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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知 - 세상 읽기

종교는 인간의 진화된 본성인가?

종교는 인간의 진화된 본성인가?

 

- 전 세계 및 한국의 종교 분포, 그리고 세속주의자들

 

 

 

휴머니즘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낙관주의적 기조를 갖고 있다. 그것은 자연 바깥에서 구원을 기다리는 절망의 신학이나 이데올로기를 거부한다.  - 폴 커츠

 

 

전 세계 인구의 14%만이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2010년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 unaffiliated'의 비율은 대략 16.3%, 69억 인구 가운데 11억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그렇다면 한국인의 종교 분포는 어떨까요? 지난 200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당시 한국인 중 종교가 없다('무교')고 응답한 비율은 46.9%에 달했습니다. 2천 2백만 명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단위는 퍼센트)
     


 연도 무교  불교  개신교  천주교  기타 

 1985

57.4 

19.9  16  4.6  2.1 
 1995

49.3 

23.2  19.7  6.6  1.2 

 2005

46.9 22.8  18.3  10.9 

 출처: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1985년, 1995년, 2005년.


생각보다 많은 숫자입니다. 우리 주위의 사람들 중 절반이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한 셈입니다.(다만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이 비율이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한 사실 하나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한국어판 '무교' 항목에 따르면,  특히 동유럽 및 구 사회주의 국가와 동아시아에서 '믿는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 즉 '무교'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2006년 Dentsu Communication Institute와 Japan Research Center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인의 51.8%가 무교라고 응답했고, 한국인은 36.4%였습니다.



무신론과 정교분리 


오늘날 많은 나라의 시민들이 세속화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교분리 원칙을 헌법으로 채택한 국가가 다수이며, 몇몇 나라는 '무신론'을 국가의 교리로 채택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입니다.

 

국가의 태도는 실제로 국민들의 종교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의 위키피디아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종교를 믿지 않는 국민들의 비율의 순위를 보면 중국을 포함해 과거 사회주의권 국가였던 동유럽 및 러시아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종교를 가지지 않은 16%의 인류(11억 명) 중 다수를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인의 문화 및 가치관을 고려하면 이 중 '무신론자'의 수는 더 적을 것입니다. 실제로 '믿는 종교가 없다'고 대답한 중국인 중 44%가 조상신을 믿는다고 답한 사실이 이 점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많은 중국인들이 '믿는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데는 중국 공산당 및 국가의 교리로 '무신론'을 택하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직접 특정 교리를 지정하는 것은 세속적 휴머니즘의 정신에 어긋납니다. "국교에 대한 두려움은 국가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이끌어냈고, 정교분리의 원칙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새겨졌다."(『세속적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 본문 28쪽) 무신론을 국가의 교리로 지정하는 것은 모든 종교적 활동에 대한 박해를 의미하게 됩니다. 현대 이전의 대다수 국가가 특정 종교를 국가의 종교로 지정함으로써 사상의 자유를 탄압했다면, 오늘날 중국은 오히려 '종교를 가지지 않을 자유'를 국가가 직접 미덕으로 지정하고 칭송함으로써 '종교를 가질 자유'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과 일본, 프랑스, 미국 등을 포함한 현대 국가들 중 다수가 '정교분리' 원칙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교분리란 국가의 공적 영역, 예를 들어 학교, 관공서, 행정부와 사법부 등의 영역에서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종교의 경전을 근거로 주장을 펼치거나 타인에게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정교분리는 유럽의 16세기 종교 개혁 그리고 이어진 종교 전쟁의 결과로 세속주의(secularism)가 새로운 가치관으로 등장한 이후 점진적으로 유럽 각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1791년 미국의 수정헌법 10개조의 제1조는("미 합중국 의회는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자유로운 종교 행위를 금지하거나, 언론 또는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또는 조용히 집회하고 피해를 구제받기 위하여 정부에 청원하는 인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정교분리의 원칙을 헌법에 명시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무신론과 비신론


'믿는 종교가 없다'와 '무신론'은 다른 말입니다. '종교'란 제도화된 종교로서, 하나의 조직으로 사회 안에서 기능하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교단과 성소를 갖춤으로써 체계화된 하나의 조직입니다. 이에 비해 무신론 혹은 비신론은 초자연적인 실재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인데, '무교'보다 강하고 포괄적인 태도입니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초자연적인 실재를 인정할 수 있으며, 개인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세속적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폴 커츠는 무신론(atheism)과 비신론(non-theism)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은 자연을 두 영역(자연과 초자연)으로 나누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 의심스러워한다. 그들은 전지전능하고, 자애로운 신이라는 신의 고전적 정의를 이해할 수 없으며, 신이 존재한다는 주장에 제시된 증거들이 결정적이지 못하고, 악과 신성한 정의를 조화시키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

기본적으로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은 비신론자들이다. 즉 그들은 신의 존재, 특히 인격적인 유일신의 존재를 믿기에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본다. 세속적 휴머니스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무신론자라고 노골적으로 선언하고 그러한 사실을 부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비신론과 무신론의 차이는 무신론자들이 보통 자신들을 유신론에 대한 반대자로 주요하게 정의하는 데 반해, 비신론자들은 자신들의 비신앙적 태도를 더 넓은 과학적·철학적·윤리적 관점의 일부로 간주하는 것이다. (49~55쪽)


비신론은 종교 혹은 신앙과 관련해서는 불가지론과 유사한 맥락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에 더해 "자신들의 비신앙적 태도를 더 넓은 과학적, 철학적, 윤리적 관점의 일부"로 간주하는 셈입니다. 이는 폴 커츠가 '세속적 휴머니즘'의 특징으로 든 나머지 다섯 가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과학적 연구 방법, 자연주의적 우주관, 휴머니스트 윤리, 민주주의적 전망, 전 지구적 휴머니즘이 그것입니다. 



종교는 인간의 본성인가


인류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는 것만으로도, 종교가 인간의 진화된 본성에 속한다는 주장을 반박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더구나 신뢰할 만한 설문 조사의 결과 전 세계 인구의 84%가 '종교'를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반박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그러나 『신 없는 사회』(마음산책)의 저자 필 주커먼은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시민들을 심층 인터뷰한 뒤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 사회의 종교성이 약해진 만큼 사회가 위험해진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며, 오히려 더 도덕적이고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입니다. 앞서 위키피디아에 수록된 조사가 보여주듯 스웨덴 국민 중 '믿는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46%에서 85%사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덴마크는 Eurobarometer의 2005년 조사 결과로는 19%이지만 『신 없는 사회』가 인용한 결과에 따르면 그보다 많습니다.) 또한 필 주커먼이 인터뷰한 100여 명의 스칸디나비아인들들은 대부분 어릴 적에는 종교인으로서 신앙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종교를 갖지 않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인간은 오히려 환경에 따른 적응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84%의 인류가 종교를 가지고 있고, 그보다 많은 숫자가 초자연적인 실재를 적극적으로 인정함에도 오늘날 대다수 국가의 헌법이 '정교분리' 원칙을 포함하고 심지어 '무신론'을 국가 교리로 택한 사실이 인간의 자율성을 증명합니다. 『세속적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의 부제는 '모든 인간적 가치에 대한 옹호'입니다. 인간의 보편적 조건으로서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세계에서 시작하자고 주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세속적 휴머니즘'입니다. 



 『세속적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 모든 인간적 가치에 대한 옹호 책 소개 바로 가기

 

 

2008부터 영국에 등장해 화제가 된 무신론자들의 버스 광고. "신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걱정은 그만하고 인생을 즐겨라."는 문구 옆에 무신론의 선도자 리처드 도킨스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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