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知 - 세상 읽기2013.10.22 13:41

소말리아 해적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 왜 소말리아 어부들은 해적이 되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소말리아 해적의 탄생에 얽힌 비극적 역사와 그들의 멘털리티를 살펴봅니다. 1편보다 더욱 흥미진진합니다! 

 


 

 

▲ 아프리카의 뿔을 중심으로 점점 확대되는 소말리아 해적의 활동 범위

 

 

왜 소말리아 어부들은 해적이 되었나?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바다에 불법으로 들어오는 배들을 공격하기로 했습니다."

- 에이들, 15년 형을 선고받은 소말리아 해적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소말리아는 긴 해안선으로 인도양을 마주하고 있다. 소말리아는 처음에 어자원이 풍족했다. 그러나 1991년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소말리아는 사실상 국가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 법과 제도가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군벌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지배하는, 폭력과 전쟁, 기아로 점철된 생지옥으로 변해갔다.

 

정부가 붕괴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법의 지배가 끝났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위생과 식수 같은 사회 인프라 역시 사라졌고, 빈곤과 기아가 기승을 부렸다. 소말리아 아이들의 25퍼센트가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사망한다. 법과 질서를 갖춘 체계적인 사회는 거의 20여 년 전에 사라졌다. 여기서는 총을 가진 사람이 곧 법이다.

 

중앙 정부가 없는 틈을 타서 수많은 외국 어선들이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불법적인 조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다 건너 예맨 어부들이 출몰하면서 소말리아 어장을 노략질하기 시작했다. 곧 아무런 규제 없이 어업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세계 각지(특히 서구)에서 대형 어선들이 몰려왔다.

 

▲ 소말리아는 풍부한 어장으로 유명했다. 사진은 내전으로 폐허가 된 수도 모가디슈 거리의 상어잡이 어부.   

 

소말리아 어부들은 고갈되는 어장을 보며 절망에 빠졌다. 그들은 외국 어선들을 처음에는 위협하여 쫓아내었지만, 쇄도하는 외국 어선들의 수는 줄지 않았다. 소말리아 어부들의 폭력 수위도 점점 높아졌고 마침내 오늘날의 산업화된 해적 행위로 발전했다.

 

불법 조업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서구 선진국들은 1980년대부터 자국의 유독한 쓰레기들을 소말리아 앞바다에 무단으로 투기했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 해양 투기가 있어왔다.

 

일례로 2004년 크리스마스에 인도양을 휩쓴 쓰나미의 물결이 소말리아까지 덮쳤을 때, 소말리아 해변은 막대한 양의 쓰레기들로 뒤덮였다. 소말리아인들도, 쓰나미 피해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유엔 관계자들도 그 광경에 깜짝 놀랐다. 이것들은 다 뭐고, 도대체 어디서 온 것들인가? 그 쓰레기 더미들은 모두 서구 세계의 폐기물이었다. 소말리아 앞바다에 투기되어 해저에 가라앉아 있던 쓰레기들이 쓰나미의 충격에 의해 해변으로 밀려온 것이었다. 유엔환경계획이 펴낸 2006년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방사성 우라늄 폐기물, 납, 카드뮴, 수은, 산업 폐기물, 병원 폐기물, 화학 폐기물, 가죽 가공에 쓰이는 약품, 기타 유독성 폐기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폐기물 대부분은 컨테이너 또는 소형에서 탱크 크기까지 다양한 일회용 통에 담긴 채 그대로 연안에 버려졌다. 현지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 파괴에 대한 어떠한 고려도 없었다."

 

폐기물 처리 비용은 유럽에서 1톤에 250달러 정도지만 소말리아에서는 2.5달러 밖에 안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폐기물도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 소말리아 해안에 밀려온 유독 폐기물. 서구의 기업들은 소말리아 바다에 불법으로 폐기물을 투기하기도 하고, 소말리아 정부와 비밀 협약을 맺고 버리기도 했다.  

 

서구가 주축이 된 불법 조업과 쓰레기 해양 투기는 소말리인들이 해적 행위에 나서는 중요한 사회경제적 배경이 되었다. 여기에 내전이 지속되면서 많은 양의 무기가 소말리아로 유입되었고, 경제적으로 곤궁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찾지 못한 청년층이 인생을 건 도박으로 해적질에 가담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 행위는 바로 빈곤, 내전, 외국의 착취라는 삼중고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어부들의 몸부림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소말리아 해적을 해상에서 총으로 퇴치하는 일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총을 들고 가난과 싸울 수는 없다".

 

 

해적의 변화

 

그러나 오늘날에는 '어자원 고갈로 해적 행위를 하는 절망한 어부'라는 이미지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 현재 소말리아 어장은 물고기들이 풍부했던 옛 모습을 되찾았다. 오늘날 소말리아의 해적 행위는 어장 고갈보다는 해적 비즈니스 자체의 높은 수익률에 때문에 이루어지고 있다.

 

유엔안보리의 무기 금수 조치 감시단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쉽게 큰돈을 버는 특성 때문에 자금과 인력이 몰려들면서 해적들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바다를 떠도는 오합지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충분한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효율적으로 활동하는 중무장 범죄 조직으로 변모했다. 이들 가운데는 군사력과 자금 면에서 소말리아 당국에 필적하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조직들도 있다. 해상을 누비는 무장 집단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는 무기, 탄약, 장비 등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소말리아에는 2개의 거대 해적 조직망이 있다. 하나는 푼틀란드를 거점으로 하는 마제르텐 씨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소말리아 중부를 거점으로 하는 하바르 기디르 씨족이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해적들은 소말리아 중부를 장악한 이슬람 과격 세력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밀수업에 점점 깊이 관여하고 있다.

 

▲ 소말리아 남부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알 샤바브.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의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도 미래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용병으로 흡수하고 있다. 알 샤바브는 최근 케냐 등 인근국가에서 폭탄 테러 등을 자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변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납치 현장에 동원되는 해적들은 해적 산업이라는 거대한 장기판의 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언제고 충원되고 소모될 수 있는 보병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진짜 해적이 아닙니다. 그들은 군대로 말하자면 보병에 불과합니다. 실권도 없고 얻는 것도 많지 않은데 궂은 일만 도맡아서 하는 사람들입니다. 진짜 해적들은 엄청난 돈을 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체포하기는 어렵지요. 아주 부유한 사람들이 자금을 대고 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 행위는 거대한 사업입니다." 

- 음왕구라, 동아프리카선원지원프로그램 운영자

 

 

해적의 멘탈리티

 

소형 배트와 배짱, 약간의 무기만 있으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 젊은이들은 성공한 해적이 되는 것에 매혹된다. 성공하기만 하면 커다란 자동차를 몰고 매출 좋은 상점을 몇 개씩 운영하고 근사한 파티를 열면서 그야말로 폼 나게 살 수 있다. 해적은 가장 아름다운 여자들과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아내를 해외로 보내서 출산하게 한다.

 

"해적들은 못된 문화를 들여왔어요. 번쩍번쩍 광나는 차를 타고 와서, 돈을 긁어모으고, 떠납니다. 아이들이 그런 못된 짓에 물들까 걱정입니다."

- 압디 히르시, 해적 도시 에일의 주민

 

해적이 받은 몸값은 소말리아 지역 경제에 트리클다운 효과를 일으키며 해적 도시에 부를 쌓는다. 지역 상인들에게 해적들은 돈을 많이 쓰는 고객이기 때문에 좋다.

 

"그 사람들은 누가 좋은 차를 모고 가는 것을 보면 차 주인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얼마짜리요? 3만 달러짜리라면, 여기 4만 달러 받고 열쇠를 넘기쇼."

- 소말리아 지역 상인

 

해적은 수백만 달러의 꿈을 좇는 소말리아 특유의 '사업가'로 인식된다. 그들은 고속 모터보트와 총, 위성 전화를 사기 위해 어선을 팔고,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십여 년 동안 고기잡이로 번 돈을 모두 날리기도 한다. 위험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보상이 워낙 크기 때문에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 그들에게 합리적인 다른 대안이 없는 한 말이다.

 

"18년이나 혼란이 계속된 끝에 소말리아 젊은이들은 기회만 주어지면 무슨 일이든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해적이 되는 젊은이나 알 샤바브 민병대에 들어가는 젊은이들이 모두 그런 상황입니다". 

- 아지즈, 소말리족 케냐 기자

 

 

21세기의 해적은 언제 사라지게 될까?

   

해적 국가』의 저자 피터 아이흐스테드는 서구 사회가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것과 똑같은 엄청난 실수를 소말리아에서도 반복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은 198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이 패퇴한 뒤에, 다시 말해 공산주의의 위협이 사라진 뒤에 아프가니스탄을 혼란 속에 표류하도록 방치했다. 아프가니스탄은 피비랜내 나는 내전에 휩싸였고,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탈레반이 탄생했다.

 

▲ 1993년 모가디슈에서 발생한 블랙호크 추락 사건. 미군이 수행한 무리한 작전 와중에 미군 헬기가 추락하고, 이를 구출하러 가는 과정에서 격렬한 시가전이 발생, 미군과 소말리아 군벌 사이에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했다. 오른쪽은 영화<블랙호크다운(2001)>의 한 장면이며, 왼쪽은 최근 공개된 사건 당시의 실제 영상이다.  

 

소말리아는 아프가니스탄을 그대로 복제하고 있다. 소말리아는 1991년 이후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다. 블랙 호크 다운의 패퇴 이후 미국이 취한 불간섭 정책은 소말리아를 전쟁과 무질서의 소용돌이 속에 남겨두었고, 그로 인해 해적이라는 형태로 거대한 질병의 징후가 나타났으며, 알 샤바브라는 이슬람 극단주의가 소말리아를 접수하기 좋은 상황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국제 사회가 마치 미봉책처럼 해상에서 해적을 퇴치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해적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은 소말리아 그 자체이다. 따라서 국제 사회는 소말리아에 건강한 정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해적 행위는 바다가 아니라 육지에서만 멈출 수 있습니다. 소말리아에 법과 질서를 부여할 강력한 중앙 정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 것입니다."

- 슐레이만, 해적 협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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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은 이야기가 기다립니다.

 

 

해적국가

소말리아 어부들은 어떻게 해적이 되었나

피터 아이흐스테드 지음 | 강혜정 옮김 | 미지북스 | 2011년 | 16,000원

 

소말리아 해적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동아프리카를 종횡으로 누비며 취재한 본격 르포르타주. 해적과 납치된 선원, 고향을 등진 난민, 비밀스러운 해적 후원자들, 테러리스트, 유럽연합 해군 장성 등 소말리아 해적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만나 해적 문제의 본질에 접근한 책.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적인 해운 회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해적들은 정말로 자포자기한 어부 무리일 뿐일까? 아니면 조직적인 범죄 집단일까? 해적 행위는 소말리아를 사로잡고 있는 극단주의라는 광기와 연계되어 있는 걸까?

 

지은이 피터 아이흐스테드

오랜 경력의 베테랑 기자이자 작가로,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분쟁 및 인권과 관련된 사건들을 취재하고 있다. 특히 <우간다 라디오 네트워크> 선임 편집자와 <전쟁과 평화 보도 연구소> 아프리카 담당 편집자로 활약하며 아프리카의 여러 문제들을 심층 보도해왔다. 우간다 내전을 다룬 책 『먼저 네 가족을 죽여라: 우간다 소년병과 신의 저항군』으로 2010년 ‘콜로라도 도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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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