할 수 있다. 공유부는 전통적으로 토지, 천연자원, 대기와 햇빛과 같이 누가 원천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공동 자원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오래 축적된 지식, 문화, 데이터 등도 집단적 기여를 통해 창조한 공동 자원으로 공유부에 속한다. 이 공유부에서 발생한 수익은 모두가 권리를 갖는 ‘모두의 몫’이다. 따라서 그 수익은 동등하게 나누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국민부펀드는 기본소득의 재원 확보 문제 중 하나인 조세 저항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토지, 천연자원, 대기와 햇빛과 같은 전통적인 공유자원 뿐만 아니라 오래 축적된 지식, 문화, 데이터 등도 집단적 기여를 통해 창조한 공동 자원으로 공유부에 속한다. 이 공유부에서 발생한 수익은 모두가 권리를 갖는 "모두의 몫"이다. 따라서 그 수익은 동등하게 나누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기본소득의 정신이다.

 

사명이 있는 나라

아폴로 프로젝트의 교훈은 정부는 먼저 목표를 정하고 조직과 시스템을 그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예산이 이만큼이니 목적을 거기에 맞게 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큰 위기의 시대에는 큰 정부가 요청된다. 사명 지향 국가는 국민과 미래를 위해 과업을 정하고 재정을 조직해야지, 재정의 울타리에 갇혀 할 일을 포기해선 안 된다. 주어진 예산 내에서만 정부가 움직이라는 주류경제학의 신조는 오늘날 세계에선 이미 철 지난 유행가 같은 것이다. 증세와 민간투자, 국채 발행을 통해서 전환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의 시대, 사회경제 전환의 과업을 즉각 시작해야 한다. 이 과업에 성공하면 우리 자신과 후손은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선진경제에서 살아갈 테고, 임무를 포기하면 선진국의 꿈을 뒤로한 채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다. 강하고 유능하며 사명을 가진 국가가 등장하거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국가로 퇴행하거나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이제 남은 것은 사명 지향 정부와 의회가 등장해 국민에게 담대한 비전을 설득하고 대전환을 시작하는 일이다. 케인스가 말했듯이 “정부가 할 일은 개인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전혀 시도되고 있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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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오준호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누구나 나답게, 기본소득 대한민국’의 슬로건을 내걸고 기본소득당 후보로 출마했다. 현재 기본소득당 공동대표,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소장,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진보정당에서 일하다가 논픽션 작가가 되었다. 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으로 활동하며 『세월호를 기록하다』를 썼고, 기본소득 운동에 참여하여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를 썼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글과 말로 노력하다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부의 미래, 누가 주도할 것인가』(공저), 『반란의 세계사』, 『평등, 헤아리는 마음의 이름』, 『소크라테스처럼 읽어라』, 『2050 대한민국 미래 보고서』(공저), 『노동자의 변호사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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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이 책은 정치 본연의 역할과 담대한 사명을 말한다. 책을 읽는 것으로도 용기가 난다. 그 용기로 변화를 일으키는 데 모두의 동참을 호소한다.

_용혜인(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이 책은 우리 사회가 가야만 하는 방향을 향해 공동체의 역량을 모으고, 협동을 조직하며, 인내자본을 만들어내는 ‘사명 지향 리더십’을 제시한다. 잊고 있던 진짜 중요한 것을 일깨워준 책이다.

_윤형중(LAB2050 대표, 정책연구자)

 

이 책은 공공성과 연대의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여러 차원에서 탐구하며 가슴 뛰는 우리의 미래를 그려낸다.

_이주희(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이 책은 기본소득 국가가 돈만 주고 손을 놓는 최소 국가가 아니라 사명 달성을 위하여 적극적 역할을 하는 국가임을 보여준다.

_강남훈(사단법인 기본사회 이사장, 한신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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