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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知 - 세상 읽기

오바마 연설을 통해 본 오바마의 미국

미국의 대선이 점점 가까워 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오바마가 그의 비전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으로 생각되는, 미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의 연설을 중심으로 오바마가 생각하는 미국의 현재, 그리고 미래는 어떤 것인지 가늠해보려고 합니다. 연설은 2012년 9월 6일에 있었습니다.

 

오바마의 이번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의 연설은 이전의 연설들에 비해 한층 구체적이면서 풍부한 내용으로 미국의 현안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점은 현역 대통령으로서 강점이 드러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차기 4년에 대한 오바마와 민주당의 자신감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끔 일부 문장들, 예를 들어 롬니의 공격에 대답하는 내용들 중에 거두절미 위트 섞인 한두 마디들이 있긴 하지만, 문장 곳곳에 역사와 정치철학, 경제 이론과 국제정치 이론, 그리고 그의 지난 4년간 백악관에서의 경험이 잘 녹아 있습니다.

 

최근의 전당 대회 연설을 중심으로, 유명한 당선 인사 연설인 <Yes We Can> 연설과 취임 연설을 참고하여 일부 함께 인용하였으며, 연설문 인용의 경우 의역이 가미되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원문 링크는 글 하단 참고자료에 있습니다.

 

 

오바마와 캐치프레이즈들

 

 

오바마의 미국

 

연설에서 오바마의 말들은 “가치(value)”와 “비전(vision)”, “미래(future)”를 구체화하는 데 충실히 동원되고 있습니다. 마치 석공이 돌덩이를 떼어내어 잠재된 석상을 완성해가듯이, 점차 “우리 미국인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우리가 원하는 미국은 어떤 미국인지” 그 답을 찾아 갑니다. 그는 이번 대선이 단순히 “오바마냐 롬니냐를 고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개의 문 뒤에 있는 “두 개의 미국 중에 하나를 고르는 문제”, 즉 한 번 건너면 돌아올 수 없는 국가의 경로에 관한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는 미국인들이 2차 세계 대전 시기를 전후하여 누렸던 호시절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호시절을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고 도달해야 할 일종의 지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시절은, “한때 지구상에 존재했던 그 어느 나라들의 그것보다 두터웠고 다수였던 중산층(middle class)과 가장 번성했던 경제를 가졌던” 시절입니다. 그리고 미국을 넘어 타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를 위해 기꺼이 그러한 이념의 보루가 되어 “조부가 패튼 군대의 일원으로서 노르망디에 상륙 작전에 참가했고, 조모는 전폭기 조립 라인에서 묵묵히 복무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또 “파시즘과 대공황에 승리한 나라”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경제를 가진 나라”, “세계 최대 생산국”이기도 했던 나라였습니다. 요컨대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세계를 실현한 나라와 그 안의 시민들이었던 것입니다.

 

 

                      

주요 국가의 세계 경제에서의 GDP 비중(서기 1년~2008년)

미국은 녹색이고, 1950년대가 정점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비단 2차 대전을 전후한 시기뿐만 아니라 개척 시기, 독립 전쟁, 남북 전쟁, 투표권의 확대 등 미국 사회가 오롯이 기억하는 역사들도 고루 활용하며, 미국인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준거로 삼고 있습니다. 다만 마치 전근대 중국인들이 그리워하고 또 복원하고 싶어 했던 ‘요순의 치’처럼, 오바마는 팍스 아메리카나가 실현된 시기를 하나의 이정표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레이건식의 강한 미국을 연상시키는 구절은 없었습니다.)

 

확실히 지금 미국은 과거의 영광스러웠던 패권적 지위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 한때 40%를 넘나들던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국내 총 생산 비중(GDP)이 1950년대를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하여 (여전히 굉장하지만) 지금은 20% 중반 정도를 차지하는 시대를 살고 있고, 치명적으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의 경제 성장률은 더 참담합니다. 경제력의 위축은 국가 권력의 위축을 의미한다고 볼 때, 대외적으로도 오바마는 부시 시절의 일방주의 태도를 버리고, 지구 곳곳에 흩어진 미국의 자원을 거둬들이는 한편, 다자주의와 동맹 우호 관계의 확산을 통한 의사 관철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미국

4.1 

0.3 

2.45 

3.1 

4.4 

3.2 

3.2 

1.1 

-2.6 

2.8 

1.7 

미국의 실질 경제 성장률(물가 상승 반영한 수치)

 

이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2000년부터 10년 동안을 “잃어버린 10년(the Lost Decade)”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역시 “지난 10년”을 미국이 대공황 이후 맞은 최악의 시기로 규정합니다. 이것은 부시 정권 8년에 대한 오바마의 총평이기도 할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총평을 풀어 보자면,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벅찬 이라크와 아프간 두 개의 전쟁을 시작하고 수행 중이었고, 경제적으로 “수입에 의존한 경제, 빚에 의존한 경제”였으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정점으로 각 가정은 “집이 없어지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사업장이 문을 닫고, 의료 비용은 너무 비싼” 상황을 맞고 있었습니다. 또, 새로운 시대를 경고하는 나날이 치솟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체 에너지 산업은 지지부진 방해를 받고 있었고”, 미래를 짊어질 사회 성원을 길러내야 할 “학교 인프라는 정체하고 낡은 상태에다 지나치게 많은 학생들이 유급하고 낙오”하고 있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일방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미국은 점점 더 많은 적을 낳고 강화시키고 있었으며”, 국제적으로 국제 경찰로서의 미국이 아니라 “위협적인 국가로 인식”되기도 하고, 동맹 우호 관계가 전체적으로 삐걱거리고 있었습니다. 이것들이 일관되게 가리키는 방향은 아마도 '쇠퇴'라는 단어일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오바마가 더욱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이 땅의 사람들이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이었고, 또 “미국의 쇠퇴를 떠올리고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바마는 미국인이란 어떤 생각을 가진 집단이며 어떤 미국을 원하는지를 논하기 위해 찬란했던 '과거'를 거론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미래'의 영역으로 옮겨 놓고서 시민들에게 그곳을 향하여 "전진"하자고 말합니다. 오바마는 일종의 "국가 형성 혹은 국민 형성(nation-building)"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오바마는 시종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행간에는 꿈틀대는 야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다시 팍스 아메리카나, 혹은 미국의 르네상스, 만약 그것도 어렵다면 최소한 몰락하지 않게 하는 데 그의 시대적 사명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리고 어떤 미국을 구상하고 있을까요?

 

 

중산층에 깃발을 꽂은 정권

 

오바마는 중산층에 깃발을 꼽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오바마는 가장 화려했던 시절 미국의 번영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두텁고 다수였던 중산층”의 존재 때문이라고 믿고 있고, 현재 국력의 쇠퇴, 유지, 상승의 기로에 선 미국의 갈 길은 사활을 걸고 중산층을 살리는 데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일자리를 제공할 기업에 대한 혜택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으며, 중산층을 포함한 이하 계층을 우대하는 감세 정책을 주장합니다. 감세 정책을 좀 부연하자면, 부시 정부 당시 마련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감세 정책이 원래대로라면 당장 내년 1월에 폐기됩니다. 오바마는 이것을 연장하되 연 소득 25만 달러를 기준으로 그 이하인 중산층에 대한 혜택은 유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 이상의 부유층은 이전 부시 정권 시기에 내던 세금, 즉 클린턴 시기에 내던 소득세를 다시 내야 합니다. 중산층을 옹호하는 이런 모습 때문에, 공화당과 롬니로부터는 “세금(income tax)을 내지 않는 국민”을 방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고, So Rich So Poor 라는 책을 쓴 피터 에델만(Peter Edelman) 같은 빈곤 퇴치를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중산층에 초점을 집중한 나머지 빈곤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재임 직전과 직후 오바마 눈에 비친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실업률이 최고점 10%를 향해 치닫던, 또 그 수치의 상승에 이바지한 계층 다수가 중산층이었던 시기였음을 상기하면, 구태여 적을 만들고 비판의 모멘텀을 그들에게 안겨줌에도 불구하고 왜 그가 적극적으로 중산층을 끌어 안고자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연설에 포함한 모든 정책들은 이 “중산층” 건설을 도모하는 것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기지론이나 주식에 의존하지 않는, 가계 재무 구조의 개선을 보장하는 제조업 일자리의 창출, 한시적이지만 중산층 가정들의 재무 상태가 호전되도록 기다려주는 감세 정책에서의 우대, 중산층으로의 진입을 촉진할 교육 인프라와 인적 자원의 전면적 업그레이드와 등록금 부담 완화, 취업 교육의 강화, 몰락의 한 원인이 되었던 의료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의료보험 개혁, 주거 비용 등 각종 생활 비용을 줄이도록 돕는 대체 에너지 산업 활성화 등 정책들 면면을 따져 보면 일관되게 중산층과 그 이하 계층을 건설하기 위한 맥락에 있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경제 - 제조업 부흥의 시대를 위하여

 

오바마는 한때 미국이 가졌던 강력한 제조업의 시대를 상기하며, 다시 한 번 제조업의 부흥을 말합니다. 그는 강력한 중산층의 전제 조건이 제조업 분야에서의 일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기업들이 “더 많은 수출을 하되” 미국 안에서 생산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는 기업과 공장의 해외 이전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을 “수입에 의존한 경제, 빚에 의존한 경제”라고 규정하면서, 어떤 경제 주체든 막론하고 안일한 경제 습관에서 벗어나, 다시금 과거 강력했던 생산 기지로서의 미국의 모습을 어느 정도 회복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린 지금 다시 기본에 충실한 시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미국이 항상 해왔던 최선의 것을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공장들이 가동되기 시작했고, 우린 다시 직접 제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말이 가리키는 방향이 무엇인지는 명백할 것입니다.

 

또 단도직입적으로 그의 기업관을 드러내길, 그의 지난 4년은 “국내에 일자리를 유치하는 재계 지도자들과 일해온” 것이라고 자평합니다. 그리고 동정적인 해석을 경계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것은 우리 노동자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값싼 노동자라서가 아닙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세계 어느 곳보다 유능하며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기업들이 세계 각지에서 새로운 수백만의 고객들을 만나 제품들을 팔 수 있도록 무역 협정들을 체결해냈습니다. 그 제품들에는 하나 같이 자랑스러운 세 단어가 찍혀 있을 것입니다. 'Made in America'가 인쇄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 나라들 중에는 한국도 끼어 있습니다.

 

그는 지난 2년 반 동안 ‘제조업 부문’에서 5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자평합니다. 대략 연간 20만 개의 일자리인 셈입니다. 그리 많지 않은 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현재 미국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1% 정도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제조업의 비중.

파란색이 제조업. 붉은색은 금융 보험 부동산 렌탈리스 산업.

 

그는 정부의 기업에 대한 통제력에 관하여도 언급합니다. 공화당이 주장하는 내용처럼 “기업들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주고 낙수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세금을 거둬 “미국 안에 새로이 공장을 열고 노동자를 훈련시키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들을 보상하는” 용도로 쓰겠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말하길, “(단순히 대기업이 아닌) ‘큰 공장’들과 소상공업자들이 그들의 수출을 배가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차기 4년 동안 1백만 개의 제조업 부문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오바마 자신이 아무리 희망어린 장밋빛 미래를 말하더라도, 결국 유권자들은 오바마의 지난 4년간 경제 성적표에 대해서 말할 것입니다. 유명한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은 8월 19일 뉴스위크 기고글에서 대단히 까칠한 태도로 오바마의 경제 성적을 혹평합니다. 


"올해 초 사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은 경제의 민간 부문이 잘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분명 그렇긴 하다. 주식이 그가 취임하던 2009년 1월보다 74퍼센트나 올랐으니까. 그런데 웬걸, 민간 부문의 총 일자리 수는 2008년 1월 당시보다 430만 개나 줄어들었다... 2010년도 회계 예산을 보면 대통령은 2010년에 3.2%, 2011년에 4.0%, 2012년에 4.6%의 성장을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2010년에는 2.4%, 2011년에는 1.8%이고, 2012년에는 거의 대부분 전망이 2.3%를 넘기 어려울 거라고 한다... 실업률도 지금쯤이면 6%가 됐어야 할 텐데, (이 글을 기고한 8월 당시까지) 8.2%다... '오바마의 미국'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인구 절반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그리고 또 그 세금 내지 않는 절반이 정부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혜택을 받는다. 반반의 미국이 되고 있다. 절반은 세금을 내고, 절반은 그걸 받아먹고 있다." - 니얼 퍼거슨, <뉴스위크> 2012년 8월 19일.

 

이외에도 따따부따 대단히 높은 강도로 까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파장이 워낙 커서 사회 각계에서 이에 대해 조롱과 반론 역시 봇물처럼 쏟아졌다는 사실도 여기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하단 참고자료에 주요 코멘트가 있는 사이트 링크도 있으니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대표적인 반박 하나만 언급하자면 폴 크루그먼은 일자리 문제에 대해,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는 게 더 올바른 경제 상황 판단"이라고 말합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실업률이 대략 9.3%를 고점으로 지속적인 하강 국면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고공행진하던 실업률이 취임하던 당시와 똑같은 수치로 내려왔음을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이 7%대의 수치에 대해서도 최근 며칠 동안 또 설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9월의 실업률 발표가 오바마의 인기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 잭 웰치 등 몇 공화당 성향의 인사들은 "실업률이 조작됐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정부 기간 동안 월별 실업률 변동 추이 

 


 미국 내 민간 부문 월별 일자리 창출 수. 2012년 9월의 막대는 10만 4천 개를 가리킨다.


또한 크루그먼은 "조만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해 일자리 수요 증가 폭이 둔화되어 매달 "9만 개 정도"를 창출해내면 충분할 거라고 하면서, 2012년도 9월 10만 4천 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이 역시 '추세'를 보면 낙관할 근거라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의 2012년 현재 누적 재정 적자는 15~16조 달러로 추산됩니다. 더욱이 최근 4년간 매년 재정적자가 1조 달러를 웃돌고 있습니다. 일단 오바마는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소박하게 4조 달러를, 물론 우리의 금전 감각으로 환산하면 400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지만, 절감하겠다고 공약하고 있습니다. 전쟁 비용의 감소, 재정적자 감축 프로그램 가동 등으로 절감한다고 하는데, 상당히 재정적으로 고통스러운 4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대국 미국

 

오바마는 교육의 힘을 이렇게 말합니다. “교육은 저에게 기회의 문이었습니다. 나의 아내 미셸에게도 그러하였습니다.”

 

오바마의 한국 교육에 대한 예찬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입시 제도를 예찬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부러워하는 것은 높은 교육열과 그에 비례하여 대부분 낙오 없이 의무 교육을 마친다는 점과 높은 대학 진학률, 그리고 평균적으로 훌륭한 지적 소양을 갖춘 사회 구성원을 배출해낸다는 점일 것입니다. 한국의 급속한 발전의 토대로 교육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바마는 그의 집권이 공화당 롬니보다 “미국인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교육을 이수할 기회를 더 많이” 낳을 거라고 말합니다. 또 “약속하건대, 우리는 지구상의 어느 나라든 그들을 능가한 교육을 해내고, 그들보다 경쟁 우위에 설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교육과 발전의 함수 관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 아래 교육 부문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나를 뽑는다는 것은) 향후 10년 동안 과학 교사와 수학 교사를 10만 명 더 고용한다”는 의미이며, “조기 교육이 개선된다”는 의미이며, “2백만 명의 노동자가 새로이 그들 지역의 시설에서 재취업 교육을 받는다”는 의미이자, “향후 10년 동안 대학 등록금의 인상률이 지금의 절반 이하 수준이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언급 이면에는 롬니가 당선되면, 위와 같은 작위가 없을 거라는 뉘앙스가 깔려 있습니다.

 

아주 근본적입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진취적인 마음을 심어주고 영감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교장 선생님들은 리더십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합니다. 부모들은 배움에 대한 뜨거운 목마름을 느끼게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 여러분, 여러분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배움에 대한 타는 목마름” 이런 표현은 눈여겨 봐 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는 교육이 시민 개인들의 낙오를 막는 최선의 사회보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개인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것이자 미국의 대외 경쟁력을 창출할 힘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업들에게 말합니다. 해외에서 직원을 찾지 마시기 바랍니다. 바로 이 땅에 당신들이 찾던 능력을 갖춘 최선의 인재가 있습니다.”

 

 

오바마의 국제정치관 -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 그리고 외교.

 

이라크 전쟁 종식은 오바마의 업적 중의 하나입니다. 비록 롬니로부터 “수천 미국 장병의 피로 일궈낸 승리를 위태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비판받고 있지만, 오바마는 “4년 전, 저는 이라크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종식시켰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부시식의 테러 집단 비호 국가를 공격하겠다는 논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9.11을 안긴 (당사자인) 바로 그 테러리스트를 다시 조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했습니다.”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타워가 뉴욕의 스카이라인 위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알 카에다는 패퇴 일로에 있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죽었습니다.” 이러한 대외 전쟁에 대한 태도는 아프간 전쟁에도 그대로 관철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성공적으로) 탈레반의 영향력을 후퇴시켰습니다. 그리고 2014년이 되면, 이 길고 길었던 전쟁 하나도 종식될 것입니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의 사망자 수 통계(2012년 10월 11일 현재)

 

표에서 보듯이 이라크에서 미군의 사망자 수는 줄곧 800~900명(부상자는 더 많습니다)을 유지하다가 2008년에는 314명, 철수를 끝마친 2012년 현재는 단 1명으로 줄어듭니다. 전쟁 종식에는 재정적인 이유도 당연히 크게 작용했습니다. National Priorities Project의 측정에 의하면, 2001년 이래 두 전쟁에 소요된 비용은 1조 3천억 달러(이라크 전쟁: 8천억 달러, 아프간 전쟁: 5천 7백억 달러)가 넘습니다. 이에 오바마는 “우리 시민 수천 명의 목숨 값과 1조 달러 이상을 앗아간 두 개의 전쟁은 이제 할 만큼 했고, 지금 시기는 다시 일종의 국가건설(nation-building)을 해야 할 때”라고 단언합니다. 롬니의 비판을 마냥 흘려듣기에는 여전히 이라크 내에 종교 갈등과 이란-이라크 갈등을 축으로 무장 세력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롬니는 전쟁의 계속을 주장할 뿐, 오바마가 비꼬듯이 “그는 우리가 어떻게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마칠 수 있을 것인지 말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오바마는 종식하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하며, “종식시킬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오바마가 전 세계에 투사된 미국의 영향력을 회수하고 틀어박히겠다는 식의 고립주의를 취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권력의 공백에는 항상 다른 권력이 들어와 채우기 마련입니다.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든 곳에는 다른 세력의 영향력이 채우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아랍에서 진행 중인 역사적 변화는 독재자의 철혈 주먹이나 극단주의자의 증오로 채워져선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기꺼워하는 그 같은 권리를 향해 가는 보통 시민들의 바람으로 채워져야 할 것입니다.” 이 말은 만약 권력 공백의 자리에 “주먹”이나 “극단주의” 정권이 들어설 경우 미국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이전 정권들과는 미묘하게 다른데, 클린터 시기와 부시 시기의 국가전략보고서에는 미국 특유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 외에 마치 세 쌍둥이처럼 자유시장의 확산에 대한 믿음이 포함되어 있는데 반해, 필자가 본 연설과 자료에서는 일단 오바마가 자유시장 경제를 따로 강조한 흔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오바마의 미국은 클린턴 식 민주적 평화론이나 부시 식의 일방주의보다 한결 덜 공격적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더욱이 오바마는 많은 표현에서 “세계와 함께”라는 전제를 답니다. 앞서 언급한 이란에 대해서, 이란이 핵 무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에 반대하는 전 세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언사라든지, “전 지구를 아울러 ... 핵 확산을 막기 위한 새로운 연합체를 만들었습니다” 등의 말이 그렇습니다. 일방주의적 오만을 누그러뜨리고 다자주의적 태도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부시의 연설도 항상 “세계”를 등에 업고 있었음을 떠올리자면, 한편으로 현실 국제정치는 수사와 실리가 반드시 함께 움직이지 않는 게 다반사이기도 하고, 이 부분은 단순한 수사일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 오바마는 미국의 국익에도 충실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도 설파합니다. 그는 “전 지구를 아울러, 기존 동맹 관계를 강화했으며,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중국 앞에 섰습니다. 버마에서 리비아, 남수단에 이르기까지 우린 전 세계의 인권과 인류의 존엄을 진보시켰습니다.” 평화의 사도 같은, 얼핏 블록버스터 영화 주인공 같은 역할을 자임하는 관념, 그리고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생각이 오바마에게도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국의 인권 증진과 민주화, 평화가 미국의 이익으로 이해되는 내용은, 여전히 이전 행정부들의 그것과 마찬가지의, 타국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민주평화론의 맥락과 닿아 있습니다만, 이 점은 미국의 대외 정책을 관찰할 때 거의 상수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골치 아픈 문제지만, ‘선의의 개입’이라고 골수 깊이 미국인들의 정치 유전자에 각인된 내용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 부시 시절과는 사뭇 다른 지점을 보자면, “우리의 이스라엘에 대한 개입 의지는 양보할 수 없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평화를 추구한다는 원칙 역시 위배되어선 안 됩니다.” 오바마에게는 유태계의 로비가 안 먹힌다는 말이 있습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격이긴 하지만 '평화'가 이스라엘에 대한 홀대의 명분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굳이 연설에 담지 않아도 될 내용을 담은 이유는, 미리 못 박아두거나 향후 이스라엘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정치관도 분명히 합니다. “결국, 우린 러시아를 우리의 제1의 주적으로 명명하지 않습니다. (롬니에게 묻자면) 상대는 알 카에다가 아니라 러시아입니다. 만약 당신이 낡은 냉전 시대의 사고를 하고 있다면 러시아가 제1의 주적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당신은 베이징과도 외교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테러와의 전쟁도 계속됩니다. “테러리스트들의 음모는 분쇄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이 절의 첫머리에서 언급했으므로 더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복지 - 오바마케어는 계속된다

 

롬니는 당선되면 오바마의 의료 개혁들을 되돌려 놓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주된 요지는 시민들이 원하는 노후 복지와 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오바마는 “빈곤층과 노년층과 장애인 등 수백만 미국인들을 위한 건강 보험을 폐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난 절대로, 절대로, 메디케어를 (수혜자가 바우처라는 일종의 상품권을 받고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구입하게 하는) 바우처 체제로 전환되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 미국인도 그들의 황금기를 바쳐 마련한 노후를 보험 회사들의 손에 저당잡히도록 해선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로상품권 같은 것이, 공공근로자에 대한 임금 보조 개념으로 지급되고 그랬습니다만, 이 제도가 수혜자에게 서비스 선택의 자유를 넘겨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수혜자를 2등 고객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고 또 상대적으로 공급자에게 무게를 두는 정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바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린 메디케어를 장기간의 인내를 들여서 개혁하고 강화할 것입니다. 우린 그 재원을 기존 헬스케어의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마련할 것입니다. 사회의 원로 노년이신 분들에게 수천 달러씩 더 뜯어내진 않을 것입니다.” “사회보장 체제를 약속드립니다. 그것을 강화하기 위한 책임 있는 한 단계 한 단계를 진행하는 한편, 절대 그것을 월스트리트의 처분에 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환경과 에너지 -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지구를 물려주기 위하여

 

오바마의 대체 에너지에 대한 시각은 에너지원 다변화나 소비자 물가 안정 같은 수준을 넘어, 경제 체질 개선과 산업화 비전으로 이어집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30년 동안 에너지 산업은 부작위 상태로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다음 10년은 다릅니다. 우린 석유 에너지 효율 기준을 올렸고 이제 몇 년 안에 자동차들은 1갤런의 석유로 두 배 더 먼 거리를 달리게 될 것입니다.” “우린 재생 가능 에너지의 소비를 두 배로 늘렸습니다. 그리고 수천 명의 미국 노동자들은 지금 풍력 발전용 터빈과 고효율 배터리 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당장 작년 한 해 동안만 우린 하루 평균 1백만 배럴의 석유 수입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근 10년간 가장 낮은 원유 수입량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내 자체 생산량 감소까지 감안하자면, 오바마의 말대로 이 수치는 “최근 20년 동안 석유 수입 의존도가 가장 낮다”는 평가를 주기에 타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연간 원유 수입량과 생산량(자주색이 수입량, 파란색이 생산량) /

미국의 1일 평균 원유 수입량.


그렇다고 화석 연료를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린 지난 3년 동안 석유와 가스 탐사를 위해 새로이 수백만 에이커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더 채굴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 여기에도 오바마식 화법이 하나 더 덧붙는데, “저는 오일 회사(또는 석유 재벌)들이 이 나라의 에너지 정책을 좌지우지한다거나 우리 해안가에 기름을 쏟게 한다거나 또는 보너스 잔치로 40억 달러의 세금을 나눠 먹도록 하진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다시 에너지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린 바람과 태양과 청정 석탄에 투자하는 미래, 농부들과 과학자들이 협력하여 만든 바이오 연료로 차를 굴리는 미래, 건축 노동자들이 에너지 효율 높은 집과 공장을 짓고 있는 미래, 우리 발 밑에 매장된 수백 년치의 천연 가스를 활용하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 미래를 선택한다면, 2020년까지 원유 수입은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고, 언급한 지하 천연 가스 산업에서만 60만 개의 일자리가 파생될 것입니다.” 수백 년치의 천연 가스는 아마도 최근 주목받은 '셰일 가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채산성이라든지 지반 안정성이라든지 논란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국의 대통령의 언급으로 확인하자니 꽤 유력한 미래 비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오바마는 이런 언사들 속에 지속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절감, 국내 산업화 모색, 일자리 창출 등의 안건이 서로 연계된다는 사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좀 더 효율적인 미국 경제, 좀 더 저비용 구조의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을 이렇게 풀어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미 민주당 내에 하나의 유전자처럼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오바마 역시 그의 연설들에서 분량이 적든 많든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항상 거론하고 있습니다. “나의 계획은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계속해서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기후 변화는 음모론이 아닙니다. 점점 더 많은 가뭄이 일어나고 홍수가 지고 건조한 야생의 자연에 화재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은 장난삼아 하는 이야기들이 아닙니다.” 기후 변화에 관해서, 최근 저희 미지북스에서 나온 책 『왜 열대는 죽음의 땅이 되었나』 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기후 변화가 한 나라의 자원을 소진시켜 버리고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한 나라의 지도자가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지구적 재앙이란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데서 일종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조금씩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을 심화해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박원순 서울 시장도 페이스북의 한 글에서 지난 8월 ‘열대성’ 태풍의 위협을 경고하며 ‘전 지구 차원의 기후 변화’, 즉 고장난 기후는 얼마든지 인간의 예측과 준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한 바 있습니다. 오바마는 말합니다. “가뭄, 홍수, 산불 그런 것들이 미래 우리 아이들에게 위협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여러분은 그것을 막기 위해 일조해야 합니다.”

 

 

큰 정부 vs 작은 정부, 시장 vs 분배

 

오바마는 공화당의 비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우리의 상대는 감세가 과감할수록 그리고 규제가 최소화될수록 좋다고, 그게 유일한 길이라고 말합니다. 정부는 모든 것을 해낼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수록 더 좋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오바마는 롬니와 공화당이 정부가 작을수록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고전주의 경제학 특유의 사고를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오바마는 롬니의 비판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정부가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공화당과 롬니가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에게 헬스케어 혜택이 없다면, 평생 아프지 않길 바라는 게 나을 것입니다. 기업이 대기중에 독성 물질을 배출해대고 여러분 아이들이 그 공기를 마시면, 그것조차 발전에 따른 부수적인 비용이니 감내해야 합니다. 창업을 하고 싶으시다고요? 대학에 가고 싶으시다고요? 롬니의 조언을 받으십시오. 그는 당신들 부모님한테는 돈이 있을 거라고 말할 것입니다.”

 

노동자 임금에 대해서는 포드주의를 염두에 둔 말을 합니다. “우린 알고 있습니다. CEO들이 그의 자동차 조립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조립한 자동차를 살 정도로 충분한 임금을 지불하면, 그의 회사도 좋아지게 됩니다.” 무분별한 주택담보 대출에 대해서도 정부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만약 한 가정이 속아서 모기지론 계약을 했는데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그들은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들의 집이 바로 사람들의 보금자리들이고 그들의 보금자리들이 바로 우리의 국민 경제입니다.”

 

국가의 시혜적 복지 정책에 대한 공격을 염두에 둔 발언도 내놓습니다. “교회와 자선 단체들이 종종은 국가가 해내지 못하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자활의 의지조차 없는 이들에게 동냥을 해주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바른대로 말하자면 우리 정부는 법을 깨뜨리면서까지 은행들에게 구제금융을 해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무능력한 금융권을, 사실상 그들이 비난하는 ‘사회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비용덩어리 거지’와 다름 없다고 조롱하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정부가 필요한 지점을 거론하면서,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정부가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흥미로운 네거티브한 이야기를 하는데, “여러분께서 여러분의 목소리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는 순간, 다른 세력의 목소리가 그 공백을 메우게 될 것입니다. 로비스트와 몇몇 특수한 이익 집단들의 목소리로 말입니다. 또는 1천만 달러로 이번 선거를 사버리고 싶어하는 그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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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말을 최대한 신뢰하면서 연설을 살펴 보았습니다. 이 때문에 조금은 나이브한 관찰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오바마 자신도 조금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바마 스스로 굳이 "나이브"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자신이 내뱉은 말들을 주워담을 기회를 달라고 지지를 호소합니다. 


"오늘밤 저는 이전 어느 때보다 미국에서 희망을 봅니다. 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답을 들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작금의 도전의 무게를 실감하지 못할 만큼 순진해서도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들이 있기에 희망을 봅니다."

 

오바마의 4년은 아직 평가하기에 이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이 말은, 유권자들이 그가 역설한 "미국의 미래"를 확신할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러 의문이 따라옵니다. 어떻게 기업들의 비용 절감을 하고자 하는 본능을 틀어 국내에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 또 국제적으로 자원 회수 명목으로 거둬들인 대외 영향력은 차후 다시 원한다고 내밀 수 있는 것이라고 볼 때 어떻게 판단해야 할 것인지, 미국 내에서 반-반의 미국의 만들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또 미국이란 대국의 역사에서는 낯설게도 얼핏 동아시아 개도국 지도자의 연설이라고 해도 될 만한 일부 내용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등 생각해 볼 지점들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