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소나기」란 작품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애초에 이런 질문을 감당할 만한 작품조차 거의 없다는 점에서 「소나기」의 인지도는 그만큼 독보적입니다. 앞의 질문은 「소나기」가 그만큼 널리 알려져 있고 또 사랑받는 작품이기에 나올 수 있는 물음일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는 「소나기」의 내용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도시 출신의 한 소녀와 시골 소년이 만나 짧은 시간 동안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그럼 「소나기」와 관련해서 다른 질문을 하나 내볼까 합니다. 「소나기」는 언제 발표된 작품일까요? 난이도가 높은 질문으로 생각되는데, 이에 관해서는 아마 대다수가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건 우리가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데 시대적 배경 또는 작가가 언제 글을 썼는지 알 필요가 거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소나기」에서 시대적 배경은 어떤 이유에선지 생략되어 있습니다. 즉 「소나기」는 시대적 배경을 기억할 이유도 없고 기억하기도 어려운 그런 작품이었고, 따라서 작품이 언제 발표됐는지 관심을 둘 이유도 별로 없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덕분에 「소나기」는 오늘날까지 ‘풋사랑’ 이야기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질문을 던졌으니 답을 말해야겠죠. 「소나기」는 1953년 5월, 한국전쟁이 진행 중인 시기에 발표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전쟁 통에, 전쟁이 끝날 무렵에 쓰였습니다. 황순원은 지난 약 3년간의 전쟁을 뒤로 하고 한가로워 보이는 시골을 배경으로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흔히 「소나기」는 순수문학의 대표작으로 거론됩니다. 혹 황순원은 전쟁에 지친 나머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고, 그런 심정이 「소나기」로 나타난 것일까?

 

그런데 황순원은 같은 해 1953년에 『카인의 후예』도 발표했는데, 겨우 몇 달 간격을 두고 발표된 이 작품을 보면 황순원이 현실을 도피 또는 외면하고 있었다고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카인의 후예』는 「소나기」와 달리 시대적 배경을 뚜렷이 하고 있고 작품 분위기도 사뭇 다릅니다. 이 작품은 이념적 계급 투쟁이 불꽃 튀기 시작하는 시기 북한의 어느 마을에서 실제로 일어났음직한 일을 다루고 있고, 인물들은 형제나 이웃으로 존재하던 관계에서 서서히 적대와 투쟁의 관계로 변해갑니다. 결국 인물들은 ‘살의’를 품게 되고, 그 가운데 주인공은 가족 같았던 이웃을 상대로 살인을 시도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카인의 후예』는 「소나기」와 달리 살벌한 분위기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황순원이 세상을 등지고 순수문학에 골몰했다는 전제는 매력을 상실합니다. 혹 「소나기」의 시골 배경이 그의 펜대 끝에서 건설된 인위적인 장막이라면 어떨까요? 만약 「소나기」의 시골 배경이 산 너머 현재진행형의 일을 감추고 있었다면? 작가가 원고지 위에 언뜻 평화로운 공간을 구축하고 있었는지 몰라도 작가의 등 뒤에선 전쟁의 참상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황순원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생깁니다.

 

아무래도 더 본격적인 이야기는  최정운 교수(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가 쓴 『한국인의 발견』의 일부 내용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게 나을 듯합니다. 최정운 교수는 「소나기」라는 문학 작품이 ‘역사 현실’과 만나면 어떻게 이해되는지 이야기합니다. 그에 따르면, 1953년에 나온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녀는 그간 한반도 땅에서 '개화'를 이끌어온 도시 부르주아를 상징하고, 소녀의 죽음은 그들이 그 시점에 이르러 일상의 시련인 '소나기'조차 이기지 못하고 나약해진 모습, 그런 그들이 현실에 맞서 비극을 이루기는커녕 존재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을 상징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황순원은 왜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 이 또한 따져볼 문제겠죠. 최정운 교수의 안내로 다시 한 번 작품을 따라가보겠습니다.




보통 전쟁이 끝난 후의 시대를 낭만적으로 들리는 프랑스어 ‘아프레게르(apres guerre)’라고 불러 독특한 의미를 담는다. 평화가 다시 찾아온 시대지만 사람들이 전화(戰禍)로 가난해진 것은 물론이고, 가족들은 흩어지고 모든 전통적 사회 윤리가 도전받고 사회 질서가 흔들리는 상태를 말한다. 전쟁이란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세상을 위태롭게 만든다. 대한민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가족이 파괴되어 수많은 고아들이 생기고, 이산가족들은 삶의 희망과 의미를 잃었다. ‘아프레게르’라는 말에 내포된 일반적인 상황은 한국의 전후(戰後)에도 해당이 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한국전쟁이 독특한 전쟁, ‘전쟁이라 부를 수 없는 전쟁’이었기에 ‘아프레게르’ 또한 독특했다. (...)

 

황순원의 「소나기」—1953년

 

전쟁이 끝나갈 무렵 중견작가 황순원(1915~2000년)은 두 편의 명작을 써냈다. 단편 「소나기」와 장편 『카인의 후예』이다. 우선 「소나기」는 한국 청소년들이 교육과정에서 꼭 읽어야 할 필독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품으로, 이름 없는 한 소녀와 소년이 한적한 농촌 마을에서 처음 만나 친밀한 관계를 엮어가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소녀는 ‘윤 초시의 증손녀’로 흰 얼굴의 예쁜 소녀였다. 그들은 처음 대하는 사이였는데 소녀가 먼저 “이 바보!”라고 놀리며 장난을 걸어 서서히 얼굴이 검은 농촌 소년과 가까워진다. 수줍은 소년은 검은 얼굴이 부끄러워 달아나다 넘어져 코피가 흐르기도 하고, 소녀가 넘어져 무릎에 피를 흘리자 소년이 입술로 빨아주기도 했다. 소년은 송아지를 타는 모습을 소녀에게 자랑스레 보여주어 자존심을 세우고 인정받기도 했다. 



그리고 소년과 소녀가 다정스레 들판을 걷는데 소나기가 온다. 소나기를 맞자 소녀는 입술이 파래지며 몸을 떨었고 그 모습을 본 소년은 쇠락한 원두막으로 소녀를 데려가 비를 피하게 했다. 소년은 소녀의 어깨를 저고리로 싸주었다. 비가 더 세어지자 소년은 소녀를 수수밭으로 데려가서 수숫단을 쌓아 비를 가려주었다. 소녀는 소년에게 들어오라고 했다. 좁은 곳에 둘이 쪼그려 앉자, “비에 젖은 소년의 몸 내음새가 확 코에 끼얹어졌다. 그러나 소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소년의 몸 기운으로 해서 떨리던 몸이 저이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이윽고 비가 그치자 그들은 각자 돌아갔다. 그 후로 소녀는 며칠 보이지 않는다. 다시 본 소녀는 아픈 기색이 뚜렷했다. 소녀와 소년의 대화 사이로 다음의 이야기가 나온다.


소년은 소녀네가 이사해 오기 전에 벌써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윤초시 손자가 사업에 실패해가지고 고향에 돌아오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이 이번에는 고향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게 된 모양이었다.

_황순원, 「소나기」, 18쪽


그리고 소년은 윤 초시네가 이사 간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집이 ‘악상’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어서 소년의 귀에 다음과 같은 말이 들린다.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두 변변히 못 써 봤다더군. 지금 같애서는 윤초시네두 대가 끊긴 셈이지. …… 그런데 참 이번 기집애는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어.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어? 자기가 죽거든 입던 옷을 꼭 그대루 입혀서 묻어달라구…….”

_황순원, 「소나기」, 20쪽


소녀는 ‘죽었다’고 알려졌을 뿐이다.


문제는 그간 이 소설이 천편일률적으로 학생들의 교과서에서나 참고서에서나, 대학에서나 한국문학사 책에서나 한결같이 고집스럽게 소년과 소녀의 풋사랑을 묘사한 한국 최고의 순수문학 작품으로 평가받아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문학 작품의 의미를 해석해낼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우리 국문학계의 부끄러운 지적 수준을 드러낸다. 그저 아름다운 문장으로 쓴 어린 남녀 간의 민망스런 이야기라는 해석을 반복해온 것이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에 쓰인 이 이야기의 중요한 의미는 그 얼굴 흰 소녀의 죽음, 소나기라는 일상의 시련도 견디지 못하고 스러져간 죽음에 있고 그래서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이 소녀는 이 시대를 견디지 못하고 쇠락하여 멸망해간 도시 부르주아의 마지막 자손이었다. 소녀는 처음부터 자신이 먼저 소년에게 다가갔고, 죽을 때도 ‘잔망스러움’으로 동네 어른들을 당혹케 함으로써 자신의 진취적 계급의 정체를 드러내고 지켰다. 그 소녀에게 작가가 이름을 붙여주지 않은 것은 그 소녀의 계급적 정체만으로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 소녀의 죽음은 아무런 ‘소리’도 ‘분노’도 없는 너무나 조용한 사그라짐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약도 ‘변변히 써보지 못한’ 조용하고 쓸쓸한 소녀의 죽음과 그 죽음이 상징하는 윤 초시네 집안 전체의 쇠락과 몰락과 단손(斷孫), 그들의 사라짐을 조용히 애도한다. 결국 소녀의 죽음은 이 땅을 그간 ‘개화’로, ‘계몽’으로 이끌어온 도시 부르주아가 일상적 소나기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나약해지고 비극도 이루지 못하고 사라져버리는 이야기였다.




위 부분은 『한국인의 발견』, 96쪽, 99-102쪽을 인용한 것입니다. 최정운 교수는 『한국인의 발견』에서 1945년 해방 직후 이태준의  「해방 전후: 한 작가의 수기」 부터 1999년 공지영의 「고등어」에 이르기까지 주요 현대 소설을 순례하며, 각 작품에 새로 해석과 역사적 좌표를 부여합니다. 황순원의 「소나기」는 그 가운데 아주 특정한 1953년 시기를 다루기 위해 찾은 작품입니다. 황순원과 그의 작품들은 물론 한국 문학사의 중요한 작품들에는 예외 없이 역사와 사상으로의 길이 나 있고, 최정운 교수는 『한국인의 발견』에서 차근차근 그 길로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책에 관한 좀 더 큰 소개는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mizibooks.tistory.com/126


한국인의 발견

한국 현대사를 움직인 힘의 정체를 찾아서

최정운 지음 | 미지북스 | 688쪽 | 25,000원

 

 

만약 우리가 역사를 다시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삶일까?


해방과 전쟁 후 혼돈과 죽음이 편재하던 세상에서

오늘날 우리가 있기까지

문학으로 본 한국인 굴기의 대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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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강석훈 2021.01.15 22:29

    광고성 글이라는 것이 아쉽네요.

    모든열매가 딸기랑 같은 철에 열린다고 알고있는 사람은 포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 겁니다.

 

 

 

"세계를 보는 넓고 깊은 눈"

 

 

미지북스는 인문, 사회, 경제 분야의 양서를 주력 출간하는 인문 교양서 전문 출판사입니다.

 

 

 

 

 

미지북스는 인문, 사회, 경제 분야의 양서를 출간합니다. 고품격 인문 교양서를 통해 우리 사회에 합리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지적 토양을 구축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서양 근대사를 중심으로 역사 분야를 천착하고 있으며, 사회 분야로는 노동과 환경, 국제 문제를 중심으로 출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경제학 대가들의 저작도 꾸준히 펴내고 있습니다. 미지북스는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정직한 언어로 세상을 담아 독자와 소통하고자 합니다.  

 

미지북스의 책들 

(책 제목을 클릭하시면 서점의 책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미지북스리플릿2013년4월.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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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미 해병대 이야기

가장 먼저 도착해 가장 나중에 떠나는 세계 최강의 전투부대
한종수, 김상순 지음

오늘의 세계 분쟁

국제 분쟁 전문가 김재명의 전선리포트 (개정2판)
김재명 지음

2020년 
부의 미래 누가 주도할 것인가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혁명
인호, 오준호 지음

인생을 바꾸는 탐구 습관
이민열 지음
* 2020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세종도서 (교양 부문)

 

중국 군벌 전쟁

현대 중국을 연 군웅의 천하쟁탈전
권성욱 지음

취약국가 대한민국의 탄생

국가 건설의 시대 1945~1950
이택선 지음

2019년 
자유의 법
로널드 드워킨 지음 | 이민열 옮김

* 2020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세종도서 (학술 부문)

독일 역사 교과서

1871년 독일제국 수립부터 현재까지
디트릭 올로 지음 | 문수현 옮김 

* 2020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세종도서 (교양 부문)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

70여 년 동안 이어진 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왜 끝나지 않는가
김재명 지음 
 
신체 설계자

생체공학이 열어젖힌 매혹적인 비밀의 문
애덤 피오리 지음 | 유강은 옮김
* 2019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세종도서 (교양 부문)

삼성전자의 빅픽처

IT 전문 기자가 쓴 삼성전자의 미래
이재운 지음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법칙
카를로 M. 치폴라 지음 | 장문석 옮김

2018년 
백년전쟁 1337~1453

중세의 역사를 바꾼 영국-프랑스 간의 백년전쟁 이야기  
데즈먼드 수어드 지음 | 최파일 옮김

천관율의 줌아웃

암울하고 위대했던 2012~2017
천관율 지음 

궁극의 군대

미군은 어떻게 세계 최강의 군대가 되었나
토머스 맨켄 지음 | 김수빈 옮김  

빚의 만리장성

그림자 금융, 유령 도시, 대규모 부채, 그리고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
디니 맥마흔 지음 | 유강은 옮김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조영광 지음 

철인왕은 없다

심의민주주의로 가는 길
이한 지음 
 
2017년
지리의 복수

지리는 세계 각국에 어떤 운명을 부여하는가?
로버트 카플란 지음 | 이순호 옮김 
* 2017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세종도서 (교양 부문)
 
중간착취자의 나라 

비정규 노동으로 본 민주공화국의 두 미래
이한 지음
 
살게 해줘!

프레카리아트, 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
아마미야 가린 지음 | 김미정 옮김 
* 문재인 대통령 추천 도서
 
바다의 습격

인류의 터전을 침식하는 해수면 상승의 역사와 미래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 최파일 옮김 
 
2016년
삶은 왜 의미 있는가

속물 사회를 살아가는 자유인의 나침반
이한 지음 
* 2016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세종도서 (교양 부문)
 
중부 유럽 경제사

서양 문명의 변경에서 떠오르는 경제의 심장으로
양동휴, 김영완 지음 
 
강남의 탄생

대한민국의 심장도시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한종수, 강희용 지음
* 2016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세종도서 (교양 부문)
 
지금은 미워하고 나중에 고마워해

내면이 강한 아이로 키우는 사랑과 책임의 육아
로빈 버먼 지음 | 하윤숙 옮김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버트 하일브로너, 윌리엄 밀버그 지음 | 홍기빈 옮김
*최신 13쇄 완역 개정판
*2011년 서울인문사회과학서점 추천도서
*서울대 경영대 교수진 추천도서
 
황금 족쇄

금본위제와 대공황, 1919~1939년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 박복영 옮김
 
한국인의 발견

한국 현대사를 움직인 힘의 정체를 찾아서
최정운 지음 
 
2015년
불평등의 창조

인류는 왜 평등 사회에서 왕국, 노예제, 제국으로 나아갔는가
켄트 플래너리, 조이스 마커스 지음 | 하윤숙 옮김
*<총, 균, 쇠>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추천 도서
 
중일 전쟁

용, 사무라이를 꺾다 1928~1945
권성욱 지음 
*2014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우수콘텐츠 
 
세월호를 기록하다

침몰, 구조, 출항, 선원, 150일간의 세월호 재판 기록
오준호 지음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공식기록물
 
데드핸드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그리고 인류 최후의 날 무기
데이비드 호프먼 지음 | 유강은 옮김
*2010년 퓰리처상 수상작
 
스페인 은의 세계사

1500~1800년, 아메리카의 은은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카를로 치폴라 지음 | 장문석 옮김 
*2015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이 달의 청소년 권장도서 
 
미리 배우지 않아도 좋아요

내 아이의 열정을 훔치는 위험한 조기교육
데이빗 엘킨드 지음 | 이지연 옮김 
 
괴물과 함께 살기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루만까지 한 권으로 읽는 사회철학
정성훈 지음 
* 2016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세종도서 (교양 부문)
 
외교의 시대

한반도의 길을 묻다
윤영관 지음 
* 2016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서양의 부활

범대서양연합은 어떻게 전쟁을 방지하고 미국과 유럽을 복원할 수 있는가
리처드 로즈크랜스 지음 | 유강은 옮김 
*2013년 포린어페어즈 올해의 책 
 
탄소 전쟁

기후변화는 어떻게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가
박호정 지음 
*2015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우수콘텐츠
 
2014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벤 버냉키 지음 | 김홍범, 나원준 옮김 
 
인류의 대항해

뗏목과 카누로 바다를 정복한 최초의 항해자들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 최파일 옮김 
 
착한 인류

도덕은 진화의 산물인가
프란스 드 발 지음 | 오준호 옮김 |
 
혼자서 끝내는 논술 공부

구조를 알면 공부법이 보인다
오준호 지음 
 
생각하는 사회

사회를 만나는 철학 강의
장의관 지음
 
2013년
아마존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존 헤밍 지음 | 최파일 옮김 
* 환경정의 '다음 100년을 살리는 환경책'

노동자의 변호사들

대한민국을 뒤흔든 노동 사건 10장면
민주노총 법률원, 오준호 지음, 최규석 만화
* 홍세화 진보신당 전 대표 추천 도서

시계와 문명

1300~1700년, 유럽의 시계는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카를로 M. 치폴라 지음 | 최파일 옮김

플라스틱 바다

지구의 바다를 점령한 인간의 창조물 
찰스 무어, 커샌드라 필립스 지음 | 이지연 옮김
* 평화도서관'나무' 올해의 평화책

한국인의 탄생

시대와 대결한 근대 한국인의 진화
최정운 지음
* 2013년 경향신문 올해의 책
* 2014년 한국정치학회 인재저술상
* 2013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콘텐츠

2012년 
세속적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

모든 인간적 가치에 대한 옹호
폴 커츠 지음 | 이지열 옮김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이한 지음 
  
왜 열대는 죽음의 땅이 되었나

기후 변화와 폭력의 새로운 지형도
크리스천 퍼렌티 지음 | 강혜정 옮김
 
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
훙호펑, 조반니 아리기 외 지음 | 하남석 외 옮김
 
의혹을 팝니다

담배 산업에서 지구 온난화까지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
나오미 오레스케스, 에릭 콘웨이 지음 | 유강은 옮김
* 2012년 환경정의 올해의 환경도서
* 2010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소크라테스처럼 읽어라

스스로 묻고 답하는 책 읽기
오준호 지음
 
2011년
세계의 절반 구하기

왜 서구의 원조와 군사 개입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
윌리엄 이스털리 지음 | 황규득 옮김
*2006년 영국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타임스, 미국 워싱턴포스트 올해의 책
*2012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오늘의 세계 분쟁

국제 분쟁 전문가 김재명의 전선 리포트
김재명 지음
 
해적 국가

소말리아 어부들은 어떻게 해적이 되었나
피터 아이흐스테드 지음 | 강혜정 옮김
 
근대 전쟁의 탄생

1500~1763년 유럽의 무기, 전투, 전술
크리스터 외르겐젠 외 지음 | 최파일 옮김
 
사치 열병

과잉 시대의 돈과 행복
로버트 프랭크 지음 | 이한 옮김 
 
만화로 이해하는 세계 금융 위기
세스 토보크먼 외 지음 | 김형규 옮김
 
프레카리아트, 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
아마미야 가린 지음 | 김미정 옮김
  
반란의 세계사

이오니아 반란에서 이집트 혁명까지
오준호 지음
 
2010년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버트 하일브로너, 윌리엄 밀버그 지음 | 홍기빈 옮김 
  
십자가 초승달 동맹

우리가 알지 못했던 기독교-이슬람 연합 전쟁사
이언 아몬드 지음 | 최파일 옮김
*2010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8월의 추천도서
 
대공황, 1929~1933년
밀턴 프리드먼, 안나 슈워츠 지음 | 양동휴, 나원준 옮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추천 서문
 
대륙에 서다

2천 년 중국 역사 속으로 뛰어든 한국인들
최진열 지음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대포, 범선, 제국

1400~1700년, 유럽은 어떻게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게 되었는가?
카를로 치폴라 지음 | 최파일 옮김
* 철학자 강유원 추천 도서
 
글로벌라이징 캐피털

국제 통화 체제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 강명세 옮김
 
1894년, 애니 런던데리, 발칙한 자전거 세계일주
피터 쥬틀린 지음 | 박선미 옮김
 
시간을 삼킨 아이

중증 장애아 한빛이와 아빠의 좌충우돌 성장기
최석윤 지음
 
현장에서 함께 읽는 노동법 1,2,3
노무법인 삶 지음
  
2009년
예수는 신화다

기독교의 신은 이교도의 신인가
티모시 프리크, 피터 갠디 지음 | 승영조 옮김
*1999년 영국 데일리텔리그래프 올해의 책
*1999년 영국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2008년 SBS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 모티프가 된 책
 
한국 가요사 1

가요의 탄생에서 식민지 시대까지, 민족의 수난과 저항을 노래하다
박찬호 지음 | 안동림 옮김

한국 가요사 2

해방에서 군사 정권까지, 시대의 희망과 절망을 노래하다
박찬호 지음 | 이준희 엮음
*대중예술 연구자 이명미 추천 서문
 
전쟁이 만든 나라, 북한의 군사 공업화
기무라 미쓰히코, 아베 게이지 지음 | 차문석, 박정진 옮김
*동국대 경제학과 김낙년 교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구갑우 교수 추천 도서 
 
어퍼컷

신성 불가침의 한국 스포츠에 날리는 한 방
정희준 지음
 
자전거로 멀리 가고 싶다
요네즈 가즈노리 지음 | 신영희 옮김
 
젊음의 과학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안티에이징 매뉴얼
존 몰리, 셰리 콜버그 지음 | 정주연 옮김
 
2008년
글로벌 불균형

세계 경제 위기와 브레튼우즈의 교훈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 박복영 옮김
*2009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포스트민주주의

민주주의 시대의 종말
콜린 크라우치 지음 | 이한 옮김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 추천 도서
 
먹지마세요 GMO

우리의 식탁을 점령해버린 유전자 조작 식품의 모든 것
마틴 티틀, 킴벌리 윌슨 지음 | 김은영 옮김
*제러미 리프킨, 랄프 네이더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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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북스 책 소개 소책자 (PDF 파일 첨부)  (0) 2012.10.22
  1. 최파일 2014.02.21 10:46

    2015년 출간 예정작에서요, 인간 어리석음의 법칙은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한 번 나온 그 책 아닌가요?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엄청 얇은 팜플렛 형태 책이었는데...
    아, 검색해보니 나오네요, '즐겁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북코리아, 김정하 옮김, 2007). 아직 절판 안 됐네요.

    • 미지북스 2014.02.28 13:06

      네. 맞습니다. 저희가 이탈리아 물리노 출판사와 협의 중입니다.

    • Favicon of https://mizibooks.tistory.com BlogIcon 미지북스 2021.03.09 16:46 신고

      카를로 치폴라의 <인간 어리석음의 법칙>(장문석 옮김)이 출간되었습니다^^

  2. BlogIcon 기다리다미쳐 2016.04.04 15:22

    지리의 복수 언제 나와요?

    • Favicon of https://mizibooks.tistory.com BlogIcon 미지북스 2016.04.11 17:09 신고

      로버트 카플란의 <지리의 복수>는 현재 상반기 내 출간을 목표로 진행 중입니다. 그동안에 두어 차례 <지리의 복수> 출간 문의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독자분이신지도 모르겠네요. 예상보다 늦어졌지만 꾸준히 진행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아마존 :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

존 헤밍 지음 | 최파일 옮김 | 미지북스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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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최고의 아마존 탐험가가 쓴 ‘지구의 허파’ 이야기

 

아마존 토착 원주민들의 태곳적 확실성과 상대적 평온함, 그리고 고립은 1500년을 기점으로 영원히 산산조각 났다. 유럽인들은 아마존에 대한 무지와 오만을 증명하는 역사를 써내려갔고, 정복과 착취의 대상으로서 아마존 자연과 원주민들은 잔혹한 시대를 살아야 했다. 그러나 아마존에는 그곳 자연과 원주민에 대해 한없는 경외와 애정을 품고서 선지적인 기록을 남긴 사람들도 있었다. 50여 년 동안 아마존을 탐험하고 연구한 아마존 전문가 존 헤밍은 아마존 곳곳에 남겨진 도전적인 탐험가들, 열정적인 선교사들, 탐욕스러운 고무 부호들, 아마존을 사랑했던 자연학자들, 원주민 보호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그 강과 숲만큼이나 거대한 5백 년의 역사를 풀어놓는다. 

 


 



70여 컷의 화보 수록


 

 

이 책은 아마존의 거의 모든 역사를 다룹니다. 유럽인에 의한 아마존 정복의 역사, 탐험의 역사, 개발과 환경 파괴의 역사, 원주민 수난과 권익 운동의 역사, 자연과학, 고고학, 인류학에 의한 재발견 등 아마존에 관한 거의 모든 주제가 소개됩니다. 스스로 탐험가이기도 한 저자 존 헤밍은 그동안 제분야가 축적한 아마존에 관한 지식과 본인의 50년 탐험을 토대로 아마존의 방대한 역사를 보여줍니다.


생명의 나무, 아마존

위성사진으로 보면 아마존 강은 거대한 나무를 옆으로 뉘어놓은 형상입니다. 잔가지들이 큰 가지와 만나고 그것들은 다시 결절을 만들고 커지면서 거대한 가운데 몸통으로 흘러갑니다. 몸통은 아마존 강 본류를 말합니다. 본류는 대략 적도를 따라 안데스 산맥에서 대서양까지 남아메리카를 가로질러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릅니다. 가지는 주요 지류를 말합니다. 이 가지들 중 십수 개는 유럽의 그 어느 강보다도 큽니다. 잔가지들은 총연장 수십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시내들, 아마존 수계에 물을 공급하는 모세혈관들을 말합니다. 지구상에 비교할 바 없이 다양한 생물 종들이 이 ‘생명의 나무’를 젖줄 삼아 살아갑니다. 


아마존 강 본류의 총연장은 7,483킬로미터로 6,695킬로미터로 알려진 나일 강보다 깁니다(2001년 갱신). 아마존 강과 주요 지류에는 대양을 오가는 외항선들이 드나들 수 있는데, 그 길이는 무려 2만 2천 킬로미터입니다. 아마존 분지의 면적은 690만 제곱킬로미터이며, 미국의 4분의 3, 한국의 70배에 달하는 이 땅 거의 전부가 강과 숲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자연입니다. 아마존 강이 대양에 쏟아내는 담수의 양은 전 세계의 수량에 비교해 20퍼센트에 해당하고, 그 아래 여덟 개 강의 수량을 합친 것과 같습니다.


이곳에 전 세계 동식물 종의 30퍼센트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민물 어류의 30퍼센트(3,000종), 81종의 영장류(그중 69종은 아마존에만 서식), 427종의 포유류(그중 173종은 아마존에만 서식), 406종의 양서류(그중 348종은 아마존에만 서식), 1,300여 종의 조류(그중 260여 종은 아마존에만 서식), 그리고 수백만 종을 넘어 어림조차 불가능한 곤충과 미생물의 보금자리입니다. 식물의 경우, “경도와 위도를 1도 옮길 때마다 식생이 절반씩 바뀐다.”는 식물학자 리처드 스프러스의 말처럼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아마존 파괴의 역사

미국의 지리학자 로이 내시(Roy Nash)는 1920년대까지의 아마존 개발을 총평하며 “지난 4백 년간 포르투갈인과 브라질인들이 야금야금 베어 먹은 양으로는 이 매머드 같은 녹색 치즈의 표면에 구멍 하나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그때까지 인간이 아마존에 미친 영향이 극히 미미했다는 의미였지만 동시에 인간이 아마존을 산업적인 용도로 개발할 능력이 못 되었음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1940년대부터 아마존을 소유한 국가들이 그곳을 열어젖히려는 노력을 경주하면서, 아마존 삼림은 점차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가속하며 파괴되기 시작됩니다.


가장 먼저 비행기 취항을 위한 활주로가 숲 곳곳에 만들어졌습니다. 비행기는 이전에 벽과 같던 아마존 숲을 뛰어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아마존은 전기톱을 맞아야 했습니다. 모터가 달린 전기톱은 단 몇 분 만에 거대한 나무를 베어냈고, 숲사람들의 화전 관습과 결합하여 아마존은 그동안의 위엄을 상실한 채 순식간에 인간들 앞에 엎드리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적은 고속도로였습니다. 주요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가 처음에는 아마존을 빙 둘러서, 그리고 점차 숲을 관통하여 건설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지를 치듯 주변으로 뻗어나갔습니다. 위성사진을 보면, 고속도로 주변으로 마치 살을 발라낸 생선 가시 같은 몰골이 된 숲이 보입니다.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체계적으로 파괴되는 숲. 브라질 혼도니아 주의 2007년 8월 현재 위성사진.


아마존 파괴를 요구하는 힘

오늘날 전 세계는 아마존 숲이 생산하는 세 가지 산물을 목마르게 원합니다. 그것은 목재, 육류(소고기), 콩입니다. 아마존은 이것들을 생산하기 위해 점점 더 빠르게 파괴됩니다.


국제 목재 시장에서 목재 수요가 증가하면 벌목업자들은 아마존으로 몰려듭니다. 아마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마호가니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낼 때마다 다른 나무 27그루가 동시에 파괴됩니다. 나무 한 그루마다 수천 개체의 생명이 서식하고 있는데, 모두 나무와 같이 희생됩니다. 벌목꾼들이 나무 한 그루를 쓰러뜨리면 덩굴식물로 연결된 이웃 나무들까지 같이 쓰러져서 추가적으로 나무들이 죽습니다. 그다음 트랙터나 스키더가 나무를 끌고 가는 길, 통나무가 트럭에 실리는 적재 장소, 마지막으로 고속도로까지 이어지는 미로처럼 뻗은 길 모두가 삼림 파괴의 현장입니다.


20세기 말부터는 가축 방목용 초지를 만들기 위해 삼림을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에는 이것이 아마존 삼림 파괴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브라질 군사정부는 정책적으로 20년 동안 숲을 가축 방목지로 전환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의도대로 브라질은 주요 소고기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소고기 증산의 대부분은 아마존 숲을 파괴한 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불탄 숲에 들어서는 소 떼.


또 하나는 콩입니다. 콩은 가축의 사료로 쓰이는 주요 작물입니다. 세계 인구가 증가할수록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육류 소비가 증가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콩 수요가 치솟습니다. 세계 인구는 1900년 15억 명에서 단 한 세기 후에 65억 명이 되었고 2050년까지 9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마존의 광대한 삼림을 밀어내고 콩과 소고기 공급을 늘리라는 압력은 점점 거세질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가 브라질의 목재와 소고기, 콩의 주요 구매자입니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을 지켜야 하는 이유

아마존은 종종 ‘지구의 허파’로 불립니다. 2000년 브라질에서 실시된 대규모 생물권-대기 실험(Large-Scale Biosphere-Atmosphere Experiment, LBA)에 따르면, 아마존은 한 해 평균 5억 6천만 톤의 탄소를 붙잡아둡니다. 그리고 전 세계 산소의 20퍼센트를 생산합니다. LBA의 과학자들은 만약 아마존 전역의 숲이 사라지면, 대기에 7백억 톤에 달하는 탄소가 추가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2011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382억 톤이며, 한국의 탄소 배출량은 7억 4천만 톤.)


한편 아마존은 그 자체로 기후 조성자입니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자원을 토양이 아니라 거대한 생물자원(biomass)에 저장합니다. 아마존 식물들은 왕성한 생장 활동을 통해 토양의 양분을 남김없이 빨아들입니다. 그리하여 나무가 쓰러지고 드러난 토양은 관목만 무성한 초지로 바뀌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아마존 숲은 그 지역을 지나는 비구름을 북쪽의 카리브 해와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남쪽의 평야 지대로 흩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아마존 숲이 사라지면, 인간의 주요 거주 지역들은 상시적인 가뭄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도덕적 쟁점이 남아 있습니다. 자원을 마구잡이로 쓰는 인간이라는 종 하나가 우리와 이 행성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다른 수백만 종의 서식지와 생명을 파괴할 권리가 있을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답해야 합니다.


▲ 지구의 허파 아마존



아마존 탐험의 역사

이 책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아마존 탐험의 역사입니다. 아마존에 최초로 도착한 사람은 1500년 에스파냐의 비센테 야네스 핀손이었습니다. 그는 아마존 강 어귀를 탐사하고 원주민 부족과 조우하여 그들과 전투를 벌였습니다. 후일 브라질을 차지하는 포르투갈인도 야네스 핀손보다 몇 달 늦게 아마존에 상륙했습니다. 세 번째로 아마존에 등장한 서구인은 유명한 아메리고 베스푸치와 그가 속한 선단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아마존 탐험은 그보다 40년쯤 뒤에 시작됩니다. 잉카 제국을 멸망시킨 에스파냐 정복자들은 제2의 엘도라도를 찾아서 무작정 안데스 고원을 내려와 아마존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중 곤살로 피사로와 그의 부하였던 프란시스코 데 오레야나의 탐험 기록은 아주 구체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레야나는 1541년부터 1년에 걸쳐 아마존을 일주하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비록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최초로 아마존을 일주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기록에 따르면, 16세기 당시 아마존 강 양편의 둑에는 각양각색의 부족 집단이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다채로운 모습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19년 후 두 번째로 아마존 강을 일주한 탐험대가 등장합니다. 영화 《아귀레 신의 분노》로 유명한 우르수아-아기레 원정대가 그들입니다. 이들은 10개월에 걸친 살인과 약탈, 제국에 대한 반란으로 점철된 처절한 사투 끝에 아마존을 일주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의 탐험가 중에는 미국의 전 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있습니다. 그는 8주에 걸쳐 1천 킬로미터가 넘는 험난한 강을 일주했습니다. 그는 오늘날 브라질의 혼도니아 주에 있는 수원지로부터 후일 그의 이름이 붙게 될 미탐험 강(당시에는 리우 다 두비다(‘의심의 강’이라는 뜻), 후일 루스벨트 강)을 탐험하고, 그다음 아리푸아낭 강을 내려가 마데이라 강까지 간 후 마나우스 인근에서 아마존 강 본류에 도착했습니다.

▲ 카누를 탄 아마존 원주민들이 배를 타고 온 최초의 유럽인들을 맞고 있다.


왜 서구인은 아마존 정글에서 무능해지는가

아마존에 들어선 콘키스타도르들은 유럽 최고의 전사 집단이었습니다. 말과 강철검을 보유한 그들은 카리브 해 지역과 안데스 산맥 인근의 개활지에서 대적할 상대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마존 삼림으로 내려가자마자 그들은 대책 없이 무능해졌습니다. 문명 유럽인들이 어째서 세계에서 가장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생태계에서 생존해나가는 법을 결코 익히지 못했는지는 참으로 기이한 일이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원주민들은 어렸을 때부터 숲속에서 사냥과 낚시를 해왔습니다. 그들은 식량과 약초, 자재로 쓸 만한 수백 가지 식물의 잠재적 가치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한 인종은 더듬더듬 나아가며 살갗이 찢어지고 벌레에 물리고 굶어 죽어간 반면 다른 인종은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건강을 유지하며 초목 사이를 자유롭게 누볐습니다.


유럽인들은 탁 트인 개활지에 익숙합니다. 서구인들은 오로지 이빨과 발톱에 의지해 발가벗은 채로 정글에 놓이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아마존에서 산다는 것은, 자신이 직접 사냥하고 낚시하고 먹을거리를 채취하러 다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잉카족은 기니피그와 라마라도 있었지만, 그들과 달리 진짜 숲 한가운데 살았던 아마존 원주민들에게는 가축 같은 게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최초 도래 시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유럽인은 결코 아마존에서의 삶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아마존에서 생존하기 위해 일단 정복한 다음 그들 모국의 문명과 동식물을 이식해야 했고, 영속적인 식량 생산과 상업, 심지어 탐험과 군사 활동을 위해 전적으로 원주민 노동력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유럽인들은 숲에서 언제나 곤란에 빠져 허둥거렸다. 이 그림에서 유럽인 여행객은 카누까지 인디오의 등에 업혀 간다.

 

총, 균, 쇠와 원주민 수난

서구인 도래 이후 아마존 원주민들은 잔혹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최초 탐험의 시기에는 낯선 이방인들의 총포와 금속 날에 맞서 싸워야 했습니다. 이후 제국주의 국가들의 쟁탈전 시기에는 총포 외에 그들이 구사하는 분할 통치 전략에 말려들어 이방인들과 한편이 되어 이웃의 적대 부족을 학살하고 노예화하는 첨병이 되었습니다. 선교사들은 원주민을 숲과 강둑에서 끌어내어 선교 마을에 정착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그들은 전통을 박탈당하고 이방인들이 가져온 병원체에 면역 없이 노출되어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정착민들이 마련한 체제 안에서 노예 같은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절정은 아마존 고무 붐 시기였습니다. 원주민들은 고무나무가 자라는 곳이면 어김없이 노예 노동자로 편입되었고, 모든 인권을 박탈당한 채 혹사 끝에 죽거나 칼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아마존에 투영된 인간들 꿈의 역사

서구인들은 울창한 아마존을 보며 다양한 환상을 품었습니다. 그들은 아마존에서 막대한 상업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꿈꾸었습니다.


16세기 탐험가들은 제2의 엘도라도를 꿈꾸며 대책 없이 아마존 숲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숲이 제시하는 곤경 앞에 좌절로 점철된 기록을 남겼습니다. 향신료가 교역품으로 각광받던 시기에는 금 대신 계피나무를 찾아 정글을 헤맸습니다. 결국 최초의 유럽인들은 아마존에서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그 어떤 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따금 이뤄진 교역에서 붉은 염료의 재료로 쓰이는 브라질나무를 주로 가져갔고, 이것이 새로운 땅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기독교 선교사들은 원주민들을 교화하여 그들을 진정한 신의 자식, 그들의 공동체를 신정 국가로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원주민들을 유럽식 정주 문화 안에 가두었고,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정복자들에게 이용당해 원주민들을 숲에서 끌어내 합법적으로 노예화하는 역할을 맡곤 하였습니다. 일부 선교사들은 정착민들이 원주민을 노예로 부리는 세태를 강력히 비판하는 등 인도주의적이었지만, 원주민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고, 전염병으로 떼죽음당하는 원주민들을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런 수단도 갖지 못했습니다.


아마존이 처음으로 상업적 가치를 갖게 된 것은 19세기 말 고무가 산업 혁명의 핵심 소재로 부상하면서였습니다. 고무나무가 자라는 곳마다 고무 농장이 들어섰고 신흥 고무 부호들이 생겨났습니다. 이 고무 부호들은 고무 제국 건설을 꿈꿨습니다. 그들은 고무 수송을 위해 숲을 관통하는 철도를 건설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비용과 수많은 인명만 잃고 사업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최악의 상황은 고무 종자가 유출되어 동남아에서 대량 생산되면서 그들의 고무가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1927년 헨리 포드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아마존 숲에 거대한 고무 플랜테이션을 거느린 도시를 건설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주요 고무 산지가 다른 열강의 통제 아래 놓여 수급이 자유롭지 않자 직접 고무 도시 건설을 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동남아의 품질 좋은 고무나무를 아마존에 역수입하여 수백만 그루의 고무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러나 잎마름병이라는 전염병에 걸려 모두 죽어버렸습니다. 결국 헨리 포드는 1945년까지 단 한 번도 고무를 채취하지 못한 채 고무 농장을 헐값에 매각했습니다.



 포드란지아 폐허. 한때 아마존에서 가장 높은 인공물이었던 물탱크도 보인다.

 

21세기 아마존 원주민

1988년 한 카야포족 여성은 그들 거주지 인근의 알타미라에 들어서는 댐 건설에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의 '빈곤'을 덜어주겠다는 소리는 하지 마라. 우리는 가난하지 않다. 우리는 브라질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비참하지 않다. 우리는 인디오이다." 우리는 원주민들에 대해 낙관주의를 견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인디오들은 이미 외부 사회와 접촉하고 그들 밖의 세계가 어떻게 사는지 충분히 보았습니다. 1982년 샤반테족 족장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등 일부 부족은 외부 문명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족들은 외부를 닮기보다 그들 삶의 방식으로 고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늘날 브라질 국민들은 원주민들이 그 누구보다 뛰어난 숲 지킴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과 원주민 보호에 찬성합니다.


거대한 족장사회 vs 소규모 거주 집단

서구인에 의해 파괴되기 전 원주민들의 공동체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에 대해 고고학자들은 치열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원주민들의 삶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강둑사람들은 강둑과 바르제아라고 불리는 우기가 되면 침수되는 풍요로운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했던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농사와 양식을 하며 정주 생활을 했습니다. 숲속사람들은 테라 피르메(terra firme)라고 부르는 비침수 지대에 살았던 사람들로 주로 사냥과 수렵, 반(半)유목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논쟁은 아마존 원주민에 관한 두 권위자, 베티 메거스(Betty Meggers)와 애너 루스벨트(Anna Roosevelt)의 논쟁입니다. 루스벨트는 유럽인이 도착하기 2천 년 전부터 이미 아마존에는 거대한 “족장 사회”가 있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녀의 근거는 대규모 노동력을 동원했음을 증명하는 인공 둔덕의 존재, 계층 사회였음을 증명하는 정교한 도기 문화, 최초 시기 에스파냐인들이 관찰한 끝없이 이어진 마을과 그 크기에 대한 기록, 테라 프레타라는 인간의 노력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비옥한 흑색토 지대의 존재 등입니다. 그녀는 1991년 마라조 섬에서만 수만 제곱킬로미터의 영토에 신격화된 족장과 그 신하와 노예들로 이루어진 10만 명이 넘는 규모의 원주민 사회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메거스는 “아마존 제국이라는 죽지 않는 신화”라고 비판하며, 루스벨트가 원주민들의 산발적인 거주 흔적을 집산적으로 이해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외에도 메거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은 인간 거주 흔적이 대개 10킬로미터를 넘지 못하였으며, 최장 50킬로미터 정도라고 지적했습니다.



▲ 비옥한 흑색토 지대. 그리고 한때 인간들의 거주지였음을 증명하는 수백만 점에 달하는 도기 파편들. 

과거 이 땅에는 어떤 인간 사회가 존재했을까?

 

아마존을 사랑한 사람들

열정적인 선교사들과 고고학자들 외에 자연과학과 인류학은 아마존에 대한 재인식이 가장 먼저 또 편견 없이 이뤄진 분야였습니다. 자연학자들은 아마존 전역을 누비며 점차 아마존의 가치를 발견해나갔습니다. 이 책에서는 최초의 과학 탐사부터 알렉산더 폰 훔볼트, 요한 밥티스트 폰 슈픽스, 카를 프리드리히 필립 폰 마르티우스, 찰스 워터튼, 헨리 월터 베이츠,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리처드 스프러스, 그리고 최근의 리처드 에번스 슐츠에 이르기까지 자연학자들이 남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한편 초창기 계몽주의에 경도된 관찰자들과 달리 편견 없는 위대한 인류학자들 역시 아마존에 출현합니다. 카를 폰 덴 슈타이넨, 쿠르트 니무엔다주 등이 어떻게 원주민들 속에서 살았으며 모험을 했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     *     *


지은이 존 헤밍(John Hemming)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아마존 탐험가 중 한 명이다. 캐나다인으로서 영국 왕립지리학회의 총무이사를 맡아 21년 동안 이끌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 워릭대학교와 스털링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1년 브라질 중부를 탐험하는 이리리 강 원정대의 일원으로 아마존에 처음 발을 디딘 이래, 50여 년 동안 아마존을 탐험하고 연구하였다. 그동안 5개 이상의 미접촉 부족을 발견한 것을 포함해 40개가 넘는 원주민 부족을 방문하였고, 미탐험 지대를 탐사하는 수많은 연구 원정대에 참여하였다. 브라질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가장 많은 원주민 부족을 방문한 서구인으로 평가받는다. 『잉카 정복(The Conquest of the Incas)』(1970년)으로 크리스토퍼 도서상과 여러 상을 수상하였고, 이후 30여 년에 걸쳐 아마존 원주민 역사에 관한 3부작 『붉은 황금Red Gold』(1978년), 『아마존 개척 시대(Amazon Frontier)』(1985년), 『죽을지언정 죽이지 말라(Die If You Must)』(2004년)를 집필하였으며, 아마존 연구에 관한 공로를 인정받아 브라질 기사 훈장을 받았다. 2008년에 이전까지의 연구를 아울러 이 책을 집필하였다.


옮긴이 최파일

서울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과 서양사학을 전공했다. ‘바른번역’에서 번역을 공부했고, 역사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의 좋은 책들을 소개하려는 뜻을 품고 있다. 축구와 셜록 홈즈의 열렬한 팬이며, 1차 세계 대전 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는 『근대 전쟁의 탄생』(2011년), 『스파르타쿠스 전쟁』(2011년), 『십자가 초승달 동맹』(2010년), 『대포, 범선, 제국』(2010년), 『트로이 전쟁』(201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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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

존 헤밍 지음 | 최파일 옮김 | 미지북스 |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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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강과 생명의 숲, 그 안에서 펼쳐진 사람들의 이야기



알려진 왕국도 없고, 짙푸른 녹음만 한없이 이어져 있는 듯한 곳.

그런 아마존에도 거대한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2013년 3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아마존의 거대한 5백 년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 

『아마존: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이 출간됩니다!


존 헤밍의 열정적인 이야기는 아마존 강의 거스를 수 없는 물살처럼 독자들을 휩쓴다.

- 파이낸셜타임즈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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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2일 콜롬비아의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콜롬비아의 남쪽 끝, 아마존의 서쪽 가장자리에 있는 푸투마요 강의 라 초레라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그곳의 원주민들인 위토토족, 오카이나족, 보라족, 우이노나족, 미라냐족, 노누야족, 안도케족의 대표들 앞에서 1백 년 전 그 땅에서 벌어졌던 원주민 잔학상을 사과했습니다. 과거 원주민들은 그곳에 설립된 페루아마존 회사의 노예 시스템에 편입되어 일해야 했고, 1913년까지 무려 10만 명 이상의 원주민이 노동과 학살로 목숨을 잃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세기의 첫 십 년은 고무 붐에 힘입어 아마존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던 시기입니다. 고무나무가 자라는 땅마다 고무 사업소들이 들어섰고 숲의 질서가 급속도로 노동 착취를 목적으로 재편되었습니다. 농장주들은 근처의 원주민을 강제로 노예(혹은 그에 준하는 노동자)로 만들어 고무를 채취하도록 했습니다. 노다지를 맞은 농장주들은 순식간에 부호가 되었습니다. 정부 당국의 치안력은 광대한 아마존 숲을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미미했고, 그 틈새에서 고무 부호들은 그들만의 왕국을 건설합니다.


그중 푸투마요의 라 초레라(급류라는 뜻)는 당시 고무 부호들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았던 훌리오 세사르 아라나란 자의 근거지였습니다. 그는 그곳에 페루아마존 회사 산하의 고무 사업소들을 여럿 두었습니다. 당시 푸투마요 강에는 콜롬비아 고무 세력과 페루(아라나) 고무 세력이 할거하고 있었는데, 아라나는 페루 정부에 군대를 요청해 콜롬비아 고무 세력을 '총'으로 몰아냅니다. 그리고 '총'으로 그곳을 통치합니다. 그렇게 아라나는 푸투마요에서 페루 세력 확대의 첨병을 자임하며 마침내 푸투마요 제국이라 불릴 만한 사업장을 거느리게 됩니다.


원래 고무 붐 초기만 해도 원주민들은 고무를 소량 채취한 것들을 콜롬비아인들에게 팔곤 했습니다. 그러나 아라나는 그러한 고무나무 숲 근처의 원주민들, 즉 위토토족과 보라족 원주민 등을 자신의 고무 노동자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상 노예 노동 시스템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부터 그의 왕국 아래 놓인 원주민들은 "현대에 발생한 잔학 행위 가운데 가장 끔찍하다" 할 만한 잔혹의 시기를 살아갑니다. 숲 바깥의 세상은 고무 농장의 잔학상을 알지 못했고, 원주민들의 처우는 나아질 가능성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월터 하든버그라는 한 용기 있는 젊은이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세계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영 몰랐을지도 모릅니다.


훗날 하든버그의 고발을 확인하기 위해 영국의 외교관 로저 케이스먼트가 아마존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는 아마존의 한 고무 사업소를 조사하고 난 후 어느 날 일기에 다음과 같은 소회를 남깁니다.


케이스먼트는 원주민들의 아름다움에 무척 감탄했다. 그는 보라족 남자들을 ‘키나 몸집이 크지는 않지만 대단히 우아하고 늘씬하다. 그들은 마치 기계처럼 흐트러짐 없이 걷고 …… 많은 이들이 비록 어디를 봐도 근육이 두드러지게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강한 팔, 아름다운 허벅지와 다리, 보기 좋은 사지를 갖췄다. 여유로운 야생의 삶의 시절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그야말로 두루두루 튼튼하고 완벽하게 만들어진 숲의 자식들이었다.’고 묘사했다. ……  ‘반면 그들을 억압하는 이들을 보라. 역겹고 흉악한 얼굴들, 음험하고 잔인한 입술, 음탕한 입과 육욕에 가득 찬 튀어나온 눈. 선행이 불가능한 인간들이다.’ 회사의 대리인들은 육체노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 한줌의 살인자들이 문명의 이름으로, 그리고 영국 신사들과의 대단한 친분으로 위장하고서, 그들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타고난 착한 사람들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케이스먼트는 아마존에 발을 딛기 전에 콩고에서 벌어진 불법적인 노예제와 인권 유린 실태를 이미 서구 사회에 폭로한 바 있는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이번에는 아마존에 있는 "페루아마존 회사"와 그것의 푸투마요 강 주변 고무 사업장을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아마존으로 건너간 케이스먼트는 독자적인 채증 작업을 실시하여 그곳의 끔찍한 실태를 낱낱이 기록합니다. 위 글은 그 와중에 그가 느꼈던 비애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월터 하든버그가 찍은 가슴 아픈 사진. 위토토족 여자들이 쇠사슬에 묶여 있다.


아라나의 푸투마요 제국이 한창 번창하던 1907년, 월터 하든버그라는 한 미국인 청년이 고무 붐이 야기한 철도 건설 붐에 참여하고자 친구와 함께 아마존으로 향합니다. 그는 배를 타고 푸투마요 강에 도착합니다. 그는 그곳에서 하필 아라나에게 쫓겨난 콜롬비아인을 만납니다. 여관주인이 조심하라고 경고했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그를 따라 본격적으로 아라나의 푸투마요 제국을 모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라나의 사업장에 진입하자마자 총포 세례를 받습니다.


탐조등이 그들의 카누를 비추었고, 그 작은 배를 침몰시키라는 명령과 함께 일제 사격이 쏟아졌다. 하든버그와 그의 동행은 마치 영화 《아프리카의 여왕》에서 …… 험프리 보가트와 캐서린 헵번이 꼼짝없이 당한 것처럼 완전히 제압당했다. 이키토스호로 다가오라는 명령을 받은 하든버그는 나중에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는 배 위로 홱 끌어올려졌고 페루 군대의 아르세 베나비데스 대위와 …… 커피색 피부의 병사들, 선원들, “문명화 사업을 하는 회사”의 직원들에게 아주 비열한 방식으로 발길질과 구타, 모욕을 당했다. …… 말 한마디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푸투마요 악의 제국을 세상에 폭로한 월터 하든버그(왼)와 그 제국의 주인이었던 훌리오 세사르 아라나(오)


당시 서구인들은 원주민들을 흔히 무능하고 게으른 인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존』을 보면, 당대의 석학이든 열정적인 선교사든 아니면 원주민을 부려먹는 사람이든 그들의 관찰은 대개 인종적 편견을 드러냅니다. 하든버그 역시 아마존에 막 도착했을 때는 당시 서구인들이 흔히 그랬듯이 무기력한 원주민이란 인상을 공유했습니다. 그러나 하든버그 본인에게 또는 같은 서구인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보면서, 또 원주민들에 대한 잔인한 통치를 목격하면서 점점 생각이 바뀝니다.


엘 엔칸토에서 하든버그는 야위고 말라리아에 걸린 남녀들이 보트에서 짐을 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얼마 안 되는 양의 마니오크 가루와 때때로 정어리 통조림 4분의 1을 받았다. ‘이것은 그들이 하루를 버티는 양으로, 그들은 하루 24시간 가운데 16시간을 가장 힘든 노동에 바친다. …… 아파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못한 채 그리고 고통에 빠진 그들을 도와줄 사람도 없이 집 주변과 인근 숲에 쓰러져 있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운 광경이다. 이 가련하고 비참한 사람들은 치료도 받지 못하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추위와 비바람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가 결국 죽음으로 고통에서 해방된다. 그러면 가족이나 친지들이 그들의 차가운 시체를 강으로 날랐고 …… 탁하고 누런 카라-파라나 강물이 말없이 그들을 뒤덮었다.’ 하든버그는 이 ‘지속적이고 악랄한 범죄의 카니발’에 격분했다.


그리하여 아직 어리고 변변찮은 젊은이에 불과했지만 하든버그는 악의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자신이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하든버그는 아라나에게서 해고당한 사람들, 그나마 인간적인 양심을 간직한 직원들, 그리고 희생자들을 상대로 집요하게 증거를 수집합니다. 그리고 언론에 제보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무시당하거나 아라나에 의해 훼방당합니다. 그러다 마침내 페루의 한 언론이 그가 수집한 증거를 기사화합니다. 끔찍한 묘사로 가득차 있습니다.


 고무 붐 시기 많은 원주민들이 마체테에 난자당했다. 마체테는 넓고 무겁고 날이 하나인 검보다 짧은 무기로 아마존 밀림을 탐험하기 위한 필수품 중 하나이다. 서구인이 최초로 도래한 시기부터 수풀을 헤쳐나가는 용도로 애용되었다. (사진의 인물은 본문과 관련이 없음.)



『라 펠파』는 아라나의 구역 소장들 …… 이 어떻게 모든 구역의 인디오마다 5아로바(75킬로그램)의 고무 할당량을 부과했는지 가르쳐주었다. 인디오들과 그의 아내들, 아이들이 이 말도 안 되게 무거운 양의 고무를 힘겹게 들고 와 무게를 달았다. 바늘이 요구한 양을 가리키면 그들은 기뻐서 웃었다. 그러나 바늘이 정해진 눈금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그들은 엎드려서 처벌을 기다렸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살점이 떨어져 나올 때까지 채찍으로 50대를 맞거나 아니면 마체테로 난자당했다. 이 야만적인 광경은 나머지 사람들, 그들의 아내와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자행되었다.’ 


훌리오 무리에다스라는 증인은 노르만드의 사업소 라 초레라에서 한 인디오가 도망치면 ‘그들은 그의 어린 자식들을 잡아다가 손발을 묶어 매단 후 불 위에 구우면서 아버지가 어디에 숨었는지 실토하게 고문한다.’고 말했다. 무리에다스는 고무를 충분히 갖고 오지 않은 인디오들이 ‘총에 맞거나 마체테로 손발이 잘린 후 집 밖으로 내던져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부족장 네 명이 매질을 당하는 것도 보았다고 보고했다. 쿠요 족장은 ‘채찍에 맞아 죽었고 다른 족장들은 채찍질을 당한 후 여러 달 동안 쇠사슬에 묶여 있었는데 모두가 부족 사람들이 회사에서 정한 양만큼 고무를 가져오지 않은 “죄” 때문이었다.’


고무 농장에서 일하는 원주민들에게는 할당량이 부과되었고, 그것이 학대의 주된 명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고무 사업소 소장들의 원주민 학대와 학살은 본질적으로 유희이자 그곳의 문화 그 자체였습니다. 


노르만드는 나이가 지긋한 여자 세 명과 그들의 두 딸에게 다가가 나머지 부족 사람들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습격자들을 피해 숲속으로 뿔뿔이 달아났다. ‘그러자 노르만드는 마체테를 집어 들어 그 불운한 다섯 명을 아주 태연하게 살해했다.’ 시체는 집 근처에 내버려졌고 곧 노르만드의 개들이 달려들어 시체를 갈가리 물어뜯었다. ‘거의 매일 아침 토막난 팔이나 다리를 입에 문 개들이 이 괴물의 머리맡에 나타났다.’ 나머지 포로들은 나무둥치로 만든 차꼬에 채워졌고 노르만드는 그들에게 아무런 음식도 주지 말라고 명령했다. 이내 ‘그들은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고 고통과 절망에 찬 비명을 토해냈다. 그럴 때마다 노르만드는 마체테를 집어 들어 그들을 난자했다.’ 3주 후, 또 다른 무리가 족장과 그의 가족을 끌고 왔다. 왜 그의 부족이 고무를 원하는 만큼 가져오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족장은 요구량이 너무 많아서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이 대답에 노르만드는 족장의 손과 발을 쇠사슬로 묶은 후 그 불행한 희생자 주위로 장작단 세 개를 갖다 놓도록 명령했고 …… 그가 직접 …… 거기에 불을 붙였다.’  


오거스터스 월콧은 케이스먼트에게 아우렐리오 로드리게스의 명령에 따라 한 인디오가 불태워지는 것을 목격한 일을 이야기했다. ‘“그는 카우초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달아났고 한 무차초(소년 병사)를 죽였습니다. 그들은 그의 두 팔과 무릎 아래 두 다리를 자르고 그의 몸뚱이를 불태웠습니다.” 질문: “그가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까?” 답변: “예,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 질문: “그가 살아 있었다는 게 확실합니까? …… 그 사람들이 그를 불속에 던졌을 때 말입니다.” 답변: “예, 살아 있었습니다. 확실해요. 그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눈을 뜨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위와 같은 증언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아마존』 책에도 20여 건이 넘는 증언들이 발췌되어 1900년대 초 아마존 푸투마요 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모두 하든버그의 채증 작업으로부터 기록되기 시작한 것들입니다. 기록되지 않은 것들은 더 많았을 겁니다.

이러한 충격적인 증언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아라나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하든버그는 점차 아마존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영국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든버그는 아라나를 중상하는 모리배로 치부됩니다.


도시는 아라나에 의해 지배되었다. 그의 인척이 그곳의 시장이었고 그 자신은 상공회의소의 회장이었으며 그의 가족과 직원, 대리인을 통해 많은 활동을 지배했다. …… 하든버그는 런던에 도착하자 세인트판크라스 역 맞은편에 숙소를 정하고 신문사들을 찾아갔다. 놀랄 일도 아니지만 어느 편집장도 스물두 살짜리 농장 출신 미국 청년의 터무니없는 고발을 다루려 하지 않았다. 그들 눈에 하든버그는 머나먼 아마존 정글 구석에서 참상이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 영국 지도층 인사가 포함된 회사를 비난한 사람으로 비쳤다.


하든버그는 낙담했습니다. 그러나 돌파구가 생깁니다. 하든버그는 당시 호주 원주민보호협회와 교류하며 반노예제협회에 몸담고 있는 존 해리스 목사를 만나게 됩니다. 존 해리스 목사는 로저 케이스먼트와 함께 콩고 스캔들을 폭로한 바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하든버그의 말을 신뢰했고 케이스먼트에게 "페루아마존 회사" 조사위원회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케이스먼트는 직접 아마존을 조사한 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영국 정부에 요청해 공식 조사단을 발족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조사단의 공식 보고서가 외무성에 제출됩니다.


1911년 3월 17일 외무성에 제출된 케이스먼트의 135쪽짜리 보고서에는 바베이도스인들이 증언한 말로 형언하기 힘든 범죄 행위가 모두 담겨있었다. 에드워드 그레이 경은 ‘현대에 발생한 잔학 행위에 대해 읽은 것 가운데 …… 푸투마요 강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기록이 가장 끔찍하다.’고 말했다. 외무성은 케이스먼트의 보고서를 페루에 있는 외교관들에게 보냈다. 페루의 아우구스토 레구이아 대통령은 자신이 충격에 빠졌으며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 로저 케이스먼트. 그는 위대한 인도주의자였다. 후일 아일랜드 독립을 지원하다 반역죄로 처형되었다.


마침내 훌리오 세사르 아라나 제국의 실상이 공문서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페루 언론들이 국수주의 성향을 드러내며 본질을 호도하고 아라나 역시 그들 뒤에 숨어 허울뿐인 청문회를 비웃었습니다. 심사을 거듭하던 1913년 4월 어느 날, 아라나는 늘상 그랬듯이 형식에 지나지 않도록 잘 처리해두었던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날도 그는 진실과 허구를 섞어 말을 늘어놓으면 평소처럼, 페루에서도 영국에서도 잘 나가는 인사로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극적인 상황을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아라나는 마나우스에 있었지만 영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처음에 그는 특별위원회 앞에서 직원들의 채찍질과 인디오들을 사냥한 행위에 대한 질문에 ‘차분하고 자신감 있게’ 답변하고 ‘결단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인상’을 풍기며 호감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의원들은 원주민들에게 사용된 라이플총이나 그들에게 자행된 만행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아라나의 항변의 신빙성을 점차 무너트렸다. 그는 거듭해서 하든버그가 위조한 신용장을 제시하고 회사를 협박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미국인 젊은이에 대한 중상을 계속하는 동안 스위프트 맥닐은 회심의 결정타를 날릴 수 있었다. 그는 갑자기 아라나에게 말했다. ‘돌아서 보십시오. 돌아서서 당신 눈앞에 하든버그를 보시오.’라고 말했다. 4년 전 푸투마요 강의 스캔들을 처음 폭로한 장본인이 하원의 위원회실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아라나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없는 소리나 하는 청년으로 몰아냈던 하든버그가 4년의 시간을 돌아 다시 그 앞에 나타났습니다. 하든버그는 어떤 증언을 했을까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당시 아마존 곳곳에 존재했던 수많은 고무 사업소들은 그러면 결백했던 것일까? 아라나의 푸투마요 제국이 유독 극악했던 것일까? 저자 존 헤밍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아라나는 어쩌면 단지 재수가 없었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하든버그의 용기 있는 행동이 없었다면 다른 모든 사람들은 그 사실을 영영 몰랐을지도 모르니까요. 


어쩌면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사태는 1911년 초에 페루의 다른 지역에서 영국 고무 회사들이 인디오들을 학대한 증거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이 회사들은 페루 북서부 마드레 데 디오스 강의 수원인 이남바리 강과 탐보파타 강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 미국 회사들도 거명되었다. 그러나 이 지역들에는 여론을 환기할 만한 월터 하든버그가 없었다. 그래서 …… 결코 조사받은 적이 없었고 어느 가해자도 처벌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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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출간 예정!


『아마존: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

생명의 강과 생명의 숲, 그 안에서 펼쳐진 사람들의 이야기



... 더 많은 이야기가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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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을 며칠 앞두고 점심을 먹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명절 때 집안 어른들에게 선물할 만한 책은 어떤 책일까? 미지북스에도 그런 책이 있을까? (저의 회의적인 추측이 나름대로 일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래서 출간 목록을 가만 살펴보았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아 저의 추측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지북스의 스테디셀러, 『한국 가요사』한국 가요의 탄생부터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쳐 해방 정국과 군사 정권에 이르기까지, 한국 가요 100년의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 근현대 문화사의 역작이랍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 대중가요계를 풍미하며 민중의 삶을 어루만져온 수많은 노래들, 그리고 작곡가, 작사가, 가수, 연주자 들의 생애와 음악 세계, 나아가 우리 민족과 그들의 노래가 함께 겪어온 정치사회적 격동이 버무러져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지난 100년을 가만 돌이켜보면 여러분도 수긍하실 거예요. 개화기와 갑오농민전쟁, 일제강점과 식민지시대, 해방과 분단, 4·19혁명과 5·16쿠데타, 산업화와 민주화운동까지...  대중가요는 민중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을 반영하는 한 시대의 증언과도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가요사』는 대중가요라는 버스를 타고 우리의 근현대사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매력적인 여행이고요. 이 시기를 직접 겪었던 한국인이라면 매력적인 동시에 옛노래와 함께 과거를 되돌아보는 추억 여행이기도 하겠고요. 


저자 박찬호 선생님은 나고야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입니다. 식당에 딸린 창고방에서 한국 가요 100년의 역사를 30년에 걸쳐 집대성하셨어요. 자료를 모으기 위해 해방 전 가요 해설서, 옛 LP 음반을 번역하고 오래전 신문에 실린 광고를 확인하며 곡의 발표연도를 추적했습니다. 해방 전 가요사의 대표곡 '목포의 눈물' 발표연도를 최초로 확인한 것도 박찬호 선생님이었습니다. 


― 책에는 '목포의 눈물'을 조선 가요사가 낳은 불후의 명작이라고 쓰셨더군요.

"반도 서남단에 있는 항구도시 목포를 일약 낭만과 추억의 고장으로 만든 이 유행가는 사실 일제에 대한 한이 집약된 저항의 노래입니다. 항구란 우리가 일제에게 소중한 양식을 빼앗기는 곳이었고, 토지를 빼앗긴 육친이 타향으로 유랑의 길을 떠나는 민족적 비애가 서려 있는 이별의 무대였지요. 2절 첫 가사를 아십니까. '삼백 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라고 시작해요. 그게 임진왜란을 가리키는 겁니다. 실제로 작곡자인 손목인이 이 음반을 발매하기 전 총독부 검열에 걸려 소환당했는데 '원한'과 '원앙'의 발음이 비슷한 데서 온 오해라고 설명한 뒤 빠져나왔다는 일화가 있어요."

_ 조선일보, 2011년 10월 1일 '[김윤덕의 사람人] 목포의 눈물·번지없는 주막… 유행가에서 찾은 母國'


30년에 걸친 연구의 결과로, 해방 이전 시기를 다룬 『한국 가요사』 1권이 1988년 일본 현지에서 먼저 출간되었습니다. 이후 1992년 영문학자 안동림 선생님의 번역으로 국내 번역 출간되었고, 당시 근현대 한국 대중가요 연구의 폭발적인 부흥에 큰 기여를 했답니다. 


그리고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2009년. 1권의 대대적인 수정 증보판과 더불어 해방 이후 시기를 다룬 『한국 가요사』 2권이 미지북스에서 새롭게 나왔습니다. 이로써 민요, 악극, 창가, 창극, 가곡, 오페라, 재즈, 트로트, 록, 소울, 포크, 발라드 등 지난 20세기 우리 노래의 거의 모든 장르를 다루며 그 노래들을 짓고 불렀던 수많은 음악인들의 방대한 역사가 처음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한국 가요사』 1, 2권의 전체 분량은 무려 1400쪽(200자 원고지 약 6000매)이 넘으며, 언급된 노래는 2366곡, 가사가 수록된 곡은 879곡, 음악인은 2084명에 이릅니다. 오늘날 찾아보기 힘든 SP음반들과 당시의 공연 현장의 사진들도 함께 실려 있고요. 사료적 가치로는 더할 나위 없겠죠. 현재 박찬호 선생님은 인세의 일부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데 기부하고 계시답니다. 



2010년 『한국 가요사』1, 2권 출간기념 행사 모습입니다. 왼쪽부터 저자 박찬호 선생님, 『노름마치』의 저자 진옥섭 선생님, 『한국 가요사』1권을 번역한 안동림 선생님입니다. 



 

마이크를 잡고 계신 박찬호 선생님. 왼쪽에 앉은 이는 2권 편집을 맡은 이준희 선생님입니다. 이준희 선생님은 현재 ㅣ일제 식민지 시기 조선인 대중음악 연주 집단 <조선 악극단>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계십니다.

 


국내의 가요사 책으로는 이영미 선생의 『한국 대중가요사』가 있는데요. 이영미 선생은 『한국 가요사』의 초판을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추천사의 일부를 잠깐 소개할게요. 


『한국 가요사』는 식민지 시대 전체를 충실하게 포괄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주요 작품과 인물에 대한 정보가 그 이전의 어떤 글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사료적 충실성을 획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분단을 통해 왜곡된 사실을 최대한 바로잡으려는 태도를 지니고 있어, 여태껏 남한 내에서는 거론하지 않았거나 잘못 거론되었던 사실에 대해 사실 그대로 언급한 최초의 기록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이영미(『한국 대중가요사』 저자)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품은 50-60대 이상의 한국인에게 『한국 가요사』는 노래에 얽힌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멋진 책입니다.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위한 좋은 명절 선물용 책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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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인간의 진화된 본성인가?

 

- 전 세계 및 한국의 종교 분포, 그리고 세속주의자들

 

 

 

휴머니즘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낙관주의적 기조를 갖고 있다. 그것은 자연 바깥에서 구원을 기다리는 절망의 신학이나 이데올로기를 거부한다.  - 폴 커츠

 

 

전 세계 인구의 14%만이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2010년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 unaffiliated'의 비율은 대략 16.3%, 69억 인구 가운데 11억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그렇다면 한국인의 종교 분포는 어떨까요? 지난 200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당시 한국인 중 종교가 없다('무교')고 응답한 비율은 46.9%에 달했습니다. 2천 2백만 명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단위는 퍼센트)
     


 연도 무교  불교  개신교  천주교  기타 

 1985

57.4 

19.9  16  4.6  2.1 
 1995

49.3 

23.2  19.7  6.6  1.2 

 2005

46.9 22.8  18.3  10.9 

 출처: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1985년, 1995년, 2005년.


생각보다 많은 숫자입니다. 우리 주위의 사람들 중 절반이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한 셈입니다.(다만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이 비율이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한 사실 하나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한국어판 '무교' 항목에 따르면,  특히 동유럽 및 구 사회주의 국가와 동아시아에서 '믿는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 즉 '무교'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2006년 Dentsu Communication Institute와 Japan Research Center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인의 51.8%가 무교라고 응답했고, 한국인은 36.4%였습니다.



무신론과 정교분리 


오늘날 많은 나라의 시민들이 세속화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교분리 원칙을 헌법으로 채택한 국가가 다수이며, 몇몇 나라는 '무신론'을 국가의 교리로 채택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입니다.

 

국가의 태도는 실제로 국민들의 종교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의 위키피디아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종교를 믿지 않는 국민들의 비율의 순위를 보면 중국을 포함해 과거 사회주의권 국가였던 동유럽 및 러시아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종교를 가지지 않은 16%의 인류(11억 명) 중 다수를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인의 문화 및 가치관을 고려하면 이 중 '무신론자'의 수는 더 적을 것입니다. 실제로 '믿는 종교가 없다'고 대답한 중국인 중 44%가 조상신을 믿는다고 답한 사실이 이 점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많은 중국인들이 '믿는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데는 중국 공산당 및 국가의 교리로 '무신론'을 택하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직접 특정 교리를 지정하는 것은 세속적 휴머니즘의 정신에 어긋납니다. "국교에 대한 두려움은 국가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이끌어냈고, 정교분리의 원칙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새겨졌다."(『세속적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 본문 28쪽) 무신론을 국가의 교리로 지정하는 것은 모든 종교적 활동에 대한 박해를 의미하게 됩니다. 현대 이전의 대다수 국가가 특정 종교를 국가의 종교로 지정함으로써 사상의 자유를 탄압했다면, 오늘날 중국은 오히려 '종교를 가지지 않을 자유'를 국가가 직접 미덕으로 지정하고 칭송함으로써 '종교를 가질 자유'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과 일본, 프랑스, 미국 등을 포함한 현대 국가들 중 다수가 '정교분리' 원칙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교분리란 국가의 공적 영역, 예를 들어 학교, 관공서, 행정부와 사법부 등의 영역에서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종교의 경전을 근거로 주장을 펼치거나 타인에게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정교분리는 유럽의 16세기 종교 개혁 그리고 이어진 종교 전쟁의 결과로 세속주의(secularism)가 새로운 가치관으로 등장한 이후 점진적으로 유럽 각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1791년 미국의 수정헌법 10개조의 제1조는("미 합중국 의회는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자유로운 종교 행위를 금지하거나, 언론 또는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또는 조용히 집회하고 피해를 구제받기 위하여 정부에 청원하는 인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정교분리의 원칙을 헌법에 명시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무신론과 비신론


'믿는 종교가 없다'와 '무신론'은 다른 말입니다. '종교'란 제도화된 종교로서, 하나의 조직으로 사회 안에서 기능하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교단과 성소를 갖춤으로써 체계화된 하나의 조직입니다. 이에 비해 무신론 혹은 비신론은 초자연적인 실재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인데, '무교'보다 강하고 포괄적인 태도입니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초자연적인 실재를 인정할 수 있으며, 개인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세속적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폴 커츠는 무신론(atheism)과 비신론(non-theism)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은 자연을 두 영역(자연과 초자연)으로 나누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 의심스러워한다. 그들은 전지전능하고, 자애로운 신이라는 신의 고전적 정의를 이해할 수 없으며, 신이 존재한다는 주장에 제시된 증거들이 결정적이지 못하고, 악과 신성한 정의를 조화시키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

기본적으로 세속적 휴머니스트들은 비신론자들이다. 즉 그들은 신의 존재, 특히 인격적인 유일신의 존재를 믿기에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본다. 세속적 휴머니스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무신론자라고 노골적으로 선언하고 그러한 사실을 부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비신론과 무신론의 차이는 무신론자들이 보통 자신들을 유신론에 대한 반대자로 주요하게 정의하는 데 반해, 비신론자들은 자신들의 비신앙적 태도를 더 넓은 과학적·철학적·윤리적 관점의 일부로 간주하는 것이다. (49~55쪽)


비신론은 종교 혹은 신앙과 관련해서는 불가지론과 유사한 맥락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에 더해 "자신들의 비신앙적 태도를 더 넓은 과학적, 철학적, 윤리적 관점의 일부"로 간주하는 셈입니다. 이는 폴 커츠가 '세속적 휴머니즘'의 특징으로 든 나머지 다섯 가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과학적 연구 방법, 자연주의적 우주관, 휴머니스트 윤리, 민주주의적 전망, 전 지구적 휴머니즘이 그것입니다. 



종교는 인간의 본성인가


인류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는 것만으로도, 종교가 인간의 진화된 본성에 속한다는 주장을 반박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더구나 신뢰할 만한 설문 조사의 결과 전 세계 인구의 84%가 '종교'를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반박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그러나 『신 없는 사회』(마음산책)의 저자 필 주커먼은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시민들을 심층 인터뷰한 뒤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 사회의 종교성이 약해진 만큼 사회가 위험해진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며, 오히려 더 도덕적이고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입니다. 앞서 위키피디아에 수록된 조사가 보여주듯 스웨덴 국민 중 '믿는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46%에서 85%사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덴마크는 Eurobarometer의 2005년 조사 결과로는 19%이지만 『신 없는 사회』가 인용한 결과에 따르면 그보다 많습니다.) 또한 필 주커먼이 인터뷰한 100여 명의 스칸디나비아인들들은 대부분 어릴 적에는 종교인으로서 신앙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종교를 갖지 않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인간은 오히려 환경에 따른 적응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84%의 인류가 종교를 가지고 있고, 그보다 많은 숫자가 초자연적인 실재를 적극적으로 인정함에도 오늘날 대다수 국가의 헌법이 '정교분리' 원칙을 포함하고 심지어 '무신론'을 국가 교리로 택한 사실이 인간의 자율성을 증명합니다. 『세속적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의 부제는 '모든 인간적 가치에 대한 옹호'입니다. 인간의 보편적 조건으로서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세계에서 시작하자고 주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세속적 휴머니즘'입니다. 



 『세속적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 모든 인간적 가치에 대한 옹호 책 소개 바로 가기

 

 

2008부터 영국에 등장해 화제가 된 무신론자들의 버스 광고. "신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걱정은 그만하고 인생을 즐겨라."는 문구 옆에 무신론의 선도자 리처드 도킨스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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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과학사학회지> 33-1 (2011), 241-248쪽에 "과학과 회의론의 사이에 선 과학사"라는 제목으로 실린 서평으로, 학회지와 저자의 허락을 받아 이곳에 싣습니다. 서평에서 다뤄진 책은 이후에 2012년 1월 의혹을 팝니다(유강은 옮김, 미지북스)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 출간됐습니다. 

 


 

과학과 회의론의 사이에 선 과학사 

김준수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과정


의혹을 팝니다』, 유강은 옮김, 미지북스, 2012. 

(Naomi Oreskes and Erik M. Conway, Merchants of Doubt: How a Handful of Scientists Obscured the Truth on Issues from Tobacco Smoke to Global Warming, New York: Bloomsbury Press, 2010.) 



한때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로 여겨지던 지구온난화가 언제부터인가 회의론의 공격에 휘말리게 되었다. 2001년에 영어로 출간되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회의적 환경주의자』에서 비외른 롬보르는 여러 통계자료를 제시하면서 환경주의자와 기후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지구온난화의 위협을 지나치게 과장한다고 주장했다. 애당초 지구온난화가 인간 활동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도 대중 속을 파고들었다. 이산화탄소 증가가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지구온난화가 이산화탄소 증가를 불러오는 것이며 사실 지구온난화는 활발한 태양 활동 때문이라는 식의 주장을 고스란히 담은 다큐멘터리 <지구온난화 대사기극(Great Global Warming Swindle)>은 2007년 영국에서 방영되자마자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구 온난화가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거나 인간의 손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런 현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차차 확산되는 가운데,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전후로 일어난 이른바 “기후게이트”와 “빙하게이트”는 회의론자들에게 다시 한 번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입맛에 맞지 않는 연구 결과를 사전에 봉쇄하고 주장과 어긋나는 근거를 숨기려 하는 기후변화 연구자들의 모습, 그리고 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IPCC) 제4차 보고서에서 발견된 수치상 오류는 기후과학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트렸고, 그만큼 회의론이 수용되기 쉬운 상황을 만들었다. 

 

 

(좌)미국 앨버커키에서 한 파티 참가자가 "지구 온난화는 사회주의자들의 사기"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 (우)지구온난화 회의론 풍자 만화.
 

어느 때보다 지구온난화 회의론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때, 과학사학자 오레스키스와 콘웨이는 의심을 팔아먹는 자들(Merchants of Doubt)을 통해 이와 같은 회의론을 과학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 적극적으로 전선에 뛰어들었다. 얼핏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논쟁’은 지구 온도 상승의 원인과 파급 효과를 둘러싸고 서로 대립되는 과학적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일종의 과학 논쟁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저자들은 ‘논쟁’이라는 틀 자체가 과학적 사실에 흠집을 내려고 노력해 온 회의론자들이 만들어낸 허구적 산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과학계 내의 의견불일치, 즉 과학 대 과학의 대립이 아니라 오히려 과학계에서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한 문제까지도 논란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려는 회의론자들의 비과학 내지는 반과학적 행태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들이 사용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전략은 과학사로부터 끌어온 교훈을 토대로 회의론과 과학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각각의 이슈에서 과학자사회가 도달한 합의와 회의론자의 주장을 대비시키고, 회의론을 펼치는 자들이 어떻게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흐리려 했는지를 강조했다. 저자들의 두 번째 전략은 회의론의 역사적 연속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두 저자는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회의론의 역사적 연원을 추적하면서,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잡음에서 두드러지는 과학에 대한 공격이 이미 1950년대부터 직간접 흡연의 유해성, 전략방위계획, 산성비, 오존층 파괴 등 다양한 이슈에 걸쳐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처럼 의심을 팔아먹는 자들은 두 명의 과학사학자가 자신의 전문가적 역량을 십분 활용하여 현안에 목소리를 내려는 적극적 시도의 결과물이다. 


일단 과학에 대한 회의론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 역사적 산물임을 드러낸 것은 이 책에서 높이 살만한 부분이다. 이런 접근을 통해 독자들은 개별 사안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을 넘어 논란 전반을한층 넓은 시야로 조망할 수 있게 된다. 저자들은 과학에 대한 회의론의 출발점을 담배회사에서 찾았다.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언론에 보도되자, 담배회사들은 특정 개인에게 발생한 암의 원인을 흡연이라 특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담배 외에 퇴행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한 연구를 장려하면서 “의심을 만들어냈다.”(담배회사의 지원을 받아 인체에 해로운 다른 요인을 탐구한 연구자 중 한 명이 프리온을 발견한 스탠리 프루지너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저자들은 이처럼 과학의 불확실성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다른 인과관계를 제시하여 논점을 흐리는 이른바 “담배 전략”이 산성비, 오존층 파괴, 간접흡연, 지구온난화 문제에서 지속적으로 변주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회의론자들은 “담배 전략”을 본받아 산성비나 오존층 파괴와 같은 환경문제가 원인도 불분명하고 그렇게 호들갑을 떨 만큼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고, 간접흡연의 경우에는 한층 더 공세적으로 나서 환경보호청(EPA)이 흡연량과 유해성 간의 선형적인 관계를 전제로 간접흡연이 치명적이라고 주장한다면서 환경보호청이 내놓은 보고를 “쓰레기 과학”, “나쁜 과학”의 전형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회의론을 하나의 맥락으로 엮으면서, 이들이 제 나름대로 과학의 외양을 띠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이슈의 맥락에 뿌리를 둔 대안적 과학 이론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폭로한다. 그보다 이들은 산업계의 이해관계를 지키려던 시도에서 유래한 반론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회의론 간의 전략적 연속성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기여는 바로 이 책이 회의론 진영의 주축이 되었던 소수의 과학자를 밝혀낸다는 점이다. 그리고 제목과 부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바로 이것이야말로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프레더릭 사이츠(Frederick Seitz), 로버트 재스트로(Robert Jastrow), 윌리엄 니런버그(William Nierenberg), 프레드 싱어(Fred Singer) 등과 같은 과학자들을 지목하면서, 이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와 상관없이 온갖 이슈를 넘나들며 이미 존재하거나 형성되고 있던 과학적 합의를 흩뜨리고자 애썼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예컨대 1979년 담배회사와 협력하여 담배산업에 우호적인 연구를 할 만한 연구자 육성에 참여한 사이츠는 니렌버그, 자스트로와 함께 조지 마셜 연구소(George C. Marshall Institute)를 설립하고 전략방위계획(SDI)을 열렬히 옹호했다.  비슷한 시기에 니런버그와 싱어는 함께 산성비 동료심사단에 참여하여 보고서의 요약문 조작에 참여했으며, 80년대 말부터는 네 명 모두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란을 부추기는 데 일조했다. 저자들은 이 인적 연결고리를 물증으로 제시하면서 과학에 대한 공격이 이런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성장하며 보수적 싱크탱크, 언론, 기업체 등 다양한 세력과 접합할 수 있었다는 점을 보인다. 이렇게 보면 여러 회의론은 과학계에서 소수에 불과한 몇몇 과학자들이 제기하는 한낱 꾸며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된다. 

 

 

▲ 지구온난화 회의론 과학자들

좌측 상단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차례로 프레드 싱어, 로버트 재스트로, 프레더릭 사이츠, 윌리엄 니런버그.   

나오미 오레스케스 (이 책의 저자)

 

 

이처럼 의심을 팔아먹는 자들은 여러 이슈들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소수 과학자들의 활동을 부각시켜 냉전 시대의 과학이 지닌 어두운 면모를 드러내는 데 큰 공헌을 한다. 저자들은 이 과학자들이 과학을 버리고 거리낌 없이 “의심을 팔아먹는 자들”로 돌변할 수 있었던 이유를 냉전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연결 지어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 인물들은 모두 물리학자로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군부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자신의 경력을 쌓았다. 가령 사이츠는 매파로 이름난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Eugene Wigner)의 수제자로, 전시에 탄도학, 원자폭탄처럼 군사적 응용과 직결된 연구에 종사한 바 있었다. 마찬가지로 니렌버그는 원자폭탄에 사용될 수 있는 우라늄 추출을 연구했고, 싱어는 해저 기뢰와 대기 로켓공학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을 공유하면서 소련의 위협에 맞대응하기 위해 군비를 대폭 증강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본주의를 수호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여기며 시장과 기업, 자본주의를 방해하는 어떤 시도도 탐탁지 않게 여겼다. 따라서 이들의 눈에 시장 규제와 정부 개입을 부르짖는 환경주의자들은 가면을 쓴 공산주의자와 다를 바 없었다. 말 그대로 “냉전의 적자”라 할 수 있는 이 과학자들의 성향과 사고방식은 그들이 왜 점차 과학계에 등을 돌리고 기업 및 보수적 싱크탱크와 점점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그들이 과학계와 담을 쌓고 차차 과학 자체를 싸잡아 공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계기가 전략방위계획이었다는 사실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닌 셈이다. 이처럼 회의론의 전략적, 인적 연속성을 창문 삼아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냉전 시대의 역사와 그 유산을 읽어내는 저자들의 안목은 단연 압권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두 번째 전략이 남긴 성과에 비해 과학과 회의론을 뚜렷이 대비시키는 첫 번째 전략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저자들은 책 곳곳에서 바람직한 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면서, 회의론자들이 어떻게 과학의 정상적 작동을 가로막거나 무시했는지를 강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과학과 비과학, 반과학의 구획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과학사학자가 저술한 책인데도 그 내용이 과학자들의 과학 옹호 논변이나 대중 과학서적의 논지와 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간 과학사와 과학기술학의 연구들이 과학과 비과학 사이의 경계가 생각만큼 뚜렷하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해왔다면, 이 책의 저자들은 별다른 논의 없이 둘의 경계를 분명히 나눌 수 있다는 입장으로 회귀하는 듯 보인다. 저자들은 과학이 과학적 방법을 따르기만 하면 자연스레 도달하게 되는 사실들의 집합이 아니라 “발견의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증거를 바탕으로 가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험해보고 동료들의 엄정한 심사를 거칠 때에만 비로소 과학적 연구라고 부를 수 있다고 역설한다. 즉 과학은 과학자사회에서 확립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여러 명의 학자들이 빚어내는 공동의 산물인 것이지 개개인의 성취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입장을 취하면 주로 소수의 과학자에 의존하는 회의론을 과학의 영역에서 추방하는 일이 무척 간단해진다. 그런데 사실 과학자사회를 구획의 주된 기준으로 보는 관점은 과학자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의 활동을 변호하며 사용하는 논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기후게이트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론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미국 과학아카데미의 과학자 250여 명은 성명서를 발표하여 과학적 결론이 확실성을 보장하진 않는다면서 개별 과학자의 실수를 교정하는 과학의 자기 교정 능력을 강조했다.1) 


이런 식의 회귀는 언론과 전문성에 대한 저자들의 입장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저자들은 언론이 양당제에나 어울릴 만한 “기회 공평의 원칙(Fairness Doctrine)”을 과학에도 곧이곧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소수에 불과한 회의론이 마치 논쟁의 한 편을 담당하고 있는 것처럼 과다 대표된다고 계속해서 지적한다. 저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론과 대중 모두 과학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즉 과학은 민주주의와 다르므로 소수의 입장을 공평하게 대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과학적 합의가 존재할 때 언론은 합의를 알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해결책은 소위 ‘전문가’의 명성에 기대는 대신 그 전문가가 지닌 전문성을 꼼꼼히 뜯어보는 것이다. 저자들은 현대와 같은 전문가 사회에서 과학자들이 이룬 합의가 과학과 관련된 이슈에서 우리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강조하지만, 이때 신뢰 여부는 전문가가 지금까지 보인 습성, 연구 분야, 연구경력, 이데올로기나 이해관계 등을 토대로 판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좁은 전문성”에 대한 옹호는 저자들이 말하는 “과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핵심을 이룬다. 그런데 이해관계와 이데올로기를 판단의 근거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회의론자들이 과학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방법과 근본적으로 구분되지 않을뿐더러, 과학 활동이 기업, 정부 등과 더욱 밀착하여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그리 유용한 지침도 못 된다. 또한 과학적 합의와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언명은 주류 전문가 집단이 지니는 이해관계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매우 협소하게 만들어놓음으로써 자칫 잘못하면 과학 논쟁에서 소수 파의 입지를 억누르는 논변으로 오용될 수도 있다. 대중의 과학 이해, 과학기술의 민주화 등등 그간 과학기술학에서 일군 많은 성과가 전문가 정치의 취약성과 한계를 인식하고 다양한 행위자를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전개됐다면, 여기서 저자들은 당장 회의론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다시 전문가 정치의 기치를 세우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한계에 대한 책임을 저자들에게만 묻는 것은 가혹한 일일 것이다. 사실 저자들이 과학과 비과학의 구획이 까다로운 문제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며, 신뢰를 중심으로 하는 과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도 과학의 확실성을 거부해온 과학기술학의 성과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도 어떻게든 회의론의 위협을 떨치려는 노력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오히려 이 책이 주는 고루한 느낌은 과학사 및 과학기술학이 풀어야 할 문제가 바뀌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들이 인용하는 과학, 기술, 인간적 가치(Science, Technology & Human Value) 30호에는 과학의 특수성을 탐색하며 “사회화된 구획”의 방법이 없을지에 대한 과학기술학자들의 고민이 담겨 있으며, 라투르도 한 논문에서 사회구성주의의 무기가 온갖 회의론과 음모론에서 변주되는 현실에 곤혹스러움을 표출한 적이 있다.2) 예전에 과학기술학은 과학이 합리적 방법론을 따라 형성되는 객관적 지식이라는 가정에 도전하면서 과학과 다른 사회적 실천 간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과학의 지평을 넓히려 노력했지만, 이제 일군의 과학기술학자들은 과학의 외양을 띤 여러 ‘비과학’들과도 경계를 지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고 느끼고 있다. 아마 이 책에서 오레스키스와 콘웨이가 다루는 환경문제에 대한 회의론은 그중 대표적 사례일 것이며, 혹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온갖 회의론에서 진화론과 지적 설계론의 ‘갈등’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결국 과학사와 과학기술학은 한편으로 과학기술학이 과학의 지평을 넓히며 쌓아온 성과를 버리지 않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비과학’과도 거리를 두는 이중의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난제를 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아쉽게도 오레스키스와 콘웨이는 이런 난제를 성공적으로 넘어서지 못하고 과학에 대한 전통적인 입장으로 회귀하는 길로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이런 아쉬움이 이 책이 갖는 중요성을 떨어트리지는 않는다. 의심을 팔아먹는 자들은 과학사학자가 당면한 문제를 인식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실에 개입하고자 했던 보기 드문 시도이다. 그 성과는 적지 않다. 과학사와 과학기술학의 최근 논의를 반영하려 노력했으면서도 결국 과학에 대한 전통적 입장으로 회귀하는 저자들의 모습은 적어도 현재 과학기술학과 과학사를 괴롭히는 어려움을 드러내는 데 일조한다. 또한 이 책은 방대한 사료를 통해 담배회사에서 지구온난화에 이르는 회의론의 역사와 그 주축 세력을 성공적으로 드러냄으로써 학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냉전 시대 과학의 어두운 면모를 확인하고자 하거나, 여러 이슈에서 제기되는 회의론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의심을 팔아먹는 자들은 매우 유용한 책이다. 



1) “[수첩] “지구온난화 과학 폄훼 말라” 미국 과학자들 성명”, .사이언스온. 2010. 5. 11 http://scienceon.hani.co.kr/archives/7495 (4월 28일 접속).

2) Robert Evans, “Introduction: Demarcation Socialized: Constructing Boundaries and Recognizing Difference,” Science, Technology & Human Value 30 (2005), pp. 3-16.; Bruno Latour, “Why Has Critique Run out of Steam? From Matters of Fact to Matters of Concern,” Critical Inquiry 30 (2004), pp. 22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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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북스의 책 『의혹을 팝니다』가 환경정의 선정 2012 올해의 환경 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의혹을 팝니다(Merchants of Doubt: How a Handful of Scientists Obscured the Truth on Issues from Tobacco Smoke to Global Warming)』는 2010년 미국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이기도 했었는데요. 출판평론가 예진수 님의 서평을 소개합니다. 

 


 




  

산업계 편드는 과학자들가짜 논리로 무장된 궤변을 멈춰라

 

의혹을 팝니다 | 나오미 오레스케스에릭 M. 콘웨이 지음 | 유강은 옮김 | 미지북스 | 2012년 1월 |25,000

 

예진수 출판평론인

 

'중미전쟁'의 저자인 중국인 석학 랑셴핑은 지구온난화 원인이 이산화탄소라는 주장에 반기를 든다그는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학이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불리한 자료는 없애면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며 지구온난화론자들의 오류를 지적했다또다른 중국 경제전문가 거우홍양은 이산화탄소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증명할 이론이 없다는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월스트리트 저널도 2009년 기상학자들이 사실과 다른 데이터를 이용해 기후 온난화의 허상을 만들어 내고 전 세계적으로 불안 심리를 조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되면서 인간의 의식은 혼미해진다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을 파헤친 책'의혹을 팝니다'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1명은 흡연이 사망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굳게 확신한다미국에서는 2006년 기준 지구 온난화를 믿는 사람이 56%에 불과했다당시 거의 모든 기후과학자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지구 도처에서 빙하가 녹고 있고무차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로 지구가 중병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이미 25년 전에 미국과학학술원이 지구 온난화가 인간의 화석 연료 사용 때문임을 의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지구온난화의 실체는 확실해졌고지금은 전 지구적 행동이 중요해진 시점인 것이다.

 미국의 과학사학자인 나오미 오레스케스와 에릭 M. 콘웨이의'의혹을 팝니다'에서는 기업과 결탁해 환경보호 주장에 딴죽을 건 과학자로 프레더릭 사이츠와 프레드 싱어를 꼽았다. '의혹의 상인'으로 불리는 이들 친기업 과학자들은 대부분 전문가의 주장과 모순되는 논리를 내세워 '논쟁의 생명력'을 사수하는데 온힘을 기울인다때로는 대중 선전도 불사한다역사학자 이사야 벌린의 말처럼 늑대의 자유는 양들에게는 죽음을 뜻한다거짓 과학의 위력은 '늑대'의 사나움에 뒤지지 않는다여기에 현혹된 많은 사람들을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가는 셈이다담배회사 친위대로 등장한 과학자들은 흡연이 폐암발생에 직접적 영향이 없다는 논지를 내세워 거센 담배 논쟁을 일으켰다.

  친기업 성향의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 현상이 날조극이라는 음모론을 끊임없이 내놓는다언론도 1990년대까지 오존 홀이 화산 때문에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를 계속했다궤변론자들은 에어로졸 산업계의 지원 하에 오존층 파괴 논란을 이어갔다이들은 화산폭발로 분출된 마그마 속 용해 염소가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일명 스타 워즈로 알려진 전략방위 구상(SDI)에도 관여해 같은 방식으로 논란을 일으켰고결국 군비를 늘리는데 일조했다이들은 같은 성향의 물리학자들과 함께 극단적 매파의 본산인 마셜 연구소를 세웠다스타워즈 계획은 비현실적 망상일 뿐이라는 주장에 대해 기업 용병들은 소련과의 핵무기 경쟁에서 꼭 필요하다고 반기를 들었다저자들은 살충제( DDT) 사용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이들 과학자들의 훼방 및 왜곡 전략을 낱낱이 공개한다올해는 DDT의 위험을 고발한 환경운동가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 출간 50주년을 맞는 해다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DDT 사용을 금지한 것은 금세기 최악의 범죄였다”“카슨 때문에 500만명이 죽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저자들은 지구 온난화 같은 문제는 커다란 문제이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짓 정보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그만둬야 한다고 역설한다.

  풍부한 자금과 태피스트리처럼 나름대로 치밀한 듯해 보이는 가짜 과학에 맞서려면 열정참여정신 뿐 아니라 과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혜안을 갖춰야 한다하나의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다양한 과학적 주장과 담론을 활발히 찾아보면서 책임양심 등 우리가 가진 내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출처  환경정의 환경책큰잔치 블로그 

http://ecobook.tistory.com/entry/2012-%ED%99%98%EA%B2%BD%EC%B1%85-%ED%81%B0%EC%9E%94%EC%B9%98-%EC%9D%98%ED%98%B9%EC%9D%84-%ED%8C%9D%EB%8B%88%EB%8B%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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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샌델이 해결했다고 자신있게 선보인 문제, "구제 금융을 받은 금융 회사의 보너스 파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과연 이번에도 샌델의 해답은 아무런 문제도 없을까요? 




“구제 금융을 받은 금융 회사의 보너스 파티가 잘못인 이유는 뭘까?”
“실패에 포상했기 때문이지. 사람들은 성공에 포상하길 원해!" 

샌델은 포상의 본질은 성공에 대한 것인데, 구제 금융을 받은 금융 회사는 “실패를 포상했기” 때문에 (본질에서 벗어났으므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샌델 식으로 말하자면, 파산 위기에 처한 회사에 대한 구제 금융 자체도 악덕이 될 수 있습니다. “실패한” 회사에 돈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파산 도미노로 경제가 붕괴할 위험이 생기고, 궁극적으로 모든 납세자들의 삶이 훨씬 힘들어지더라도 구제 금융을 하지 않아야 할까요? 반대로, 금융 투기를 일삼아 성공 가도를 달리는 금융 회사의 보너스 파티는 문제가 없을까요? “실패를 포상하면 안된다”는 미덕이 보편적인 원칙이 될 수 있다면, 실업자에게 수당을 지원하는 것 역시 정당화될 수 없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실업자는 노동시장에서 “실패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샌델의 해법은 건실한 정치철학적 논증이라기보다는 대중의 분노에 ‘미덕’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합니다. 
샌델이 도덕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떤 사안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안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2. 본질을 만족시키면 미덕, 본질을 벗어나면 악덕이고 타락이다. 

즉, 샌델의 이야기는 본질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론이 이미 정해져있는 노골적인 순환 논증의 형태를 띱니다. 그 근거로는 미리 정해진 결론이 미덕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됩니다. 그렇다면 샌델은 본질을 어떻게 파악할까요? 샌델의 철학에서 본질이란 대개 (샌델 자신의) 머릿속에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특성들일 뿐입니다. 그것이 너무 독단적이라고 생각되면, 샌델은 공동체 구성원의 다수가 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합니다(“우리는 이야기를 써나가는 존재이다”). 만약 두 번째 방식이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뿐이라는 비판을 받으면 다시 첫 번째 방식, 미덕과 본질을 분석하는 아리스토텔레스 방식으로 연구한다고 대답합니다. 
이것이 샌델이 철학하는 방법입니다. 샌델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봉합해 버립니다. 봉합이란 문제의 심층적인 전제를 정합성 있게 해명하지 않고, 떠오르는 답을 그럴듯하게 덧붙이는 태도를 뜻합니다. 봉합은 문제를 결론과 수사로 꿰매어서 핵심을 보이지 않게 만들고, 다양한 문제 사이에서 일관성 있게 사고할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샌델은 중요한 정치철학적 문제를 두고 직관과 감성을 근거로 들어 결론을 내리면서 미덕, 타락, 비하 같은 문학적 수사를 붙여 정당화합니다. 
시민들이 정치철학에 기대하는 것은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문제 해결의 지침을 제공해야 하는 것입니다. 정치철학은 숨겨진 심층적인 전제를 밝히고, 시민들이 문제를 둘러싼 원칙과 근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마이클 샌델의 철학은 오히려 문제를 흐릿하게 만들고 이성적 탐구를 방해합니다. 


* 위 글은 미지북스의 신간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이 한 지음) 책 소개에서 발췌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저자
이한 지음
출판사
미지북스 | 2012-10-2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이성적인 시민이 되기 위한 ‘진짜 정의론’을 만나다!『정의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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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에도 소개된 적 있는 “철로를 이탈한 전차”는 정치철학의 대표적인 딜레마입니다. 마이클 샌델은 이 사례를 통해 도덕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정치철학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과연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이 딜레마를 해결했을까요?




샌델은 “전차의 딜레마”를 해결했을까?


자, 당신은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전차의 기관사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차의 브레이크가 고장나 버렸습니다! 이대로는 철로 위에서 일하고 있는 인부 다섯 명을 덮치고 맙니다. 

첫 번째 상황. 전차의 경로를 비상 철로로 바꾸면 철로 위에 있는 행인 한 명이 죽습니다. 선로를 변경해야 할까요? 
두 번째 상황. 당신은 다리 위에서 전차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 옆에는 덩치 큰 행인이 서 있습니다. 행인을 밀어서 기차에 부딪히게 만들면 인부 다섯 명을 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행인을 밀어 인부 다섯 명을 구해야 할까요?

사람들에게 두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졌을 때, (거의 모든 문명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 번째 상황에서는 선로를 변경하겠다고 답하고, 두 번째 상황에서는 행인을 밀어 넘어뜨리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샌델은 여기서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던지기만 할 뿐 직접적인 해답은 제시하지 않고 넘어갑니다. 

이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이 한 지음)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바로 행인이 그 자체로 목적인 존재,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행인을 밀어 넘어뜨리기를 망설이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행인을 밀거나 밀지 않을 권리가 없습니다. 자신의 몸을 던져 전차를 멈추고 다섯 명의 인부를 구할 것인지는 다른 누구도 아닌 행인 자신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전차의 딜레마는 단순히 흥미로운 도덕적 딜레마를 제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주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을 웅변하는 사례입니다. 즉 스스로가 목적인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개인의 자기 결정권, 이것이 바로 마이클 샌델의 정치철학이 외면하는 것이며 현대 자유주의가 옹호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이것에 반해, 전차의 딜레마에 대한 샌델의 숨겨진 해답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타인을 위한 희생은 공동체가 규정한 훌륭한 미덕이며, 개인은 공동체적 자아의 일부분이므로 그 행인은 자발적으로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행인은 악덕을 저지른 것이고, 공동체에 의해 비난받아야 한다."

샌델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본질 분석에서 최고로 치는 미덕은 단연 “공화국 시민들의 미덕을 고양하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공화국 시민으로서 가져야 하는 미덕을 타락시키면 잘못된 것, 고양하면 옳은 것입니다. 특정한 근거가 다른 근거들과 충돌할 때는 별다른 논증 과정 없이 거의 언제나 시민적 덕성을 강화하는 일이 우선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정치철학자 피터 스타인버거는 “샌델은 자신의 견해를 논증하기보다는 주장하고 있다”고 갈파하기도 했습니다. 


위 글은 미지북스의 신간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이 한 지음) 책 소개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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